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16화 (16/726)

#016화

“정말 미안하네!”

“…….”

다시 한번 백호의 입에서 사과의 말이 나와 처용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우리 직원들 구해줘서 정말 고맙네.”

백호가 굵직한 목소리로 처용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 직원을 다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만.”

처용이 땅에 처박혀 있는 차인혁을 향해 눈짓했다.

불편한 진실이었지만, 짚고 넘어가야 했었다.

그가 대뜸 사과와 감사를 전하는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으니까.

“아, 저것들? 저것들 내 부하, 아니 ‘우리’ 직원 아니라네.”

백호는 ‘우리’라는 말에 힘을 주며 말했다.

처용은 여기서 대강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현아를 우선적으로 감싸며 나타난 권백호는 협회 직원들 쪽으로 고함을 내질렀다.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분명 그의 시선은 집행반 헌터들에게 향해 있었다.

그리고 태민에게 상황 설명을 듣고 처용에게 감사를 전했다.

처용이 알고 있는 미래의 지식과 지금 상황을 종합해 보면.

협회는 현재 두 파벌로 나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집행반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받들어 모시는 ‘높은 사람들’과.

현아가 종종 이야기했었던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권백호의 성격과 행동을 보면 그는 아마 후자일 것이다.

또 태민이 백호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도 후자에 속할 것이다.

그에게 처용을 감시하라고 명령한 윗선이 이들의 수장일 가능성도 있었다.

아니면, 태민은 단순하게 백호의 명령을 받았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사실은.

권백호는 지금 ‘처용을 적대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 결론 하나로 잔뜩 끌어올렸던 긴장감을 풀 수 있었다.

“그래도 협회 사람이라서 일단 ‘제압’만 하긴 했습니다만.”

“안 죽었으면 문제없네. 야! 네놈들 팀장 대충 힐 걸어주고 차에 실어 놔!”

마치 귀찮은 짐짝을 처리하라는 듯한 말투.

권백호가 바닥에 박힌 차인혁을 가리키며 집행반 헌터들에게 말했다.

“저놈은 협회 집행반한테 폭행을 가했습니다. 당장 체포해야…….”

집행반 헌터들 중 부팀장으로 보이는 이가 백호에게 항의했지만.

“잘 안 들리는데?”

백호가 귀를 후비다가 부팀장에게 다시 물었다.

“나랑 싸우고 싶다고?”

굵은 눈썹이 확 내려갈 정도로 인상을 쓰며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알겠습니다.”

집행반 헌터는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저런 것들이 협회 소속이라니 쯧쯧…….”

백호가 불쾌한 듯 낮게 중얼거렸다.

“감사합니다. 권백호 헌터님.”

처용은 순수하게 감사를 전했다.

집행반들이 이 정도로 심각하게 노답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고.

휘둘리기는 싫었기에 차인혁을 묵사발 낸 것이었다.

겁을 상실하고 덤벼드는 이들도 전부 때려눕힐 생각이었다.

이후 어떻게 수습할지는 생각조차 해두지 않았었다.

이렇게 꼬여도 단단히 꼬일 뻔한 일을 그가 단번에 해결해 준 셈이었다.

“에이, 감사는 무슨 우리 직원들 구해준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네. 하하.”

백호가 손을 내저으며 웃어 보였다.

‘같이 싸웠던 것 외에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는데.’

회귀 전에는 마인과 몬스터에 대항하여 같이 싸운 것 외에는 인연이 없었다.

처용은 그런 그에게 도움을 받은 이 상황이 신기했다.

“처용 헌터님.”

처용과 백호에게 태민이 다가왔고 처용을 불렀다.

“헌터님을 만나고 싶어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중요한 안건인 듯 처용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아 맞다. 이거도 말하려고 했었는데.”

“부장님이 얘기하지 않아서 제가 말한 겁니다.”

태민은 처용에게 답을 기다리듯 마주 보았다.

“뭐, 그러죠.”

처용은 별 상관없다는 듯 말했지만,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자신을 만나고 싶은 ‘분’은 이들 파벌의 수장일 테니까.

그 사람과 협상이 잘 되면 협회의 불순분자들을 빠르게 없애버리고.

마인들을 상대하는 전초기지로 만들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쯤 되니 이들 파벌의 수장이 누구인지 짐작이 갔다.

예상한 사람이 맞으면, 생각보다 더 좋은 상황이었다.

“현장 수습할 놈들은 남아서 계속 조사하고, 집행반 니들도 할 일 없으면 그냥 집에 가라.”

백호가 축객령 비슷하게 말하자 집행반들은 쓰러진 팀장을 태우고 돌아갔다.

“저놈들 아마도 마인을 잡은 공로를 가로챌 생각으로 왔을 겁니다.”

태민이 안경을 들어 올리며 집행반들의 뒤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다른 마인도 아니고 무려 1급 위험인물로 지정된 마녀를 패퇴시켰다.

집행반들은 이 떡이 너무나도 먹고 싶었을 것이다.

“마인이…… 장난도 아니고.”

처용이 분노를 씹어 읊조렸다.

태민의 말이 사실인지는 몰랐지만…….

아니, 사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처용도 그들을 보면, 심각할 정도로 답이 없다고 느꼈으니까.

“머저리는 약도 없다더니…….”

처용이 낮게 읊조렸다.

힘을 모아 한국을, 지구를 지켜도 위험한 마당에 저런 권력 놀음을 하고 있으니.

너무나 한심해 보였다.

“하하하, 그 말 너무나 마음에 드는군, 머저리는 약도 없다.”

백호가 크게 웃으면서 처용의 말에 동의했다.

“슬슬 저희도 돌아가시죠.”

태민의 말대로 더 여기 있을 필요는 없었다.

***

처용과 새내기들은 자택으로 바로 돌아갈 수 없었다.

금일 일어난 마인들의 튜토리얼 습격 사건 때문이었다.

진상 조사라든지, 보안이라든지 등의 문제 때문에 감금과도 비슷했지만.

협회에서 이들을 배려해 건물 내부 숙직실로 활용되는 공간 중 비어있는 층 전부를 쓰게 해줬다.

“여기입니다.”

처용은 새내기들과 다르게 태민의 안내를 받아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도착한 곳은 협회 건물의 가장 높은 층이었다.

“김태민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태민이 노크를 한 후 처용과 함께 들어가자.

현아, 백호와 함께 누군가가 상석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50대쯤 나이로 보이는 노신사.

새치가 보이는 머리와 얼굴의 주름으로 쇠약해 보이는 듯하지만.

눈빛만큼은 꺼지지 않은 불꽃처럼 선명했다.

“반갑습니다.”

처용이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가 처용에게 손을 내밀었다.

“황제일이라고 합니다.”

한국 헌터 협회의 협회장이었다.

“한처용이라고 합니다.”

처용이 협회장의 악수를 받았다.

“놀라지는 않으시군요?”

“가장 높은 층으로 오길래 예상은 했습니다.”

사실 백호와 마주했을 때부터 예상했다.

협회장 황제일.

국회의원 출신으로 많은 헌터들에게 지지를 받는 인물이었다.

회귀 전, 개판과도 같은 작금의 협회 상황을 모두 정리하고.

헌터들을 위한 법과 혜택들을 만들어 협회를 바로 세웠던 인물이었으니까.

그 과정이 매우 험난했지만.

각성도 하지 않은 그가 헌터들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처용은 알고 있었다.

-이 나라를 앞장서 지켜주는 이들이 바로 헌터들이야!

회귀 전, 헌터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더 강한 규제를 걸려던 국회의원에게 그가 소리친 말이었다.

권백호의 윗선이 황제일이라는 것을 직접 확인한 이상 처용이 투자할 가치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우선, 저희 직원들, 그리고 새내기분들을 구해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협회장이 처용에게 정중하게 감사를 전했다.

“그건 내가 오면서 몇 번이나 말했수. 형님.”

그리고 또 하나 처용이 모르던 사실은.

백호와 협회장은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라는 것.

‘권백호가 무너지는 협회를 끝까지 지키려 한 이유가 이거였나?’

비록 남이지만, 그들이 형제처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다.

“감사 인사가 목적이 아닐 것 같습니다만.”

“하하, 바로 본론으로 가시는군요.”

협회장이 커피로 목을 축이고 진지하게 물어왔다.

“혹시 섀도우 헌터십니까? 아니면 그들과 연관이 있다거나.”

협회장의 질문을 듣던 처용이 순간 태민을 의식했다.

그에게서 스킬이 발동되는 마나가 느껴졌으니까.

‘거짓을 판별하는 스킬…….’

태민의 직업은 탐정.

이전 통찰의 눈으로 확인한 그만의 고유 스킬이었다.

‘신력을 둘러 차단하면 막을 수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네.’

처용이 협회장을 똑바로 마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그 미친놈들로 의심받는 건 썩 좋은 기분이 아닌데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처용과 마주하던 협회장이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협회장님.”

“진실이겠지?”

아마 태민은 스킬의 결과를 알려주려 했었던 것이겠지만.

협회장이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듯 대답했다.

“자네 스킬을 불신하는 게 아니네, 그저 내 경험과 사람을 보는 눈이 나름 확신했으니까.”

“미안하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네. 자네가 섀도우 헌터면 곤란하니까.”

백호가 처용에게 사과를 전했다.

“죄송합니다. 제 클래스인 탐정의 ‘진실판별’이라는 스킬을 썼습니다.”

태민 역시 마찬가지.

“뭐, 이해합니다.”

협회장이 지시했을 테고 검증은 필요했을 테니 처용 역시 납득했다.

섀도우 헌터들은 마인에 관한 일이면 피아식별을 가리지 않는다.

분명, 그 과정에서 다른 헌터들과 협회의 피해도 있었을 것이다.

“사상검증은 끝난 것 같고…… 이게 전부는 아니겠죠?”

처용은 협회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나를 본인들 파벌로 끌어들이고 싶겠지.’

협회를 처용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협상의 우위가 필요했다.

처용이 속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협회장이 다른 직원들을 한 번씩 바라본 후 말을 시작했다.

“혹시 라이센스를 받으시면 다른 길드에 들어가실 생각이십니까?”

처용은 어떻게 말을 할지 눈을 감고 잠시 고민했다.

이들에게 있어 처용이라는 헌터의 가치를 높여야 했으니까.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갑니다.”

고민하던 처용은 협회장의 질문에 ‘아니다’가 아닌 ‘못 한다’라고 답했다.

그들에게 있어 뭔가 의문이 드는 대답이었지만.

“제 성좌님이 다른 길드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고 하십니다.”

“……!!”

처용이 뒤이어 꺼낸 말에 사람들의 눈에 경악이 일렁였다.

에픽 클래스를 지닌 헌터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성좌와 대화하거나 서로 의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일반적인 헌터들은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협회장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역시나…….’

협회장은 전철역 사건 이후 처용에게 관심을 가졌었고.

마침 처용이 튜토리얼을 신청하자 그에 대해서 나름 조사를 했었다.

처용의 집안이 신을 모시는 집안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성좌가 활동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의 누나가 교단 소속이라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방금 처용의 말을 들은 협회장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보통 올림포스 길드나 교단처럼 거대한 길드들은.

그 이름대로 각 세력의 성좌들에게 선택받은 헌터들끼리 뭉쳐 세력을 이룬 것이었다.

올림포스 신에게 선택받은 헌터들은 대부분 올림포스 길드로 소속되었다.

선택은 헌터 본인의 몫이라 해도 거대 길드에 가입하는 것이 혜택이 많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처용의 성좌는 그가 다른 길드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했다.

지금까지 처용과 관련된 사건과 사실들을 놓고 판단했을 때.

처용이 가장 특별한 클래스를 가진 헌터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한처용의 성좌는 생각보다 강력한 신이다.’

특히, 협회장과 백호는 가까스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경악을 참는 중이었다.

이 둘은 현직 S급 헌터 ‘커맨더’에게 직접 들은 게 있기 때문이었다.

-에픽 클래스를 내릴 수 있는 성좌는 상위 신격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네요.

그가 자신의 성좌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라며 해주었던 말들.

커맨더는 자신과 같은 에픽 클래스들을 헌터들과 성좌를 이어주는.

‘중간 관리자’라 표현했었고.

그 S급 헌터의 성좌가 신격이 높을수록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했었다.

그저 신탁의 형식으로 뜻을 주고받는 것이 아닌 옆 사람과 대화하듯이 말이다.

자신의 성좌 ‘기계장치의 여신’과 같은 대신급 신격처럼. 이라고 말했었다.

동료인 커맨더에게 들었던 말들을 떠올린 백호가 처용을 바라봤다.

“난 돌려 말하는 건 못하니 그냥 물어보겠네.”

다들 속으로 마른침을 삼킬 때, 백호가 처용에게 물었다.

“자네 에픽 클래스인가?”

처용은 굳이 대답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말하지 말라고 하시네요.”

처용의 말에 다른 이들이 잠시 침묵했다.

[우리가 언제 그렇게 말했느냐?]

처용을 지켜보던 미륵이 물었다.

‘제가 다른 성좌들의 병사로 소속되는 게 좋으신가요?’

[계승자가 다른 놈들 병사가 되는 꼴은 절대 허락할 수 없다!]

‘회귀 전과 똑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미륵님. 하하.’

미륵의 전음에 답해준 처용은 다시 협회장과 다른 이들을 바라봤다.

“……알겠네.”

처용의 말이 대답이 되었는지 백호가 수긍했다.

“질문에 대답은 해드렸으니 제가 물어봐도 되겠죠?”

지금까지 질문에 대답만 했던 처용이 먼저 입을 열었다.

처용의 말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였다.

“마인들을 제압하라는 규정.”

처용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협회장인 당신이 만든 겁니까.”

처용의 마인에 대한 광기를 알던 현아와 태민은 잔뜩 긴장했다.

“그럴 리가요.”

협회장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당장이라도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협회장의 말에 처용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당연히 그가 아닐 가능성이 높았지만.

처용은 그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차 물어본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었다.

“제가 협회를 도와준다면 협회도 저를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

처용이 협회장의 본심을 역으로 먼저 이야기했다.

“사실, 헌터님을 여기에 초대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영입 제안이었습니다만.”

협회장은 슬슬 처용에게 이 중요한 제안을 이야기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처용의 말에 잠시 당황했다.

[흠, 굳이 먼저 제안할 필요는 없지 않았느냐?]

여래는 협상에 있어 먼저 말을 꺼내면 불리하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제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면 그랬겠지만, 이 사람들이라면 괜찮습니다.’

협회장과 권백호는 도덕이나 의리 면으로는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에게는 갑의 위치에서 요구하고 받아먹기보다는.

오히려 먼저 협조적으로 해주는 쪽이 더 나은 방향이었다.

물론, 무조건 퍼주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협회장님 말씀대로 입니다만, 솔직히 좀 의외입니다.”

태민 역시 안경을 들어 올리며 처용에게 의문을 표했다.

처용이라면 왜 자신을 만나자 했는지 눈치채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는 강한 헌터이니까.

어느 집단이든 강한 헌터를 영입하는 것은 가장 중요했다.

그런데, 굳이 먼저 협력의 손을 내민 이유가 궁금했다.

“혼자서 마인들의 아주 깊은 부분까지 파고들고 싸워왔던 만큼.”

처용이 나름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저는 마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많죠.”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팔짱을 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놈들이 전철역에 테러를 일으킨 이유, 튜토리얼 던전을 습격한 이유 등등.”

처용이 이야기를 계속할수록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갔다.

“하지만, 개인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처용이 고개를 숙이고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

“해드리고 싶은 얘기는 많습니다.”

처용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을 하나하나 마주했다.

“하지만, 제가 협회에 협력한다면.”

마지막으로 협회장을 바라보았고.

“협회는 저에게 어떤 도움을 주실 수 있죠?”

그에게 답을 요구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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