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화
“갈가리 찢어 죽여주마!”
마녀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실드가 뚫린 것도 모자라 ‘거대한 어둠’께서 직접 축복을 내려준 아티팩트도 손상이 생겼다.
저 섀도우 헌터의 실력은 자신과 같은 A급.
더는 가볍게 싸워서는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소환-악몽의 밤.”
마녀가 마법을 영창하자 검은 마기가 그녀 주변으로 퍼졌다.
마기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사람 형체의 무언가들.
마치 날카롭고 긴 클로를 낀 사람의 그림자가 일어선 듯 보였다.
마녀가 소환한 소환수들이 하얀 안광을 뿜어내며 처용에게 달려들었다.
처용 역시 검을 들고 마녀와 소환수들을 향해 돌진했다.
“멍청한 놈! 그건 검으로 벨 수 없는 존재들이다!”
마녀가 소환한 것은 마기로 만들어진 악령.
검을 쓰는 헌터들에게는 천적과도 같은, 물리적인 힘이 통하지 않는 존재들이다.
곧 녀석은 악령들에 의해 갈가리 찢길 것이다.
마녀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돌진해오는 처용을 비웃었지만.
-스걱!
처용이 휘두른 검에 악령이 깔끔하게 반 토막이 나며 사라졌다.
베이지 않는 악령들이 처용의 검에 소멸하자, 마녀의 얼굴에 경악이 일렁였다.
“어떻게 악령을?”
처용이 당황하는 마녀를 보며 조소를 머금었다.
‘아직은 검기에 대해 정확히 모를 때지.’
마녀가 간과하고 알지 못했던 사실은.
처용이 ‘검기’를 사용할 줄 아는 최상위 무인이라는 것이다.
마녀의 악령처럼, 유령형 몬스터는 마나로만 이루어진 특수한 개체들이다.
그냥 물리적인 힘으로는 유령 몬스터를 벨 수 없었다.
하지만, 무인의 의지와 마나를 실은 검기는 유령을 벨 수 있었다.
마녀는 속성 마법이 인첸트된 무기나 신성력이 악령에게 통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검기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악령이 조금의 시간도 벌어주지 못하자 마녀가 주문을 외듯 입을 열었다.
“칫, 블-.”
마녀의 지척에 접근한 처용이 당장 공격할 듯 자세를 낮게 낮추며 쇄도했다.
그리고, 발도 자세를 취하며 마녀 앞에 도달한 순간.
“블러디아! 저놈 죽여 버려!”
-쿠워워워!
마녀의 밑에서 거대한 뼈의 손이 솟구쳐 올라왔다.
악령들이 조금의 피해도 주지 못한 것은 분명 예상하지 못했지만.
마녀가 처용을 동급의 실력자라 판단한 이상.
처용이 허무하게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악령들을 불러냄과 동시에 조용히 자신의 가디언을 준비한 것이었다.
마녀를 감싸며 나타난 것은, 붉은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거인과 같은 골렘이었다.
-쿠워워!
거인이 칼날과 같은 손톱을 세워 뼈의 손을 처용에게 휘둘렀다.
동시에 지면 밑에서 날카로운 뼈의 가시들이 솟구쳐 올라왔다.
도저히 피할 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마녀의 가디언, 생각보다 조금 작군.’
마녀와 수없이 싸워왔던 처용은 당연히 그녀의 가디언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사방에서 몰아쳐 오는 공격에도 처용이 당황하지 않은 이유였다.
눈앞에 있는 적은 아직 미숙하다 해도 학살의 마녀.
마녀는 단순히 악령 소환만으로 공격을 끝내는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었다.
“후-.”
처용은 숨을 짧게 들이쉬고 낮춘 자세를 조금 더 낮게 숙였다.
그리고, 모든 공격이 코앞에 달한 순간.
순식간에 검을 뽑아 사선으로 크게 휘둘렀다.
찰나의 순간 처용을 향한 모든 공격이 일시에 멈추었다.
-우웅!
동시에 처용을 중심으로 투명한 검기의 파동이 퍼졌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부서져 나갔다.
처용을 위에서 습격해오는 거인의 팔이 산산조각 나며 무너져 내렸고.
땅 밑에서 솟구치는 가시들이 잘게 썰린 듯 조각나며 흩어졌다.
검기를 응축한 후 내지르는 단 한 번의 발도로 주변을 초토화하는 기술.
-어때? ‘검의 울림’이라는 기술이야!
마치 검기가 울려 퍼지는 듯해 붙여진 이름이었다.
회귀 전, 크타니드에 맞서던 다른 차원의 생존자이자 처용의 동료.
검의 정점에 올랐다 하여 검성이라는 칭호를 가졌던 이.
그가 이 기술을 알려주며 자신만만하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말도…… 안 돼.”
마녀는 자신에게 향하는 검기의 파동을 뼈의 거인이 온몸으로 막았기에 피해를 받지 않았지만.
자신의 준비한 공격이 파훼 당하는 충격적인 장면에 망연자실했다.
그리고, 싸움 도중 적에 대한 집중이 풀린 대가를 받아야만 했다.
“블링-.”
“늦었어.”
마녀가 뒤늦게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이미 처용의 검은 마녀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촤아악!
결국, 처용의 검이 다시 한 번 마녀를 베는 데 성공했다.
“언제까지 그 천 쪼가리가 막아줄까?”
처용이 마녀를 비웃듯 도발했다.
블링크로 처용과 겨우 거리를 다시 벌린 마녀가 분노에 울부짖었다.
“으아아악! 이 벌레 새끼가!”
다시 한 번 마녀의 아티팩트가 치명상은 막아줬지만.
처용의 검기를 완벽하게 막아내지는 못했고 추가 검상을 입고 말았다.
그리고, 로브의 상태를 볼 때 공격을 더 허용했다간 정말로 위험했다.
“다크니스 에로우!”
마녀의 주변으로 검은 화살들이 수십 발 생성되며 떠올랐다.
이번엔 다른 여러 마법이 아닌 다크니스 에로우의 화력에만 집중했다.
“죽어!”
마녀가 손을 앞으로 뻗자 화살들이 일제히 처용을 목표로 발사되었다.
처용이 아무리 귀신같은 칼솜씨를 지녔다 해도.
수십 발의 화살을 전부 막을 순 없었다.
거기에 다크니스 에로우는 평범한 화살이 아닌 바위조차 뚫는.
관통특성이 부여된 흑마법이었다.
처용이 들고 있는 검은 원래 부하였던 C급 마인의 무기.
저런 허접한 검으로 화살을 쳐냈다간 검이 부러질 것이고 놈은 벌집이 된 채 죽을 것이다.
처용은 화살을 막을 생각은 하지 않고 마나를 끌어 올린 채, 그대로 마녀에게 달려 나갔다.
처용이 무방비하게 그저 달려오기만 하자 마녀가 조소를 머금었다.
“멍청한 놈! 벌집으로 만들…….”
-팅!-팅팅팅!
마치 단단한 강철에 무언가가 부딪혀 튕기는 듯한 소리.
처용을 꿰뚫었어야 할 화살들이 모조리 튕겨 나가고 있었다.
“왜! 왜! 왜 안 죽는 거야! 다크니스 에로우!”
지켜보는 광경을 믿기 힘들었던 마녀는 계속 화살을 발사했지만.
계속 튕겨 나갈 뿐이었다.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처용은 충분히 뚫고 나갈 수 있다 확신했기에 무모한 돌진을 감행한 것이었다.
[강철 피부 / 패시브]
[피부가 강철처럼 단단해집니다.]
[강철의 의지를 발휘하여 적의 공격에 밀려나지 않습니다.]
[육체에 마나를 두르면 효과를 크게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체력 스테이터스가 높을수록 효과가 더 강해집니다.]
-물리 피해 감소
-절단, 관통 공격에 저항
-적의 공격에 밀려나지 않음
튜토리얼이 있기 전, 태룡전에서 짧은 시간 수련한 결과였다.
되찾았었던 바위 피부를 강철 피부로 진화시킨 것이었다.
바위 피부보다 상위의 스킬답게 더욱 굳건한 방어력을 자랑했다.
거기에 처용의 높은 체력 스텟으로 더 강한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
마녀의 시커먼 화살들에 관통특성이 있다고 해도.
강철 피부는 그 관통특성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다.
“젠장! 블링크!”
마기의 화살들은 더 통하지 않았다.
처용은 점점 접근해오는 상황이니 결국, 마법을 중단하고 다시 거리를 벌렸다.
“옥죄는 사슬!”
마녀가 땅을 짚자, 마기가 땅속으로 퍼져 나갔다.
땅 밑으로 스며들었던 마기는 처용의 발밑에서 시커먼 사슬이 되어 튀어나왔다.
-촤라라락!-
검은 사슬이 처용의 다리와 팔, 목 등에 휘감겼다.
동시에 움직임에 제약을 걸고 힘을 빼는 강력한 디버프가 엄습해왔다.
처용의 괴력으로도 쉽게 뜯을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하고 질긴 흑마법이었다.
“빙마의 감옥!”
마녀가 두 번째 흑마법을 완성하자, 처용의 양쪽에서 얼음 가시들이 솟구쳐 올라왔고.
날카로운 얼음 가시가 잔뜩 박힌 얼음벽이 처용을 덮쳐들었다.
마녀는 처용에게 웬만한 공격들은 통하지 않는다 판단하여,
강력한 저주와 디버프를 걸어 약화시킬 생각이었다.
“이제 죽어!”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는 처용을 향해 날릴 강력한 흑마법을 준비하려는 찰나.
“자비의 손길.”
처용이 자기 자신에게 보살의 권능을 걸었다.
-우드드득!
처용의 몸에 자비의 손길이 퍼지자 사슬들이 허무하게 부서져 내렸다.
자비의 손길은 회복뿐 아니라 대상에게 걸린 모든 디버프를 지워버리는 힘이 있었다.
무려 대신의 권능 앞에 마녀의 디버프는 허무하게 사라질 뿐이었다.
해방된 처용의 오른손에 새하얀 부적이 2장 형성되었고 거기에 붉은 문자들이 나열되었다.
“화염부-폭”
처용쪽으로 양방향에서 덮쳐 들어오는 가시빙벽을 향해 화염부를 1장씩 날리고 터트렸다.
-콰콰쾅!
마녀의 빙벽은 강력한 폭발을 맞이하자 산산이 부서지며 흩어졌다.
위기를 가볍게 탈출한 처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양손으로 검을 잡아 쥐었다.
‘저주로 묶고 강력한 한방을 준비할 때.’
처용이 알고 있는 마녀의 주된 공격 방식 중 하나.
저주로 상대를 약화하고 마기를 모아 강력한 흑마법을 사용한다.
‘그게 네 빈틈이었지.’
그리고 그 빈틈을 방어해주던 마녀의 가디언은 이미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검도를 하듯 정자세를 취한 처용이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고.
-우우웅!
검기를 최대치로 담아 마녀에게 날려 보냈다.
“실! -꺄아악!”
마녀는 강한 흑마법을 준비하느라 방어가 늦었던 점도 있었고.
처용이 검기를 쏘아 날리는 날카롭고 신속한 공격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어흐, 으윽!”
검기에 베인 마녀가 뒤로 날아가며 나무에 부딪혔다.
마녀의 방어 아티팩트인 로브가 완전히 망가졌고.
오른쪽 어깨부터 옆구리까지 깊은 검상을 입었다.
처용은 기회를 잡고 마녀를 향해 빠르게 돌진해 나갔다.
“커흑, 이대로…… 끝날 거 같아?”
왼손으로 상처 부위를 움켜쥔 마녀가 다가오는 처용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파멸의…… 지옥염!”
오른손에서 검붉은 불꽃이 피어나더니 순식간에 크기가 불어났다.
마녀는 준비하던 흑마법을 끝까지 취소하지 않았다.
결국, 남은 모든 마기를 털어 넣어 완성한 최강의 흑마법.
마녀를 추적했었던 길드의 A급 헌터가 이 흑마법에 맞고 즉사했었다.
A급 헌터를 단번에 죽일 정도의 파괴력.
이 마법이라면 저 정체불명의 섀도우 헌터를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죽어 버려!”
마녀가 만들어낸 검은 화염이 점점 덩치를 불리며 처용을 습격해왔다.
처용은 마녀가 만들어낸 검은 화염이 덮쳐 와도.
마치 예상한 듯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래, 그래야 마녀답지.’
죽는 한이 있어도 끝장을 보는 끈질긴 성격.
과거, 학살의 마녀와 싸웠던 처용은.
이 검은 화염을 수십 번도 더 막아봤었다.
마녀가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꺼낸 마지막 한 수가 이 흑마법이라면.
이를 파훼할 방법이 있는 처용에게 마녀는 승산이 없었다.
처용은 눈앞의 거대한 검은 화염을 피하지 않았고 계속 달려 나갔다.
파멸의 지옥염에 처용이 완전히 삼켜지기 직전, 들고 있던 검 손잡이를 입에 물어 들고.
자유로워진 두 손을 합장하며 숨겨 둔 마지막 한 수를 사용했다.
“항마의 화신.”
몸에서 뿜어져 나온 신력이 처용을 감싸며 검은 화염을 밀어내었고.
처용을 중심으로 반투명하고 거대한 형상을 만들어갔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형상은 여래의 상반신과 같은 모습이었다.
[항마의 화신-여래]
[마를 굴복시키는 절대 방어의 능력을 지닌 대신의 화신체를 만들어냅니다.]
[주변에서 가해지는 공격을 차단하고 밀어냅니다.]
[체력과 신력 스텟이 높을수록 화신체의 능력이 더 강해집니다.]
-성공적으로 방어하면 일부 공격을 역류시킨다.
-■■■……
항마의 화신.
처용이 처음 크타니드와 마주하고 상위 악신들을 마주했을 때.
절대로 뚫리지 않는다고 믿었던 수호신의 방패와 신력이 깨져 나갔다.
수호신의 신력만으로는 상위 악신의 저주와 흑마법을 막지 못했고.
크타니드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권능’ 앞에 수호신의 권능은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수호신은 패배했다.
지켜야 할 사람들과 고향을 잃고 겨우 살아남은 처용은.
같은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새로운 권능을 창안하기 시작했다.
반신에까지 도달하고 얻은 수호신의 권능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지만.
남은 생존자들과 종말에 맞서는 다른 세계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수호신의 힘을 넘어서는 더 굳건한 방패가 필요했다.
처용은 해답을 찾기 위해 무엇이든 가르침을 청하고 습득했다.
종족과 인식의 차별을 버리고.
종말에 대항하는 세력에 포함된 모든 이들에게 배움을 청했다.
그 상대가 오크든 엘프든 성좌든 다른 누구든.
심지어 대장장이들과 인첸터 등 전투 계열이 아닌 이들에게까지…….
처용은 마치 세계에 흩어진 퍼즐을 모으듯.
여러 기술의 장단점과 특징을 연구하고 수련했다.
절대 무너지지 않는 방패가 되기 위해서.
악신들과 끊임없는 전쟁과 수련을 반복하며 자신을 담금질했다.
그 결과, 처용만의 새로운 권능이 탄생했다.
새롭게 탄생한 방패는 상위 악신들의 마기와 저주를 굳건히 막아내었고.
싸움조차 불가능했던, 크타니드에게 겨우 맞설 수 있게 했다.
다시는 무너지지 않겠다는 처용의 의지를 권능으로 구현시킨 힘이었다.
항마의 화신이 여래의 형상을 지니게 된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처용이 반신으로서 자신만의 권능을 만들어가는 이 모든 과정에.
여래가 스승으로서 가장 많은 조언과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여래가 직접 강림하여 처용을 지켜주듯.
마녀의 흑마법은 처용에게 전혀 닿지 않았다.
‘생각보다 오래 유지할 수 없겠어.’
지금 처용은 신격을 완벽하게 회복한 것이 아니었기에.
화신체의 성능이 온전하지는 않았고 오래 유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마녀의 발악 정도는 충분히 받아칠 수 있을 것이다.
화신체가 왼손으로 수인을 맺자 푸른색 신력이 주변에 퍼져 나갔다.
처용을 불태워버릴 기세로 달려들던 검은 화염이 푸른 신력에 닿았고.
마치 소화기에 맞은 불처럼 사납게 타오르던 마기의 화염들이 허무하게 꺼져 나갔다.
동시에 화신체가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마녀가 뿜어내는 파멸의 지옥염을 화신체가 밀어내고 있었다.
“이! 이……!”
마녀 역시 질 수 없다는 듯 남은 마기를 더욱 끌어 올렸다.
그렇게 찰나의 순간 힘 싸움을 이어가나 싶었지만.
“아, 안 돼…….”
검은 화염이 점점 줄어들며 밀려나기 시작하자 마녀가 절망했다.
아무리 마녀가 가진 최강의 흑마법이라 할지라도.
항마의 화신을 이길 수는 없었다.
거기에 처용과 싸우며 마기를 많이 써 버렸고 치명상까지 입은 상태.
마녀가 악을 쓰며 계속 발악했지만, 점점 힘이 빠지고 있었다.
결국, 화신체의 손바닥에 가로막힌 검은 화염들이 점점 역류했다.
“꺄아아아-!”
마기가 완전히 바닥났는지 검은 화염이 전부 사라졌다.
화신체의 성능이 온전했다면 공격을 완벽하게 반사하여 그녀를 끝장냈을 테지만.
아쉽게도 마녀의 흑마법을 완전히 파훼한 시점에서 화신체가 사라졌다.
처용은 입에 물었던 검을 다시 양손으로 쥐고 검기를 끌어올렸다.
마녀는 힘이 완전히 바닥난 듯 나무에 기댄 채 쓰러졌다.
마녀에게는 이제 저항할 수단은 남지 않았을 것이다.
‘확실하게 죽여야 한다!’
처용 역시 더 신력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신력과 레벨을 완전히 복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항마의 화신을 사용한 것으로도 무리한 상태였다.
그렇다 해도 항마의 화신을 사용한 이유는 마녀를 죽일 완벽한 기회를 잡기 위해서였다.
시퍼렇게 검기가 오른 처용의 검이 마녀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악연을 끝내자 마녀!’
마녀의 무방비하게 드러난 목에.
“해치웠-!”
처용이 내지른 칼날이 닿았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