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화
S급 마인 학살의 마녀.
마인들 중 사람들을 가장 많이 죽였다 하여 붙여진 그녀의 이명이었다.
회귀 전, 수호신 처용을 가장 성가시게 했었던 마인 중 하나이자.
지구 멸망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최악의 적이었다.
과거로 돌아온 지금.
마녀는 이제 막 A급에 도달한 듯 보였다.
웬만한 A급 마인은 신력을 회복한 처용이 상대할 수 있었지만.
그 마인이 학살의 마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일단, 그 멍청이 좀 넘겨줄래?”
마녀가 손가락으로 처용 앞에 엎어져 있는 마인을 가리켰다.
동시에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순순히 잡혀주면 음…… 제물로 써줄게.”
“누구 마음대로! 플레임 월!”
현아가 마녀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화염 장벽을 세웠지만.
“흐음? 그딴 걸 마법이라고 쓰니?”
-딱!
마녀가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을 튕기자.
암녹색의 칙칙한 불꽃들이 솟아나 화염 장벽을 집어삼켰다.
“땔감 줘서 고마워. 덕분에 독염이 많이 커졌네?”
마녀가 말하는 독염.
처용과 레벨의 차이 때문에 전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나마 확인할 수 있었던 마녀의 스킬 중 하나인 플레임 베놈일 것이다.
화염 마법과 독 마법을 강력한 저주로 묶은 마녀의 독창적인 마법이었다.
화염이 타오름과 동시에 강력한 맹독 가스를 유발하는 악독한 마법이었다.
“실드! -흡!”
현아가 급하게 마나 실드를 전개하며 방어를 해봤지만.
C급 헌터가 막을 수 있는 수준의 마법이 아니었다.
“어흑.”
“콜록!”
현아를 시작으로 태민과 새내기들까지.
맹독 가스에 노출된 일행들이 주저앉았다.
처용이 유일하게 버티고 있었지만.
선인의 육체를 뚫고 독을 품은 열기가 점점 침투하고 있었다.
‘마녀는 마녀, 확실히 강하네.’
마녀가 말한 것을 생각해보면.
놈들은 헌터들을 잡아다가 무언가를 할 목적이었다.
그리고, 그건 마수와 깊은 관련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처용은 진지하게 마녀와 싸웠을 때의 승산을 계산해 보았다.
높은 확률로 이길 수는 있었다.
신력을 회복하고 되찾은 강력한 권능이 있었으니까.
처용에게 있어 비장의 카드라고 할 수 있는 능력.
하지만, 최대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마인들을 노린다는 계획에 맞지 않는다.
‘이미 계획은 틀어졌다!’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튜토리얼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미래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거기에 학살의 마녀까지 나타난 상황.
더는 몸을 숨기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신력은 웬만하면 안 쓰려고 했는데…….’
이제 새싹 상태인 김정훈이 허무하게 죽는 것은 좋지 않았다.
일행들이 모두 잡혀서 마인들의 목적이 완수되는 것도 막아야 했다.
‘그리고…… 지금 저 여자를 죽이면…… 학살의 마녀는 사라진다!’
결정적으로 지금 여기서 학살의 마녀를 죽일 기회가 생겼다.
그녀를 죽인다면, 미래에 나타날 최악의 적 중 하나가 없어지는 셈이었다.
“어쩔 수 없네.”
결심을 마친 처용이 신력을 끌어올렸다.
처용을 중심으로 뻗어 나가는 황금빛 기운들이 주저앉은 일행들에게 닿았다.
이들이 잡히는 것, 특히 김정훈을 잃는 것은 최악이다.
거기에 협회를 살리는 계획을 위해서라도 이 사람들은 구해야 했다.
처용은 되찾은 수호신의 권능 중 하나를 일행들에게 걸어주었다.
[수호신의 가호]
[수호 대상에게 보호막을 두르고 이로운 버프를 겁니다.]
[수호 대상에게 접근하는 디버프를 차단합니다.]
-수호신의 최대 생명력 10% 수치만큼 보호막을 부여
-모든 스텟 10% 증가
퍼져 나간 황금빛 신력들이 일행들을 감싸고 외부에 코팅되며 보호막을 형성했다.
일행들을 괴롭히던 맹독 가스가 차단되자 하나, 둘 정신이 들었다.
“으…… 도대체 무슨?”
나름 B급 헌터인 태민을 시작으로 하나, 둘 일어나는 일행들.
“지금부터 살고 싶다면…….”
처용이 일행들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가 하는 말 잘 들으세요.”
일행들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인식했다.
처용이 자신들을 살려 주었다는 것.
“후, 저희가 뭘 어떻게 하면 될까요?”
상황을 파악한 현아가 처용에게 물었고 처용은 작게 웃음을 보였다.
본인이 처한 상황과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제가 신호하면 오른쪽에 있는 C급 마인을 집중공격하세요.”
“현아 외에는 새내기들이고 저는 비전투 클래스입니다. 그리고 저 마인은…….”
태민이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제가 잘못 보고 있는 게 아니라면 1급 위험인물로 지정된 마인입니다.”
“마녀…… 체포에 나섰던 A급 헌터까지 살해당했었죠…….”
태민의 말에 현아가 심각하게 답했다.
학살의 마녀는 지금 시기에서도 마녀라는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마녀는 걱정하지 마시고 C급 마인 하나만 확실하게 처리하세요.”
처용이 앞으로 나서며 녹색 불길 앞에 섰다.
“마녀는 오늘…….”
처용이 녹색 불길 너머 마녀를 노려보며 낮고 강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내 손에 죽을 거니까.”
처용의 말에 일행들이 잠시 멍했다.
“설마, 혼자서 마녀를 상대하실 생각은 아니시죠?”
이번만큼은 처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현아가 처용에게 물었다.
“처용 씨가 강하다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마녀는 차원이 달라요! 거기에 힐러시잖-.”
“현아 씨.”
처용이 현아의 말을 자르고 그녀를 불렀다.
“사실 저 힐러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정훈 씨한테도 힐을 쓰셨는데, 그리고 저희한테도.”
현아는 처용의 말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마녀의 마법인 독염에서 벗어나게 해준 처용의 스킬도 힐러의 능력일 것이다.
그런데, 본인이 힐러가 아니라고?
“힐을 쓰시는데 어떻게 힐러가 아닐 수 있습니까?”
처용의 말을 믿지 못하는 건 태민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클래스는 타인을 회복시키는 힐링 스킬을 사용하거나 배울 수 없다.
힐링은 오직 힐러 클래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과도 같았으니까.
간혹 탱커 헌터들 중에는 상처를 자가 회복하는 스킬을 가진 이도 있긴 했었지만.
자가 회복하는 ‘재생’과 대상을 회복시키는 ‘힐링’ 스킬은 엄연히 구분된다.
재생력과 방어력에 특화된 성기사 클래스 역시 마찬가지.
그들은 회복력과 방어력을 ‘강화하는 버프’를 쓰지만.
이들 역시 서로 간 시너지를 높이는 ‘버프’ 스킬이지 대상을 회복시키는 힐링과는 다르다.
처용은 그들의 말에 굳이 대답하지 않고 신력을 끌어올렸다.
‘신력, 특히 선술을 회복한 게 천만다행이군.’
처용은 신력을 회복하면서 되찾은 강력한 선술 중 하나를 사용했다.
[자연부(自然符)]
[속성과 환경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강력한 술법 중 하나.]
[신력을 정교하게 다듬어 형성한 부적에 속성 마나의 힘을 담아 다양한 이적을 발휘합니다.]
[선인의 육체가 강해질수록 능력이 더 강해집니다.]
-사용 가능한 술법 : 화염부, 낙뢰부, 빙결부, 제압부, ■■■, ■■■…….
-최대 사용 개수 : 5
자연부는 여래가 창안한 권능으로 처용에게 그가 직접 가르쳐 준 능력이었다.
모든 속성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여러 유용한 능력을 지닌 권능이었지만.
시간 회귀의 부작용을 피하지 못했는지 완전하게 되찾지는 못했다.
다양한 능력을 지닌 술법은 일부가 사라지고 4개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100여 장 이상 만들어낼 수 있었던 술법의 개수가 5개로 크게 줄어들어 있었다.
“고작 5장뿐이라니…….”
처용의 손에 신력들이 모여 새하얀 부적을 형성했다.
거기에 푸른 문자가 새겨지며 5장의 부적이 만들어졌다.
얼음 속성의 힘이 담긴 ‘빙결부’였다.
그리고, 마법사인 현아는 그 부적 안에 응축된 얼음 속성의 힘을 느끼고 경악했다.
“마법? 어떻게?”
아니, 마법 클래스 헌터의 스킬과는 무언가 달랐다.
힐러 계열 중 하나인 사제 클래스의 신성 마법도 아니었다.
마법사로서의 마법을 느끼는 감각이라고 해야 할까?
“힐러가 아니라면 도대체?”
힐링을 사용할 수 있는 전투 클래스의 존재에 단 하나의 예외가 있긴 했었다.
교단의 S급 헌터 ‘성자’
그의 이명과 같은 ‘성자’ 클래스는 성기사와 사제가 합쳐진.
세상의 단 하나뿐인 ‘특별한’ 클래스였으니까.
만약 처용의 말이 사실이라면?
“에픽…… 클래스?”
현아는 본인이 말을 해 놓고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바로 옆에 있던 태민도 현아의 말을 듣고 눈이 크게 뜨였다.
가장 특별한 클래스들이 가지는 유일한 공통점은.
그들의 종착점이 헌터들 중 가장 드높은 자리인 S급 헌터라는 것.
한처용은 S급 헌터의 자격과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아의 말을 들은 처용이 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일행들을 등지고 있기에 그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를 ’신관‘으로 오해했구나.’
[계승자인 네놈이 고작 병사들의 리더와 같겠느냐?]
미륵의 말대로 처용은 에픽 클래스가 아니었지만.
굳이 일행들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반격의 준비를 마친 처용이 일행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C급 마인의 공격으로는 그 방어막 절대로 안 깨지니까 그냥 싸우세요. 살고 싶다면.”
“……어쩔 수 없는 것 같군요.”
태민이 처용의 제안을 수긍했고 다른 일행들도 동의했다.
처용은 에픽 클래스를 가진 헌터.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처용의 말을 듣는 거 외에는 없었으니까.
“처용 헌터님, 창이라도…….”
정훈이 처용에게 창을 내밀었지만, 처용은 거절했다.
모든 전력을 드러내기로 마음먹은 이상.
마녀와의 싸움에서 주 무기가 아닌 창은 되레 방해였다.
그리고, 무기가 없으면 적들에게 빼앗은 방법도 있다.
“그럼 시작하죠.”
처용의 말에 일행들이 각오를 다졌다.
이제 반격을 할 시간이었다.
***
“흐음? 저게 뭐지?”
마녀는 독염 안쪽에 피어오르는 황금빛 기운을 보며 의문을 표했다.
“생각보다 오래 버티네? 산채로 잡아가야 쓸 만한데.”
A급 헌터조차 버티기 힘든 것이 자신의 흑마법이었다.
그런데 저 황금빛이 일렁이며 독염을 막아내고 있었다.
“꼴에 협회 간부라고 소모성 아티팩트라도 있었나 보네?”
마녀는 일행 중 유일한 B급 헌터 태민을 의심했다.
비전투 클래스라 해도 간부는 간부.
본인의 능력으로는 막을 수 없으니 무언가 방법을 사용한 것 같았다.
“얼마나 버티나 볼까?”
마녀가 다른 마법으로 한 번 더 공격하려 할 때.
“빙결부-설녀의 숨결!”
독염들 사이로 무언가의 외침과 함께 3장의 하얀 부적이 날아왔다.
강력한 냉기가 독염을 덮쳐들더니 순식간에 얼려버리고 가루로 만들어 부서트렸다.
예상외의 상황에 마녀와 마인들이 뒤로 물러났지만.
마녀와 그녀의 오른쪽에 있던 마인에게 부적이 1장씩 추가로 날아왔다.
“블링크.”
방금 독염을 없애버린 부적의 위력을 경계한 마녀는 짧은 거리를 도약하는 마법으로 피해냈지만.
-쩌저적.
옆에 있던 전사 클래스의 C급 마인은 피해내지 못했다.
순식간에 얼음 동상이 되어버린 C급 마인.
빠르게 뛰쳐나온 처용이 방해된다는 듯 얼어버린 마인을 쳐내 부수고 놈이 차고 있던 검을 빼앗았다.
‘딱 쓸 만한 정도네.’
빼앗은 검을 왼손에 들고 그대로 마녀에게 돌진해 나갔다.
오른손 주먹에 미리 충전해둔 충전 강타를 내질렀다.
“다크 아머드 실드.”
달려오는 처용을 경계한 마녀가 마기로 만들어진 실드를 전방에 펼쳤다.
-쾅! -쩌적!
“뭐?”
실금만 갔을 뿐, 부서지지는 않았기에 피해는 없었지만.
다른 누구도 아니고 무려 A급 마인인 자신이 펼친 실드였다.
고작 주먹질에 실금이 번졌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실드의 강도는 이정도인가?’
처용은 실드를 파괴하고 마녀에게 데미지를 줄 생각이 없었다.
그저 충전 강타의 위력을 그대로 실어 마녀를 뒤로 밀어낼 뿐이었다.
마녀는 실드가 파괴된 것이 아니기에 무사했지만.
처용의 힘에 뒤로 쭉 밀려났다.
“뭐야 이건?”
마녀가 갑자기 튀어나온 처용과 이 상황에 의문을 품을 때.
“지금입니다!”
다른 일행들이 마녀와 떨어진 C급 마인에게 달려들었다.
아무리 마인이라고 해도 다수가 덤비는 데다가 처용의 권능으로 보호까지 받고 있었으니.
마인에게 승산은 적을 것이었다.
“이 벌레들이 감히 내 앞에서?”
마녀가 C급 마인에게 합류하려 했지만.
“어딜 가려고?”
처용이 마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 너 혼자서? 나를? 미쳤구나?”
마녀는 자신을 가로막은 처용을 보며 코웃음을 쳤지만.
처용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빛 오라를 보자 표정이 굳어졌다.
“너…….”
미리 파악했었던 협회 직원 중 두 명은 지금 부하 마인과 싸우고 있었다.
그렇다면 앞에 있는 이놈은 도대체 누구인가?
지금 다수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부하 마인의 공격이 황금빛 보호막에 막히는 상황이었다.
그 황금빛 보호막의 주인이 눈앞에 있는 정체불명의 녀석이었고.
심지어 독염을 날려 버렸던 강력한 얼음 속성 마법의 기운도 황금빛 오라와 같은 기운이었다.
거기에 놈이 단순히 내지른 주먹질로 실드에 금이 갔다.
“너…… 누구야?”
“이 상황에 자기소개하는 병신이 어딨겠냐?”
처용이 차가운 조소를 머금자 마녀의 표정이 점점 험악해졌다.
“……너 그림자구나.”
“…….”
마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처용에게 의문이 떠올랐다.
“이 버러지 같은 쥐새끼들이! 이제는 튜토리얼까지 기어들어 와서 우리를, 나를 방해해!?”
침착하던 마녀가 돌연 분노를 쏟아냈다.
마녀가 분노하며 내뱉은 말 덕분에 처용은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마녀가 말하는 그림자, 그리고 그녀가 분노하는 이유.
‘섀도우 헌터로 착각한 건가?’
섀도우 헌터, 혹은 그림자들이라 불리는 헌터들.
정확히는 ‘섀도우 어벤져’라는 길드의 헌터들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마인을 사냥하는 정체불명의 비밀집단으로 처용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회귀 전, 섀도우 헌터들의 수장과 한 번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그와 대화를 길게 나눈 것도 아니었고.
지구가 멸망할 때, 그들 전부가 전멸했기에 깊게 아는 것이 없었다.
마인을 사냥한다는 점에서 좋은 이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이들이 마인을 사냥하는 것에 뒤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변의 피해, 인질로 잡힌 민간인, 혹은 동료와 자신의 목숨까지 고려하지 않는다.
지금의 처용과 목표가 같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자폭 아티팩트를 몸에 두르고 마인들에게 돌진하며.
‘그림자들이여 영원하라!’라고 외치는 미친놈들과 같은 취급은 사양이었다.
놈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정체도 모르니, 접선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들이었다.
“맞구나, 그림자 새끼!”
눈앞의 마녀는 처용을 섀도우 헌터로 완전히 착각한 모양이었다.
처용은 굳이 마녀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알아서 오해를 해주는데 굳이 말릴 필요는 없었으니까.
“다크 플레임 붐!”
처용의 앞으로 시커먼 불덩이들이 날아왔다.
처용은 자세를 낮추고 뒷발에 힘을 가득 주었다.
불덩이가 처용의 지척에 다가왔을 때.
-딱!-콰콰콰쾅!
마녀가 손가락을 튕겼고 불덩이들이 일제히 폭발을 일으켰다.
처용이 화마에 휩싸여 없어지듯 보였으나 폭발 직전 앞으로 빠르게 뛰쳐나온 상태였다.
“어쭈 피해?”
마녀는 검을 뽑아 접근해오는 처용에게 카운터를 먹일 생각으로 다음 마법을 영창했다.
‘어차피 실드를 부수지는 못해!’
처용이 내지른 주먹도 실드에 금만 갔을 뿐, 파괴하지 못했었다.
“다크니스 디펜시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더욱 견고하고 단단한 실드를 중첩해 전개했다.
녀석이 검을 쓴다고 해도.
절대로 자신의 실드를 못 부순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공격은 실드에 막힐 것이고 준비한 마법으로 역공을 가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라고 생각할 거야. 마녀.’
마치, 마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처용은 검을 오른손으로 쥐고 왼손의 주먹을 힘껏 쥐었다.
푸른 마나의 증기가 피어오르는 처용의 주먹이 실드를 가격했다.
-콰쾅! -쩌저쩍!
거대한 바위가 내려친 듯 굉음이 울려옴과 동시에.
“이게 무슨!”
좀 전과는 다르게 실드에 금만 간 게 아닌, 실드가 반파되며 절반이 무너져 내렸다.
심지어 전보다 더욱 강력한 실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당황한 마녀가 실드에 마기를 더하며 급하게 복구하려 할 때.
처용이 몸을 왼쪽으로 회전하며 오른발로 옆차기를 가함과 동시에.
왼발의 돌려차기가 실드에 작렬했다.
-콰콰쾅! -파차창!
“이런 미친!”
순식간에 실드가 걸레짝이 되어 무너져 내렸다.
처용은 왼손 주먹과 다리에 충전 강타만이 아닌 지진의 일격을 섞어 파괴력을 높였다.
한 방만으로도 금강역사의 머리통이 부서질 정도의 위력이다.
그런 공격을 세 번 연속으로 때려 박았으니, 실드가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처용의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우웅!
처용의 검에 시퍼런 검기가 일렁였다.
돌려차기로 생긴 몸의 회전력을 실어 오른손의 검을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서거걱! -촤아
마녀는 실드가 완전히 반파되는 순간 뒤로 빠지려 했었지만.
처용의 연속기가 한 발 더 빨랐다.
“꺄악! -블링크!”
물러나면서도 검을 막으려 급하게 실드를 전개했지만.
처용의 검기가 실린 검을 완전히 막아낼 수 없었다.
블링크로 거리를 벌린 마녀에게 왼쪽 어깨부터 명치까지 이어지는 검상이 생겨 버렸다.
‘보통 로브가 아니네? 적어도 B급 상위 아티팩트.’
방어 아티팩트인 그녀의 로브가 아니었으면 상처는 더 컸을 것이다.
“이 개새끼가!”
마녀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고 더는 방심하지 않겠다는 듯 무시무시한 마기를 뿜어내었다.
‘쉽게 이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마녀는 호락호락 당해주지 않았다.
‘신력은 최대한 아껴야 한다.’
분노를 불태우는 마녀와 대치하는 처용은 오히려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일행들에게 걸어준 보호막은 길어야 10분이다.
그 안에 C급 마인을 처리해준다면 좋겠지만.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마녀가 이제 막 A급에 도달했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마녀는 처용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반면에, 처용은 마녀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스킬, 전투 방식, 성격 등
회귀 전 그녀와 수십 번도 더 부딪혔었으니까.
처용은 분노하는 마녀를 향해 잔혹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반드시…… 죽여주마!”
다시 시작하는 미래에서는 마녀가 설 자리를 완전히 없애 버리겠다고.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반드시!’
다시 한 번 강하게 다짐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