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화
“……스승님!”
처용이 괴성과 함께 허우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적으로 쏠렸다.
“쯧쯧쯧……, 대낮에 악몽이라도 꾸었나, 젊은이?”
근처에 있던 노인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악몽이라고?”
면접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철역에서 표를 끊고,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붙이던 짧은 머리의 청년.
면접 결과가 좋지는 않았기에 진이 빠지고 피로해 보였지만, 강인한 인상을 지닌 앳된 얼굴.
처용을 중심으로 과거로 거슬러 가던 공간이 멈추었을 때.
마지막으로 봤던 처용 자신의 모습이었다.
-아주 반가운 소식입니다. 한국의 S급 헌터 ‘커맨더’가 이끄는 공략팀이 한 명의 사상자도 내지 않고…….
전철역 중앙에 걸려 있는 대형 스크린에서 보도되는 뉴스.
혼란스러운 와중 손에 잡혀있는 핸드폰의 화면이 보였다.
2020년 4월 12일.
악신들의 침공을 막아내지 못하고 지구가 멸망하기 약 10년 전 날짜.
그리고, 처용이 자폭하여 죽기 30여 년 전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처용은 이 모든 상황이 꿈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동시에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몸 내부에서 마나와 신력의 기운들이 분명하게 느껴졌으니까.
이 시점에서 처용은 아직 각성 전이었다.
그럼에도 이렇다는 것은…….
“스테이터스.”
처용이 주변에 들리지 않게 조용히 읊조리자.
꿈이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가 나타났다.
[이름 : 한처용]
[레벨 : 497 -> 34]
[칭호 : 반신]
[클래스 : 계승자]
[생명력 : 106850 -> 2140]
[마나 : 65840 -> 1240]
[근력 : 2580 -> 82]
[민첩 : 1960 -> 68]
[체력 : 4120 -> 136]
[마력 : 2260 -> 74]
[신력 : 1000 -> 20]
[권능 : 선인의 육체, 자비의 손길……]
[패시브 스킬 : ■■■……]
[액티브 스킬 : ■■■……]
[프로젝트 새로운 여명의 영향으로 신력이 다수 소실되었습니다.]
[현재 수호신의 격이 손상되어 권능의 사용이 제한됩니다.]
“뭔……?”
그 정체불명의 공간에 갇혀 고문과도 같은 고통을 당할 때.
시스템의 음성으로 레벨과 능력들이 하락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실제로 고통과 동시에 힘이 깎여 나가는 것을 느끼긴 했다.
“……스킬이 전부 사라졌다고?”
다른 헌터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드높았던 레벨이 34, 하급 헌터 수준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수호신으로서 지녔던 권능과 수련을 통해 얻은 스킬들도 사라졌다.
계승자로서 대신들에게 받은 권능을 제외하고…….
천 단위를 돌파했던 자신의 모든 능력치 역시 백 단위로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스텟만은 하급 헌터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이긴 하지만…….
‘시간 역행의 대가…… 같은 건가?’
악신들을 사냥했었던 강력한 힘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신력은 고작 한, 두 번 쓸 정도인가?’
가장 크게 피해를 본 스텟은 신력이었다.
권능을 발현시켜주는 가장 중요한 스텟이자 근원.
이게 고작 2% 남아 있었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할 수도 없고, 하…….”
아직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다.
“젠장…….”
이것이 꿈인지, 정말 과거로 돌아온 것인지 잘 모르겠다.
처용은 그 이상한 공간에서 들려온 여래의 말을 다시 상기해 봤다.
아직 한 줄기 희망이 남아있다.
세계의 목숨이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
이런 선택을 해야 했던 스승을 용서하지 말라.
미안하다. 라는 말…… 그리고.
- 모든 것은 너에게 달렸다.
여래가 모종의 방법을 써서 자신을 세계가 종말을 맞이하기 전으로 돌려보내 준 것인가?
처용은 가설을 세워 봤지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스승님이 대신이라 해도, 시간을 역행시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여래에게 이런 능력이 있었다면, 세계가 종말을 맞이하지 않았을 테니까.
악의 종주조차 세계 전체의 시간을 되감아 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민해 봐야 답은 모른다.’
처용은 더 고민하기를 포기하고 현실을 보기로 했다.
원인은 몰라도 자신이 과거로 돌아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절대로, 이 기회를 절대로 헛되이 하지 않겠습니다.’
이것이 기적과 같이 주어진 두 번째 기회라는 것이다.
동시에 최후의 순간 자신을 조롱하던 배신자들의 면상이 떠올랐다.
분노와 증오에 몸부림칠 정도로 추악했던 그들의 배신.
반드시 복수해야 할 이들의 얼굴과 이름들이 머릿속에 나열되었다.
“특히 아레스 이 개새끼는 절대로 쉽게 죽이지 않겠다.”
가장 죽여 버리고 싶은 증오스러운 얼굴들을 떠올리며 이를 아득바득 갈아댔다.
기적처럼 얻은 두 번째 기회이니 절대로 자신이 겪은 절망적인 미래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을 것이다.
과거로 돌아온 지금 시기에는.
그들이 아직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그대로 두면 분명 미래와 같은 최악의 짓거리가 반복될 것이다.
비극을 두 번 맞이할 바엔 차라리 자신의 손을 피로 물들일 것이다.
‘보살님이 아시면 싫어하시겠군.’
처용이 모시는 성좌, 세 명의 부처 중 하나인 자비의 대신.
처용의 스승인 여래의 스승이자 인간으로서 최초로 대신의 좌에 오른 신.
지구가 멸망하고 가족을 잃은 처용에게 어머니가 되어준 이.
그런 그녀가 배신자들의 함정으로 무참히 살해당했다.
아픔과 슬픔을 지닌 이들에게 따뜻한 빛이 되어주던 자비의 대신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죄송합니다. 보살님.’
선한 마음을 가지고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부처가 되라는 가르침.
‘이번에는 수호자가 아닌.’
수호신 한처용은 실패했고, 죽었다.
‘배신자들을 말살시키는 수라가 될 것입니다.’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적을 멸절시키는 학살자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반드시!
절망적인 미래를 막으리라.
‘비록 이번 생에서 보살님에게 미움을 받는다고 해도.’
배신자들이 자신의 소중한 이들을 죽이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자신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
‘그 개새끼들은 용서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고한 이들이 죽는다고 해도 절대로 망설이지 않으리라.
‘후, 일단 잃어버린 힘을 복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처용은 복수에 불타오르는 머리와 마음을 차갑게 식히고 다시 현실을 마주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배신자들의 있는 장소로 쳐들어가 놈들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일부 녀석들을 제외하고는 지금 이 시간대에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알고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무리였다.
아레스만 봐도 태생부터 신격을 지니고 태어난 신.
현재 약해진 상태의 처용이 신계로 쳐들어가서 싸운다고 해도 이길 수 없었다.
‘힘을 회복하고 기회가 되는 대로 하나하나 사냥해 주마.’
전부는 아니라고 해도 미래에 일어날 굵직한 일들을 알고 있었다.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해가며 미래를 유리하게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으니까.
그때,
-쿠구구구구-
돌연 불길한 소음과 함께 딛고 있던 바닥이 갈라지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가는 전철역.
잠시 당황한 처용은 자신이 각성하기 전에 죽을 위기에 처했던 중요한 사건이 기억났다.
시간 역행이라는 너무 충격적인 경험 때문인지 중요했던 사건인데도 바로 기억하지 못했다.
‘청량리역 게이트 테러 사건!’
갑작스럽게 전철역이 붕괴하며 사람들이 많이 죽거나 다쳤었다.
추후, 헌터 협회에서 이 사건을 정밀하게 파악한 결과.
마인들이 모종의 실험을 했던 것으로 밝혀진 유명한 사건이었다.
당시 처용은 지하에 매몰된 상태로 하루를 꼬박 버티다가 구조되었었다.
“이런 멍청한! 시간이 되감길 때도 봤으면서 왜 바로 인지하지 못했지?”
처용은 자책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날카로운 굉음과 곧 무너질 듯한 흔들림이 계속되었다.
지하 쪽에서 게이트가 열리는 것이 느껴졌다.
마인들이 어떤 목적으로 이 테러를 일으키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악신의 병사들인 그들의 목적이 결코 좋을 리가 없었다.
‘막아야 한다!’
자신이 힘을 쓴다면 게이트를 강제로 닫아 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이런 젠장!”
하지만, 회귀의 영향 때문인지.
현재 처용은 반신이었을 때의 막강한 힘이 없었다.
거기에 대부분의 스킬들과 권능까지 사라진 상태였다.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했지만, 현재로서는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쿠구구구구-콰쾅!
게이트의 기운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동시에 건물이 아래부터 폭삭 주저앉기 시작했다.
* * *
“이런 망할!”
건물이 무너지고 떨어져 내린 잔해들을 치워내며 처용이 걸어 나왔다.
열리는 게이트를 막을 수는 없었고 무너져 내리는 건물에서 빠져나오기엔 늦었었다.
하지만, 아무리 위험한 상황임에도 처용은 무려 반신의 경지에 올랐던 헌터이다.
크게 무너지는 위험한 장소들을 피해 이동했기 때문에 다치지는 않았다.
“지하 1층인가?”
외부에서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지하였기에 어두웠다.
깜박거리는 비상구 표지판과 그나마 멀쩡한 형광 안내판만이 은은하게 주변을 밝혀주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 잔해 밑에서는 붉은 핏물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
‘하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는 악신의 병사들.
그들이 저지른 참사에 한숨이 나왔다.
“이런 짓거리를 저지른 이유가 있을 텐데.”
마인들 중에는 학살을 즐기는 악질 사이코들도 있었지만.
단순히 학살을 목적으로만 게이트를 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알아봐야 하나?”
지하 쪽에서 아직도 게이트의 마나가 느껴졌다.
마음 같아서는 게이트를 부수고 마인들을 죽이고 싶었다.
목적이 무엇이든 그들의 계획을 전부 좌절시킨다면.
지구가 멸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으니까.
다만, 바로 결정하기에는 처용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본래 힘의 5%도 미치지 못하겠는데?”
다시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 살펴본 처용의 인상이 확 구겨졌다.
크게 낮아진 스테이터스는 그렇다 치고 스킬들까지 전부 사라져 버린 상황.
자신이 도대체 얼마나 약해진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 상태로 고레벨의 상급 마인이라도 마주치면 위험할 것이다.
“일단은…….”
처용은 냉정하게 현 상황을 판단했다.
“상황 파악부터 하자, 놈들의 목적만 알아내도 나름 수확이니.”
처용은 게이트가 열린 지하층에 가 보기로 결정했다.
마인들이 지닌, 고유의 기운인 마기.
특히, 상급 마인이 지닌 강렬하고 불길한 마기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처용에게는 시스템에 등록된 스킬들 말고도 수십 년을 싸우며 얻은 경험과 기술들이 있었다.
“비상구 쪽이 그나마 멀쩡해서 다행이네.”
결정을 마친 처용은 게이트를 향해,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나아갔다.
발소리를 죽이고 감각을 날카롭게 끌어올렸다.
‘무기라도 있었으면…….’
당연히 무기가 있을 리 없다.
처용은 조용히 이동하면서 발밑에 떨어져 있는 무언가를 주워들었다.
30cm정도 길이의 부러진 이형 철근이었다.
처용은 비슷한 철근 2개를 더 주워 벨트와 바지 허리 클립 뒤쪽에 끼워 넣었다.
‘혹시 모르니까.’
철근과 적당한 길이로 끊어져 있는 전깃줄을 챙기고 이동하자 게이트가 가까워졌다.
-커허헉, 크헉
동시에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용이 자세를 낮추고 은밀하게 다가가자 말소리들이 들려왔다.
“이거이거~ 방금 놈보다 더 부실하네?”
검은 로브를 쓰고 있는 자가 누군가를 짓밟으며 조롱하고 있었다.
“에잇! 싱겁군, ‘옥죄는 숨결’!”
로브를 입은 자가 손에서 시커먼 기운을 내뿜었다.
“커-허…….”
짓밟혀 있던 남자는 목을 부여잡고 몸부림치다가 축 늘어졌다.
‘마인…….’
근처에서 상황을 지켜본 처용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로브를 쓴 놈이 손에서 내뿜은 기운은 분명 ‘마기’였다.
‘기운을 볼 때 C등급 정도인가?’
헌터와 몬스터를 가진 힘에 비례해 등급별로 분류하는 것처럼, 마인 또한 등급별로 나뉜다.
하지만, 같은 등급의 헌터와 마인을 비교했을 때 대부분 마인이 더 강하다.
일반 헌터가 동급의 마인을 상대하려면 2인 이상이거나, 상위 등급이어야 승산이 있었다.
‘통찰의 눈이 남아있어서 다행이군.’
[통찰의 눈]
[만물의 진리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미륵의 눈.]
[숨겨진 함정이나 은신, 바라본 대상의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대상과 힘의 격차가 큰 경우 정보에 제한이 생깁니다.]
처용의 성좌 중 하나인 관철의 대신 미륵.
통찰의 눈은 계승자인 처용에게 미륵이 내려준 자신의 권능이었다.
주시한 대상의 정보를 시스템을 통해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
통찰의 눈으로 살인을 저지른 마인을 주시하자 놈의 정보가 나타났다.
[이름 : 케빈 콕스]
[레벨 : 42]
[칭호 : C급 마인, 어둠의 가호]
[클래스 : 흑마법사]
[특징 : 마기를 받아 더 강하고 지독한 흑마법과 저주를 사용하는 직업입니다.]
[스킬 : 옥죄는 숨결, …….]
‘전형적인 마법사 클래스 마인이군.’
저주 스킬로 사람을 죽인 마인이 하나.
게이트 앞에서 무언가 수작을 부리는 마인이 둘.
세 명의 마인을 통찰의 눈으로 살펴본 결과, 모두 C급 마인이었다.
‘일단 정면 승부는 피한다.’
스킬이 사라지고 권능도 제약이 걸린 지금의 처용은.
싸울 수단이라곤 몸 하나와 오면서 주운 잡동사니뿐이었다.
아무리 하급 마인이라고 해도 정면 승부는 좋지 않았다.
“하, 아직 작업 다 안 끝났냐?”
처용이 마인들을 살피는 동안 케빈 콕스가 짜증을 담아 말했다.
“얼마 안 남았으니까 보채지 마라, 심심하면 더 놀든가! 어차피 목격자들 다 죽여야 돼.”
소리를 죽이고 어둠 속에 은신하고 있는 처용은 놈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시스템의 신기한 점 중 하나는 언어가 자동 번역이 된다는 것이었다.
아니, 번역이라기보다는 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해석된다고 해야 할까?
더 나아가 이종족의 언어까지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시스템의 보조 기능이었다.
“흐흐흐, 그럼 하나만 더 가지고 놀아 볼까?”
대화를 듣던 처용의 시선이 캐빈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 끝에는 놀랍게도 생존자들이 있었다.
운 좋게 이 재앙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불행하게도 마인들에게 잡혀있는 상황이었다.
두려움에 떨며 서로 뭉쳐 있는 생존자들에게 케빈이 잔혹하게 웃으며 다가갔다.
“마지막은 감미로운 비명으로 장식하는 게 좋겠지.”
케빈이 생존자 중 어린 여학생의 멱살을 잡아챘다.
“꺄아악!”
“안 돼! 윤아야!”
학생의 엄마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붙잡았지만, 캐빈의 발길질이 날아왔다.
“꺼져!”
마인이 내지른 발길질에 맞아 쓰러진 여성은 일어나지 못했다.
“엄마!”
“크크, 저 또라이 같은 사이코새끼.”
몸부림치는 윤아를 잡아끄는 케빈을 보고 게이트 앞에 있는 마인들이 비웃었다.
동시에 처용이 케빈의 뒤를 밟으며 은밀하게 따라갔다.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자 캐빈이 윤아를 내던졌다.
“자, 즐거운 비명을 질러-흡?”
어떤 고통을 줄지 기대감으로 가득했던 캐빈의 목이 틀어막혔다.
캐빈의 뒤를 따라왔던 처용은 놈이 완전히 방심하고 있는 순간.
전깃줄로 만든 올가미를 목에 걸어 조이고 소리를 강제로 차단했다.
동시에 머리를 잡아채 뒤로 들어 올리고 목과 턱 사이에 날카로운 철근을 쑤셔 박았다.
-커컥……커…….
철근이 부드러운 살갗을 찢어내며 머릿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뇌까지 파고들 정도로 강하게 박혔기에 죽을 확률이 높았지만.
-우드득!-주르르…….
처용은 철근을 쥔 오른손을 좌측으로 꺾어 비틀었다.
흉측하게 벌어진 상처에서 피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처용은 통찰의 눈으로 놈이 죽었는지 다시 확인했다.
아무리 하급 마인이라고 해도.
완벽하게 죽이기 전까지 방심할 수 없는 상대가 마인이었으니까.
죽은 것을 확인하자 목에 박아 넣은 철근을 뽑지 않고 시체를 천천히 내렸다.
그리고, 충격적인 장면에 입을 틀어막고 주저앉아 있는 윤아와 눈이 마주쳤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