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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원 상점-73화 (73/240)

73화

정도현은 남은 척살대 대원들도 모조리 처리했다. 그의 주변에 시체들이 즐비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도합 2레벨밖에 못 올렸다.

그는 아쉬움에 입맛을 쩝 다셨다.

템빨로 찍어 누른 탓에 경험치가 조금밖에 안 들어왔다.

“마력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강화한 장비 템을 꺼내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검기를 오래 유지하려면 마력량을 더 키워야 한다.

하지만 마력량을 늘리는 패시브 스킬들은 주로 마법을 쓰는 직업군들만 익힐 수 있었다.

1원 상점에서 파는 스킬북도 공용 스킬북과 특정 직업군만 배울 수 있는 전용 스킬북으로 나뉘어 있다.

그러니 정도현은 구매하더라도 쓸 수가 없었다.

“누가 보냈는지 확인해 볼까.”

그는 부활 아이템으로 척살대 대장을 살려 냈다. 잠시 뒤, 사냥개가 눈을 떴다.

“흐, 흐아아악!”

사냥개는 악몽이라도 꾼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숨을 헐떡이던 그는 가슴팍을 만져 보곤 겨우 안도했다.

칼에 찔렸던 게 꿈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야.”

“…흐아악!?”

정도현이 등 뒤에서 말을 걸자 겨우 진정했던 사냥개가 꽥 비명을 질렀다.

그는 마치 괴물 보듯 정도현을 쳐다봤다.

“뭐, 뭐야! 씨발, 이게 뭔… 너 대체 정체가 뭐냐고!”

뻐억-!

정도현은 설명 대신 주먹으로 놈의 얼굴을 어루만져 줬다.

뜨거운 코피가 줄줄 흐르자 사냥개도 공손해졌다.

정도현은 그에게 충성하란 소원을 빈 뒤 심문을 개시했다.

“서찬희?”

“…예, 스미스 공방의 마이스터 ‘서광원’의 장남인데 모르십니까?”

“전혀. 엮인 적도 없었고.”

“그, 그러십니까?”

듣도 보도 못한 녀석이 척살대를 보냈다.

화가 난다기보단 서찬희가 이러는 이유가 더 궁금했다.

하지만 사냥개도 그냥 처리하고 오라는 의뢰만 받았을 뿐, 녀석의 동기까진 몰랐다.

‘모르면 물어봐야지.’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서찬희는 가만히 있던 그를 건드렸다.

그럼 이쪽도 받은 만큼 되돌려 주면 된다.

겸사겸사 자길 노린 이유도 물어보고.

“그놈에 대해 아는 거 전부 불어.”

“서찬희는 75레벨 전투계 플레이어입니다.”

“플레이어라고?”

“예, 열등반이긴 했어도 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고 들었습니다.”

집안도 괜찮고 나름대로 재능도 있나 보다. 그런 녀석이 왜 작정하고 날 죽이려 들었을까.

“그밖에 다른 건?”

“아무래도 집안에 돈이 많다 보니… 술은 기본에 마약도 종종 하고, 여자들 옆에 끼고 노는 걸 즐긴다 들었습니다. 약혼자도 버젓이 있는데 말이죠.”

“약혼자?”

“예, 조원호 회장의 손녀딸이요. 아, 혹시 광명 기업도 모르십니까?”

“조원호 회장이면… 조세아?”

“예, 그 둘이 약혼한 사이입니다. 흔히 말하는 정략혼이죠.”

그 말에 정도현은 얼추 감이 왔다.

갑자기 왜 시비 거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조세아와 만나서 시간을 보낸 걸 알았나 보다.

솔직히 좀 어이가 없었다.

고작 하루. 아니, 몇 시간 어울려 준 게 다인데 그걸로 죽이려 들다니.

“그놈, 평소에도 너희한테 이런 짓 자주 시켰냐?”

“예? 아, 예. 저희 길드 큰손이십니다.”

타인의 목숨을 대체 뭐라고 여기는 걸까.

단순히 철부지였던 조세아와 달리 그 녀석은 천성부터가 완전히 글러 먹었다.

좋게 좋게 말해서 알아먹을 놈이 아니다.

“스미스 공방이라 했었지? 광명 기업이나 파도 길드랑 비교하면 어느 정도냐?”

“규모 자체는 그렇게 안 큽니다. 무기랑 방어구만 제작해서 길드에 납품하는 곳인데…….”

즉, 기술자들이 모인 조합에 가까웠다.

길드 자체의 무력은 별 볼 일 없단 뜻. 그렇다고 마냥 무시할 순 없었다.

수입만 놓고 비교하면 파도 길드 같은 3대 길드와 비교해도 크게 꿀리지 않았으니까.

“D구역에서 가장 잘나가는 공방입니다. 실력 있는 플레이어들은 거기서 장비 템을 구매하죠.”

특히 마이스터 서광원이 직접 제작한 아이템들은 쟁쟁한 길드의 수장이나 간부들이 앞다투어 구매하려 들 정도였다.

소문으로는 기본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한다.

서광원은 뛰어난 손재주 덕에 힘 있는 길드들과 유착 관계를 맺었다.

그런 인물의 아들이다.

‘이거 잘못 건들면 역풍을 맞겠어.’

척살대를 고용했다고 밝힌들 녀석이 순순히 인정할까?

아니, 역으로 정도현을 몰아세울 거다.

아버지와 동맹 관계인 길드들이 있으니 놈은 두려울 게 없겠지.

반면에 정도현을 도와줄 만한 사람은 끽해야 강민겸 지부장뿐.

‘정면 대결로는 못 이긴다.’

은밀하고 빠르게 서찬희만 족쳐야 한다.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정도현은 잠시 고민하다 사냥개를 쳐다봤다.

“야, 너 서찬희 따로 불러낼 수 있겠냐?”

“예? 그게 무슨…….”

“할 수 있어, 없어?”

“그, 그게…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늘 대리인만 보내서 서찬희랑 만난 적은 없습니다.”

하긴, 음지의 레드 플레이어들을 고용해 사람을 여럿 죽여 댔다고 하니 들키면 놈도 곤란하겠지.

정도현은 서찬희를 한 번 죽인 뒤 되살리고 싶었다.

한은성 팀장을 처리했던 것처럼.

그러려면 일단 놈을 한적한 장소로 불러내야 한다. 하지만 녀석을 꾀어 낼 방법이 없었다.

정도현의 심기가 불편해 보이자 사냥개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씨발, 이거 까닥하면 뒈질 것 같은데?’

속된 말로 자길 죽이려 덤빈 놈을 왜 살려 두겠는가.

사냥개는 직감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정도현 손에 죽는다고.

그의 추측은 정확했다.

정도현은 사냥개한테 더 이상 이용 가치가 없으면 그냥 죽이고 경험치라도 좀 더 챙길 생각이었다.

그가 살아남으려면 정도현한테 쓸모가 있단 걸 보여야 한다.

“녀석은 술이랑 여자를 끼고 노는 걸 좋아하니… 그 점을 활용해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술이랑 여자?”

사냥개는 급해서 막 내뱉었다. 말하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이건 아까 말한 얘길 한 번 더 언급한 것에 불과하지 해결책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도현의 표정은 영 시큰둥했다.

그것도 잠시, 그의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

“잠깐만… 그런 방법이 있었네?”

“예?”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남자는 어리둥절했다.

그래도 정도현의 표정은 아주 홀가분해 보였다.

그 방법이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은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살아남은 것이다.

* * *

우우웅-!

척살대가 들어가고서 수십 분 뒤.

차원 게이트가 공명음을 냈다.

근처에서 경계 근무를 서던 관리국 요원들은 ‘드디어 끝났구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 명만 죽인다고 했었지.’

이들은 사냥개한테 뇌물을 받고 그들의 범죄 행각을 묵인해 줬다.

던전에 들어간 플레이어를 뒤따라가 살해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아도 종종 있었다.

정도현은 분명 높으신 분에게 밉보인 거겠지.

‘다 자업자득이다.’

요원들이 그렇게 애써 합리화할 때.

스르륵.

차원 게이트가 일렁이며 사람들이 하나둘 나왔다.

“…어?”

“뭐, 뭐야?”

죽었으리라 생각했던 정도현은 멀쩡한 모습으로 나왔다.

그를 본 요원들은 순간 머릿속이 얼어붙었다.

정도현이 살아서 나왔다는 건…….

‘레드 플레이어들이 역으로 당했어?’

‘레벨도 높고 쪽수도 훨씬 많았는데 어떻게?’

절대 질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요원들이 당황해서 주춤할 때.

게이트에서 척살대도 하나둘 나타났다.

아무도 죽지 않았다.

“……?”

너흰 왜 멀쩡해. 둘 중 하난 죽어야 앞뒤가 맞잖아.

이거 혹시 몰래 카메라인가?

요원들이 당황해서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자.

“거기, 둘.”

“네?”

정도현이 요원들한테 손가락을 까딱댔다.

요원들이 주춤주춤 다가오자 정도현은 그들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끄아악!”

“…컥!”

두 요원이 다릴 부여잡고 끙끙댔다.

쿵!

정도현은 그들의 머리채를 붙잡고 그대로 땅바닥에다 내리찍었다.

요원들은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이거 놔, 놓으라고!”

“너희, 돈 받고 자리 비켜 줬다며?”

정도현의 말에 요원들은 할 말이 없었다.

그의 입장에서 이 둘은 척살대랑 한패였다.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터.

“우, 우릴 건드리고도 무사할 줄 알아!”

둘 중 선임으로 보이는 남자가 그렇게 소리쳤다.

명분에서 밀리자 관리국을 방패로 내세웠다.

정도현은 재밌단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선임은 코피를 줄줄 흘리며 말했다.

“소속도 없는 주제에… 뒷감당할 수 있겠냐!”

정도현이 길드에 가입되어 있었다면 그들도 선뜻 뇌물을 받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정도현은 무소속 플레이어.

혼자서 타락한 마탑주를 쓰러트리고, 지부장을 구해 낸 업적은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니 괜찮을 줄 알았다.

“본부에 신고…….”

빠악!

정도현은 그의 주둥이에 주먹을 먹여 줬다.

앞니와 아랫니가 부러져 땅바닥에 툭 떨어졌다.

지켜보던 이들도 그걸 보고선 깜짝 놀랐다.

화가 난 건 알겠지만 대놓고 관리국 요원을 폭행하다니?

“끄, 끄흐읍…….”

입에서도 피가 줄줄 쏟아지자 선임 요원은 급히 손으로 틀어막았다.

그는 후임을 노려보며 어눌하게 소리쳤다.

“으… 뭐 해! 긴급 신호 날려!”

후임 요원이 다급히 긴급 신호를 보냈다. 잠시 뒤, 그의 무전기가 울렸다.

[현장, 응답하라! 무슨 일이냐!]

“더, 던전을 공략하고 나온 플레이어한테 폭행을 당했습니다.”

[뭐? 그놈 어디 길드야!]

“어, 없습니다. 던전 브로커를 통해 고용된 용병입니다.”

그 말에 분개했던 본부 요원마저도 당황했다.

요원을 폭행한 것도 이해가 안 되는데 무소속이라니.

[그거 완전 미친 새끼잖아!]

본부 요원의 외침에 다들 고갤 끄덕였다.

저런 미친놈은 살다 살다 처음 봤다.

지원 병력이 곧 도착할 거란 말과 함께 무전이 끊겼다. 그러자 선임이 실실 웃었다.

“넌 이제 좇됐어, 이 씹새끼야!”

선임이 그렇게 말했지만 정도현은 아무렇지 않게 휴대폰을 만지작대고 있었다.

그러더니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아, 접니다. 혹시 바쁘십니까?”

[잠깐 통화하는 건 괜찮네. 무슨 일인가?]

“그게 실은…….”

정도현은 자신이 당한 일을 쭉 하소연했다.

요원들이 뇌물을 받아먹고 청부 살인을 방조했다는 말에 수화기 너머로 거친 숨결이 넘어왔다.

[…그 요원 좀 바꿔 주겠나?]

“알겠습니다.”

정도현은 선임한테 휴대폰을 건넸다.

그러자 그가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봤다.

길드 소속도 아니고, 신분증에는 F구역 태생이라 적혀 있었다.

‘뒤를 봐줄 사람이 있을 리가 없는데?’

분명 그럴진대. 저 자신감에 찬 표정은 뭐란 말인가? 요원이 불안한 마음을 부여잡고 휴대폰을 받아들었다.

“누구십니까?”

[너, 관등 성명 뭐야?]

“……?”

상대가 대뜸 관등성명을 요구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느낌이 확 왔다. 높은 직책에 앉아 있는 사람이란 걸.

요원이 침을 꼴깍 삼키며 되물었다.

“그쪽부터 누군지 밝히십시오.”

[야, 이 띨띨한 새끼야! 관리국 요원이란 놈이 내가 누군지도 몰라? 나 강민겸이야. 지부장이라고!]

“…에?”

어디서 들어 본 것 같다 싶었더니. 진짜 지부장 목소리였다.

요원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그가 덜덜 떨며 반사적으로 외쳤다.

“추, 충성!”

[충성은 얼어 죽을. 너, 레드 플레이어들한테 돈 받아 처먹었다며? 진짜 뒈질래?]

“그, 그게…….”

강민겸이 자연스럽게 갈구자 선임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그리고 건드려도 그 녀석을 건드려?]

“예? 누, 누굽니까?”

[걔 얼마 전에 나랑 같이 밥도 먹고, 사우나도 같이 가고! 인마, 다 했어!]

‘그걸 씨발 내가 어떻게 알아!’

강민겸의 질책에 선임 요원은 너무 억울했다.

지부장과 사적으로 친한 사인지 몰랐으니까! 알았으면 절대 안 건드렸지.

정도현은 충격에 휩싸인 요원한테서 휴대폰을 돌려받았다.

“알아서 잘 처리해 주시리라 믿겠습니다.”

[걱정하지 말게. 내 책임지고 그놈들 옷 벗기고, 수용소에 한 십 년은 처박아 둘 테니까.]

형기를 다 채우고 수용소를 나오더라도 평생 범죄자 낙인이 따라다닐 터.

요원들의 인생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정도현은 연락을 끊고 곧장 다른 사람한테 연락했다.

잠시 뒤, 누군가가 연락을 받았다.

[웬일로 먼저 전화했어?]

연락을 받은 건 조세아였다.

정도현은 그녀에게 용건만 간략히 말했다.

“잠깐 만나자.”

[진짜? 좋아! 오늘은 영화 같이 보자.]

“아니, 얘기할 게 있어. 부탁하고 싶은 것도 있고.”

[부탁? 뭔데. 돈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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