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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원 상점-65화 (65/240)

65화

엘릭서. 신체적 장애나 온갖 질병을 낫게 해 주는 기적의 만병통치약.

남자가 예언자에게 엘릭서를 건넸다.

황금빛 물약을 단숨에 마신 소녀가 감탄사를 터트렸다.

“…아!”

조금씩 앞이 보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어두컴컴하기만 했던 세상이 형형색색으로 반짝인다.

그리고 소녀는 발견했다. 자신에게 빛을 되찾아 준 사내의 얼굴을.

[???] [LV.112]

해방단의 리더라기엔 이렇다 할 특징 같은 게 없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한 번쯤 봤을 법한, 그런 흔해 빠진 인상이었다.

그런데도 소녀는 처음 보는 누군가의 얼굴이 신기한지 눈동자를 반짝거렸다.

그러다 강아지처럼 고갤 갸우뚱했다.

“아저씨 이름은 왜 물음표예요?”

“일부러 숨겼다. 공개해서 좋을 게 없으니까. 얼굴도 마찬가지야. 변장용 아이템을 써서 무작위로 바꿔 놨어.”

“진짜 이름이랑 얼굴 보여 주면 안 돼요?”

“안 돼.”

소녀의 부탁에 남자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러자 소녀가 뚱한 표정으로 따지듯 말했다.

“솔직히 좀 그렇잖아요.”

“뭐가?”

“은인의 이름은커녕 얼굴조차 모른다니.”

그 말에 사내가 고갤 갸웃거렸다.

그런 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그녀는 시력을 되찾았고 그에게 빚을 졌다. 그거면 충분하다.

“앞이 보이는 게 기쁘지 않나?”

“당연히 기쁘죠! 정말 고마워요. 아저씬 제 평생의 소원을 이뤄 줬어요. 아, 아저씨라 계속 부르긴 좀 그런가. 뭐라고 부르면 돼요?”

“리더, 대장. 둘 중 편한 거로 불러라.”

“그런 딱딱한 거 말고요. 저희 둘만 있을 때 사용할 ‘특별한’ 호칭이요.”

그녀가 잔뜩 힘주며 특정 단어를 강조했다. 남자는 귀찮은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 쓸데없는 것에 자꾸 매달린다.

그는 보모 노릇은 사절이었다.

“그냥 너 좋을 대로 불러라.”

“알았어요. 음, 뭐가 좋을까나…….”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빨리 따라와. 바로 탈출할 거니까.”

“앗! 같이 가요!”

남자는 혼자 앞서갔다.

행복한 상상을 하며 히죽대던 소녀가 같이 가자며 허둥지둥 뒤따랐다.

“그나저나 아저씨는 제 이름 안 궁금해요?”

“예언자면 충분하잖아.”

“에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예언자라 부르게요?”

[ ] [LV.1]

남자는 소녀의 머리 위를 살펴봤다.

하지만 이름이 적혀 있어야 할 칸이 텅 비어 있었다.

‘저렇게 비어 있는 건 둘 중 하나.’

본인을 포함해 그녀의 이름을 아는 이가 단 한 명도 없거나, 애초부터 이름을 지어 주지 않았을 경우다.

그는 관리국 데이터를 해킹해 그녀의 과거를 줄줄 꿰고 있었다.

예언자는 C구역 태생. 제법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소녀가 세 살쯤 되었을 때, 플레이어로 각성했고 예지 능력이 있단 게 밝혀졌다.

C구역 관리국은 은밀히 손을 썼다.

우선 그녀와 부모님을 사고사로 위장시켜 처리한 뒤, 소녀만 시설로 끌고 갔다.

그렇게 그녀와 부모의 시민 기록은 깡그리 지워졌고, 소녀는 채 사람들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일평생 감금당한 채 살아왔다.

“실은 제가 이름을 까먹어서, 헤헤… 아저씨가 지어줘요. 최대한 예쁜 거로!”

그녀가 감금된 이후 그 누구도 그녀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

예언자 혹은 식별 번호만 입에 담았다.

막 각성했을 당시 너무 어렸던 그녀는 금세 부모의 얼굴과 제 이름마저 잊어버렸다.

“자기 이름 정도는 스스로 지어.”

“싫어요. 제가 떠올린 건 하나같이 별로 같단 말이에요.”

거참, 까다롭기는. 그는 귀찮았지만 일단 그녀가 바라는 대로 해 줬다.

기껏 여기까지 잠입해서 구해 냈는데 비협조적으로 굴면 고생한 보람이 없으니까.

‘벌써 새벽 한 시인가.’

남자는 손목시계를 확인하곤 이렇게 말했다.

“이름은 새벽. 성은 아무거나 붙여 써라.”

“설마 새벽 시간대라서 그렇게 지은 거예요? 너무 대충 짓는 거 아녜요?”

소녀는 허리에 양손을 얹고 항의하듯 쳐다본다.

그러자 그가 무심하게 말했다.

“불만이면 네가 직접 짓든가.”

“아뇨, 그거 쓸래요. 이제부터 ‘강새벽’이라고 불러 주세요, 아저씨!”

예언자, 강새벽이 히히 웃으며 이름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텅 빈 칸에 하얀 글씨로 ‘강새벽’이라 채워졌다.

강새벽이 콧노랠 흥얼대며 말했다.

“대신 저도 아저씨라 부를게요.”

“마음대로 해.”

* * *

정도현의 할아버지와 송 씨 부자는 관리국에서 제공한 아파트 단지에 입주했다.

거기다 서아린도 드디어 60레벨을 달성했다. 박성원보다 한발 먼저 해냈다.

정도현은 집들이 겸 그녀의 60레벨 달성을 축하해 줄 파티를 열었다.

“할아버님, 이것도 좀 드셔 보세요.”

“정말 맛있구나. 안 그러니, 도현아?”

“그러게요. 너 요리 생각보다 잘하네?”

“흐흥.”

서아린은 두툼한 고기반찬을 집어다 할아버지의 밥그릇 위에 올려 줬다.

고기 외에도 갖가지 음식과 반찬들이 식탁 위에 그득히 올라와 진수성찬을 이뤘다.

전부 서아린이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해 온 것들이다.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맛있다며 그녀를 극찬했다.

서아린은 칼 솜씨뿐만 아니라 요리 솜씨도 상당했다.

정도현도 엄지를 치켜 올리며 인정하자 서아린이 자기 머리카락을 만지작댔다.

“나중에 시집가서도 남편한테 많이 사랑받겠구나.”

할아버지가 고기를 오물대며 넌지시 말했다.

그러자 서아린은 평소답지 않게 포커페이스도 잃고 좋다며 헤실댔다.

『야. 이거 먹고 싶냐? 먹고 싶지? 응, 안 돼.』

“끄응…….”

할아버지 어깨 위에 앉아 있던 말랑이가 고기 한 점을 발톱으로 들어 부리로 쪼아 먹었다. 못 보던 사이에 진짜 앵무새 다됐다.

식탁 밑에 누워 있던 뭉치가 부럽단 눈빛으로 쳐다봤다.

말랑이가 얄미운 목소리로 뭉치를 놀렸다.

『개라서 사람 음식 못 먹죠?』

어디서 저런 말투를 배웠는지 몰라도, 꿀밤 한 대 날려 주고 싶을 만큼 얄미웠다.

뭉치도 못 참겠는지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몸을 비벼 대며 치근덕댔다.

그러자 마음씨 약한 진성이가 고기 한 점을 슬쩍 챙겨 줬다.

뭉치가 고맙다고 말하듯 꼬릴 살랑댔다.

그러자 말랑이가 머리털을 바짝 부풀리며 소리쳤다.

『진성이 형, 개한테 그런 거 주면 안 돼!』

“우리 아빠가 먹는 거로 치사하게 굴지 말라고 했어. 그리고 말랑이 너 진짜 못됐어.”

『……!』

진성이가 그렇게 말하며 고갤 휙 돌리자 말랑이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도현은 그 둘을 흘끔 쳐다봤다.

‘나이대가 비슷해서 그런가.’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엄청 친해졌다.

말랑이도 또래 친구가 처음 생겨서 좋았는지 진성이를 친형처럼 잘 따랐고.

그런데 진성이가 저리 말하며 뭉치 편을 들자, 말랑이는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버벅댔다.

말랑이가 진성이 머리 위에 앉아 아까처럼 머리카락을 톡톡 잡아당기며 애교를 부렸다.

하지만 진성이는 누굴 닮았는지 매몰찼다.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자 말랑이는 울먹이며 굴복했다.

『형, 내가 잘못했어…….』

“나 말고 뭉치한테 제대로 사과해.”

『…미안해.』

말랑이는 뭉치한테 총총걸음으로 뛰어가 꾸벅 고개 숙이며 사과했다.

뭉치도 용케 뜻을 알아먹었는지 꼬릴 살랑거렸다.

애들끼리 노는 모습이 퍽 귀여워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서아린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슬쩍 물었다.

“도현 씨, 아이들 좋아했어요?”

“순수하고 귀엽잖아. 근데 그건 왜?”

“…아뇨, 되게 의외라서요. 전 당연히 싫어할 줄 알았거든요.”

날 평소에 어떤 식으로 보는 거야.

그렇게 구시렁대며 째려보자 그녀는 쿡쿡 웃었다.

옆에서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던 송정민이 그녀를 거들었다.

“넌 뭐랄까, 피도 눈물도 없는 독종 이미지잖냐.”

“…그 정도는 아닌데요.”

정도현은 할아버지 옆이라 눈치를 살피며 소심하게 반박했다. 그러자 송정민이 소리 죽여 웃었다.

정도현이 평범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자 신기했다.

“그래도 네 덕분에 이런 호사도 다 누려 보네. 진짜 고맙다.”

일개 20레벨대 플레이어가 D구역에 살게 될 줄이야.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레벨이 너무 낮아서 더는 브로커로 일하지는 못하겠지만, 다른 일거리를 찾으면 된다.

D구역은 E구역보다 훨씬 크고 발전했으니까. 정 여의치 않으면 막노동이라도 하면 된다. 플레이어라 몸 하나는 튼튼하니까.

우웅-!

다들 즐겁게 먹고 마시며 떠들 때, 정도현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그는 혹시 몰라서 일단 받았다.

“누구십니까?”

[저예요, 정도현 씨.]

“…한규리?”

[네.]

그의 입에서 웬 여자 이름이 튀어나오자 서아린의 젓가락질이 우뚝 멈췄다.

그녀의 눈동자가 정도현을 향해 또르르 굴러갔다.

“잠깐 만나자고?”

[네,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어요. 도청당할 수도 있으니 전화로 나눌 얘긴 아니에요. 새로 이주하신 곳 근처 공원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알았어.”

[그, 말랑이는… 잘 지내나요?]

“말랑이도 데리고 갈게.”

[가, 감사합니다!]

통화를 끝내자 서아린이 기다렸단 듯 질문했다.

“누구 전화예요? 여자죠?”

“그냥 아는 사이야.”

정도현은 할아버지 앞이라 대충 둘러댔다. 해방단은 위험한 범죄 조직이었다.

그놈들과 연루됐다는 걸 밝히면 엄청나게 걱정하실 터.

정도현이 대충 얼버무리자 서아린의 눈초리가 한층 더 따가워졌다.

그날 그의 옆에 있었던 박성원과 달리 서아린은 한규리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

해방단에 첩자를 심어 뒀단 얘기만 얼핏 들었을 뿐.

“할아버지. 저 잠깐 누구 좀 만나고 올게요. 말랑아, 너도 와.”

『응? 응.』

정도현이 외투를 걸치자, 말랑이는 그의 어깨 위에 앉았다.

그러자 서아린의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오늘은 집들이 겸 그녀를 축하해 주는 파티였다. 그런데 도중에 자릴 비우다니.

‘그것도 다른 여자 만나러?’

잠깐 나갔다 온다고 했으니 이 근처에서 보려는 것 같은데. 그럼 그 여자는 D구역 출신일 터.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정도현은 D구역 토벌 의뢰를 했었다. 관리국이 이렇게 머물 곳을 지원해 준 이유도 거기서 대활약해서였고.

혹시 거기서 엮인 여자일까?

‘나처럼 목숨이라도 구해 준 거 아냐?’

서아린은 한규리의 정체를 추측하느라 머릴 굴렸다.

하지만 가진 정보가 너무 적었고 생각할수록 기분만 우울해졌다.

왠지 모르게 그 여자한테 진 기분이었다.

“박수무당 씨.”

“음냐, 으음…….”

서아린은 박성원의 어깨를 흔들었다.

하지만 잠꼬대만 할 뿐 도무지 일어날 기미가 안 보였다.

술에 많이 약한지 맥주 몇 잔 마시더니 그대로 뻗어 버렸다.

한규리가 누군지 아냐고 물어보려 했었는데. 서아린이 짧게 혀를 찼다.

“할아버님, 저도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요.”

“그러려무나.”

할아버지는 대충 알 것 같단 표정을 지었다. 서아린은 곧바로 정도현의 뒤를 밟았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지만, 「묘인화」를 쓰면 그의 체취를 추적하는 것쯤 식은 죽 먹기.

그녀는 고양이 귀를 가리고자 두툼한 후드를 푹 눌러썼다.

겉모습이 영락없는 스토커였다.

그녀는 달밤 아래를 내달렸다.

* * *

“아, 여기예요.”

정도현은 아파트 근처에 있는 시민 공원으로 나왔다.

그를 먼저 발견한 한규리가 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그러자 말랑이가 쏜살같이 그녀에게 날아들어 안겼다.

『누나!』

“말랑이, 너야?”

말랑이가 앵무새로 변신한 건 처음 봤다. 그녀는 녀석의 부리를 장난스럽게 톡 건드리며 까르르 웃었다.

한 달 넘게 못 만나서 어지간히도 반가웠던 모양.

정도현은 그들이 회포를 풀 때까지 기다려 줬다.

잠시 뒤, 한규리가 그를 떠올리곤 아차 싶은 얼굴로 헛기침을 몇 번 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저번에 얘기했던 특수 수용소 건입니다.”

“아, 해방단 리더가 스스로 잡혀 들어갔다던 거기?”

“네.”

어젯밤 자정, 해방단의 습격으로 C구역의 특수 수용소 하나가 완전히 무력화됐다고 밝혔다.

무려 이백여 명의 범죄자들이 수용소를 빠져나갔고, C구역 전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C구역은 이번 사건을 은폐했지만, 암흑가로 탈옥범들이 대거 유입되며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해방단 리더의 목적이 뭐였는지도 밝혀졌습니다.”

“뭐였는데?”

“그곳에 갇혀 있던 사람 한 명을 빼내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고작 범죄자 한 명 때문에 수용소를 뒤집었다고?”

“범죄자가 아닙니다. 관리국이 애지중지하던 도구에 더 가깝죠.”

“도구라니.”

사람인데 도구라니. 아리송한 비유에 정도현이 고갤 갸웃거렸다.

한규리는 찬찬히 설명해 줬다.

“그 수용소 지하에 비밀 공간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15년 가까이 감금당한 플레이어가 있었죠. 그 플레이어가 예지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예지 능력?”

“리더는 그 플레이어를 해방단으로 포섭하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성공했죠.”

그 과정에서 위험한 흉악범이 수백 명이나 풀려났다.

그로 인해 혼란이 벌어져도 자신이랑 상관없다 이건가.

‘웃기는 놈이네.’

정도현이 적대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자 한규리는 이어서 설명했다.

“그리고 예언자는 이 근처에서 재난이 벌어진다고 했습니다.”

“…D구역에 재난이?”

게이트 붕괴에 이어 또 다른 악재라니.

땅에 마가 끼었나. 이거 강민겸 지부장한테 얘기해서 굿이라도 한번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무슨 일이 벌어지는데?”

“그건…….”

한규리가 대답해 주려던 찰나. 흠칫하더니 목소릴 바짝 낮췄다.

“…정도현 씨, 수상쩍은 괴한이 저흴 감시하고 있습니다.”

“뭐?”

그녀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공원 주위에 감시 목적으로 최하급 정령을 깔아 뒀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허둥지둥 날아와 그녀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근처 풀숲에서 그와 그녀를 노려보는 수상쩍은 이가 있다고.

“제 기준으로 5시 방향 풀숲에 그 괴한이…….”

타앙-!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도현이 곧바로 땅을 박찼다.

“앗!”

정말로 있었다.

그가 가차 없이 주먹으로 후려 패려던 찰나. 염탐꾼이 후드를 넘기며 얼굴을 공개했다.

“자, 잠깐만요! 도현 씨, 저예요!”

“…서아린?”

그의 주먹이 닿기 직전에 딱 멈췄다.

서아린은 겨우 한시름 놓으며 주저앉았다.

“너 여기서 뭐 해?”

“아, 그게… 바람 좀 쐬러 나왔는데 우연히 도현 씨가 보여서…….”

“「묘인화」 상태로 산책했다고?”

정도현은 서아린의 머리 위에 자라난 고양이 귀를 쭉 잡아당기며 말했다.

결국 순순히 실토했다.

“…얼마나 대단한 여자인지 궁금해서 미행했어요.”

서아린이 그렇게 꿍얼대며 한규리를 흘겨봤다.

아까 술을 좀 마셔서일까.

그녀는 평소보다 훨씬 감정에 솔직해졌다.

“…읏!”

그 살벌한 눈빛에 한규리는 딸꾹질을 해 버렸다. 순간 비참했던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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