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윤우빈과 한은성 문제를 해결하고서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정도현은 62레벨을 달성했고, 서아린과 박성원은 각각 56, 55레벨이 되었다.
빠른 레벨업의 비결은 정도현이 60레벨에 도달해 살 수 있게 된 ‘중급 성장의 비약’에 있었다.
이것 덕분에 성장 속도가 거의 배로 빨라졌다.
‘이 속도면 한두 달 안에는 전원 D구역에 올라갈 수 있겠어.’
흐름이 아주 좋았다.
정도현은 파티원들에게 당분간 둘이서 던전 공략을 진행하라고 말했다.
평소엔 그가 던전 내 몬스터를 절반 넘게 쓸어버려서 둘이 가져가는 경험치가 너무 적었다.
그런데도 저만큼이나 레벨을 올렸다.
중급 성장의 비약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터.
그러니 정도현이 잠시 빠져 주면 그들은 더더욱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거다.
그 둘도 각자 심법을 익혀서 한층 강해졌으니 괜찮으리라.
‘그동안 난 던전 공략 대신 돈 될 만한 의뢰를 받아야겠어.’
D구역 이주에 필요한 자금을 부지런히 모아 둬야 한다.
물론 던전 공략도 벌이가 그리 나쁜 편은 아니지만, 긴급 의뢰에는 못 미쳤다.
정도현은 안태환 쪽을 통해 괜찮은 의뢰가 없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돈 될 만한 의뢰요? 안 그래도 연락을 드려야 하나 고민하던 중이었습니다.]
민규원한테 연락하자 마침 좋은 건수가 들어왔다고 했다.
[며칠 전, D구역 도심지에 차원 게이트가 붕괴했거든요.]
“D구역에 게이트 붕괴가 터졌다고요?”
[예, 흔치 않은 일이죠. 아마도 운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게이트 붕괴는 일정 시간 동안 던전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거나, 던전 공략에 몇 번 실패하면 발생한다.
하지만 간혹 한 번 실패했는데 바로 터지는 경우가 있었다.
고로 F나 E구역에선 게이트 붕괴가 상위 구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번한 편이었다.
인력이 쪼들리고, 실력 부족으로 던전 공략에 실패하는 파티도 더러 있으니까.
그러나 D구역 정도 되는 곳에선 그런 경우가 드물었다.
D구역 태생 플레이어는 각성과 동시에 아카데미 같은 전문적인 시설에서 교육받고, 크고 작은 길드들이 이곳저곳 산재해 있으니까.
그러니 던전 공략을 제시간에 못 해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물론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는 법.
이번 사태는 재수가 더럽게 없었던 거겠지.
[도시의 삼 할이 식물형 몬스터로 뒤덮여서 정글처럼 변했다더군요.]
“인명 피해는요?”
[아무래도 시간대가 늦은 새벽이었다 보니…….]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휘말린 주민들이 대다수였다. 인명 피해도 어마어마했을 터.
한 달 전, 뇌령검 사건과는 비교도 안 됐다.
D구역 관리국은 이번 사태를 빨리 수습하고 싶었는지 대대적인 토벌 포상금을 걸었다.
[도시 전체의 삼 할이라곤 해도 유령 도시보다 부지가 훨씬 넓습니다. 출몰한 몬스터들 수준은 70레벨 초반 정도인데… 도현 씨라면 문제없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저한테 선뜻 의뢰를 맡길까요?”
몬스터 레벨이 70을 넘는데, 62레벨에 불과한 정도현을 누가 고용하고 싶겠는가.
그렇게 묻자 민규원이 웃으며 말했다.
[그 부분은 걱정할 것 없습니다. 지부장님이 직접 추천하실 테니까요. 그럼 저쪽도 거절하진 못할 겁니다.]
“…대신 제대로 해야겠네요?”
[하하.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별 도움 안 되면 저희 지부장님 체면도 말이 아니겠죠?]
기껏 추천해서 일을 맡겼는데 무능하다면 낯부끄러운 상황이 벌어질 터.
하지만 그 부분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정도현이 의욕을 활활 불태웠다.
‘경험치랑 돈, 둘 다 바짝 챙겨야지.’
* * *
정도현은 처음으로 D구역 땅을 밟았다.
E구역보다 도로가 넓고 차량은 많으며 길거리도 훨씬 깨끗했다.
번화가도 아닌 외곽 지대 검문소 근처인데도 건물들이 대체로 길쭉하다.
E구역 번화가의 건물과 엇비슷했다.
고작 한 단계 차이인데도 이리 격차가 느껴지다니.
D구역이 이 정도면 C구역은 얼마나 대단할까.
“정도현 플레이어님 맞으십니까?”
“모시러 왔습니다.”
D구역 요원들이 그를 마중 나와 있었다.
정도현은 그들을 따라 관리국으로 향했다.
마음 같아선 붕괴 현장으로 곧장 가고 싶었지만, D구역 지부장이 그 전에 얼굴 좀 보고 싶다고 했단다.
뇌령검 사태 때 활약한 것도 있고, E구역 지부장이 직접 추천한 인재이니 호기심이 동한 모양이다.
여차하면 관리국 요원으로 포섭하려 들지도 모른다.
[강민겸] [LV.85]
“어서 오게.”
지부장실에 들어오자 군복 차림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안태환 못지않게 나이를 먹었지만 건장한 체격과 깐깐한 인상 때문인지 전혀 노쇠했단 느낌이 들지 않았다.
강민겸은 정도현을 위아래로 쓱 훑어보곤 자리에 앉으라 말했다.
“그래, 이번 토벌 의뢰에 꼭 참가하고 싶다고?”
“예.”
“아직 자네 레벨론 위험할 텐데. 혹시 돈 때문인가?”
강민겸의 직설적인 질문에 정도현은 잠시 멈칫했지만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
“예, 여기로 이주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니까요.”
“자넨 60레벨을 넘겼으니 이주 비용은 그리 많이 들지 않을 텐데?”
“아, 제 가족과 지인들도 이곳으로 함께 데려오고 싶습니다.”
“오, 그런가?”
그러자 강민겸의 입꼬리가 씰룩했다.
단체로 이주하겠단 말에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허허. 여기가 훨씬 살기 좋긴 하지. 하지만 일반인이나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면 추가 세금을 상당히 물릴 텐데… 감당할 수 있겠나?”
“바짝 벌어 봐야죠.”
“패기 넘치는 건 좋다만, D구역에 올라오면 개인 장비 맞추고 슬슬 강화도 해야 하지 않겠나.”
강민겸이 은근한 말투로 말했다.
앞으로 돈 들어갈 데가 많은데 남들까지 챙기긴 힘들 거라고.
“그러지 말고 관리국 요원이 되게. 그럼 내 책임지고 자네 가족과 지인들 이주비와 추가 세금을 면제해 주겠네.”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그건 어려울 듯합니다.”
정도현이 정중히 거절했지만, 강민겸은 포기하지 않고 살살 구슬렸다.
파도 길드가 신경 썼던 인재이다 보니 그냥 놓치긴 아까웠다.
“실적만 쌓는다면 개인 장비와 강화석도 어느 정도 지원해 줄 수 있네.”
남들은 혹할지 몰라도 정도현에겐 다 부질없었다.
그는 이미 에픽 등급 방어구 풀세트에 강화도 +10강까지 해 뒀으니까.
그런 사정을 모르는 강민겸은 답답하단 얼굴로 말했다.
“E구역처럼 만만히 봤다간 큰코다칠 걸세. 난 두 번 말하지 않아. 내 밑으로 들어오게. 섭섭지 않게 대우해 줄 테니.”
“죄송합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D구역을 만만히 본 적 없다. 그랬으면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았겠지.
정도현이 연거푸 거절하자 강민겸의 얼굴이 뚱해졌다.
‘싹수가 있다길래 좀 오냐오냐해 줬더니…….’
파도 길드한테 영입 제안까지 받아서 그런지 눈에 뵈는 게 없나 보다.
연달아 퇴짜를 맞자 그는 기분이 팍 상했다.
나중에 딴소리하기만 해 봐라.
“…알겠네. 그럼 가서 일 보게. 너무 무리하다 다치지 말고.”
“예,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강민겸이 축객령을 내렸다. 목소리도 처음보다 싸늘해졌다.
안태환에 비해 감정이 잘 드러나서 생각을 읽기 쉬웠다.
정도현이 공손히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밖으로 나섰다.
그가 방을 나가자마자 강민겸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곽 팀장. 현장은 좀 어때? 문제없나?”
[예, 지부장님. 오늘도 이상 없습니다.]
“그래.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즉각 보고하고. 그리고 보스 있는 곳엔 아무도 얼씬 못 하도록 잘 통제해.”
[예. 그런데 정말 그냥 둬도 괜찮은 겁니까?]
“마탑이 연구 끝내면 알아서 처치한다 했어. 그러니 신경 쓰지 마. 이미 우리 손을 떠났어.”
[아무리 그래도…….]
곽 팀장은 떨떠름한지 말꼬릴 늘어뜨렸다. 그러자 강민겸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신신당부했다.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해. 마탑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알겠습니다.]
“그래, 수고해라.”
보스는 토벌하지 말라는 이해하기 힘든 지부장의 지시. 거기엔 D구역 마탑이 연루되어 있었다.
마탑주, 천주혁이 강민겸을 직접 찾아와 요청했다. 보스를 이용해 무언가 연구하고 싶은 게 있다고.
그래서 보스의 생사는 마탑이 맡게 되었다.
관리국과 마탑은 아주 밀접한 동맹 관계. 마탑주의 부탁이라 거절하기도 뭣했다.
강민겸은 전화를 끊고 투덜댔다.
“하여간, 마법사 놈들은 당최 뭔 생각인지 알 수가 없다니까.”
강민겸도 떨떠름한 건 마찬가지였다.
보스를 바로 안 죽이고 마법 연구에 쓰겠다니. 미친 소리로밖에 안 들렸다.
그가 볼 때 마탑이든 흑마법사든 마법에 미친 건 다를 바 없었다.
‘끽해야 70레벨대 보스니까 나중에 죽여도 큰 문제는 없겠지.’
문제가 생기더라도 마탑이 알아서 책임질 거다.
* * *
정도현은 차를 타고 한참을 가 붕괴 현장에 도착했다.
도시는 처참했다.
아스팔트는 물론이고 건물마저 굵은 나무뿌리와 줄기들로 마구 뒤덮여 있었다.
게다가 미라처럼 바짝 말라붙은 시체들이 넝쿨에 얽혀 널려 있었다.
현장을 지휘하는 ‘곽윤수’ 팀장이 씁쓸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식물형 몬스터들한테 붙잡힌 주민들입니다. 일부는 좀비처럼 일어나 덤비기도 하니 다들 조심해 주십시오.”
관리국에 고용된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팀을 짰다. 그런데 정도현에겐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레벨이 너무 낮아 방해만 될 거라 판단한 듯싶었다.
아무도 파티에 끼워 주지 않자, 정도현은 혼자 움직이겠다고 했다.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그냥 저희와 함께 후방 지원을 맡아 주시는 게…….”
위험하다며 어떻게든 뜯어말리던 곽윤수 팀장.
정도현은 강민겸 지부장한테 따로 받아 온 입장 허가증을 보여 줬다.
곽윤수는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났다.
“…그럼 외곽 위주로만 도시죠.”
“알겠습니다.”
정도현은 대충 대답하곤 겁도 없이 도시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런 그를 곽윤수가 조마조마한 눈으로 쳐다봤다.
‘62레벨이 돌아다닐 곳이 아닌데…….’
제발 무리하다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는 죽기엔 너무 젊었으니까.
토벌대가 도시로 들어간 지 거의 3시간이 지났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하나둘 복귀했지만, 정도현은 보이지 않았다.
곽윤수는 그가 당했겠거니 생각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역시 못 가게 말렸어야 했어.’
곽윤수가 부하 요원들한테 슬슬 철수하자고 말할 때. 도시 안에서 누군가가 걸어왔다.
“…응?”
정도현이었다. 그가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무사히 복귀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곽윤수가 깜짝 놀라 그에게 달려왔다.
“괘, 괜찮으십니까?”
“예.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무사하신 게 어딥니까. 전 잘못되신 줄 알고…….”
정도현은 그와 이런저런 얘길 나누며 복귀용 차량에 올랐다.
대화를 나눠 보니 곽윤수는 남들에게 친절하고 소탈했다.
“얘기하셨던 대로 시체들이 벌떡 일어나 덤비더군요. 신기했습니다.”
“식물형 몬스터가 시체에 씨앗을 심은 겁니다. 그게 싹을 틔우면 조종당하죠.”
“그렇군요. 보스 토벌은 언제쯤 진행됩니까?”
“아, 그게… 아직 보스를 못 찾아서…….”
곽윤수가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흔들리는 눈빛으로 봐선 분명 거짓말이었다.
‘보스는 찾았는데 왜 안 잡은 거지?’
토벌 첫날이라 신중을 기하는 걸까.
그럼 굳이 못 찾았다고 거짓말을 할 필욘 없을 텐데. 이해가 안 갔다.
게이트 붕괴 때 가장 우선시되는 처리 요소는 두 가지다.
시민의 대피와 보스의 토벌.
보스가 어딨는지 알면서도 그냥 방치하는 이유가 뭘까.
‘안 죽이는 게 아니라 못 죽이는 건가?’
하지만 도시를 점거한 식물형 몬스터들은 고작 70레벨 초반.
그럼 보스 레벨도 그보다 조금 더 높을 터.
이곳에 모인 플레이어들과 요원들이 합심한다면 충분히 잡을 만했다.
막말로 정도현 혼자서도 잡을 자신이 있었다.
식물형 몬스터의 약점은 너무도 명확하니까. 그런데도 안 잡는 건 무력 외에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터.
‘꺼림칙한데.’
* * *
게이트 붕괴의 중심지. 그곳에 큰 고목이 우뚝 서 있었다.
녀석은 인간들을 나무줄기로 붙잡아 게걸스럽게 생명력을 빨아들였다.
“아악!”
“끄어어…….”
“사, 살려 주세요!”
비명을 지르던 사람들의 피부가 점차 쭈글쭈글해지더니 이내 죽었다.
생지옥 같은 광경을 노인들이 삼삼오오 구경했다.
그들은 전부 마탑의 문양이 새겨진 로브를 두르고 있었다.
[열매가 완성되었다.]
사르륵.
나무줄기에서 피처럼 새빨간 꽃 한 송이가 피었다.
톡.
만개한 꽃송이 속에서 동그란 열매가 떨어졌다. 늙은 마법사가 그걸 주워 들었다.
[생명의 과육] [소모 아이템]
- 보스 몬스터, ‘쥬레이어드’가 인간의 생기를 빨아먹어 피워 낸 열매.
- 섭취 시 젊음을 되찾고 수명이 늘어납니다.
- 해당 효과는 한 번만 적용됩니다.
으적-!
노인이 그 열매를 허겁지겁 씹어 먹었다.
그러자 쭈글쭈글했던 얼굴과 피부 주름이 서서히 사라졌다.
“아, 아아!”
이윽고 젊음을 되찾은 노인이 환호했다. 다른 노인들이 그를 부럽단 눈으로 쳐다봤다.
“어떤가, 부탑주. 끝내주지 않나?”
“그, 그렇습니다!”
늙은 마법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젊은 청년이 걸어 나오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막 회춘한 사내가 감격에 젖은 얼굴로 동감했다.
청년은 가장 먼저 열매를 먹은 D구역 마탑주, 천주혁이었다.
‘젊음을 되찾는 열매라니. 세계수의 열매보다 대단하지 않은가?’
1급 시민만 먹을 수 있는 세계수의 열매도 이렇게 회춘하는 건 불가능했다.
노화를 최대한 억제하고 무병장수하게 해 주는 것이 끝이었다.
그에 비해 이 열매는 아예 젊어지게 해 준다.
물론 열매 하나를 얻으려면 백여 명의 젊은 인간을 제물로 바쳐야만 했다.
즉, 남의 목숨을 희생해서 젊어지는 셈이다.
세계수의 열매와 비교하면 상당히 잔혹했다.
‘아무려면 어떤가.’
저 열등한 것들의 생명으로 우리 같은 우수한 자들이 보다 오래 살 수 있다면 남는 장사이지 않나.
‘내가 살던 곳에서 게이트 붕괴가 터진 게 천운이었다.’
덕분에 천주혁은 누구보다 빨리 보스 몬스터와 접촉할 수 있었다.
그가 도착했을 때 보스 몬스터, 변종 쥬레이어드는 이미 백여 명의 인간을 잡아먹고 열매를 맺은 뒤였다.
놈이 말했다. 자신의 열매를 먹으면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수상쩍어서 근처 시민한테 열매를 먹여 봤다.
보스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욕망을 참지 못하고 대피소에 있던 사람들을 바쳐 열매를 얻었다.
‘이건 하늘이 내게 내려 준 선물이다.’
[열매를 더 얻고 싶으면 먹이를 더 구해 다오.]
“조금만 기다려라. 금방 준비할 테니.”
천주혁 옆에 서 있던 어떤 장로가 말했다.
“마탑주님, 그런데 대피소 주민들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플레이어들을 바친다.”
“…예?”
“플레이어 한 명이 일반인 수십 명을 바친 것과 맞먹지 않던가. 토벌대에서 몇 파티쯤 사라져도 이상할 거 없다. 우리가 납치했단 걸 들키지만 않으면 돼.”
“아, 알겠습니다.”
몇몇 장로들은 그의 과격한 명령에 조금 당황했지만 일단 따랐다.
그런 천주혁을 보던 보스의 눈동자가 반달처럼 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