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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원 상점-44화 (44/240)

나 혼자 1원 상점 - 44화

1원 상점의 레벨은 아이템을 구매하다 보면 조금씩 올라갔었다.

상점 레벨이 오르면 판매하는 종류가 늘거나, 일일 판매량이 증가했다.

‘검색창이 생긴 이후론 큰 의미가 없어서 신경 안 썼는데.’

상점 레벨이 LV.30을 달성하자 페널티 조건이 완화됐다.

앞으로는 금전적인 이득만 챙기지 않으면 페널티가 발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선물에 정도현은 보스와 전투 중인 것도 잊고 잠시 넋을 잃었다.

“도현 씨, 놈이 다시 옵니다!”

“···!”

박성원의 외침에 정도현이 정신을 퍼뜩 차렸다.

달궈졌던 등껍질이 그새 식었는지 보스가 다시 빙빙 회전하며 다가왔다.

정도현과 박성원은 각자 알아서 피하고 보스한테서 거릴 벌렸다. 박성원이 뛰면서 질문했다.

“방금 화염 마법 어떻게 쓴 겁니까?”

“매직 스크롤이요. 상점에서 샀어요.”

“아!”

“중급 스크롤은 쿨타임이 20초쯤 됩니다. 그때까지 버티···. 그쪽으로 가요!”

정도현의 외침에 박성원은 보스의 위치를 보지도 않고 옆으로 휙 굴렀다.

초감각이 어디로 피해야 안전한지 알려줬다.

쾅, 쾅!

박성원은 아슬아슬하게 보스의 연속 돌진을 피했다.

쾅-!

벽면에 여러 번 부딪히자 보스의 회전력이 현격히 떨어졌다.

그 틈에 정도현은 중급 화염 주문을 날렸다.

콰앙-!

푸른 불꽃이 지글지글 끓는 소릴 내며 등껍질을 불살랐다.

껍질 속에 숨었던 보스가 튀어나와 괴로워하며 버둥댈 때, 정도현과 박성원이 동시에 내달렸다.

스륵-!

정도현은 잘 쓰던 무기를 집어넣고 +7강 롱소드를 꺼내 쥐었다. 페널티 조건이 완화됐으니 써도 괜찮을 것이다.

그는 사선으로 쭉 뛰어 보스의 측면으로 돌았다.

“흐아압!”

함께 뛰던 동료가 경로를 이탈했지만 박성원은 당황하지 않고 보스의 목을 노렸다.

카각-!

역시나 보스답게 쉽게 당해주지 않았다. 창날이 살가죽을 비집고 들어가다 우뚝 멈췄다.

부웅-!

피를 흘린 보스가 제 머리를 채찍처럼 휘둘러 박성원을 밀쳤다.

뒤로 밀려 몇 바퀴 구른 그가 자세를 다잡고 벌떡 일어섰다.

그러는 사이에 보스는 다시 껍질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도현 씨는 어디 간 거지?’

당연히 보스의 목을 노릴 줄 알았다.

그런데 정도현은 측면으로 빠졌었다.

탁-!

사라졌던 정도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새 보스의 뒤로 돈 그가 등껍질을 밟고 보스 위에 올라탔다.

“위, 위험합니다!”

보스는 이미 회전하고 있다.

저기서 가속이 더 붙으면 원심력을 버티지 못하고 튕겨 나갈 터.

그럼 보스가 일으키는 돌풍에 휩쓸려 크게 다칠 것이다.

‘보스를 빨리 처치하지 못하면 도현 씨가 역으로 당해!’

하지만 보스의 등껍질은 엄청나게 단단하다.

아무리 오러를 쓸 수 있어도 만만치 않을 터.

박성원도 아는 걸 정도현이 모를 리가 없다.

즉, 그는 보스의 등껍질을 단숨에 깨부술 자신이 있다는 뜻.

무모하기 짝에 없는 판단에 박성원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쳐다봤다.

파스스-!

정도현의 롱소드가 푸른 검기를 내뿜었다. 어째 아까보다 색이 훨씬 짙어 보인다.

“햐압!”

짧은 기합과 함께 정도현이 칼날을 찔러넣었다.

콰드득-!

보스의 붉은 갑주에 큼지막한 균열이 일더니 껍데기가 후드득 떨어졌다.

뻥 뚫린 틈새로 보이는 보스의 머리와 목덜미.

놈도 등껍질이 부서질 줄은 몰랐는지 눈동자가 마구 떨렸다.

정도현은 훤히 드러난 보스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캬아악!”

촤아악-!

고래가 숨구멍으로 바닷물을 내뿜듯 피가 치솟았다.

급소를 찔린 보스는 비명을 꽥 지르며 버둥댔다.

정도현은 로데오를 하는 것처럼 칼자루를 붙들고 꿋꿋이 버텼다.

쿠웅-!

잠시 뒤, 보스의 머리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목 중앙에 구멍이 뚫렸으니 버틸 재간이 없었을 터.

진동 소리와 함께 보스 주변으로 흙먼지가 안개처럼 일었다.

“···.”

그 광경에 박성원은 할 말을 잃었다.

보스를 무슨 일반 몬스터처럼 손쉽게 처리하다니. 심지어 본인보다 보스 레벨이 더 높았는데 말이다.

정도현과 그는 겨우 2레벨 차이지만 아예 체급이 달랐다.

“고생하셨습니다.”

“아, 아닙니다. 도현 씨가 훨씬 고생하셨죠.”

보스의 피로 범벅이 된 정도현.

그는 축축해진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스스스-!

보스가 죽자 보스방에 탈출용 게이트가 생성됐다. 정도현은 빨리 나가자며 박성원을 재촉했다.

“도현 씨, 왜 그렇게 서두르십니까?”

탈출용 게이트는 30분가량 유지된다.

얼굴과 몸에 묻은 피를 닦아낼 여유는 충분히 있었다.

그런데 정도현은 누구한테 쫓기는 것처럼 굴었다. 물론 거기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다음 게이트 지점이 좀 멀거든요.”

“···다음 게이트라뇨?”

박성원은 혹시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되물었다. 정도현이 싱긋 웃으며 쐐기를 박았다.

“전 원래 일정 잡히는 대로 들어가요. 여기 들어오기 전에 문자가 왔어요. 던전 하나 더 예약했다고.”

“그, 그럼 하루에 던전을 두 개나 공략하겠단 겁니까?”

“예. 전에는 하루에 세 탕도 뛰어봤어요. 그땐 게이트들이 근처에 몰려 있어서 운이 좋았죠.”

던전을 하루에 세 번이나 공략했다고?

그 말에 박성원은 아연실색했다.

그건 공략이 아니라 혹사였다.

박성원은 떨어진 레벨을 복구하느라 최근 들어 며칠 내내 하루에 한 번 던전을 들어갔는데 그것도 엄청 힘들었다.

정도현은 그보다 몇 술 더 떴다.

박성원이 당황한 기색으로 질문했다.

“호, 혹시···. 그 브로커분이 그렇게 하라고 강요한 겁니까? F구역 출신이라 부당 계약이라도 당했어요?”

“송정민 씨가요? 에이, 그럴 사람으로 보입니까?”

그건 아니다. 그리 악덕한 사람 같진 않았다.

그렇다면 정도현이 자발적으로 그렇게 공략했단 뜻인데.

아무리 상점창이 있어도 그렇지. 용케 몸 성히 살아 있구나 싶었다.

“잡담은 이쯤하고 빨리 나갑시다.”

“그, 그럼 내일은 푹 쉬는 거죠?”

“아뇨? 쉬는 건 일주일에서 보름에 한 번 정도예요.”

정도현이 정색하며 말하자 박성원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레벨을 올리곤 싶었지만 이렇게 혹독하게 굴릴 줄은 몰랐다.

***

결국, 박성원은 정도현의 빡빡한 일정을 따라오다 불과 나흘 만에 과로로 몸져누웠다.

회복 포션을 남용한 덕에 몸은 멀쩡했지만 정신이 극도로 지친 것이다.

‘하긴. 나처럼 정신력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패시브 스킬도 없으니 많이 고됐겠지.’

일반인 기준으론 며칠 연속 야근을 한 거나 다름없다.

정도현은 몸져누운 그의 집을 찾아가 이삼일 정도 푹 쉬라 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박성원은 힘없는 목소리로 그에게 사과했다.

유일한 파티원인 박성원이 갑자기 빠지면 그동안 정도현도 던전을 못 들어가니까.

‘임시 파티원을 한 명 더 구해야겠네.’

그 사람과 박성원을 2교대로 번갈아 데리고 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럼 저렇게 앓아눕진 않겠지.

송정민이 들었으면 정말 악마 같은 발상이라며 치를 떨었으리라.

“며칠 쉴 동안 방어구 강화나 해볼까?”

오늘 일정은 펑크가 났으니, 진성이한테 부탁해서 방어구들을 합성해볼 생각이었다.

진성이의 레벨이 확 오르면 안 되니 적당히 조절해야겠지만.

강화사는 높은 등급의 아이템 혹은 성공 확률이 낮은 고단계 강화를 해낼수록 더 많은 경험치를 얻는다.

반대로 말하면 저단계 강화론 레벨이 잘 오르지 않는다.

‘소소하게 전부 +3강까지 만들어둘까?’

다른 플레이어들이 볼 땐 전혀 소소하지 않은 수치였지만, 시간만 있으면 +20강 장비도 찍어낼 수 있는 정도현에겐 검소함 그 자체였다.

정도현은 진성이가 좋아하는 과자랑 장난감을 한가득 사 들고 사무소를 들렀다.

송정민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아침에 던전 일정 있던 거 아녔어?”

“박성원 씨가 힘들어서 드러누웠어요. 관리국엔 제가 따로 말해뒀고요.”

“···저런. 그래도 그 정도면 오래 버텼지. 플레이어들이 다 너처럼 독종은 아니거든.”

송정민이 혀를 차며 그렇게 중얼댔다.

정도현은 진성이에게 선물 공세를 하며 저번처럼 장비를 합성해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

진성이는 가장 좋아하는 과자 봉지부터 뜯으며 고갤 끄덕였다.

“과자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아. 하루에 한 봉지씩만 먹어야 한다?”

“응!”

“아빠도 한 입 주라.”

“아~!”

송정민이 입을 벌리자, 진성이가 까르르 웃으며 과자를 쏙 넣어줬다.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정도현이 인벤토리에서 여분의 방어구를 꺼내려 했다.

그러다 손가락을 멈췄다.

‘잠깐만···.’

진성이의 개인 특성을 강화하면 어떻게 될까?

그에겐 특성 강화의 비약이 있다.

소모성이지만 일단 레전드리 등급이라 일주일에 딱 두 개밖에 못 사지만, 틈틈이 구매해둬서 여분이 몇 개 있었다.

정도현은 방어구를 꺼내는 대신 강화 비약을 꺼냈다.

그러자 아들과 함께 과자를 우물대던 송정민이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뭐야. 방어구 강화하려는 거 아녔어?”

웬 물약인가 싶어서 아이템 정보를 살펴본 송정민. 그는 설명을 쭉 읽다 우물대던 과자를 입 밖으로 내뿜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콜록, 콜록!”

개인 특성을 강화해준다니.

그는 이런 아이템이 세상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다.

“자, 잠깐만! 이거 진성이한테 주려고?”

“예.”

“···괜찮은 거 맞아? 괜히 했다가 문제 생기는 거 아냐?”

강한 힘은 세상을 편히 살 수 있게 해주지만 때론 예기치 못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거기다 진성이는 강한 힘을 통제하기엔 너무 어렸다.

개인 특성을 강화했다가 혹 감추기 어려운 유형의 능력이 깨어나면 어쩌는가.

누군가 혹은 단체가 흑심을 품고 진성이에게 접근할 거다.

“그 말도 일리는 있어요.”

정도현도 그럴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특성 강화의 비약으로 어떤 능력이 생길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

「합성」과 관련된 것이라고만 어렴풋이 짐작할 뿐.

“그래도 얻을 거라면 최대한 일찍 얻어둬야 한다고 봐요.”

“으음···.”

송정민은 진성이가 나중에 커서 자신보다 훨씬 잘 먹고 잘살길 바랐다.

부모의 심정이 다 그런 거 아니겠는가.

위험하지만 엄청난 기회인 것도 부정할 순 없었다.

송정민은 과자를 오물대던 진성이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진성아. 이 아이템을 쓰면 진성이의 능력이 한층 강해진대.”

“와. 진짜요?”

“대신 그 능력이 너무 눈에 띄면 진성이가 나쁜 사람들한테 노려질 수도 있어. 저번에 진성이 납치했던 못된 형들 기억하지?”

“으응···.”

갱단 사건을 슬쩍 언급하자 진성이가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갤 끄덕였다.

“진성이는 어쩌고 싶니? 무서우면 안 써도 된단다. 네가 결정하면 돼. 너한테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

“···.”

진성이가 비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갤 푹 떨궜다.

새로운 능력을 얻고는 싶지만 그때처럼 납치당할지도 모른다 하니 덜컥 겁이 났다.

다 큰 어른들끼리도 의견이 갈리는데, 다섯 살짜리 아이가 결정하기엔 너무 어려운 고민이었다.

“잘 모르겠어요···.”

무섭지만 욕심도 났다. 그게 진성이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정도현은 어쩌면 좋을까 고민하다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그는 곧바로 누군가에게 전화했다.

[···흐아암. 도현 씨?]

“아, 죄송해요. 주무시고 계셨어요?”

[아뇨. 괜찮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전화를 받은 건 과로로 쓰러진 박성원이었다.

정도현은 그에게 상황을 간략히 설명하고 핵심을 질문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어떤 아이템을 쓰면 나중에 위험해질지 아닐지 알 수 있냐고요?]

“예, 며칠 전에도 제 무기 보더니 불길함을 느꼈잖아요? 그런 것처럼요.”

[예, 뭐. 가능할 것 같긴 한데요. 제가 그 사람이랑 아이템을 살펴봐야 해요.]

“그럼 제가 그쪽으로 바로 가겠습니다.”

[예, 천천히 오세요···.]

***

박성원은 며칠 제대로 못 잔 것처럼 눈가가 퀭했다.

그래도 진성이를 보더니 해맑게 웃으며 반겨줬다.

정도현은 특성 강화의 비약을 꺼내 박성원에게 보여줬다.

박성원은 진성이와 비약을 번갈아 보더니 고갤 저었다.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네요. 이것 때문에 진성이가 죽거나 크게 다치진 않을 겁니다.”

진성이에게 어떤 능력이 생길지, 앞으로 어떤 상황에 놓일지는 몰라도 최소한 신변에 문제는 안 생긴다.

그의 초감각이 그렇게 말했다.

“그 스킬 보면 볼수록 편하네요.”

“그렇긴 한데···. 과정을 알 수가 없으니 불안하죠. 저도 한 번 죽었다 살아났었지 않습니까?”

진성이도 훗날 위험한 상황에 놓일지 모른다. 그러니 마냥 안심해선 안 된다.

박성원이 귓속말로 그렇게 전했다.

진성이는 강화의 비약을 꼭 쥔 채 말했다.

“아빠, 저 이거 써도 돼요?”

“그래. 그 대신 절대로 말하고 다니면 안 된다? 비밀이야. 알았지?”

“응!”

진성이가 두근거리는 얼굴로 비약을 사용했다.

시스템 문구가 쭈르륵 뜬 건지 허공을 한참 응시했다.

“성원 씨도 받으세요.”

“예? 이, 이걸 준다고요?”

정도현이 여분의 강화 비약을 내밀자, 박성원은 부담스러워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이건 돈으로 환산하기 힘들 만큼 귀한 아이템이었다.

“대신 저랑 파티 맺을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주세요.”

“가, 감사합니다! 도현 씨,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개인 특성은 레벨업보다 더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박성원은 나중에 파티를 나가게 되더라도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만 달라고 말했다. 곧장 달려가겠다면서.

그 말에 정도현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 옅게 웃었다.

“진성아. 또 어떤 능력이 생겼어?”

“으음···. 「분해」라고 적혀 있어.”

“분해?”

진성이는 시스템 문구를 그대로 읽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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