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1원 상점 - 34화
포션 덕에 몸이 다 나은 서아린은 시킨 대로 더럽혀진 방바닥을 싹싹 닦았다.
청소를 끝낸 그녀에게 정도현이 캔 음료를 건넸다. 그녀는 웃으며 그걸 받았다.
“살려줘서 고마워요. 포션 값은 오늘 입금할게요.”
“아니. 주지 마.”
“···네?”
정도현의 대답에 서아린은 당황했다.
그는 하급 회복 포션을 몇 병이나 나눠줬다. 돈으로 환산하면 수백만 원.
그런데 아무런 대가를 안 받겠다니.
저 진지한 표정을 보아하니 그냥 해보는 말 같진 않았다.
‘뭔 짓을 하고 다녔길래 벌써 50레벨이지?’
그녀는 음료를 마시며 정도현의 머리 위를 흘끗 바라봤다.
못 보던 새 둘의 레벨은 역전됐다.
정도현은 침대에 걸터앉고서 그녀를 말없이 쳐다봤다.
서아린이 볼을 긁적이며 고개 숙였다.
“다시 한번 사과할게요. 방에 멋대로 들어와서 정말 죄송해요.”
“그건 됐고. 심하게 다쳤던데 무슨 일이 있었지?”
정도현의 질문에 서아린은 대답을 망설였다.
하지만 사정을 숨기면 더 수상쩍게 보이리라. 그녀가 한숨을 푹 쉬며 솔직하게 털어놨다.
“퍼플 팬텀이 절 죽이려 암살자를 보냈어요”
“···퍼플 팬텀? 암흑가 길드인가?”
“네. 주로 암살 청부를 받는 조직이죠. E구역에선 유명한 조직인데 못 들어봤어요?”
정도현은 고갤 끄덕이며 이어서 질문했다.
“그럼 누가 널 죽여달라 의뢰를 넣었단 건데. 원한이라도 샀나?”
“실은 몇 년 전까진 퍼플 팬텀에서 일했어요. 지금은 탈퇴했지만. 근데 거기 간부가 절 엄청 싫어했거든요. 분명 그 여자 짓일 거예요.”
[서아린][LV.48]
서아린은 원래 51레벨이었다.
그런데 저번 임무 중에 자결했고, 부활의 페널티로 5레벨이나 줄었다.
그간 2레벨을 복구했으나 여전히 예전만 못했다.
약해진 지금이라면 서아린을 죽이기에 적기였다.
“그 간부가 널 왜 싫어하는데?”
“혐오에 이유는 딱히 없더라고. 처음부터 절 껄끄러워했어요. 그러다 나중엔 레벨까지 추월당했죠.”
서아린은 그 간부한테 특별한 감정이 없었다.
반면에 그 여자는 서아린한테 추월당한 이후로 심한 열등감에 시달렸다.
조직을 나오고서 몇 년 잠잠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약해지자마자 독사마냥 송곳니를 드러냈다.
“이때다 싶었는지 조직원들이 급습해왔어요. 겨우 도망치긴 했는데···.”
“놈들과 싸우다 치명상을 입었다?”
“네.”
가지고 있던 회복 포션은 전투 중에 전부 썼고, 어딘가 몸을 숨기거나 도움을 청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피를 흘릴수록 그녀의 몸은 점차 무거워졌고 정신도 혼미해졌다.
어디로 갈지 갈팡질팡하던 서아린은 문득 정도현이 떠올랐다.
그녀의 발이 제멋대로 움직였고 정신을 차려보니 정도현의 집 앞이었다.
“꼭 뭐에 홀린 것 같았다니까요?”
그녀는 몇 번이나 죽어봤다. 그래서 남들보단 죽음을 쉬이 받아들인다.
정도현과 싸울 때도 승산이 없어지자 미련 없이 목숨을 버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좀 달랐다.
퍼플 팬텀의 간부가 단단히 벼르고 있다.
서아린이 살아있단 걸 알면 또 암살자를 보낼 것이다.
부활할 때마다 레벨은 줄어드니 점점 버티기 힘들어 질 터.
지금부턴 가능한 한 죽어선 안 된다.
그 일념으로 여기까지 도망쳤고, 운 좋게 정도현을 만나 살아남았다.
“아무튼, 도와줘서 고마워요.”
“벌써 가려고?”
“예. 안 그럼 도현 씨까지 휘말릴걸요.”
서아린은 그렇게 말하곤 문고리를 잡았다. 그러자 정도현이 말했다.
“도와달라고 부탁하러 온 거 아니었어?”
그 말에 서아린은 잠깐 멈칫했지만 아니라고 답하곤 곧장 밖으로 나갔다.
***
서아린은 정도현의 집에서 나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번화가로 향했다.
그런 곳에선 조직원들도 대놓고 덤비진 못할 테니.
그녀는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면서 앞으로 어쩌면 좋을지 고민했다.
정도현 말대로 도움을 청하러 간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를 보자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아···.”
한숨을 푹 쉬던 서아린. 그러다 문득 돌아가신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우리 딸. 이거 받아.’
‘보석이네? 어디서 난 거야?’
‘어젯밤에 특성으로 만들었어.’
‘···뭐? 몸도 안 좋은데 왜 능력을 쓴 거야!’
‘우리 딸한테 마지막으로 주는 작별 선물이야. 넌 꼭 오래오래 살아야 해?’
‘엄마···.’
[성장의 보옥] [소비 아이템]
- 사용 시, 선택한 무기에 성장 특성을 부여합니다.
- 성장 특성이 부여된 무기는 주인의 레벨에 비례해 무기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 성장형 무기는 개인당 하나만 소지할 수 있습니다.
서아린은 인벤토리에서 제 손톱 크기만 한 초록빛 보석을 꺼냈다.
그녀의 단검과 함께 어머니가 남겨준 또 하나의 유품이었다.
“···엄마. 나 이제 어쩌죠?”
어릴 적 서아린과 어머니는 동시에 플레이어로 각성했다.
덕분에 모녀는 3급 시민이 되어 F구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드디어 지긋지긋한 빈민촌을 떠나 행복해질 줄 알았다.
E구역에 올라온 서아린은 어머니를 데리고서 병원부터 찾았다.
어머니는 예전부터 몸이 약했다. 그게 늘 신경 쓰였다.
모녀는 난생처음으로 정밀 검진을 받았다.
제발 별일 없기를. 서아린은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그녀의 희망을 갈가리 분쇄했다.
‘치료하시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그럼 얼마나 더 살 수 있나요?’
‘연명 치료를 받으시면 5년 정도. 그게 아니면 3년도 버티기 힘드실 겁니다.’
어머니는 중병을 앓고 있었다.
플레이어로 각성해도 이전부터 앓던 병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포션으로 HP를 올려도 한참 전에 줄어든 수명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생을 조금 더 연명하게 해줄 뿐.
어머니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서아린은 어머니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싶었지만 그럴 돈이 없었다.
그렇다고 어머니의 개인 특성을 활용해 돈을 벌 수도 없는 노릇.
어머니의 개인 특성, 「장인의 혼」은 한 번 발동하려면 본인이 지닌 최대치 마력을 요구했다.
몸이 멀쩡한 플레이어도 마력을 한꺼번에 짜내면 마력 고갈로 한동안 골골댄다.
가뜩이나 몸 상태도 안 좋은 어머니에겐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서아린은 조금이라도 더 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싶었다.
최대한 빠르게 병원비를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그녀는 암흑가에 발을 들였고 의뢰를 받아 사람을 죽였다.
양심을 버리고 뻔뻔해지기로 했다.
던전 공략이든 암흑가든 목숨 걸고 싸우는 건 어차피 똑같으니까.
그녀에겐 목숨이 아홉 개 있으니 몇 번쯤 죽어도 좋단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다행히 그녀는 사람을 죽이는 쪽으론 탁월한 재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E구역 암흑가에선 그녀를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유명해졌다.
‘이제 다 부질없지만.’
어머니는 입원하고 사 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의사가 예상했던 시기보다 좀 더 일렀다.
가뜩이나 몸도 안 좋은데 개인 특성을 왜 썼냐고 캐물었을 때, 어머니가 이렇게 답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느꼈다고.
그건 사실이었다.
어머니께 차마 말하진 못했지만,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쯤 주치의가 그녀에게 따로 언질을 줬었다.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라고.
‘이건 엄마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야. 넌 이미 단검이 있어서 못 쓰니까, 다른 사람한테 팔거나 믿을 만한 동료한테 주렴.’
띠링, 띠링!
신호등이 바뀌었다. 서아린은 눈물을 닦고서 건널목을 지나갔다.
길을 건너며 어머니의 유언을 곱씹었다.
팔거나 믿을 만한 동료한테 주라고?
우선 팔아치우는 건 너무 위험했다.
이런 아이템이 경매장에 올라오면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아이템의 출처를 샅샅이 조사할 터.
그럼 높은 확률로 좋은 꼴 못 보리라.
그렇다고 누굴 주자니 믿을 만한 동료가 없었다.
그녀의 성향 때문인지 조직의 공동체 생활은 도저히 적응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접근한 이들은 음험하거나 불순한 의도를 품고 있었다.
그녀도 정도현 못지않게 타인을 불신했다.
게다가 이런 살인귀를 누가 동료로 들이고 싶어 하겠는가?
겉으론 웃으며 잘해줘도 속으론 자신을 혐오할 게 분명했다.
‘혹시 이걸 주면···.’
정도현이 날 도와주지 않을까?
성장의 보옥을 보며 그렇게 생각한 서아린은 곧바로 고갤 저었다.
퍼플 팬텀은 E구역 암흑가를 지배하는 거대 조직 중 하나.
‘자칫하면 도현 씨까지 위험해져.’
서아린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곤 스스로 놀랐다.
그녀는 남을 걱정해줄 만큼 선량한 사람이 아니었다.
목숨이 여러 개라도 죽기 싫은 건 남들과 똑같았다.
자신이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남을 이용하거나 희생시키는 추악한 짓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도현을 그런 식으로 이용하자니 어째 내키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왜 싫은 거지?’
서아린은 미간을 찡그린 채 고민해봤다. 왜 그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은 걸까.
양심 따윈 갖다 버린 지 오랜데.
‘도현 씨는 어디로 튈지 몰라. 그래서 껄끄러운 거야.’
서아린은 그렇게 얼버무리며 싱숭생숭한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는 기분 전환을 할 겸 간만에 시내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분위기가 정갈한 카페를 발견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숨을 돌렸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카페에 다른 손님들이 들어왔다.
그녀는 그들을 곁눈질로 살피다 흠칫했다.
‘플레이어?’
손님들 전부 40레벨이 훌쩍 넘는 플레이어였다.
혹시 그 여자가 보낸 또 다른 암살자들은 아닐까. 그런 생각에 경계심이 솟구쳤다.
“···응?”
그녀의 시선을 느낀 건지 어떤 남자가 고갤 돌렸다. 저들 중에서 레벨이 가장 높았다.
[박성원][LV.47]
박성원은 말없이 서아린을 쳐다봤다.
자리에 앉아 저들끼리 수다를 떨던 일행들이 그의 행동에 의아해했다.
“대장, 왜 그래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곽민기의 질문에 박성원이 고갤 저었다.
일행 중 몇몇은 박성원이 쳐다본 곳을 확인하더니 깜짝 놀랐다.
“···48레벨?”
박성원보다 1레벨 더 높은 여성 플레이어가 창가 쪽에 앉아 있었다.
서아린이 그랬듯 그들 역시 그녀를 경계했다.
그러자 박성원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경계 안 해도 돼. 우리한테 아무 짓도 안 할 거야.”
“아, 그래요?”
“대장이 그렇다면야 뭐.”
박성원의 말 한마디에 일행들은 안도하며 기세를 가라앉혔다.
그들의 태세 변환에 서아린은 역으로 당황했다.
‘뭐야? 갑자기 왜···.’
반응을 보니 그녀를 노리고 온 자객은 아닌 듯했다.
서아린은 남은 커피를 호로록 마시고 일어났다.
질 나쁜 레드 플레이어들은 아닌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녀가 서둘러 가게를 나가려 할 때.
“저기요.”
박성원이 서아린을 불러세웠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쌀쌀맞은 말투로 대꾸했다.
“···뭐죠?”
“초면에 실례지만, 혹시 위험한 상황에 처한 거 아니십니까?”
“···!”
정말 뜬금없었지만 그녀의 처지를 완벽히 관통했다.
서아린이 마른침을 삼키며 되물었다.
“무슨 소리죠?”
“아, 대뜸 이상한 소리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남들보다 감이 좋은 편이라서···. 그쪽이 위험하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장, 혹시 작업 거는 겁니까?”
“뭐야. 성원 오빠, 저런 스타일이 취향이었어?”
“아, 아니야! 난 그냥 저분이 위험하단 걸 알려주려고···.”
동료들은 그런 게 아닌 걸 알면서도 짓궂게 놀려댔다.
박성원이 헛기침을 하곤 계속 말했다.
“크흠, 큼. 아무튼. 그쪽이 곧 큰 위험에 처할 것 같아서요.”
“···.”
서아린은 가게를 나서지 않고 슬그머니 박성원 쪽으로 되돌아왔다.
일반인이 저런 소릴 했으면 사기꾼이라 생각하고 무시했겠지만, 박성원은 플레이어였다. 게다가 레벨도 그녀와 거의 비슷했다.
‘위험을 감지하는 스킬이나 특성을 지닌 걸지도 몰라.’
왜 알려주는지는 모르겠으나 얘길 더 들어볼 가치는 있었다.
박성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떤 상황이신지 잘 모르겠지만 조만간 큰 화를 입으실 겁니다. 십중팔구 죽겠죠.”
박성원이 마치 미래라도 내다본 것처럼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서아린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녀도 똑같은 생각이었으니까. 그녀 혼자선 이 난관을 도저히 헤쳐나갈 수 없다.
“그럼 어쩌면 좋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야겠죠.”
“도움이라. 그럼 그쪽이 도와주시는 건 어때요?”
“저요? 전 안 됩니다.”
박성원이 곧바로 고개 저었다.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단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래. 남을 위해 선뜻 나서서 도와줄 사람이 어딨겠는가.
이 세상에 믿을 건 오로지 자신뿐이다.
그녀가 발길을 돌리려 하자 박성원이 말을 덧붙였다.
“제가 도와줘도 소용없을 것 같네요.”
“···예? 무슨 소리죠?”
“으음. 딱 잘라 설명하긴 어려운데. 아무래도 제 힘으론 상황을 바꾸기엔 역부족인 듯싶습니다. 저보다 더 강한 플레이어가 나서야 할 것 같은데···.”
뭐라 설명할 길이 없어 많이 답답한지 박성원이 머릴 긁적였다.
“···경고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제 주변엔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요.”
“아뇨. 분명 있을 겁니다. 살 방법이 없으면 제 「초감각」 스킬도 반응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초감각」은 박성원이 어렸을 때부터 쭉 함께해온 스킬이다.
발동 조건이 맞지 않아 도움이 안 된 적은 더러 있었어도, 발동했을 때 도움이 안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건 제 추측인데.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나 단체가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망설이는 거겠죠.”
“···.”“그러면 안 됩니다. 살고 싶으면 꼭 도와달라고 하세요.”
“신기하네요. 무슨 신통력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하하. 조금 비슷합니다.”
“이런 거 묻긴 그렇지만, 왜 절 도와주시죠?”
“제가 오지랖이 좀 넓어서···.”
박성원이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의 초감각이 저 여자가 죽을 거라며 자꾸 속삭이는데.
살릴 수도 있는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두면 며칠 잠자리가 사나웠다.
“고마워요, 박수무당 씨. 당신 덕에 마음이 바뀌었어요.”
서아린이 감사 인사를 하곤 카페를 빠져나가 어딘가로 급히 뛰었다.
박성원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겨우 안도했다.
그의 초감각이 말했다.
저 여자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그녀는 아마 살 것이다.
옆에서 쭉 지켜보던 일행들이 수군댔다.
“대장은 던전 공략이 아니라 점집을 차려야 할 것 같은데.”
“분명 대박 날걸? 신변의 위협 같은 건 진짜 기막히게 알아채잖아.”
“그럼 특수형 던전 땐 왜 몰랐을까? 그때 대장 죽었는데.”
“그러게?”
파티원들의 의문에 박성원이 커피를 쪽쪽 마시며 설명했다.
“결국엔 살았잖아. 내 초감각은 원인이나 중간 과정은 무시하고, 죽는지 안 죽는지 결과만 알려주거든. 그래서 그땐 발동 자체가 안 된 거야.”
“아하.”
죽을 뻔한 사람을 구해서일까. 박성원의 어깨가 한결 편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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