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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원 상점-24화 (24/240)

나 혼자 1원 상점 - 24화

최용민은 이 시건방진 침입자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했다.

놈들의 레벨은 각각 41, 46.

58레벨인 그에게는 벌레나 다름없는 수준.

최용민은 끓어오르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앞머리를 쓱 넘겼다. 그가 말했다.

“좋아, 정했다. 네놈들은 키메라로 만들어주마.”

뿌득!

최용민의 발언에 권도빈이 이를 갈았다. 그는 죽은 동료들의 얼굴이 떠올라 발끈했다.

“네가 만든 키메라들 때문에 내 동료들이 죽었어!”

“그래서 뭐 어쩌란 거냐? 그놈들이 약해빠져서 죽은걸.”

최용민은 아무런 죄책감도 못 느꼈는지 빈정거렸다.

그 냉담하고 뻔뻔한 태도에 권도빈이 매직 스크롤을 꺼내 겨눴다.

그걸 본 최용민이 비웃었다.

“애송아. 매직 스크롤 좀 있다고 마법사가 된 기분이더냐?”

“닥쳐!”

권도빈이 공격 주문을 몇 개 날렸다.

화염과 얼음 덩어리들이 화살처럼 산개하며 쏟아졌다.

그러자 최용민은 마법 지팡이를 꺼내 지휘자처럼 휘저었다.

그러자 그를 향해 날아들던 주문들이 하나둘 흩어져 소멸했다.

상대의 주문을 무효화시키는 「디스펠」이었다.

“흥. 마법사들의 전투에서 승패를 가르는 건 주문의 개수가 아닌 경지다. 하급 주문 따위로 어딜 감히.”

철석같이 믿었던 매직 스크롤이 허무하게 막혔다.

최용민 수준의 마법사에게 하급 주문을 역산해 무효화하는 건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

권도빈의 눈에 짙은 절망감이 피어올랐다. 그때, 옆에서 정도현이 말했다.

“주저하지 말고 계속 쏴.”

“뭐?”

“계속 쏘라고.”

“하지만···.”

방금 봤잖아. 저 녀석한테 하급 주문은 안 통하는 거.

권도빈이 힘없이 말하자 정도현도 고갤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래. 디스펠로 막았지.”

최용민은 분명 노련한 마법사였다.

하급 주문으로 어떻게 해볼 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근데 그 디스펠도 결국엔 주문이잖아? 그럼 쓸 때마다 마력이 들겠지.”

“아.”

“아까부터 무슨 잡담을 해대는 거냐? 건방진 것들.”

날 눈앞에 두고 저들끼리 잡담이나 속닥거리다니. 아주 괘씸했다.

최용민은 곧장 공격 주문을 캐스팅했다.

그러자 권도빈도 매직 스크롤을 몇 장씩 꺼내 응수했다.

최용민은 피식 웃으며 아까처럼 디스펠로 권도빈의 주문을 지워버렸다.

‘응?’

권도빈의 화염구가 사라졌다.

그런데 그 뒤에서 바람을 응축한 화살들이 추가로 날아들었다.

퍼엉-!

서로의 주문이 격돌하여 폭발했고, 그 여파로 연구실 내부에 거센 바람이 불었다.

“큭!”

최용민이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가렸다. 치욕이다. 저딴 애송이한테 공격이 막히다니.

그는 불쾌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그다음 주문을 준비했다.

“···「맹수의 발톱」.”

촤아악-!

바람을 응축시켜 생성한 칼날들이 바닥을 쭉 긁으며 뻗어나갔다.

바닥에 새겨진 흔적은 꼭 거대한 짐승이 앞발로 할퀴고 간 것 같았다.

“헉!”

그걸 본 권도빈이 기겁하며 보호막 스크롤을 꺼냈다.

그 뻔한 대응에 최용민이 비웃으며 디스펠 주문을 사용했다. 그러자 반투명한 장막이 흐릿해졌다.

이제 실드도 사라졌으니 놈은 바람의 칼날에 갈가리 난도질당할 것이다.

“···응?”

카가각-!

바람의 칼날이 어그러지며 엉뚱한 곳으로 비껴갔다.

자신만만하던 최용민의 얼굴도 구겨졌다.

권도빈의 보호막은 하나가 아닌 몇 겹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실드 스크롤을 여러 장 사용한 것이다.

“허으, 허억···.”

“좋아. 계속 그렇게만 해.”

정도현이 잔뜩 긴장한 권도빈의 어깨를 두들겨주며 격려했다.

최용민은 눈을 가늘게 뜨며 둘을 노려봤다.

‘저 애송이. 매직 스크롤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 거지?’

매직 스크롤은 일회용 아이템인데 만들기 까다로워서 가격이 상당하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모은 돈으로 방어구나 무기를 사는 게 정석.

그런데 저렇게 스크롤을 사서 쟁여두는 미친놈은 수십 년 살면서 처음 만나봤다.

“얼마나 더 있을지 궁금하구나, 애송아!”

최용민은 그렇게 외치며 주문을 캐스팅했다.

성인 주먹 정도 크기의 작은 마력 구체들이 그를 중심으로 공전했다.

이번에 그가 사용한 건 전부 최하급 주문이었다.

‘마법의 위력은 등급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야.’

최하급 주문도 술사의 기량과 주문 숙련도에 따라서 등급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다.

최용민은 자신이 있었다. 최하급 주문으로도 저 애송이의 주문을 찍어누를 수 있다고.

최하급 주문들이 총탄처럼 쏘아졌다.

그걸 본 권도빈은 에라 모르겠단 식으로 매직 스크롤을 마구잡이로 꺼내 사용했다.

쾅! 콰앙!

마법과 마법의 격돌.

최용민과 달리 권도빈은 마법 지식이 부족했다. 어떤 주문으로 대응해야 유리한지도 잘 몰랐다.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썼다.

검사들의 대결로 비유하면 불필요한 자세나 공격을 연발해 힘을 낭비하는 꼴. 그런데도 밀리진 않았다.

“···이 무식한 놈이!”

감히 돈으로 날 찍어누르겠단 거냐!

권도빈이 지닌 매직 스크롤 개수가 예상보다 훨씬 많자, 최용민의 콧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그가 디스펠로 주문을 없애는 것보다 권도빈이 매직 스크롤을 꺼내 발동하는 게 더 빠르다.

두 마법사의 힘겨루기는 예상과 달리 아주 팽팽했다.

그렇게 피 터지게 싸우고 있을 때, 정도현은 발소릴 죽인 채 옆으로 돌며 최용민 쪽으로 파고들 기회를 엿봤다.

‘바닥이 지저분하군.’

기회를 엿보다 자연스럽게 연구실 풍경이 보였다.

두꺼운 서적, 복잡한 수식이나 도형이 빼곡히 그려진 종이 뭉치가 바닥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과장 좀 보태자면 발 디딜 곳도 없을 지경.

툭.

옆으로 돌던 그의 발치에 두꺼운 책이 채였다.

「불로불사 연구」

‘불로불사라니.’

주제가 아주 거창했다.

최용민이 여기 박혀서 뭘 연구하고 있었는지 대충 가락이 잡혔다.

‘불로불사의 몸이 되고 싶었던 건가?’

불사는 모르겠으나 불로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 들었다.

1, 2급 시민들은 젊음을 오래 유지하고자 어릴 때 ‘세계수의 열매’를 먹는다.

그걸 복용하면 장수는 기본이고, 성년이 될 때까지는 남들과 비슷한 속도로 나이를 먹지만, 그 이후부터는 노화 속도가 느려진다고 했다.

‘자질구레한 질병도 안 걸린다지?’

상점에 팔고 있으면 할아버지한테 하나 드려야겠어.

젊음을 되찾진 못하겠지만, 몸은 건강해질 것이다.

정도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권도빈이 비명을 내지르며 땅바닥을 굴렀다.

팽팽했던 힘 싸움에서 밀린 것이다.

“야, 구경만 하지 말고 어떻게 좀 해봐! 스크롤도 거의 다 떨어졌다고!”

최하급 주문에 얻어맞아 만신창이가 된 권도빈. 그가 살려달라며 외쳤다.

그의 희생은 무의미하지 않았다.

승자인 최용민도 숨을 헐떡이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최하급 주문이라도 그렇게 난사를 해댔으니 마력을 상당히 소모했을 터.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타앙-!

정도현이 땅을 박찼다.

측면으로 빠르게 파고들자, 최용민은 그의 진입 경로에 화염 구슬을 지뢰처럼 흩뿌렸다.

그가 41레벨이라서 방심한 건지 그 이상의 대비는 없었다.

정도현은 물러서지 않고, 세트 방어구에 붙어 있는 스킬을 발동했다.

“「항마의 방패」.”

항마의 방패는 마법 피해를 경감시켜주는 보호막.

게다가 장착한 세트 아이템의 파츠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견고해진다.

당연하게도 그는 풀세트였다.

터엉! 텅!

정도현이 맨몸으로 폭발 구슬을 불도저처럼 밀어버리자 최용민은 기겁했다.

“「대지의 창」!”

최용민이 부랴부랴 땅에 손을 짚으며 다음 주문을 발동했다.

그러자 정도현의 발밑으로 빛나는 마법진이 하나둘 생기며 뾰족한 돌기둥이 솟아났다.

정도현은 칼을 휘둘러 쳐냈지만, 전부 막을 순 없었다.

미처 베지 못한 돌기둥이 정도현의 몸을 두들겼다.

터엉! 콰직!

한 방 한 방의 위력이 묵직했다. 중급 주문인 것 같았다.

항마의 보호막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깨졌다. 그의 몸에 충격이 일부 전해졌다.

“···「바람 질주」.”

타앙-!

하지만 그는 발을 멈추지 않았다. 몸속에서 메아리치는 고통을 억누르며 이동 스킬을 사용해 도약했다.

그대로 몸을 내던지며 칼을 휘두른다.

“···!”

촤악-!

은빛 검광이 최용민의 가슴에 닿았다.

“끄허억···!?”

최용민의 가슴팍에 기다란 자상이 생기며 피가 줄줄 흘렀다.

둘의 레벨 차이가 심한데도 상처가 제법 깊었다.

최용민이 피를 울컥 뱉으며 도망치듯 거릴 벌렸다.

정도현도 몸을 날려 공격을 날리느라 균형을 잃고 바닥을 굴러갔다.

“이···. 버러지들이!”

최용민은 피로 물든 이를 아득바득 갈면서 분을 토해냈다.

몸을 내던졌던 정도현이 비척대며 일어섰다. 그의 표정은 의문으로 가득했다.

‘칼날에 성수를 뿌려뒀는데 왜 아무 반응도 없지?’

흑마법사라면 분명 성수와 반발할 텐데. 살점이 곪거나 하질 않았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흑마법사가 아니라고?’

당연히 흑마법사인 줄 알았는데 헛다릴 짚었다.

정도현은 일단 회복 포션을 꺼냈다.

줄어든 체력부터 보충해야 한다.

“어딜!”

하지만 최용민은 그걸 눈 뜨고 구경만 하지 않았다. 그가 지팡이를 집어넣고 양손으로 수인을 맺었다.

파직, 파지직-!

그의 어깨에서 손끝으로 푸른 전류가 흘렀다. 살벌한 스파크 소릴 내면서.

“「라이트닝 웹」!”

“···!”

그가 두 손을 교차하며 단숨에 전류를 방출했다.

꽈르릉-!

벼락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그물 모양의 전격이 날아들었다. 정도현은 피하려 했으나 체력이 떨어진 탓에 반응이 둔했다.

“크윽!”

전격 주문이 명중했다.

정도현은 대형 트럭에 치인 사람처럼 뒤로 튕겨 날아가 땅바닥을 굴렀다.

“후우, 후우···.”

최용민은 거친 숨을 뱉으며 가슴에 난 상처를 부여잡았다.

그도 나이를 먹은 탓에 몸이 예전 같지가 않았다.

‘정말 위험했다.’

겨우 41레벨한테 치명상을 입을 줄이야.

정도현의 레벨이 좀 더 높았으면 그도 못 버텼을 것이다.

그래도 이걸로 놈은 죽었다.

레벨은 17 차이가 나고, 살상력이 뛰어난 중급 전격 마법을 정면에서 얻어맞았다. 살아 있는 게 이상했다.

“···!”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쓰러졌던 정도현이 꿈틀대며 움직였다.

그가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걸 본 최용민이 경악했다.

“어, 어떻게···!?”

이건 말도 안 된다. 놈은 죽었어야만 했다.

최용민은 꿈에도 몰랐다.

정도현이 연구실에 들어오기 직전, 각종 속성 주문의 내성을 늘려주는 버프 물약과 패시브 스킬을 지녔을 거라곤.

최용민은 황급히 남은 마력을 끌어올려 마무리 주문을 캐스팅했다.

“죽어라!”

그래. 이번에 죽이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던 최용민에게 화살 한 발이 날아들었다.

푹-!

어깨에 화살이 꽂히자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완성 직전의 주문이 힘을 잃었다.

“허억, 헉···.”

권도빈이 다 된 밥에 재를 뿌렸다.

최용민이 그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매직 스크롤만 써대길래 활까지 다룰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 사이, 정도현이 회복 포션을 사용하며 일직선으로 달려왔다.

‘안 돼!’

이러면 주문을 외우기도 전에 놈이 먼저 도달한다.

정도현이 한 손에 칼을 쥔 채 야생마처럼 뛰어온다. 죽음이 달려오는 것 같았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쩔 수 없지.’

다소 불안정하지만 그걸 쓸 수밖에.

그는 약물이 담긴 유리관을 꺼내 단숨에 들이켰다.

‘저건 뭐지?’

거릴 좁히던 정도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최용민이 수상쩍은 약물을 마셨다.

흑마법사들이 쓰던 마력 강화제 같은 건가?

‘그럼 단숨에 결판을 낸다.’

정도현은 노인이라 해서 봐주지 않았다.

푹-!

그의 칼날이 최용민의 목을 관통했다.

그대로 힘을 가해 머릴 완전히 잘랐다.

촤악!

최용민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허전해진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정도현은 피범벅이 된 채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허억, 헉···.”

정도현은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최용민을 노려봤다. 목 없는 시체가 바닥에 드러누웠다.

“해, 해냈다!”

권도빈이 믿기지 않는단 표정으로 외쳤다. 41레벨이 58레벨을 잡다니.

이건 기적이었다.

권도빈이 싱글벙글 웃으며 정도현에게 달려올 때.

꿈틀-!

시체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그걸 눈치챈 정도현이 흠칫하며 시신의 가슴팍을 내리찍었다.

푹!

칼날이 심장을 꿰뚫었지만, 목 없는 시체는 계속해서 들썩였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정도현은 칼을 회수하고 급히 물러났다.

“···!”

꿈틀!

가슴팍의 상처가 급속히 아문다.

꾸물, 꾸물!

잘린 목에서 뼈와 살이 돋아났다.

통로에서 마주쳤던 키메라들과 거의 흡사했다. 이윽고 잘린 머리가 완전히 재생됐다.

그런데 얼굴 상태가 좀 이상했다.

‘젊어졌다?’

최용민의 얼굴은 몰라보게 젊어졌다.

저 정도면 30대 초반 정도로밖에 안 보였다.

‘아까 마셨던 약물의 효과인가.’

기어이 회춘약을 만들어내다니. 대단한 집념이었다.

정도현이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싸우려던 찰나.

“크르르···.”

최용민이 짐승처럼 그르렁댔다.

눈동자에 지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동공은 파충류처럼 세로로 길쭉하게 변했다.

꾸드득-!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전신의 뼈와 근육들이 소릴 내며 뒤틀리더니 점차 비대해졌다.

피부색도 점점 녹색으로 물든다.

그 기이한 변화에 정도현과 권도빈이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크워어어어어!”

이윽고 리자드맨처럼 변해버린 최용민이 절규하듯 괴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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