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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원 상점-23화 (23/240)

나 혼자 1원 상점 - 23화

쾅! 쾅! 쩌저적-!

얼음 포탄들이 마구 빗발쳤다.

변종 리자드맨들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필사적으로 구르거나 뛰었지만, 그러기엔 쏟아지는 주문이 너무 많았다.

“키에엑!”

“끄르르···.”

기온이 뚝 떨어졌다. 어찌나 추운지 리자드맨들 몸에 새하얀 서리가 내렸다.

체온을 확 빼앗기자 리자드맨들은 역병에 걸린 것처럼 비실댔다.

촤악! 서걱!

그렇게 골골대는 놈들은 정도현이 무자비하게 썰었다.

살가죽이 질겼지만 그의 완력은 그마저도 찢어발겼다.

얼어붙어서 반응이 둔해진 리자드맨들은 저항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와···.”

권도빈은 정도현의 학살극을 구경했다.

악몽 같았던 저 괴물들이 정도현 앞에선 한낱 도마뱀으로 영락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놈들이 쓸려나가는 걸 보고 있자니 기분이 통쾌했다. 답답했던 속이 다 후련해졌다.

“···고마워.”

정도현은 전투에 몰두해서 듣지 못하겠지만, 권도빈은 그를 향해 감사를 표했다.

서른 마리가 넘는 변종 리자드맨들이 칼과 마법 앞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그득히 쌓인 시체 무더기 사이에 정도현 혼자만 서 있었다.

“후···.”

정도현의 숨이 처음으로 거칠어졌다.

레벨 차이 때문에 그도 온 힘을 다해야만 했다.

‘역시 경험치는 안 들어왔나.’

아무리 레벨 올리기가 갈수록 힘들어져도, 50레벨이 넘는 몬스터를 수십 마리씩 죽였다.

1레벨 정도 올랐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권도빈의 레벨은 요지부동. 이걸로 확실해졌다.

‘이것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실험체다.’

매직 스크롤을 투자하고 고생해가며 쓰러트렸는데 얻는 게 없다니.

자연스레 짜증이 치솟았다.

정도현의 표정이 구겨지자 권도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경험치 못 얻어서 그래?”

“그래. 범인 얼굴 좀 보고 싶어졌어.”

“···괜찮겠어?”

권도빈이 걱정하는 어투로 말했다.

이 정도 키메라를 만들어냈을 정도면 술사의 실력 역시 뛰어날 터.

권도빈은 이렇게 주장했다. 관리국에 진상을 알린 뒤, 지원군을 데려오는 편이 낫지 않겠냐고.

하지만 정도현은 고갤 저었다.

“관리국은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아. 변종 리자드맨이 키메라라고 말해도 미적대면서 간만 볼걸.”

“하긴. 그놈들 엉덩이가 무겁긴 하지.”

권도빈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범인한테 시간을 주면 뭔가 낌새를 채고 다른 곳으로 도망칠 것이다.

다른 곳에 가서도 인체 실험을 해대겠지.

정도현은 권도빈에게 선택권을 줬다.

“넌 이제 돌아가도 돼.”

“···혼자 가겠다고?”

권도빈은 무슨 소릴 하는 거냐며, 자신도 끝까지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도현은 냉정하게 판단하라고 조언했다.

“너까지 신경 쓰면서 싸울 자신이 없어.”

아무리 범인한테 복수하고 싶어도 죽으면 그걸로 끝이다. 죽은 동료들도 그건 원치 않을 테고.

정도현의 설득에 권도빈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래. 내가 따라가봤자 별 도움 안 되겠지.”

권도빈은 자신의 부족함을 순순히 인정했다.

그는 정도현처럼 잘 싸울 수도 없고, 힐러처럼 회복이나 버프 스킬을 걸어줄 수도 없다.

마법사처럼 고화력의 주문을 날리지 못한다.

고작해야 뒤에서 화살 몇 발 쏘는 게 다겠지.

객관적으로 볼 때 정도현의 발목만 붙잡을 것이다.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끝까지 도와주고 싶어.”

“그러다 죽을지도 모르는데?”

“어. 네 덕에 무겁던 마음이 좀 편해졌거든. 은혜는 갚아야지.”

흑막은 따로 있지만, 적어도 동료들을 살해한 괴물들은 전부 처치했다.

그는 리자드맨들이 착용하고 있던 동료들의 장비를 확인해봤다.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있었다.

‘이걸로 너희도 조금은 편히 쉴 수 있겠지.’

전부 정도현 덕분이었다. 권도빈은 각오를 다지고서 말했다.

“미끼나 정찰병으로 써도 좋으니까 날 데려가 줘.”

“···.”

권도빈의 결의가 전해진 걸까. 정도현이 작게 한숨 쉬며 말했다.

“죽어도 모른다? 날 원망하지 마.”

“내가 그런 좀생이로 보이냐?”

“어지간한 사람은 죽을 때 다 그래.”

최근에 안 그러는 사람을 한 명 보긴 했다만, 그건 박성원이 비정상적이었던 거고. 그런 사람이 흔할 리 없지.

‘뭐, 죽어도 살릴 순 있지만.’

그가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도 없었다.

둘 다 죽는 것보단 한 명이라도 살아가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그래도 본인이 저렇게까지 돕겠다고 하니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그럼 가자.”

“잠깐만.”

다시 출발하려던 권도빈을 정도현이 불러세웠다. 그가 피의 맹약서를 꺼냈다.

그걸 본 권도빈이 고갤 끄덕이며 말했다.

“서로 배신하지 않도록 계약서 쓰자고?”

“그런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더 중요한 거라니?”

권도빈이 고갤 갸웃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뭘지 선뜻 생각나지 않았다.

정도현은 계약서에 지켜야 할 조항들을 적어넣고서 그에게 넘겨줬다.

권도빈은 그걸 쭉 읽어보더니 마치 소처럼 눈을 끔뻑거렸다.

“이곳에서 있었던 일, 정도현과 관련된 정보는 일절 발설하지 말라고?”

“아이템 많이 들고 다닌다고 소문이라도 나봐. 귀찮은 것들이 꼬일 거 아냐.”

“아.”

권도빈도 이해했는지 고갤 두어 번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소문이 번지면 레드 플레이어들이 군침을 흘리며 다가올 것이다.

정도현 정도면 쉽게 당할 것 같진 않지만, 굳이 화를 자초할 필요도 없으니까.

권도빈이 계약서에 서명했다.

“좋아. 이제부터 넌 마법사 포지션이야.”

“뭐?”

이건 또 뭔 소리야?

그의 뚱딴지같은 말에 권도빈이 고갤 갸웃했다.

그러자 정도현은 인벤토리에서 뭔가 바리바리 꺼냈다. 전부 매직 스크롤이었다.

“어, 어?”

아까 줄기차게 사용했던 「아이스 캐논」 외에도 다른 공격 주문이 담긴 매직 스크롤이 각각 수십 장씩 있었다.

그 어마어마한 물량에 권도빈의 머릿속이 얼어붙었다.

‘미친. 이게 다 얼마야?’

아니, 가격은 그렇다 쳐도 이렇게나 많이 들고 다니다니.

스크롤을 양손 가득 품은 권도빈은 손발이 덜덜 떨렸다.

그가 뭔가 직감한 듯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너···. F구역 출신 아니지? 아니, 그게 아니라···. 상위 구역 출신이시죠?”

권도빈은 정도현이 상위 구역 주민임을 확신했다. 말투도 도중에 고쳤다.

매직 스크롤을 이렇게나 많이 들고 다닐 재력이라면 최소 C구역 출신일 것이다.

C구역에서 태어났으면 2급 시민이란 뜻.

3급 시민인 권도빈 입장에선 편하게 말을 놓는 것조차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원래라면 감히 눈도 못 마주칠 격차였다.

“아니. F구역 출신 맞는데. 봐봐.”

“···위조한 거 아닙니까?”

정도현이 시민증을 내밀며 해명했지만 권도빈은 믿지 않았다.

시민증은 레드 플레이어들도 잘만 위조하고 다니는데, 재벌가 도련님이라고 해서 못할 이유가 어딨겠는가.

정도현이 답답하단 얼굴로 반박했다.

“재벌가 도련님이 뭐 하러 이런 데까지 들어와서 개고생하겠냐.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 그건···.”

그 또한 맞는 말이라 권도빈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심심풀이로 밑구역에 내려와 깽판 치는 철부지 도련님 혹은 아가씨가 간혹 있다곤 들었다.

하지만 그들도 목숨을 걸면서까지 일탈을 즐기진 않는다.

“그럼 이 아이템들 다 어디서 났는데?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봐.”

“그런 건 뭐 하러 물어봐.”

정도현은 딱히 해줄 말이 없어서 그렇게 일축했다.

그러자 권도빈이 반신반의하는 눈으로 쳐다봤다.

정도현은 그에게 빨리 따라오기나 하라며 앞장섰다.

***

가면서 흑마법사가 어디 숨었을지 추리해봤다. 굳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리자드맨들이 모여 있는 곳?”

“어. 놈이 거기에 숨었을 것 같거든.”

흑마법사는 유령 도시에 숨어서 무언가를 연구하고 있다.

남에게 들키거나 방해받고 싶지 않을 테니, 연구실 근처로 접근하지 못하게 조치했을 터.

‘그래서 키메라를 만들어 풀어둔 거야.’

연구소 근처로 오는 놈들은 다 죽이면 된다.

그 단순무식한 방법으로 놈은 몇 년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변종 랍토르랑 리자드들도 그놈 작품일걸?”

“어쩐지. 번식 속도가 어째 빠르더라.”

숫자가 적은 변종들이 해마다 불어나서 좀 이상했는데, 그마저도 범인의 소행이었다니.

변종들 때문에 죽거나 다쳤던 플레이어들도 꽤 많았다. 범인은 그야말로 민폐 그 자체였다.

“완전 개새끼네 진짜.”

권도빈이 구수한 욕설과 함께 침을 탁 뱉었다.

쿵, 쿵, 쿵!

그때, 앞쪽에서 묵직한 땅울림이 느껴졌다.

정도현과 권도빈은 동시에 멈췄다.

둘은 말없이 눈빛을 교환하곤 전투태세를 갖췄다.

쿵, 쿵, 쿵, 쿵!

발소리가 점차 가까워지더니 안개 속에서 웬 거인이 나타났다.

[자이언트 리자드맨][LV.54]

이번엔 덩치가 몇 배는 큰 변종이었다. 아까 쓰러트린 놈들보다 레벨도 조금 더 높다.

‘랍토르보단 리자드의 특성을 극대화한 건가?’

자이언트 리자드맨이 커다란 눈동자를 굴리며 정도현 일행을 내려다봤다.

그러자 하운드 울프들이 꼬릴 바짝 말고 덜덜 떨었다.

아무리 충성스러운 소환수라도 레벨 차이가 너무 나면 본능적으로 얼어붙는 모양.

정도현은 하운드 울프들을 물린 뒤 말했다.

“이야, 표적이 더 커졌네?”

덩치가 커지고 레벨도 높아졌지만, 정도현과 권도빈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그들 입장에선 오히려 이런 녀석이 상대하기 쉬웠다.

“죽어랏!”

권도빈이 매직 스크롤을 연달아 사용해 프로즌 캐논을 발포했다.

쾅! 콰앙! 쾅!

돌팔매질로 골리앗을 쓰러트렸다던 다윗처럼, 자이언트 리자드맨이 괴성을 내지르며 뒤로 고꾸라졌다.

쿠우웅!

얼어붙은 거인이 넘어지자 지축이 흔들리며 모래 먼지가 일었다.

“와, 씨. 미쳤다. 마법이 개사기였네.”

“연발로 쏴서 다 맞추면 그렇지.”

“하긴. 빗나가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권도빈은 저렇게 큰 거인을 단숨에 쓰러트렸다는 게 도저히 믿기질 않는지 실실 웃었다.

계속 안쪽으로 들어가며 자이언트 리자드맨을 열 마리 넘게 쓰러트렸을 때쯤.

컹컹!

하운드 울프가 어딘가를 보며 마구 짖었다.

“찾았다.”

안개 속에 가려진 터널 모양의 입구를 발견했다.

도시 근처에 게이트가 붕괴했을 때, 시민들이 대피하도록 만들어둔 지하 방공호 시설이었다.

거인들이 이 근방만 돌아다닌 걸 보면 여길 무단으로 점거해 실험실로 쓰는 듯했다.

정도현과 권도빈은 망설이지 않고 어두운 터널 속으로 발을 들였다.

권도빈은 어둠을 몰아내는 보조 주문, 「라이트」를 사용했다.

우웅-!

조그만 빛의 오브가 반딧불이처럼 그들 주위를 둥둥 떠다니며 주위를 밝혔다.

그렇게 몇 분 정도 들어가자, 터널 안쪽에서 메아리치듯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까지 들어오다니. 뭐 하는 놈들이냐?]

제법 나이를 먹은 노인의 목소리였다.

침입한 걸 들켰다. 통로에 알람 마법이라도 깔아뒀나.

‘이러면 기습은 물 건너갔군.’

정도현이 아쉬움에 혀를 차며 대답했다.

“변종 리자드맨, 네 놈이 만든 거지?”

[그렇다. 여기까지 온 걸 보니 제법 실력이 있는 놈들이구나.]

“여기 숨어서 뭘 연구하고 있었지?”

[네놈들은 알 필요 없다. 어차피 곧 죽을 텐데.]

그 말을 끝으로 노인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그러자 권도빈이 투덜댔다.

“어떻게 자기 할 말만 하냐. 싸가지가 없네. 나이를 거꾸로 처먹었나.”

정도현은 대답 대신 검을 뽑았고, 권도빈은 매직 스크롤을 양손에 꼭 쥔 채 주변을 경계했다.

죽을 거라 말했으니 뭔가 공격이 올 거다.

착, 착, 착.

위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정도현의 귀가 토끼처럼 쫑긋했다. 그가 고갤 들어올려 천장을 살폈다.

“위에서 온다.”

“저, 저게 뭐야!”

한 박자 늦게 고갤 젖힌 권도빈이 비명을 내질렀다.

발가벗은 인간들이 카멜레온처럼 천장에 달라붙어서 기어 왔다.

그들의 생김새는 괴상했다.

머리카락은 물론이고 전신에 체모가 한 올도 없어 피부가 매끈했다.

게다가 피부색은 신호등처럼 알록달록했고, 뱀의 비늘처럼 피부가 우둘투둘 갈라져 있었다.

‘사람과 파충류 몬스터를 섞은 키메라다.’

끼에에에-!

잘 익은 열매처럼 천장에서 우수수 떨어진 키메라들.

이성이 없는지 짐승보다 더한 괴성을 내지른다.

그들이 좀비처럼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들었다.

“죽어!”

권도빈이 화염 주문을 날렸고, 정도현은 가까운 놈들부터 거침없이 베어 넘겼다.

캬악! 케에엑!

전투 능력은 의외로 형편없었다.

놈들이 비명을 토해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

꾸물! 찌걱!

전신이 불타고, 목이 달아났는데도 놈들은 꿈틀대며 다시 일어났다.

불타거나 잘린 부위에서 뼈와 살이 식물 줄기 마냥 빠르게 돋아났다.

엄청난 재생력이었다.

그 기괴한 광경에 권도빈이 질겁하며 물러났다.

“뭐야! 저것들 왜 안 뒤져?”

“이놈들은 재생력을 극대화했나 본데.”

“그, 그럼 어떻게 죽여?”

전투 능력은 앞서 만난 키메라들보다 훨씬 뒤떨어진다. 하지만 재생력이 말도 안 되게 뛰어났다.

치명상을 입혀도 금방 재생하는 불사의 군단. 성가신 상대였다.

“죽일 수 없으면 못 움직이게 만들면 되겠지.”

다른 방법이 먼저 떠올랐지만, 닭 잡는 데 굳이 소 잡는 칼 쓸 필요 있겠는가.

정도현은 1원 상점에서 속박용 아이템을 검색해 전부 구매했다.

“자, 던져.”

“‘끈끈이 폭탄’? 너 이런 것까지 들고 다녀?”

끈끈이 폭탄. 적에게 피해는 못 주지만 한동안 움직임을 봉쇄하는 아이템.

정도현과 권도빈은 달려오는 놈들을 향해 끈끈이 폭탄을 던졌다.

철퍽! 철퍽!

온몸에 끈적한 액체가 묻은 키메라들이 서로 엉겨 붙어서 넘어졌다.

“키에엑···?!”

“캬악!”

서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옴짝달싹 못 했다.

정도현과 권도빈은 놈들 주위를 빙빙 돌며 남은 끈끈이 폭탄을 던져댔다.

힘이 부족하니 스스로 속박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거고, 이 정도 양이면 최소 몇 시간은 갈 거다.

정도현 일행은 무력화된 키메라들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

흑마법사는 침입자들한테서 관심을 끄고 다시 실험에 열중했다.

놈들은 여기까지 들어올 수 없다.

실패작들과 싸우다 지쳐서 잡아먹히거나 밖으로 도망치겠지.

‘슬슬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겨야겠군.’

그가 그렇게 생각할 때.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연구실 문이 벌컥 열렸다.

“···!”

정도현과 권도빈이 동시에 문을 뻥 걷어차며 들어왔다. 그들을 본 흑마법사가 눈을 부릅떴다.

[최용민][LV.58]

“네놈들. 어떻게 뚫고···!”

“죽어, 새끼야!!”

그가 뭐라 말하려는데, 권도빈이 마법 주문 외우듯 욕설을 뱉으며 매직 스크롤을 사용했다.

화르륵-!

화염 주문들이 불화살처럼 우수수 날아든다.

그걸 본 최용민이 기겁하며 보호막을 펼쳤다.

콰앙! 콰아앙-!

화염 주문이 반투명한 보호막과 부딪히며 연달아 폭음을 터트렸다.

연구실에 시커먼 연기가 자욱이 깔렸다. 노인은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다.

권도빈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생각했다.

‘죽었나?’

그의 바람과 달리, 연막이 걷히며 멀쩡한 상태의 노인이 보였다.

다짜고짜 공격당한 최용민이 분노한 얼굴로 일갈했다.

“버러지들이 감히 내 연구실에 멋대로 들어와서 깽판을 쳐?”

“불법으로 점거한 거잖아.”

“이 건방진···!”

정도현이 단속 나온 관리국 요원처럼 말했다. 그러자 최용민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원래 사람은 할 말이 없으면 화를 내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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