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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륵이니라-180화 (180/187)

< 180화 무제한 타격 작전(2) >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화약 병기의 위력이 명나라 해안을 거칠게 타격했다.

“오합지졸이 따로 없군요.”

“하하하. 2,000여 척에 이르는 대군이 대마도를 공격하고 있네. 설마 바다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나.”

“그건 그렇습니다. 그러고 보면 덕분에 우리 해안에 간헐적으로 출몰하여 노략질하던 왜구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참으로 유익한 명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네 말이 딱 맞네.”

“또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엄청난 대군의 출병에 왜구들은 기겁하여 도주했을 거니까요.”

“응당 옳은 말일세. 그러나 우리는 왜구가 아니지.”

그랬다. 이들은 벽란도에서 출병한 고려 군선이었다.

박위는 차분한 눈빛으로 전황을 살폈다.

과연 생각하지 못한 기습이었을까?

명군은 허둥대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나저나 다른 장군들은 어떨지 궁금하군요.”

“어려움이 있지는 않을 걸세.”

애초 500여 척의 규모로 벽란도를 떠난 고려 군선이었다.

그런데 박위가 이끄는 군선은 100여 척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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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배극렴이 이끄는 100여 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변안열의 지휘를 받는 100여 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이원계의 100여 척.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남경 포구가 다시는 회생하지 못하도록 박살을 내야 할 것이다.”

최영과 저돌적인 공세를 펼치는 100여 척.

동구왕 탕화가 대마도를 공격하고 있을 때 분군한 고려 군선이 명나라의 해안 곳곳을 처참하게 유린하고 있었다.

그랬다. 이들은 일찍이 명 해안을 타격했던 정지의 고려 왜선이 아니라 연왕 주체로부터 전달받은 명의 뛰어난 화약 병기가 곳곳에 배치된 확실한 고려 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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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왕 탕화의 명군은 순식간에 대마도를 도륙했다.

왜구들이 치열하게 반격했으나 위력적인 화약 병기를 앞세운 명의 강군을 막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동안 왜구들이 명을 상대로 기승을 부릴 수 있었던 건 기습과 유격전에 따른 것이었지 전면전을 감당할 수 있는 전력이 있었던 건 아니었기에 필연적인 결과였다.

“허. 왜국 본토를 정벌하라?”

“그렇습니다. 동구왕 전하.”

“음.”

“무려 2,000여 척에 이르는 대군입니다. 쉽게 동원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닙니다. 하여, 황상께서는 이참에 대명의 위력을 왜구들에게 분명하게 보이고자 하십니다.”

황명을 가져온 명 관리의 말.

동구왕 탕화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묘한 미소를 지었다.

“한데, 자네는 누구인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아.”

“내게 황명을 가져올 정도면 적당한 품계는 될 것이다. 한데, 나는 자네를 알지 못해.”

“아.”

“또한, 자네는 어지를 가져오지도 않고 말로만 황명을 전했네.”

“음.”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네만?”

동구왕 탕화의 압박.

명관리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소인은 연왕 전하의 사람입니다.”

“허. 연왕 전하?”

“예.”

“하면, 연왕 전하가 보낸 사람이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한데, 어째서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지? 또한, 이제 와서 그렇게 말하면 내가 믿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러자 명관리는 품에서 서찰을 꺼내서 내밀었다.

“연왕 전하의 친필입니다.”

“음.”

연왕 주체의 필체였다.

그러니까 애초 그가 시킨 일이라는 거다.

황명을 전하는 관리라는 부분까지.

동구왕 탕화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연왕께서는 북상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이참에 대명의 힘을 오랑캐들에게 분명하게 보이고자 하십니다.”

“해서, 내가 왜국을 공격한다? 대명은 두 개의 전선을 동시에 구축할 수 있음을 알리고자?”

“예. 물론, 대마도를 경략하시는 대공을 세우셨으나 왜국 본토 정벌과는 비교할 수 없지 않습니까.”

“음.”

“연왕 전하가 이르길 ‘황상께서 왜구를 토벌하라고 하셨는데 대마도까지라는 선을 정하지는 않으셨다.’라고 했습니다. 또한, 과거 몽골족의 원이 이루지 못한 왜국 정벌을 대명이 해낸다면 위엄이 가히 하늘을 찌를 거라고 덧붙였지요.”

“대마도와 왜국 본토는 다른 문제일세.”

“전장을 책임지는 장수에게는 편의종사권이 있습니다. 그러니 동구왕께서 왜국 본토를 정벌하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건 무리일세.”

“그렇습니까?”

“별로 아쉬워하지는 않는군.”

“만일 동구왕 전하께서 거절하셔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이르셨지요.”

“그런데도 연왕 전하는 북상한다?”

“요동을 되찾겠노라 다짐하셨습니다.”

동구왕 탕화는 피식 웃었다.

하늘을 찔러댈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는 연왕 주체의 호기로움이 스쳤기 때문이다.

“가거든 이렇게 전하게.”

“이르시지요.”

“왜국 본토의 일부만 혼을 내주고 오겠다고.”

“과연 동구왕 전하십니다.”

명 관리는 예를 차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나저나 연왕 전하께서 좋은 수하를 뒀군. 자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설득되지 않았을 거야.”

“과찬이십니다.”

“이름을 알려주겠나?”

“물론입니다.”

“무엇인가?”

동구왕 탕화의 물음.

명 관리는 기분 좋게 웃으면서 답했다.

“연왕 전하의 측근 남은이라고 합니다.”

“좋은 이름이군. 하면, 훗날 남경에서 또 보지. 그때는 내가 거하게 대접하겠네.”

“영광입니다. 꼭 그날이 오길 바랍니다.”

극진한 예로서 기쁨을 표현한 남은.

모든 일을 완수한 이후 대마도를 벗어났다.

“하. 이거 참. 갈수록 타국 말이 느는군. 이건 뭐. 내가 역관도 아니고.”

누가 봐도 명나라 본토 발음이었다.

남은은 실소를 머금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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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왕 주체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축맹을 바라봤다.

“해서, 북진하라?”

“예. 연왕 전하. 황명입니다.”

“황명인 건 알고 있소.”

“전하.”

“이보시오.”

축맹을 말을 끊은 주체.

미간을 기묘하게 움직이면서 말했다.

“북방의 일은 연왕부가 잘 해내고 있소. 이 사람이 아는 황상이라면 내 판단을 믿으셨을 거요. 한데, 갑자기 황명이 내려왔다? 심지어 북진하라고?”

“전하.”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소? 정확한 사유를 알고 싶다고 했소만.”

“···고려의 수군이 황도를 비롯한 주요 거점을 일제히 공격했습니다.”

“허. 정말이오?”

“그렇습니다.”

“한데, 그토록 엄중한 사태가 어째서 연왕부로 보고가 올라오지 않은 거요?”

축맹은 이상했다.

명 해안 전체가 타격받는 이 위중한 사태를 연왕부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런데 연왕부의 책임자인 연왕 주체가 몰랐다고 한다.

하긴. 연왕 주체의 성정을 볼 때 이를 알았다면 전격적인 북진을 단행했을 거다.

그렇다면 어디선가 문제가 생긴 거다. 그리고 이는 축맹의 영역이 아니었다.

“거기까지 소인이 알 수가 없습니다.”

대충 얼버무리기로 했다.

“어쨌거나 고려군의 선제공격으로 휴전협정은 깨졌습니다. 즉각 반격하여 대국의 위력을 보여야 합니다.”

“응당 그래야지요. 하면, 남경의 지원은 어느 정도인지 말해주시오.”

“예?”

당황한 축맹.

주체의 눈이 가늘어졌다.

“허. 설마 연왕부 단독으로 요동을 경략하라는 건 아니겠지요?”

“전하. 지금 황도의 사정이 어렵습니다.”

“황도의 사정이 어렵다? 대명의 황도가?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남쪽의 대월과 큰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대월? 갑자기 대월과 충돌이 왜 발생하오?”

축맹의 답변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주체는 황당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사방이 적인데 또 전선을 넓혔다?”

“그리되었습니다.”

“기가 막히는군. 해서, 지원군은 없다?”

“전하.”

“확실하게 하겠소. 국경을 넘을 수는 있소. 그러나 요동을 점령하는 건 다른 문제라는 거요. 연왕부 단독으로는 어렵소.”

“전하. 한낱 오랑캐에 불과합니다. 어찌 어렵다고 하십니까.”

주체는 불쾌한 듯 내뱉었다.

“오랑캐에 불과하지만, 고려군은 강하오. 또한, 이 사람이 그 오랑캐에게 대패한 사실은 잊었소?”

축맹은 말문이 막혔다.

잠시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제국이라고 칭한 고려는 더 강해졌소. 모르시오? 그들은 연왕부의 턱밑에 몽골족과 여진족의 기병 수만 명을 배치했소. 한데, 귀공은 이를 연왕부 단독으로 물리치고 요동까지 점령하는 거요.”

“하지만 황명입니다. 전하.”

“해서, 미리 말 한 거요. 요동 수복은 어렵다고.”

“소인이 황도로 돌아가서 연왕부의 사정을 전하겠습니다.”

“알아서 하시오. 어쨌든 이 사람은 최선을 다하리다.”

“예. 전하.”

축맹이 물러난 뒤 주체는 황망한 표정을 한 채로 동쪽을 바라봤다.

“미륵 성하시여.”

통곡하듯 내뱉으며 몸을 숙였다.

“감히 미륵 성하를 오랑캐라고 헐뜯었습니다. 부디 용서하소서.”

그러더니 무릎을 꿇고 극진한 예를 취했다.

그랬다. 연왕 주체. 그는 충실한 미륵의 신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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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장이 북진을 명했다는군.”

연왕 주체가 보낸 서찰을 받은 왕선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제대로 열이 뻗쳤나 봅니다.”

“아무래도 그런 거 같소.”

“이참에 화병으로 즉사하면 좋을 건데.”

“그건 하늘이 내린 축복이고.”

“미륵의 권능을 좀 발휘해보시지요.”

“여기까지 온 거 자체가 미륵의 권능이라고는 생각 안 해봤소?”

“음. 누군가의 뛰어난 지략이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갈수록 미쳐가는구나.

왕선은 먼 산을 쳐다봤다.

“대월국이 명과 전쟁 중이라는군.”

“허. 대월국이요? 미쳤군요. 깜냥이 된다고 생각한답니까?”

“깜냥?”

“아. 도솔천.”

언제부터 도솔천을 자유롭게 언급하는 정도전이었다.

왕선은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거. 말이 짧소.”

“아. 도솔천요.”

“됐소. 어쨌든 우리로서는 좋은 소식이오.”

“고려 최고의 지략을 가진 정모가 말합니다. 사신을 보내시지요.”

보내긴 보내야 하는 데 이걸 동의하면 정도전이 최고라는 걸 인정해줘야 한다.

그런데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왕선은 무릎을 '탁' 치면서 말했다.

“과연 포은 정몽주.”

그러자 정도전의 눈이 세모 모양으로 변했다.

왕선은 크게 기뻐하면서 말했다.

“포은 정몽주의 계책을 따르겠소. 당장 사신을 보낼 것이외다.”

정도전의 눈에 그려진 세모 모양은 아주 선명해졌다.

왕선은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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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왕 탕화의 대군이 왜국 본토에 상륙했다.

실로 엄청난 위력을 보이면서 왜군을 도륙했다.

연전연승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상륙한 명군이 전장에서 창칼을 휘둘러대던 그때.

포구에 정박 중이던 2,000여 척의 명 군선이 하나씩 빠른 속도로 침몰하기 시작했다.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해서 1년을 왜구의 몰골로 바다에서 살았도다!”

바로 정지의 고려 왜구였다.

”단 한 척도 남기지 말고 모두 침몰시켜야 한다!“

오늘따라 그의 촘마개는 유독 아름다웠고, 발라당 벗어진 앞머리는 참으로 빛났다.

이로써 동구왕 탕화의 대군은 왜국 본토에 고립됐다.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유사 이래 노략질만 일삼던 해적의 나라 왜국에 재앙이 내린 거다.

무려 30만 대군이었다.

< 180화 무제한 타격 작전(2) > 끝

ⓒ 날아오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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