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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륵이니라-166화 (166/187)

< 166화 미륵, 요동성에 하생하다(2) >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명 군선에서는 화약 병기가 쉬지 않고 방포됐다.

그 위력은 실로 대단하여 드넓은 바다조차 엄숙하게 만들 정도였다.

“후아.”

정지는 식은땀을 흘리며 군선을 지휘했다.

정말로 아슬아슬했다.

매 순간이 위기였다.

“큰일 날 뻔했군.”

“그러게 말입니다.”

두 사람이 마주 보며 한숨 돌릴 때 할 때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다시 화약 병기의 공세가 이어졌다.

정지는 이를 악물었다.

“최대한 빠르게 물러난다!”

여차하면 모든 군선이 수장될 판국이었다.

그만큼 명 군선의 화약 병기는 강했다. 물론, 고려군도 화약 병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위력이나 사정거리를 비교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정면충돌하면 전멸을 각오해야 할 상황인 거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정지가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명 군선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자랑했고, 적장 동구왕 탕화의 지휘력은 압도적이었다.

“장군! 거리를 충분히 벌렸습니다!”

마천목의 외침.

정지는 다시 안도의 숨을 쉬었다.

“마 대장.”

“예. 장군.”

“명 군선이 물러나면 다시 포구를 타격해야 하네.”

“···알고 있습니다.”

“정말로 틈을 찾기가 힘들군.”

“그건 그렇습니다. 동구왕 탕화. 실로 무서운 상대입니다.”

두 사람은 쓰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목숨을 건 도발을 시작했다.

한편, 동구왕 탕화는 속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

벌써 몇 번째인지 셀 수도 없었다.

왜구들은 계속 이런 식이었다.

화약 병기의 사정거리 밖에서 끝없이 도발했다.

접근하면 도주하고, 물러서면 다가왔다.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도 안 잡혔다.

벌써 수차례 포위해서 침몰시키려고 했으나 어려웠다.

왜장의 지휘력이 생각 이상이었다.

“하.”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무엇을 바라고 저러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군의 틈을 보고 총공세를 감행하려는 것이다.

이를테면 화약이 떨어질 때라던가.

그런 게 아니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음.”

동구왕 탕화는 입술을 잘게 깨물더니 명령을 내렸다.

“철군한다.”

“예?”

“적은 아군이 물러서면 반드시 노략질을 시작할 것이다. 그때를 노린다.”

“아. 알겠습니다.”

동구왕 탕화의 군선은 빠르게 철군했다.

이를 확인한 마천목은 황급하게 보고했다.

“장군. 탕화의 군선이 물러났습니다.”

“음. 우리를 유인하는 거겠지?”

“예. 분명합니다.”

정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작전을 시행하자니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그렇다고 넋 놓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장군!”

부관의 외침.

“무슨 일인가?”

“저기를 보십시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

“!!!”

...진짜 왜구가 보였다. 족히 100여 척은 되는 규모였다.

정지와 마천목은 황당함을 숨기지 못했다.

“왜구들이 아직 저런 전력이 있었나?”

“대마도는 나세 장군이 제압했습니다. 왜 본토에서 온 왜구가 분명합니다.”

“음. 여기까지 저 정도의 왜구가 왔다는 건 고려로도 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건데.”

정지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고려는 왕따 군사가 잘 해결할 겁니다. 믿으십시오.”

정지는 애써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나저나 이거 어쩐다.”

“장군. 싸우실 겁니까?”

“아니지. 여기서 왜구와 싸우면 안 되겠지.”

“하지만 상황이 묘합니다.”

“싸울 수도 있겠지만 안 싸우도록 해야지.”

“···하면.”

“이대로 저들을 끌고 가는 걸세.”

“가능하겠습니까?”

“실패하면 그만일세. 저들이 볼 때 우리도 왜선을 타고 있으니 굳이 싸울 필요는 없을 걸세. 그러나 대면하게 된다면 우리가 고려인이라는 건 바로 들킬 거고.”

“그건 그렇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끌고 가는 걸세.”

마천목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지는 숨을 크게 내쉬면서 외쳤다.

“전속력으로 명 군선을 뒤쫓는다. 절대 놓쳐서는 아니 될 것이다.”

“예!”

고려 군선은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그러자 뒤에서 왜선도 따라왔다.

“장군!”

드디어 명 군선이 보였다.

상대적으로 천천히 이동한 그들이었기에 전속력으로 뒤쫓은 고려 군선이 따라잡은 것이다.

“최대한 저들이 우리 쪽에 신경을 집중하게 한다.”

곧장 외쳤다.

“모든 화약 병기를 방포하라!”

사거리가 닿지 않는다.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건 명 군선이 이쪽으로 오는 거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화약 병기가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물론 명 군선에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그저 소리만 요란할 뿐이었다.

하지만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곧장 명 군선의 반격이 시작됐다.

정지는 전방을 주시했다.

“모두 이 자리를 고수한다!”

명 군선은 화약 병기를 쏘아대며 다가왔다.

실로 위력적이었다.

정지는 몸을 돌려서 왜선을 살폈다.

왜구가 볼 때는 이 굉음이 명군의 병기로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장군! 왜선이 멈췄습니다!”

“이런!”

아무래도 화약병기를 두려워하는 게 분명했다.

이리되면 어쩔 수 없다.

“왜선이 있는 곳으로 물러난다! 명군을 끌어들인다!”

“알겠습니다!”

고려 수군은 황급히 뱃머리를 돌렸다.

겉모습은 왜선이었으나 기본 양식은 고려 군선이었기에 가능한 빠른 선회력이었다.

최선을 다해서 이동했다.

한편, 동구왕 탕화의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드디어 왜구의 속셈을 완벽하게 알아낸 것이다.

보아하니 숨겨둔 군선이 더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자신들을 유인하려는 거다.

그래서 얼마든지 응수해줄 생각이었다.

“전군! 전속력을 돌격한다!”

탕화의 명령이 내려지자 명 수군은 빠르게 돌격했다.

점차 거리가 좁혀졌다.

도주하던 왜선과 새로 나타난 왜선의 거리도 좁혀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도주하던 왜선이 엄청난 속도로 방향을 틀어서 갈라졌다.

그러자 명군의 시야에는 새롭게 나타난 왜선만 보였다.

동구왕 탕화는 비웃었다.

무슨 수작을 펼치려는 거 같은데 어림도 없다.

오늘 이곳에서 모두 수장시켜줄 거니까.

“전군! 방포하라!”

그 즉시 명 군선 300여 척에 실전 배치된 화약 병기의 위력이 진짜 왜선을 공격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그 모습을 확인한 정지는 황급히 외쳤다.

“최대한 빠르게 이탈한다!”

고려 군선은 온 힘을 다해서 명 군선의 사거리에서 벗어났다.

한시라도 빨리 도주하는 게 목숨을 부지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동안 왜선이 잘 버텨주기만을 바랐다.

물러나면서 몸을 돌려서 전황을 확인했다.

화약 병기에 노출된 왜선은 허둥지둥거리더니 명 군선을 향해서 돌격했다.

그러나 제대로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살육이었다.

명 수군을 돌격해오던 왜선을 모조리 침몰시켰다.

그런데 탕화는 찝찝했다.

치열했던 전장이긴 했는데 중간에 이탈한 왜선이 마음에 걸린 것이다.

단지 도주했다고 보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그렇게 남경 포구로 돌아갔는데

“!!!”

처참할 정도로 박살 난 상태였다.

그리고

“이곳만이 아니라 일대의 모든 포구가 공격을 당했습니다!”

“!!!”

동구왕 탕화의 안색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이...”

이를 바뜩 갈았다.

“간교한 왜놈들 같으니라고!”

동구왕 탕화의 울부짖음은 참으로 서글펐다.

“이 쌍놈들을 요절낼 것이야!”

피를 토하듯 외쳤다.

한편, 남경 근처의 포구를 초토화한 고려 군선은 유유히 명 해안을 빠져나갔다.

정지는 숨을 돌리면서 헛웃음을 지었다.

“장군.”

“아. 마 대장.”

“정말 대단하더군요.”

“말도 말게.”

정지는 다시 한번 더 진심으로 명 수군의 위력에 감탄했다.

“만일 제대로 싸웠다면 어찌 됐을까요?”

“필패.”

고려의 숙장인 정지는 단호하게 패배를 입에 담았다.

마천목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같은 생각이었으니까.

“그러나 작전은 성공했네. 하면, 됐어.”

정지의 말대로다.

수군의 목표는 명군을 타격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하면, 이제 대미를 장식하지.”

“예.”

정지는 명령을 내렸다.

“요동으로 간다.”

나머지는 명군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더 확실하게 하려면 이곳에 머물면서 동구왕 탕화의 속을 긁어대야 하겠지만 그건 무척이나 두려운 일이었다.

물론, 그래서 물러나는 게 아니었다. 지금 가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정지는 진중한 표정으로 마천목을 바라봤다.

“마 대장.”

마천목은 긴장한 기색으로 쳐다봤다.

“예. 장군.”

“어떤가? 앞머리 좀 자란 거 같나?”

“···영락없는 왜장입니다.”

“자네는 뭐 다른지 아나?”

“······.”

그렇게 고려 군선은 요동으로 이동했다.

십만 석의 군량을 실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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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전장에서 저런 미친 짓을 하다니.

...그런데

“彌勒! (미륵이십니다!)”

외침이 들렸다.

시선이 쏠렸다.

성 밖에서 승려가 경건하게 외치고 있었다.

“是我們的彌勒! (우리의 미륵이십니다!)”

선탄이었다.

“허.”

미친놈이 하나 더 있었다.

풍승과 남옥은 너무 황당했다.

어찌나 당혹스러웠는지 눈만 껌뻑였다.

그러나 그건 찰나에 불과했다.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외치려고 할 때였다.

“선탄 대사?”

“허. 대사께서 어찌···.”

성벽 곳곳에서 동요가 일었다.

주로 요동성 출신의 병사들이었다.

그 수가 많지는 않았으나 고요하던 성벽을 소란스럽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한데, 미륵?”

“저 사람이 미륵이라고?”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남옥과 풍승은 직감했다.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는 걸.

그때

“終於 彌勒來了!(드디어 미륵께서 오셨노라!)

실로 경건한 목소리.

“信徒們! 迎接彌勒! (신도들이여! 미륵을 맞이하라!)”

선탄의 외침이었다.

기괴한 이질감을 느낀 풍승은 거칠게 외쳤다.

“당장...!!!”

그때 거대한 웅성거림이 들렸다.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요동성 출신의 병사들이 우와좌왕하고 있었으나 이 거대한 울림의 주인은 아니었다.

...설마?

몸을 돌려서 성 내부를 쳐다봤다.

“!!!”

엄청난 수의 백성이 운집한 채로 다가오고 있었다.

요동성에 거주하는 백성이 다 모였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미륵께서 오셨다고?”

“미륵의 글자가 곳곳에 뿌려졌어.”

“어디 그뿐인가? 선탄 대사께서 직접 맞이하신다던데?”

“얼마 전부터 미륵의 글자가 돌더니 만은.”

풍승과 남옥은 당황했다.

그리고 거칠게 외쳤다.

“물러나지 않으면 군법에 따라 참할 것이다.”

“당장 해산하라!”

두 사람의 외침에 병사들은 화살의 방향을 바꿔서 백성들을 겨눴다.

“우리는 단지 미륵의 하생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썩 물러가라!”

“계시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전쟁 중이다! 적군이 지척에 다가왔다!”

서슬 퍼런 두 장군의 위협.

백성들은 멈칫했다.

그때 성 밖에서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대군의 함성이 들렸다.

돌격이다!

다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아니었다. 단지 함성만 지른 거다.

그런데 백마 탄 사람이 양팔을 하늘로 뻗었다.

그리고 외쳤다.

“나는!”

대군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미륵이니라!”

그 순간 대군의 곳곳에 일제히 깃발이 올라갔다.

[나는 미륵이니라]

[미륵의 신도들이여]

[성문을 열고 미륵을 맞이하라]

“···지금 저자가 무슨 짓을 하는 거요?”

“글쎄올시다. 손짓하니 깃발이 올라왔소만.”

풍승과 남옥은 미간을 찌푸리며 깃발을 확인했다.

어림잡아도 수백 개에 이르는 깃발이었다.

그리고 풍승의 눈동자에는 의아함이 실렸다.

...어디선가 본듯한 표식이었다. 분명히 어디선가 봤다.

그 순간 풍승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부적?”

불안함이 거세게 엄습했다.

그때

“내가 누구인가!”

다시 울린 왕선의 외침.

그리고

“미륵이십니다!”

웅장한 화답.

법국의 승려였다.

“이 땅은 누구의 땅인가!”

“미륵의 땅입니다.”

“이 땅은 요동인가?”

“불국정토입니다.”

그 소리가 어찌나 웅장하던지 성벽까지 들릴 정도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왕선 한 사람이 외치는 게 아니라 수만 명이 외쳐대고 있으니까.

...심지어 명나라 말로.

남옥은 참지 못하고 외쳤다.

“당장 화약 병기를 방포하라!”

비록 사정거리 밖이었으나 강한 위협을 가해야 했다.

그런데

“미, 미륵의 글자?”

“이, 이럴 수가!”

“하면, 정말 저분이 미륵이란 말인가?”

“그래. 맞아. 미륵은 동쪽에서 온다고 했어.”

성벽의 소란이 커졌다.

성벽의 병사들이 웅성거리더니 급기야 창칼을 던지고 무릎을 꿇었다.

“미, 미륵이시여!”

그리고

“미륵께서 오셨다!”

“참된 미륵께서 오셨다!”

성내에서 외침이 들렸다.

처음에는 한두 명이었다.

그런데 갈수록 커졌다.

풍승은 봤다.

이 상황을 선동하는 몇 명이 있음을.

당장 잡아 오라고 외치려고 했으나 성내의 백성들이 성문으로 달려들었다.

“!!!”

그리고 느꼈다.

저들의 눈에 담긴 광기를.

그 순간

“미륵의 땅을 수복하라!”

수만의 외침.

바야흐로 요동성을 향한 총돌격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니까 현재 명군은 성벽에서 양쪽으로 포위된 형세였...

“으아악!”

성벽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미륵의 신도를 자처하는 병사들이 칼을 휘둘러댄 거다.

그들의 눈동자에도 거대한 광기가 가득했다.

...전대미문의 대혼란이었고 포위 상태였다..

다급하게 명령을 내리는 남옥과 풍승의 눈에 새롭게 올라오는 적군의 깃발이 보였다.

[풍승과 남옥을 죽여라.]

그리고

“풍승과 남옥을 죽여라!”

성벽의 요동성 출신 병사들이 외쳤고

“풍승과 남옥을 죽여라!”

성 내부에서 화답했다.

지금 이 순간 요동성에 미륵의 아수라가 강림했다.

종교의 광기가 자욱하게 깔렸다.

그리고 기괴한 외침이 스산하게 울렸다.

“옴마니 반메홈~”

“옴마니 반메홈~”

“옴마니 반메홈~”

...그것은 무척이나 괴이했다.

< 166화 미륵, 요동성에 하생하다(2) > 끝

ⓒ 날아오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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