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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륵이니라-141화 (141/187)

< 141화 군웅할거의 종식 >

모든 일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고 느긋하게 최영과 이성계를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다.

그건 참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짓이니까.

해서, 왕선은 뒷짐을 진 채로 십자로를 시찰했다.

이쯤 되면 반드시 색출해야 하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형님.”

문 하라부카가 귀국길에 오른 이후 왕선의 호위로 복귀한 마천목.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답답한가?”

“실은 그렇습니다.”

“백성들 보러 온 걸세.”

“단지 그것만이 이유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오.”

“예?”

“천목. 자네 눈치가 많이 빨라졌는데?”

“···형님.”

“이제 하산해도 되겠어. 그동안 고생했네.”

왕선의 놀림에 마천목은 한탄하듯 하늘만 쳐다봤다.

이럴 때 괜히 발끈하여 몇 마디 했다가는 거대한 반격에 직면하여 본전도 찾지 못한다는 걸 무수히 겪었기 때문이다.

그의 반응을 본 왕선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느긋하게 백성들을 살피면서 할 게 있네. 겸사겸사? 뭐. 그런걸세. 그러나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게.”

왕선은 태평한 표정이었다.

장사하는 상인을 괜히 들여다보고 물건을 들고 다니는 백성도 쳐다봤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말을 걸지는 않았다.

단지 그들을 살필 뿐이었다.

그렇게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천목.”

“예. 형님.”

“잡아 오게.”

...갑자기? 그리고 누구를?

마천목이 반문하고자 입을 열려고 할 때 시선을 사로잡은 게 있었다.

바로 왕선의 검지였다.

그 검지가 향하는 곳을 따라갔다.

“명나라 놈들일세.”

“예?!”

마천목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순간 황급히 도망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왕선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네가 고함을 질러서 놓쳤네.”

“형님이 삿대질해서 그렇습니다.”

“됐고. 놓치겠군.”

“기다리십시오.”

마천목은 쏜살같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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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고려 조정은 또다시 격랑으로 들어갔다.

가뜩이나 험악해진 대명 관계다.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할지 가늠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닌가.

그런데 백주에 개경 십자로에서 명나라 정보원이 사로잡혔다.

더 충격적인 건 세 명으로 시작했던 정보원은 어느새 수십 명으로 늘어났다.

애초 세 명을 잡아낸 것도 놀라운데 아예 명의 정보조직을 뿌리째 뽑아낸 것이다.

...고문도 없었다. 그렇다고 누구도 토설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를 해낸 것이다.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파악조차 할 수 없었다.

“영공전하. 명나라 정보원을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왕선은 혀를 차면서 말했다.

“어쩌긴 죽여야지.”

“영공전하. 만일 그들을 살린다면 외교에서 중요한 수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명나라가 잘도 인정하겠군.”

“하지만 가능성이라도 있습니다.”

“거. 쓸데없는 말 좀 하지 말게.”

왕선은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으면서 재상들을 쳐다봤다.

“이걸로 명의 의지는 분명하게 파악했네. 저들은 우리를 적대하고 있는 걸세.”

“영공전하. 정보원을 파견했다는 걸로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들 미쳤나?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우호국이라면 사신을 보내고, 적대국은 정보원을 보내는 게 이치.”

왕선은 칼칼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우리는 명의 영토에 단 한 명의 정보원도 보내지 않았어. 단지 이 땅을 사수할 뿐이지.”

밀교원 전원이 요동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그러나 밀교는 왕선 개인조직이었고 아주 은밀했다. 해서, 그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는 재상은 없었다.

의심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에 명나라 정보원을 잡아낸 일은 그 의심을 완벽하게 불식시킬 것이다. 상식적인 선에서 밀교원이 개경 지천에 깔리지 않은 이상 명나라 정보원을 색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니까.

사실 이번에 명나라 정보원을 잡아낸 본질적인 이유는 바로 밀교의 요동 진출 은폐였다.

밀교원이 요동에 간 사실을 내외적으로 철저하게 비밀로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밀교의 요동 파견 의혹은 대두될 것이다. 내부의 재상들이야 어찌하더라도 명나라가 알게 되는 건 늦어질수록 좋다. 즉, 이번에 단행한 명나라 정보원 색출은 이런 외교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외교로서 양국의 관계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하게 증명된 거 같네만.”

“······.”

“만일, 본국과 명나라가 외교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면 딱한 경우밖에 없을 것이야.”

“···그게 무엇입니까.”

왕선은 단호하게 말했다.

“전후처리.”

아예 노골적으로 전쟁을 언급했다.

재상들은 말문이 막혔다.

“아. 긍지 높은 우리 사대부들의 사신단은 계속 보낼 것이야. 그건 외교가 아니라 병법이니까.”

가볍게 손을 내저으면서 말을 이었다.

“명나라 정보원은 전원 참할 것이다.”

“여, 영공전하. 그들을 살리면 명의 정보를 파악하는 데 쉽지 않겠습니까.”

“아. 이미 다 파악했네.”

...국문도 없었다.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았고.

그런데 뭘 파악했다는 말인가.

재상들의 눈에 비친 완산공 왕선의 이번 행동은 단지 살풀이에 불과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까지 하면서 미친 듯이 휘두르는 칼의 살풀이.

“반론은 용납하지 않겠네. 모조리 참할 것이야.”

그 말과 함께 선인전을 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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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벌군이 철군을 시작했습니다.”

“이옥 장군.”

“예.”

“철군인가? 회군인가?”

이옥은 멈칫하더니 곧장 답했다.

“철군입니다.”

“음.”

“소장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쉬워하는 거 같습니다.”

“하하하. 그럴 리가 있나. 자네가 착각할 걸세.”

“주공께서 그렇다면 그런 거지요.”

“행여라도 이 사람을 그런 식으로 의심하지 말게.”

“그런 분이라고 할지라도 소장은 주공을 따를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왕선은 기분 좋게 웃으면서 이옥와 눈을 마주쳤다.

-나주의 염제신은 언제 볼 수 있을까.

이옥을 처음 곁에 둘 때 약조했던 내용 중 한 가지는 나주에 은둔한 염제신의 처결을 넘겨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대를 이어진 악연을 끝낼 수 있게 해준다는 거였다.

그러고 보니 참 많은 세월이 지났다. 이제 그 약조를 지키긴 지켜야 했다.

일단 이번 일을 처리한 다음 해줄 생각이다.

“이옥 장군.”

“예.”

“5만 명 모두 철군해서 개경까지 달려오라고 전하게.”

“예?”

“이왕이면 최대한 빠르게 오라고 전해주게. 마치 적국의 도읍을 기습하듯 말일세.”

“예?”

“고생하게.”

“예, 예. 알겠습니다.”

“아. 개경에 올 때까지 보급은 걱정하지 말라고 하게. 그건 조정의 임무니까.”

이옥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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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정몽주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왕선은 귓불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큰 공을 세운 정벌군일세. 그에 합당하는 개선식을 해야 한다고 했네.”

“그다음 이르신 내용 말입니다.”

“아. 가장 좋은 게 그들의 식솔이 나가서 맞이하는 거지. 안 그런가?”

왕선은 히죽였다.

“문하시중과 이성계 장군의 식솔들더러 다 나가서 환영하라고 하게.”

“영공전하.”

“그들의 당여도 같이 나가라고 하게. 가고 싶은 재상들도 같이 가도 나쁘지 않고.”

“영공전하.”

“아. 수시중도 같이 가시게.”

정몽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큰 배려를 해주는 걸세. 격하게 환영을 한 다음 대군을 이끌고 개경으로 오게. 이 사람이 성대하게 맞이하지. 개경에서.”

그러니까 이런 거다.

최영과 이성계의 모든 식솔과 지인을 개경 밖으로 내보낸다는 말. 이건 어쩌면 인질로 사용할 수 있는 식솔을 풀어주겠다는 뜻이다.

...너무 노골적이다. 인질 풀어 줄 테니까 편안하게 움직이란 말이나 다름없다.

정몽주는 입술을 떨면서 말했다.

“어째서 이토록 최영 대감과 이성계 장군의 역심을 부추기시는 겁니까?”

“허. 말조심하게. 역심을 부추기다니. 거하게 환영해주는 거지.”

“영공전하. 정치는 더하는 겁니다.”

“좋은 가르침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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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공전하. 정벌군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도전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왕선은 느긋했다.

“살다 보니 군사가 긴장하는 모습을 다 보오?”

“5만의 대군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요.”

“회군이 아니라 철군이오. 개선식을 하는 건데 왜 걱정하시오?”

“알고 있사옵니다. 그런데 그래도 좀 떨리는군요.”

왕선은 싱그럽게 웃었다.

“왜? 최영과 이성계가 개경을 공격할까 봐?”

“모든 족쇄를 풀어서 자유롭게 해줬습니다. 일할의 가능성이라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잘 준비했지 않소이까. 자신 없소?”

“그건 아닙니다.”

“그러면 됐소.”

“그건 다른 문제입니다.”

“허. 거참. 말이 많소. 어서 갑시다. 할 일이 많으니까.”

“마 대장과 이옥 장군이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아주 훌륭하오.”

흡족하게 웃으면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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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과 이성계의 표정은 무척이나 싸늘했다.

“내 평생 이런 경우는 처음일세.”

“소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정벌군이 개경을 공격할 때 두 사람의 발목을 잡는 문제 중 한가지는 식솔들의 목숨이었다. 인질로 잡힐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다 풀어줬다. 심지어 당여들까지 모두 왔다.

...이건 덤비라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군.”

“개경이 지척입니다. 중앙군과 북원, 여진족이 달려오기도 전에 상황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리 나오는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가보면 알겠지.”

“대감. 군권을 넘기실 겁니까?”

“이 장군. 또 그 말을 하는가?”

“왕선의 허장성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닐세.”

다시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었다.

그러나 오래 이어지지는 않았다.

개경 성문이 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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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중은 왜 여기 있나? 사람들과 같이 안 갔나?”

“집정 대신이 조정을 비울 수 없지요.”

“음. 뭐. 알겠네.”

왕선은 입술을 삐죽이면서 개경 성문을 나섰다.

그리고 간결하게 외쳤다.

“모든 성문을 다 열어두도록.”

“알겠습니다.”

정몽주는 왕선의 행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배포가 커도 이렇게 클 수가 있는가.

개경에 수만의 병력이 매복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고작 수천에 불과한 병력이 있을 뿐이지 않은가.

그런데 대체 무슨 수로 이러는 걸까.

심지어 성문까지 다 열어서.

왜 이리 정벌군을 자극하는 걸까.

“수시중. 정치가 더하는 거라고 했었나?”

“···예.”

“내가 계속 생각해봤는데 정치는 더하는 게 아닐세.”

“하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왕선은 고개를 돌리면서 싱긋 웃었다.

“정치는 적을 말살하는 것일세.”

“!!!”

“잘 보게. 내가 하는 정치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앞으로 걸었다.

정몽주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얼마 뒤 지축을 흔드는 군마의 울림과 함성이 들렸다.

왕선은 피식 웃었다.

황도로 귀환하는 병력이다. 저렇게 기세를 올리면서 다가올 이유는 없다.

그리고 왕선의 고개가 뒤틀어졌다.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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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에 선 최영의 속은 복잡했다.

마지막 순간 이성계의 말 때문이었다.

[진군까지만 허락하십시오.]

만일 왕선이 허튼짓을 할 경우는 그냥 당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이것까지 반대할 수는 없었다.

곁 눈길로 본 이성계의 안색은 무서우리만큼 굳은 상태였다.

최영은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었다.

대체 어쩌다가 이리되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애초 왕선을 중앙 정계에 올리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 북진을 운운하면서 찾아왔을 때 과감하게 내쳤어야 했다.

...한스러웠다.

“허. 대감.”

이성계의 목소리.

상념에서 돌아온 최영은 그의 손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개경 성문 밖을 가득 메운 인파와 가장 앞에 있는 왕선.

...그런데 수십 명의 사람이 끌려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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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선은 단호하게 말했다.

“동북면의 근심을 해결하고 온 정벌군의 개선식에 가장 합당한 방도를 생각해봤다.”

그와 함께 끌려 나온 수십 명은 무릎을 꿇은 채로 납작 엎드렸다.

왕선은 싸늘하게 그들을 노려봤다.

“그것은 이 땅을 위협하는 명나라 놈들의 수급이다. 이보다 훌륭한 개선식이 있겠는가.”

그 순간 왕선의 오른손이 올라갔다.

“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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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이 손을 들자 진군이 멈췄다.

이성계도 그의 곁에 서서 이 해괴한 장면을 쳐다봤다.

그 순간

“!!!”

“!!!”

수십 명의 목이 일제히 날아갔다.

이성계의 볼이 씰룩였다.

“대감. 지금 왕선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누군가를 죽였군.”

“우리에게 하는 말이군요.”

“침착하게. 경거망동하지 않으면 별일이 없을 걸세.”

“저들은 명의 정보원입니다.”

급히 끼어든 하륜이었다.

최영과 이성계의 고개가 동시에 움직였다.

하륜에게 대략적인 사정을 들은 두 사람은 헛웃음을 지었다.

바로 그때

“만세 만세 만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만세 연호가 들렸다.

개경 성내에서 엄청난 수의 백성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일제히 만세를 연호했다.

그리고 좌우로 갈리면서 위용이 넘치는 황제의 가마가 모습을 보였다.

그 순간에도 백성들은 계속 나왔다.

얼마나 많은 인원이었는지 밖에 있던 왕선 일행이 앞으로 밀려날 정도였다.

...거대한 물결처럼 쏟아져나오는 백성과 선두에 있는 고려의 최고 존엄.

최영은 쓰게 웃으면서 이성계를 바라봤다.

그의 안색은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이성계는 속이 불타올랐다.

...만일 지금 진군하면 개경 대학살이 발생하게 되는 거다.

...그걸 감내할 수는 없다.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

말없이 말에 내렸고

“만세 만세 만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만세를 연호했다.

그리고

“최영과 이성계는 황상 폐하께 부월을 바치도록 하라.”

...모든 것은 너무나도 허망하게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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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식이 끝난 직후 5만 대군의 군권은 이옥에게 넘어갔다.

스산한 밤공기가 자욱하게 깔렸을 때였다.

“이옥 장군.”

마천목은 주변을 경계하면서 나타났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어서 오게.”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나 역시.”

이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으로 옮겨진 보급 수레로 걸어갔다.

마천목이 수레에 담긴 쌀가마를 뜯었다. 쌀이 잔뜩 쏟아졌다.

손으로 몇 번 들춰내자

“······.”

“······.”

엄청난 양의 화약이 들어 있었다.

“허.”

“허.”

수천 석이다. 그 7할이 화약이었다.

두 사람은 헛웃음을 삼켰다.

눈을 마주쳤고 안도하듯 웃었다.

만일 전투가 발생했다면 5만 대군 한가운데서 엄청난 굉음이 터졌을 것이다.

...그다음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아수라장이 된 그곳에 중앙군이 급습하여 도륙했을 것이다.

진법훈련을 진행하던 병력이었다.

다만, 그 병력이 중요하게 주목받지 않은 건 지휘관이 이옥이나 마천목이 아니라 이원계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오늘 왕선은 정말로 5만 명을 모조리 죽여버릴 생각을 한 거다.

...한 번씩 느꼈다.

왕선은 정말 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사람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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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선은 싱긋 웃으면서 밤하늘을 쳐다봤다.

“중앙집권 완성.”

기분 좋게 읊조렸다.

“사병 혁파 완료.”

양손을 깍지 쥔 채로 하늘로 뻗었다.

“군웅할거 끝.”

< 141화 군웅할거의 종식 > 끝

ⓒ 날아오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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