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7화 천년고려의 분수령 >
문 하라부카는 눈만 껌뻑이면서 벽을 쳐다봤다.
왕선의 제안은 절대 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반드시 완벽하게 확보해야 할 요동이다.
언제라도 틈이 보이면 대군을 움직여야 한다.
이럴 때 고려가 작은 힘이라도 보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말 그대로 천군만마를 얻는 거다.
다만, 왕선의 진짜 속내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요동. 그곳은 고려도 호시탐탐 노리던 곳이니까.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것보다 더 궁금한 게 있었다.
고려 황제에게 알현하고, 완산공 왕선과 회담까지 마쳤는데 종일 따라다니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은밀히 미행하는 게 아니라 그냥 따라 다니고 있다. 어지간하면 먼저 와서 말을 할 거 같은데 그런 게 없다.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걸었다.
“귀공의 이름은 무엇이오?”
“마천목이라고 합니다.”
“음. 미행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대놓고 따라다니길래 묻는 것이외다.”
“보셨듯이 개경 곳곳에서 귀공을 반기지 않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건 알고 있소만. 설마 이 사람의 호위라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이렇게 어처구니가 없을 수가.
문 하라부카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데 왜 이 사람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오?”
“최대한 티 나지 않게 호위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랬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오?”
“예.”
“됐소. 그냥 함께 다닙시다.”
“하지만 은밀하게 따르는 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무척이나 진중한 어조.
....뭐 이런 사람이 있지?
문 하라부카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차피 귀공이 이 사람의 호위라는 건 모든 사람이 알게 되었을 것이외다.”
“음. 그렇습니까?”
“진심이 아니길 바라오.”
마천목은 옅게 웃었다.
“실은 농이었습니다. 귀공께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서 미리 말을 건네지 못한 겁니다. 결례를 범했습니다.”
“허.”
평생 경험하지 못한 부류의 사람이다.
그런데 아주 최근에 겪어봤다.
문 하라부카의 눈이 가늘어졌다.
“혹시 완산공과 어찌 되는 관계요?”
“의형제입니다.”
“과연.”
이러면 설명이 된다.
문 하라부카는 단번에 납득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은 이럴 때 있는 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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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원과 하륜은 느긋하게 차를 마셨다.
“의외로 조용하군요.”
“이런. 북원 사신단이 개경에 있는 탓에 난리가 납니다. 한데, 조용하다니요?”
“이거 왜 이러십니까. 그동안 보여준 완산공 왕선의 행보를 떠올려보십시오. 벌써 사대부를 쓸어버렸을 시간입니다. 그런데 잠잠하지 않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숙부님?”
책망하는 듯한 이방원의 말투.
하륜은 멋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음.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물론입니다. 잊으셨습니까? 아버님과 최영 대감. 두 분께서 동북면으로 간 건 사실상 타의였습니다. 우리는 그걸 알아야 합니다. 그걸 위해서 숙부님이 개경에 남은 거고요. 모르시겠습니까?”
“솔직히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소생이 숙부님을 잘못 봤나 봅니다?”
과장스레 실망한 듯 말하는 이방원.
하륜은 진땀을 흘렸다.
“조금 더 기다려주십시오.”
“너무 오래 기다리는 건 사양하겠습니다.”
하륜은 고소를 삼켰다.
처 백부 이인임도 이 정도로 자신을 타박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젊은 주인의 손바닥에서 파닥거리는 처지가 됐다.
그때 조영규가 달려왔다.
“완산공의 중대선언이 있을 거라는 소식이 전했습니다.”
“뭐?”
“중대선언?”
조영규는 황급히 말을 이었다.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본궐 앞에서 직접 선언하겠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본궐 앞이면 북원 외교를 반대하는 연좌가 진행되는 곳이다.
수 문하시중 정몽주가 직접 이끄는 연좌다.
그곳에서 선언한다?
...이거 뭔가가 있다.
이방원과 하륜의 시선이 마주쳤다.
곧장 몸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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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주는 복잡한 심사를 감추지 않았다.
완산공 왕선의 중대선언 소식을 접한 탓이다.
대체 또 무슨 협잡을 펼치려는 걸까.
혹시라도 발생할 미연의 사태에 대비해서 연좌를 따른 사대부들은 서로 팔짱을 낀 채로 대기하고 있었다.
“사형.”
“숙부님.”
하륜과 이방원이다.
정몽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형. 혹시 들은 내용이 있습니까.”
“전혀 없네.”
“무슨 내용일지 모르나 최영 대감과 이성계 장군이 부재한 상황입니다. 치명적인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막아야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주변을 돌아본 이방원은 한숨을 쉬었다.
강대한 완산공의 압제에 대항하는 사대부의 대열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대부의 연좌는 태평성대에서나 힘을 낸다. 이런 난세에서는 죽기 딱 좋은 짓에 불과했다.
그때 본궐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드디어 왕선이 나타난 것이다.
모든 시선이 쏠렸다.
“음. 많은 사람이 모였군.”
왕선은 흡족하게 웃으면서 좌중을 돌아봤다.
“오늘 나 완산공 왕선은 황상 폐하의 대리인 자격으로 중대선언을 하겠소.”
팽팽한 긴장감이 사방을 에웠다.
왕선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태조께서 창업하신 이래 존재하지 않았던 위력으로 작금의 고려는 황제국이 되었소. 그러나 아직 황제국으로서의 위엄을 제대로 갖췄다고는 할 수 없소. 하여, 선언하겠소.”
전운이 고조됐다.
왕선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황제국의 위상에 어울리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과거시험을 진행할 것이외다.”
...고작 과거시험?
지금 고작 과거시험을 언급하면서 중대선언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사용한 것인가?
모든 사람이 허탈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허탈함이 담긴 웃음은 순식간에 비웃음이 되었다.
지금 이 시국에 누가 왕선의 과거시험에 협조하겠는가.
그 속내가 훤히 보였다.
확고한 반대세력으로 자리 잡은 사대부를 제대로 색출하기 위함이다.
이번 과거시험에 응시하지 않는 가문의 처벌 수위는?
보나 마나 일정 기간 과거시험 응시 자격을 박탈하는 수준일 거다.
물론, 큰 처벌이다. 그러나 대놓고 죽으러 압록강을 건너라고 겁박해대는 왕선의 기존 방침과 비교할 때 별다른 위협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사형.”
“말하게.”
“함께 하시겠습니까?”
“이유는?”
“최영 대감과 이성계 장군이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러나 소생과 방원이는 대리인 자격이 충분하지요.”
즉,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반격해보자는 뜻이었다.
정몽주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연좌하던 사대부들에게 외쳤다.
“모두 해산하여 내 말을 기다리게.”
그 즉시 일사불란하게 해산했다.
적어도 사대부에게 미치는 정몽주의 압도적인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왕선은 입맛을 다셨다.
...완전 산림의 영수네?
어깨를 으쓱하면서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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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느낀 완산공의 협잡입니다.”
“이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네. 사대부에게 과거시험이 가지는 의미를 이용하는 거지. 참으로 치졸한 협잡이 아닐 수 없네.”
“그리고 과거시험은 황실에도 큰 의미가 있지요.”
“그렇지. 과거시험의 응시자 규모는 황실에 대한 지지도와 같네. 만일, 초라하게 끝난다는 건 심대한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되는 거지.”
“완산공 왕선이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강하게 압박하겠지. 그러나 우리는 이미 준비됐네. 내 말을 따르는 모든 사대부가 이번 시험에 응시하지 않기로 결의했어.”
정몽주와 하륜의 대화는 이어졌다.
그때 나지막한 이방원의 말이 끼어들었다.
“조금 더 수위를 올리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
“아무리 생각해봐도 완산공이 이를 예측하지 못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는 우리로서는 흔치 않은 기회인 것도 확실합니다. 그러니 완산공의 예측을 벗어난 반격을 하는 게 옳습니다. 그가 어떤 계획을 세웠든지 무력화할 수 있고, 우리가 맞이한 호재도 놓치지 않는 것이지요.”
하륜은 기분 좋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어떤 방법이 좋겠느냐.”
이미 제삼자가 있을 때는 원래대로 하대하기로 한 하륜과 이방원이었다.
이방원은 미세하게 고개를 틀었다.
정몽주와 시선이 마주쳤다.
“포은 숙부님께서 나서주셔야 합니다.”
“내가?”
“예. 오직 포은 숙부님께서만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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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사대부가를 중심으로 명단이 돌았다.
[과거시험 불참 선언]
대놓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선언한 것이다.
이에 조정에서는 또 다른 황명을 내렸다.
[문과, 잡과를 최대 규모로 시행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무과도 신설할 것이다.]
하륜은 웃으며 정몽주를 쳐다봤다.
“이거 완산공이 아주 많이 급했나 봅니다. 잡과도 최대 규모로 진행하고 무과까지 신설한다?”
“아무래도 문과의 응시자가 저조할 것으로 우려한 거지. 잡과와 무과로 눈속임을 하려고 하려는 계획이라고밖에 볼 수 없네.”
“과거시험의 꽃은 문과입니다. 아무리 잡과와 무과를 조직하더라도 절반의 성공도 하지 못할 겁니다. 불참 선언의 기세가 꺼지지 않을 것이니 조만간 완산공의 엄포가 시작되겠군요.”
“바로 그때 쐐기를 박는 것이네.”
“그렇습니다.”
정몽주는 흐뭇하게 웃었다.
“방원이가 이번에 큰 역할을 했구나.”
“아닙니다. 숙부님.”
이방원은 옅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정몽주도 웃음으로 화답하긴 했으나 가슴이 묘하게 울렁였다.
...언제부터인가 이방원의 웃음이 계속 거슬렸다. 그러나 티 내지는 않았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거니까.
얼마 뒤 과연 완산공 왕선이 엄포를 뒀다.
그러니까 과거시험에 응시하지 않으면 차후 20년간 응시자격을 박탈한다는 내용이었다.
말이 20년이다. 사실상 영구제명이라도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이미 예측했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아니, 오히려 기다렸던 반응이었다.
“숙부님.”
“걱정 말거라. 모두 준비했으니까.”
정몽주의 단호한 답변.
이방원은 기분 좋게 웃었다.
“왕선에게 지옥을 보여줄 수 있겠군요.”
“그렇지.”
바야흐로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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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우의 미간이 와락 찌푸려졌다.
“내관. 이게 다 무엇인가.”
“사직 상소옵니다.”
“사직 상소? 그런데 왜 강안전으로 올라왔지? 완산공의 집무실인 제왕부로 가지 않고?”
“관리들이 강안전에 올리고 모두 퇴궐했사옵니다. 미처 손쓸 틈이 없었사옵니다.”
내관의 말을 들은 왕우는 헛웃음을 지었다.
“사직 상소를 올린 관리들은? 연좌를 시작했나?”
“아니옵니다. 말 그대로 사직한 것이옵니다.”
“허. 군주의 재가도 받지 않고 사직했다? 미쳤군. 진정 미쳤어.”
“완산공은 이를 듣고 사직 상소가 아니라 사직서라면서 조소를 날렸다고 하옵니다.”
“완산공은 어디에 있지? 이 사태를 그냥 두고만 본다던가?”
“바쁘게 오가면서 대응책을 고심하는 거 같았습니다.”
“허.”
왕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언제부터 완산공 왕선에게 모든 걸 의지하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이는 칭제건원 이후부터였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칭제건원 이후 완산공 왕선은 정말로 자신을 황제 대우를 해줬기 때문이다.
어떤 무례도 범하지 않았고, 철저하게 신하의 도리를 지켰다.
무도했던 이인임과 달랐다. 그래서 느꼈다.
멸시의 눈으로 쳐다보던 명덕태후와도 달랐다. 하여, 확신했다.
왕선은 용상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걸.
하여, 그의 모든 행보를 지지했다.
이대로만 간다면 천하 대국의 지존이 될 수도 있다는 부푼 꿈을 가지게 된 것이다.
“황상 폐하. 어찌하옵니까.”
...물론,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이 순간에도 그의 자아는 끝없이 분열하며 직접 나서기를 말하고 있었다.
이 위기를 완산공이 아니라 황제가 해결한다면 수렴청정을 걷어내고 친정을 행할 수 있으니까.
그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폐하.”
내관이 재촉했다.
그 순간 왕우는 멈칫했다.
내관이 왜 내게 물어볼까?
지금까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는데?
“지켜보지. 짐이 필요하면 완산공이 찾아올 것이니까.”
“그리하겠사옵니다.”
왕우는 내관이 물러감을 확인한 뒤 안도의 숨을 쉬었다.
...여차하면 나설 뻔했다.
무언가를 할 건지 물어보는 내관은 왕선이 심은 사람이 분명하니까.
만일, 그 꼬임에 넘어갔으면?
왕우는 쓰게 웃었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 다시 와닿는군.”
한 번 더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정국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랬다. 고려 땅에서 유학을 배운 모든 관리가 일제히 사직 상소를 던진 것이다.
사직하겠다며 연좌하는 연좌 상소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사직서를 내고 모두 발길을 돌려 버린 것이다. 즉, 사직할 거라며 내던지는 겁박이 아니라 완벽하게 조정의 업무를 마비시켜 버렸다.
포은 정몽주의 엄청난 영향력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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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복직할 수 없다?”
왕선의 반격이었다.
곧장 복귀하지 않으면 영원히 복직할 수 없다는 겁박.
하륜이 웃으면서 정몽주의 말을 이었다.
“영원히 조정의 업무를 보지 않겠다는 말과 마찬가지입니다.”
“자네 말대로일세. 완산공이 무리수를 던지는군.”
아무리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실무를 담당하는 관리가 없으면 조정을 움직일 수 없다.
“가볍게 무시하지요.”
“그래야지.”
마침내 과거시험 당일이 되었다.
정몽주와 하륜 그리고 이방원은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시험장을 돌아봤다.
과연 아무도 없었다.
저 멀리 왕선이 보였다.
세 사람은 미소를 지은 채로 다가갔다.
정몽주가 대표로 말을 걸었다.
“영공전하.”
“음.”
“이거 어찌합니까? 아무도 응시하지 않았군요.”
“음.”
이방원이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영공전하? 이번에는 실패하셨군요.”
“음. 자네는 이성계 장군의 오남이었는데?”
왕선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방원의 안색이 일그러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머리를 긁적이던 왕선은 깨달았다는 듯 무릎을 '탁' 치면서 말했다.
“혹시 셋째 아들이 태어났나? 음. 아닌데. 너무 이른데?”
“···영공전하?”
“이보게.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게. 지금 나와 수시중의 대화에 자네가 낄 깜냥이 된다고 생각하나?”
“······.”
“나중에 셋째 아들 태어나면 찾아오게. 아들 이름은 꼭 이도. 알겠나?”
시뻘게진 이방원의 낯빛.
보다 못한 정몽주가 쓰게 웃으면서 나섰다.
“이만하시지요.”
“그럴 생각이었네. 새파란 애송이 잡고 뭘 하겠나. 셋째 아들이면 또 몰라도.”
“···그것만을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응?”
“이번에는 소직들이 이겼습니다. 한 수 물리시지요.”
“아. 이번에 관리들이 다 사직했더군. 그러니까 성리학 배운 주자쟁이들 말이야.”
“예?”
왕선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참으로 고맙네.”
그 순간 과거장 입구에서 큰 소란이 들렸다.
정몽주와 하륜, 이방원의 목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소란의 정체를 확인해야 한다.
힘겹게 목을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마침내 목이 움직였고
“덕분에 주자쟁이들을 싹 쓸어버렸어. 자네들이 일등 공신이네.”
흡족함이 가득한 왕선의 목소리와 함께 세 사람의 시선이 과거장 입구로 향했다.
“!!!”
엄청난 수의 인원이 들어오고 있었다.
세 사람의 눈은 충격으로 얼룩졌다.
“내일의 고려를 책임질 신지식인들일세.”
왕선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오늘은 지난 500년과의 결별이 이뤄지는 날. 새로운 500년의 시작이 되는 날. 천년 고려의 분수령이 되는 날이네. 모두 자네들의 공일세.”
그리고
“이렇게까지 잘해줄지는 상상도 못 했네. 아주 흡족해.”
< 137화 천년고려의 분수령 > 끝
ⓒ 날아오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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