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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륵이니라-74화 (74/187)

< 74화 충신의 자격(여기까지 무료연재였습니다.) >

악전고투를 이어가던 김성우의 눈이 번뜩였다.

아무리 칼을 휘두르며 밀쳐내도 견고한 장벽과도 같던 적군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수세를 공세를 전환할 절호의 기회였다.

“적군이 무너진다!”

김성우의 외침.

배수진을 치고 처절한 전투를 진행하던 병사들은 거대한 함성을 지르면서 온 힘을 다해서 돌격했다.

“고삐를 놓치지 말고 적을 도륙하라!”

순식간에 전장의 흐름이 바뀌었다.

김성우와 병사들은 그간의 수모를 갚으려는 듯 미친 듯이 창칼을 휘둘렀다.

일방적인 공세가 이어졌다.

공세의 흐름은 완벽하게 넘어왔다.

김성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퇴각하던 적군의 속도가 늦어졌다.

칼을 휘둘러대던 김성우는 전장의 흐름이 변하는 걸 감지했다.

“장군! 적군이 반격에 나섰습니다!”

그랬다. 퇴각하던 적군의 창칼이 다시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김성우는 빠르게 판단했다.

만일 매복과 같은 작전을 수행하는 거라면 일사불란함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적의 움직임이 너무 번잡스럽다.

그러면 이건 작전이 아니라 퇴각 한계선에 봉착한 게 분명했다.

즉, 적군의 반격은 제대로 힘을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결론을 내렸다. 곧장 외쳤다.

“어차피 승기가 아군에게 넘어왔다! 기세를 놓치지 말고 싸운다!”

“예! 장군!”

있는 힘을 다해서 공세의 수위를 올렸다.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묘했다.

참으로 희한했다.

두 가지가 묘하다.

적군의 저항이 너무 미약?

이 정도 수준의 저항이라면 분명히 물러나야 하는데

...이건 거의 마지못해 달려오는 느낌이었다.

바로 그때 김성우의 눈에 희한한 게 보였다.

칼을 휘두르는 와중에도 그건 참으로 눈에 띄었다.

한걸음.

다시 한걸음.

그렇게 조금 더 다가갔다.

그리고 마침내 정체가 파악됐다.

[대동미륵]

[전주 목사 왕선]

“!!!”

김성우의 눈이 충격으로 일그러졌다.

그리고 깃발을 따르는 병사들이 지용기의 병력을 무참하게 살육하고 있었다.

김성우의 뇌리로 지극한 현실이 스쳤다.

지용기의 병사가 맹렬하게 공격하다가 흐트러진 이유는 왕선의 공격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돌아선 이유. 왕선의 공세를 감당하지 못해서 이쪽을 생로로 여긴 것.

대체 무슨 이유로 일이 이렇게 된 건지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지극한 현실의 끝에서 내려진 결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순간

-부아아아아아아앙!

묵직한 힘이 실린 창이 휘둘러졌다.

마천목이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김성우는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몇 걸음이나 물러났다.

“형님께서 당신에게 전하라는 말이 있소.”

마천목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김성우를 백제 재건의 제물로 삼겠다.”

김성우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질 때

“아. 미안하오. 궁예 새끼?”

“이놈!”

마천목은 싱긋 웃으면서 창을 고쳐잡았다.

그리고 시원하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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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기가 막힌 운명이었다.

충청도를 양분하는 군웅으로 성장했다가 일순간에 궁예의 현신이 되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불구대천의 원수인 왕선과 힘을 합쳐서 지용기를 포위 공격했지 않은가?

이 기가 막힌 운명의 장난이 너무나도 한스러웠고, 지금의 이 초라한 몰골이 수치스러웠다. 이건 살아도 살아 있는 게 아니었다.

...차라리 전장에서 죽었어야 했다.

김성우는 핏발선 눈으로 느긋한 표정을 한 상대를 노려봤다.

물론 왕선이었다.

“오랜만이군.”

“네 이놈.”

군막에는 왕선과 김성우 두 사람만 있었다.

물론 김성우는 포승줄로 묶인 상태였고.

그를 지그시 쳐다보던 왕선은 헛웃음을 지었다.

“정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했군.”

“뭐, 뭐라?”

왕선은 이제야 일이 왜 이리 복잡하게 꼬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퍼즐이 맞춰진 거다.

...조익신.

조익신과 혈서가 만나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온 거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 그래도 일이 그럭저럭 잘 풀렸다. 마음 같아서는 조익신에게 상이라도 내리고 싶다.

“아군의 좌장 나세가 보령으로 진군하고 있는데.”

“···고작 수백 명으로 보령을 점령하려는 그 발상이 우습다.”

“거. 패장은 말이 없다던데. 당신은 정말 말이 많군.”

김성우의 안색은 수치심으로 시뻘게졌다.

그는 눈을 부라리며 외쳤다.

“그냥 죽여라.”

“그러긴 할 건데.”

“대체 왜 내게 이러는 것인가?”

“진짜 웃기는군.”

“더는 나를 조롱하지 말라.”

“내 세력을 먼저 탐낸 건 당신이야. 대군을 일으킨 건 당신이라고. 나는 당연한 응징을 했을 뿐이지. 그런데 지금 누가 누구에게 탓을 하는 거지?”

왕선의 말대로다.

어떤 과정을 거쳤든지 먼저 공격한 건 자신이었다.

억겁의 후회가 치솟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정도라는 게 있는 법이다.

아무리 세상이 혼탁하더라도 궁예라는 굴레를 덮어씌워서 이렇게 사람을 괴롭힐 수는 없다.

“태어나서 지금 이 순간까지 오직 이 나라 고려와 왕실을 올곧게 보위하고자 살았다. 단 하루도 허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그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김성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의 목소리는 점차 젖었다.

오직 이 나라 고려만을 위한 충의지사의 모습.

딱 그걸 보였다.

그런데

“지랄하고 있네.”

“!!!”

“당신은 이 혼란을 더 가중하는 원흉 중 한명이야. 군웅할거? 이건 이 나라 고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현상이지.”

참으로 우스웠다.

어쩌면 군웅할거 개막의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왕선이 아닌가?

또한, 천년 고려를 원한다는 인사가 아닌가?

그러나 왕선으로서도 할 말이 많았다.

애초 개경 진군을 도모하여 이인임을 제압했다면 이따위 망국적인 군웅할거는 없었을 거니까.

어쨌거나 이건 참으로 기묘한 모순이었다.

왕선의 목소리에는 작은 흔들림조차 없었다.

“아니라고 말하지 마. 가소로우니까.”

“함부로 말하지 마라. 비록 패장의 몸이지만 지난 세월을 이렇게 모독할 수는 없다.”

“아. 진짜 웃기고 있네.”

“네 이놈!”

김성우가 대갈성을 질렀으나

“진정 네가 충절로 가득했으면 개경으로 진군했어야 했다.”

왕선의 나지막한 말은 그의 화가 번지는 걸 단번에 막았다.

김성우의 눈은 철렁였다.

가슴 한쪽에 있었던 일. 그러나 애써 묻어뒀던 일을 왕선이 집어낸 것이다.

“그런데 아니었지. 내가 미친 듯이 주장했어. 오직 나 혼자만. 그런데 동의하는 사람이 없었다. 고려로 시작해서 고려로 죽을 거라고 평하는 최영 장군까지.”

“그, 그건···.”

“닥쳐.”

“!!!”

“왜 그랬을까? 다들 명분을 잘 꺼내서 예쁘게 포장했지만, 이거 어쩌나? 더러운 똥 냄새는 숨길 수 없었는데? 충심으로 잘 포장한 야욕이 네 속이 있었지. 안 그래? 똥 냄새 풀풀 나는 그 더러운 야욕이 말이야.”

“아, 아니다.”

“맞아.”

“아, 아니다.”

“정말 추악하군.”

“!!!”

“충의지사? 충절? 이런 무거운 말을 개나 소나 떠들어대니까 이 나라 꼴이 이 지경인 거야.”

“!!!”

“이인임이 내게 그러더군. 자신만큼 이 나라 고려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고. 천년 고려를 간절하게 원한다고.”

김성우는 온몸을 덜덜 떨었다.

“이 나라 고려를 위한다고?”

왕선은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싸늘하게 내뱉었다.

“진정 고려를 위한다면 그냥 죽어.”

“!!!”

“궁예임을 시인하고 죽어. 그래서 내 이름을 만대에 남기게 해.”

“!!!”

“내 이름. 그것의 무게가 이 나라 고려의 위대한 선례가 될 거니까.”

김성우는 발악하듯 외쳤다.

“나는 이 나라 고려의 충신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니까 죽으라고.”

“너는 충신이 아니다! 미륵을 참칭하는 작자가 어찌 충신인가?”

“미륵을 참칭하긴 했는데 개경 진군 주장했어. 그러면 충신이지.”

왕선의 냉소가 이어졌다.

“좋아. 물어보지. 최영? 고려 최강의 무장. 그가 이 혼란을 감당할 수 있을까?”

“무슨 말이냐?”

“정몽주? 왕좌지재. 맞지. 맞아. 그런데 그가 대체 무슨 힘이 있지?”

“······.”

“힘을 가졌으나 능력이 부족한 최영. 능력은 있으나 힘이 부족한 정몽주.”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들은 못 한다. 그건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두 사람은 모두 실패했으니까.

“이 나라 고려를 진정으로 위하는 사람은 오직 나만이 유일하다.”

김성우는 충혈된 눈으로 왕선을 쏘아봤다.

“만일 내가 싫다면?”

크게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나 했다. 어차피 죽어야 하는 목숨. 조금이라도 가고자 하는 길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 봐 해본 말에 불과하다.

하긴. 하지도 않은 궁예 짓을 인정하고 죽기로 결심하는 건 어지간한 정신세계로 가능한 건 아니다.

왕선은 자신이 억지를 부렸음을 인정하면서 시원하게 웃었다.

“분위기 파악을 이렇게 못하다니.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어. 당신은 무조건 궁예의 현신으로 기록될 거고. 단지, 내 이름을 더 빛나게 하고 죽으라는 말이었어.”

“뭐, 뭐라?”

“그러니까 그냥 해본 소리였다고. 별로 기대도 안 했어. 큰 도움도 안 될 거고. 아. 그리고.”

느닷없이 왕선의 언행이 진중해졌다.

“이제 와서 말하는 건데.”

“······.”

“당신이 죽기 전에는 알고 있어야 할 거 같아서.”

“······.”

“내가 태조 대왕 다음으로 존경하는 분이 있어서.”

“헛소리 집어치우고 그냥 죽여라.”

“죽일 거야. 안 죽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 알잖아? 그러니까 일단 들어봐. 그게 누구냐면···.”

“······.”

왕선의 입꼬리가 말아 올라갔다.

“궁예.”

“!!!”

“음. 당신이 궁예의 현신이면 원래 나는 당신을 따랐어야 하는 거네?”

“다, 닥쳐라!”

“태봉국 꼭 재건하겠습니다?”

“네 이놈!”

“편히 쉬소서. 궁예 새끼?”

그리고 아직 하나 남았다.

“아. 아까 보령 점령에 대해서 말하다 말았군. 음. 그 과정을 당신이 알 필요는 없고 가장 먼저 할 일을 말해주지.”

왕선은 김성우를 슬쩍 쳐다보면서 조롱하듯 웃었다.

“조익신을 죽일 거야.”

“뭐, 뭐라고?”

“아군을 배신하고 당신을 끌어들인 주범이니 당연히 죽여야지. 그런데 왜 그렇게 놀라지? 허. 설마 조익신이 그새 그렇게 중요한 위치가 된 건가?”

왕선의 말과 심각하게 일그러진 김성우의 표정은 인간의 언어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었다. 실로 기괴했고, 참혹했고, 흉물스러웠다.

“그, 그러면 조익신이···.”

제발. 제발.

이 불합리한 의심이 아니기만을 간절하게 담은 목소리.

그의 목소리는 참으로 절절했다.

왕선은 빙그레 웃었다.

“설마 조익신을 내 사람이라고 생각한 건가?”

“!!!”

“이렇게 한심할수가!”

완벽한 확인사살.

김성우는 와르르 무너졌다.

그렇다면 지용기의 제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진실이었다는 말이 된다.

다급하기 이를 데 없던 그 순간 지용기의 외침에 담긴 절절함은 목숨을 지키고자 나온 게 아니라 한탄이었다.

김성우의 눈은 후회와 절망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궁예라면서 관심법도 못 하나?”

김성우는 멍하니 입만 벌리고 있었다.

“잘 가게. 궁예 새끼?”

하나 덧붙였다.

“아. 아까 말실수했네. 내가 세울 나라는 태봉이 아니라 백제야. 저번에 말했지? 의자왕의 한을 풀겠다고.”

“네, 네 이놈!”

발악하는 김성우.

그를 보면서 왕선은 만족하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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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악!”

고통과 절망이 가득 담긴 비명.

이제 기절에서 깨어난 범세동이었다.

머리를 세차게 흔들면서 온몸을 확인했다.

숨을 쉬고 사지가 붙어 있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 혼전에서 목숨을 지킨 거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대체 얼마 동안 기절했던 걸까?

아니다. 지금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서둘러서 장군을 만나야 한다.

장군을 만나서...어?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이곳은 전장이 아니라...

그 순간 범세동의 뇌리에서 잊었던 뭔가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그것은 무척이나 불쾌한 성질의 것이었다.

그때

“이 새끼 이제 웃네?”

범세동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부들부들 떨면서 고개를 돌렸는데

“사숙님이다.”

“!!!”

범세동은 다시 기절했다.

정도전은 실소를 머금으면서 손짓했다.

그러자 병사들이 범세동을 물건처럼 들어서 옮겼다.

“포은이 제자 농사를 정말 엉망으로 했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 주인이 죽었거늘.”

한참 뒤 범세동은 다시 힘겹게 눈을 떴다.

악몽과도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실제로 악몽을 꿨다.

그러나 삼봉 정도전을 다시 만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악몽이 아니겠는가?

“구, 군사님.”

누군가의 목소리.

범세동의 고개가 겨우 돌아갔다.

“이...”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면상이 보였다.

조익신이었다.

“소, 송구합니다. 보령을 벗어나다가 소인도 잡혀 왔습니다. 작은 힘이라도 돼야 했는데.”

어디서 또 허튼수작을 부리는 것인가.

범세동은 눈을 부라리며 노려봤다.

조익신은 한숨을 쉬며 시선을 피했다.

“살려고 그랬습니다.”

“...네놈의 목숨을 건지고자 얼마나 큰일이 있었는지 아느냐?”

“그래도 살고 싶었습니다.”

“됐다. 패배한 몸이 더 무슨 말을 하겠느냐. 썩 꺼져라. 그러나 명심하라. 왕선 같은 잡종에게 붙어먹은 네놈의 명운도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조익신의 눈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허. 끝까지 나를 농락하는군.”

“구, 군사님. 대체 무슨 말씀을 하는 겁니까? 어, 어쨌든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살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썩 꺼지라고 했다!”

“내, 내일 소인을 처형한다고 합니다. 제발 군사님께서 수를 내주십시오. 아직 군사님을 살려둔 이유가 가볍지만은 않을 겁니다. 아무래도 정도전과의 인연이 작용한 게 아니겠습니까?”

“···너를 처형한다고?”

“그, 그렇습니다.”

“왜?”

“왜라니요? 소인과 왕선의 관계를 아시지 않습니까?”

절망의 나락에서 허덕이던 범세동의 이성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의 목울대부터 동요가 생겼다.

“서, 설마 자네 왕선의 사람이 아니라는 건가?”

“조금 전부터 대체 무슨 말씀입니까?”

이건 진실이다.

범세동의 눈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다 틀렸습니다. 소인이 보령에서 도주할 때 나세의 병력이 당도했습니다. 지금쯤이면 함락됐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 범세동은 조익신의 말에 대꾸할 정신이 아니었다.

자책감과 무기력함이 온몸을 감싼 것이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분명 그럴 겁니다. 장군께서 돌아가신 마당에 보령의 병력이 제대로 저항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자, 잠시만. 방금 뭐라고 했나?”

“예?”

“도, 돌아가시다니? 누구를 말하는 건가?”

“아, 아직 모르셨습니까? 김성우 장군께서는 이미 처형되셨습니다.”

“!!!”

“군사님. 산 사람은 살아야지요. 그러니...”

이 아둔한 머리가 모든 걸 망쳤다.

조익신의 목소리가 아득해지면서 온몸을 강타하는 억겁의 충격이 내렸다.

제정신으로 감당하지 못한 범세동은 다시 기절했다.

그리고

“아. 이 새끼. 아직 기절하고 있네?”

까칠한 목소리. 정도전이었다.

대경한 조익신은 자라목을 한 채로 납작 엎드렸다.

“일등공신.”

“예, 예?”

“저 새끼 일어나면 나 부르게. 알겠나?”

“예, 예.”

“역시 일등공신.”

“······.”

< 74화 충신의 자격(여기까지 무료연재였습니다.) > 끝

ⓒ 날아오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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