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궁예는 역적이다(작가이벤트 6일차) >
충주의 지용기와 충청도를 양분하고 있는 김성우는 헛웃음을 지었다.
“지금 나더러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
“저, 정말입니다.”
“그러니까 왕선이 그 안대로 관심법을 한다?”
“예, 예.”
조익신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인이 목숨을 걸고 가져왔습니다. 지금쯤이면 왕선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 그래서 자네도 관심법이 되던가?”
“···그건 아니었습니다.”
“그래. 그게 진실일세.”
“하지만 왕선의 관심법은 진짜였습니다.”
김성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대군을 이끌고 진군하면 김제의 유력가가 안에서 호응하겠지?”
“아니 어찌 아셨습니까?”
“자네가 나를 설득하려는 이유? 왕선을 몰아내야 김제에서 누리던 부와 권력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어, 어찌···.”
“내가 어찌 알았겠나? 다 관심법 덕분일세.”
“예?”
“정신 차리게. 사람이 사람 속을 어찌 들여다보나? 그 정도 세력을 가진 군웅이라면 응당 범인을 넘어서는 심계를 가졌을 거니까.”
조익신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아, 아닙니다. 왕선의 관심법은 그런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소인들끼리 나눈 내용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 안대를 써도 왜 관심법의 권능이 내리지 않나?”
“그, 그것은···.”
“만일 안대가 없어도 관심법을 사용할 수 있으면 왕선은 자네 속을 다 들여다봤을 거야. 한데, 이렇게 살아 있어. 내 말이 틀렸나? 그리고 자네들의 밀담을 왕선이 알고 있었다? 이보게. 자네 중에 배신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장담할 수 있나? 끌려갈 때 눈도 가렸다며? 몇 명이라도 따로 빼돌려서 정보를 파악했겠지. 그게 아니면 처음부터 배신했다던가.”
조익신은 말문이 막혔다.
당장 김성우의 말을 반박할 논리가 없기 때문이다.
“됐네. 물러가게.”
“자, 장군. 왕선은 위험한 인물입니다.”
“잘 알고 있네. 그러니 물러가게.”
“그, 그는 궁예의 후예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다급한 조익신의 말.
그 내용은 좌중을 얼어붙게 했다.
김성우의 미간이 씰룩였다.
“지금 뭐라고 했나?”
“분명히 그랬습니다.”
김성우의 목소리에는 은은한 노기가 담겼다.
“확실하게 말하게. 궁예의 후예를 자처했다? 이건 듣기에 따라서 역심을 품은 거야.”
“확실합니다. 분명히 그랬습니다. 태봉국을 재건하겠노라고.”
“허. 태봉국을 재건한다?”
“역심을 품은 궁예의 후예였습니다.”
“그 말 정말인가?”
“예. 정말입니다.”
김성우의 안색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조익신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황급히 말했다.
“언제라도 군세를 이끄신다면 소인을 따르는 모든 유력가문이 들고 일어날 겁니다. 그들은 왕선의 폭정에 숨조차 쉬기 어렵습니다.”
“음. 대동미 500두는 폭정이라고 할만하지요.”
군사 범세동이었다.
“우리 지역의 지주들도 그 소문을 듣고 경악했습니다.”
“그, 그렇습니다. 군사님의 말대로입니다.”
“저 사람이 말한 대로 관심법은 몰라도 하는 짓을 보면 궁예의 현신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닙니다.”
“조익신이라고 했나?”
“예. 장군.”
“일단 물러가서 휴식을 취하게. 내가 다시 부를 것이네.”
“그, 그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군.”
조익신은 크게 기뻐하며 물러났다.
“장군. 조익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냥 두고 볼 수 없습니다. 궁예라니요. 대놓고 역심을 표출한 겁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어쩌면 이게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기회? 군사. 이건 기회가 아니오. 역적의 뿌리를 제거하는 거요. 나는 이를 절대 묵과할 수 없습니다.”
“물론입니다. 그러나 걸림돌이 하나 있습니다.”
“군량미를 이르는 거요?”
최근 김성우의 세력은 무서울 정도의 기세로 팽창했다.
서산의 유실까지 장악하면서 지용기와 충청도를 양분할 정도였다.
그러나 잦은 전투는 군량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왔다.
“예. 대동미? 그 해괴한 정책으로 인해서 왕선은 군량미가 넘칠 겁니다. 진군하더라도 금세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겁니다.”
“그래도 넘길 수 없는 문제요.”
“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과연. 방법이 있구려.”
범세동은 옅게 웃었다.
“얼마 전에 남상에서 괜찮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소식?”
“예. 남상이 쌀을 제법 들고 있는 거 같습니다.”
“설마?”
“예. 쌀을 팔 곳을 찾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주는 주공께서 이르신대로 군량이 풍부하지요.”
“허. 남상이라. 접촉할 만한 상단주가 있소?”
“백거마이라는 인물이 제법 손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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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의 예측과 전혀 어긋나지 않은 행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도전은 말을 이었다.
“보령의 김성우는 고려 왕실의 충신이었습니다. 만일 고려가 무너진다면 자결할 정도로 충의지사였지요.”
당신이 그 말 하니까 참 그렇다.
그리고 그런 충의지사의 뒤통수를 치려는 게 우리고.
음. 혹시 우리의 정체성을 제대로 각인시키려고 그러는 거야?
어쨌거나 당신은 김성우를 무조건 죽이는 역할이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도전의 말이 과거형이다.
“지금은 아니라는 거요?”
“최영 장군처럼 내쫓긴 것도 아닌데 보령에 똬리를 틀고 군웅할거를 열심히 주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매불망 고려 왕실만 바라본다? 어불성설이지요.”
“······.”
“진정 만고에 남을 고려 왕실의 바라기라면 개경에서 이인임과 대치하고 있어야지요. 안 그렇습니까?”
이건 시비 거는 거다.
“···본관도 쫓겨난 거요.”
정도전이 눈이 휘둥그레 뜨면서 물었다.
“갑자기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그냥 그렇다는 말이오.”
“예. 예. 어쨌든 그런 인물에게 주공께서 알고 보니 궁예였다는 사실을 말했다? 지금쯤 제정신이 아닐 겁니다. 흥분해서 미쳐 날뛰고 있을 겁니다. 당장이라도 대군을 이끌고 남하할 겁니다.”
“궁예가 아니라 궁예 흉내.”
“예. 궁예 흉내.”
“똑바로 합시다.”
“김성우는 군략이 아주 뛰어납니다. 두말할 여지가 없는 명장이지요. 그러나 궁예라는 대적을 앞에 두고 이성을 제대로 가질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
...정도전이 다시 돌아왔다.
얼마 전까지 신파를 찍더니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거다.
눈이 마주쳤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당신이 나의 부족함을 메꾸고, 내가 당신의 부족함을 메꾸면서 가보지요. 그러다 보면 반드시 어떤 결론이 나왔을 겁니다. 나는 내가 옳다는 걸 증명할 겁니다. 당신 곁에서.
...당신 갈대야? 그냥 신파 찍게 놔둘 것 그랬다.
정도전은 왕선의 반응을 살피지도 않고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제아무리 김성우가 뛰어난 명장이라고는 하지만 덫에 걸린 이상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그처럼 뛰어난 명장과 칼을 겨누게 되었는데도 별다른 긴장감은 없었다.
그만큼 모든 상황이 오밀조밀하게 짜인 상태였다.
왕선은 느긋하게 말했다.
“배고픈 승냥이들에게 밥 냄새를 풀풀 풍겼으니 냉큼 달려올 거요. 한데, 김성우의 군사 범세동이 제법 뛰어나다고 하던데? 충청도의 양대 맹주로 거듭난 세력의 제일 군사라면 당연하겠지만.”
“이거 왜 이러십니까? 범세동을 지금 누구에게 들이미시는 겁니까?”
범세동은 정몽주의 제자. 그러니까 정도전의 사질이 된다.
정도전은 형언할 수 없는 불쾌감을 표출했다. 충격과 공포? 뭐 그런 거였다.
“아. 아니외다. 어쨌든 김성우가 명장이니 우리도 잘 해보자는 의미였소.”
“나세 장군. 못 믿으십니까? 이 나라 고려에서 나세 장군의 이름 앞에 있는 장수는 다섯 명이 되지 않습니다. 모르십니까?”
“거. 무슨 말을 못 하게 하시오?”
정도전이 대국적 시야로서 전체 판을 짠다.
그러면 장수들이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게 중요했다.
만일 정도전의 판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어느 한 곳에서라도 누수가 발생하면 판은 통째로 흔들리게 된다. 또, 정도전이 짠 판이 참으로 고약하더라도 장수의 능력이 뛰어나면 기어이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왕선은 별 걱정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나세가 나선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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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는 마뜩잖은 표정을 지었다.
“김제의 유력가문은 이미 왕선에게 귀의했네. 의미가 있겠나?”
“그건 궁예의 폭압에 의해 겁니다. 언제라도 벗어날 기회만 찾고 있습니다.”
“그게 문제일세.”
“예?”
“섣불리 사람을 보내서 왕선이 알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역공에 당할 수가 있네.”
“그, 그렇지만.”
“또 하나. 그들을 온전히 신뢰할 수 있나? 한 명이라도 배신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미 김성우가 자신들 중에서 배신자가 있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한 상태였다.
조익신은 자연스레 몸을 움츠렸다.
난감하다. 이리되면 김성우의 진군에 별다른 공을 세우지 못하게 된다.
“자, 장군. 소인을 믿어주십시오.”
“됐네.”
“장군. 왕선이 전민변정도감을 만들어 면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대동미에 이어서 큰 손해를 본 지주를 잘 걸러낸다면 조익신의 말은 제법 쓸만한 계책이 될 수 있습니다.”
군사 범세동이었다.
그의 표정은 화색이 가득하다.
“군사. 군량을 확보했소?”
“예. 콩1 천석, 쌀3 천석입니다.”
김성우가 곧장 동원할 수 있는 군세 3천 명이 수개월을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허. 정말이오?”
“물론입니다.”
“탈은 없겠소?”
“상인이 약조한 거래를 일방적으로 취소한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좋소.”
김성우는 흡족하게 웃었다.
조익신은 두 사람의 사이에서 눈치만 살폈다.
“조익신의 일은 군사가 처리하시오.”
“예. 장군. 조 선생.”
“예. 군사님.”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네.”
“물론입니다.”
“그런데 무리하지는 말게.”
“예?”
“자네의 계책이 없어도 아군은 능히 전주를 제압할 수 있으니까.”
“아.”
조익신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그 속내를 짐작한 범세동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왕선의 역심을 발고한 것만으로도 자네의 공은 충분해. 이만하면 되겠나?”
“절대 무리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과정과 결과는 빠짐없이 내게 보고하게.”
“응당 그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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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선생이 사람을 보냈다오.”
김이수의 말에 지주들은 어색하게 웃었다.
“험험. 조 선생이 살아 있었답니까?”
“대체 어디랍니까?”
김이수는 손을 내저으며 분위기를 환기하며 낮은 어조로 말했다.
“보령.”
“!!!”
“김성우 장군과 손을 잡았다고 하오.”
“저, 정말입니까?”
“그렇소. 확실하오.”
“허.”
팽팽한 긴장감이 거세게 올라왔다.
“조만간 김성우 장군이 김제를 공격한다고 하오.”
“그, 그걸 왜 우리에게 말하는 겁니까?”
“몰라서 묻소?”
“험험.”
“내가 은밀하게 몇 명만 부른 이유. 다들 알지 않소이까.”
“험험.”
“대동미는 굳건하고 전민변정도감까지 칼을 휘두르오. 우리는 내일이 없어진 거요.”
“하, 하지만 왕선은 예사로운 인물이 아닙니다.”
“조 선생이 안대를 훔쳤다더군.”
“!!!”
“그런데 관심법을 쓸 수 없었다오.”
“하, 하면?”
“거짓부렁이었다는 거요.”
“허! 이런!”
“그러니까 애초 지주들 중에서 배신자가 있었다는 거요. 이제 알겠소? 우리가 그 애송이놈에게 속은 거요.”
“!!!”
“어찌할 거요?”
“음.”
김이수는 분위기를 추동하듯 말했다.
“나는 조 선생과 뜻을 함께할 거요.”
적막감.
김이수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생각해보시오. 이대로 김성우 장군이 김제를 장악하면 우리도 말할 건더기는 있어야 하오. 안 그러면 홀대당할 거요.”
그 말과 함께 지주들의 적막감은 사라졌다.
“저도 동참하겠습니다. 어차피 이대로는 내일이 없습니다.”
“하긴. 김성우 장군이 진군을 시작했다면 왕선은 절대 막지 못할 겁니다.”
“어차피 우리는 김성우 장군과 손을 잡으려 했지요. 맞아요. 그게 맞습니다.”
“···한데, 왕선에게는 나세가 있습니다.”
불편한 이름이 나왔다.
김이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래서 동참하지 않을 거요?”
“그건 아니지만.”
“확실히 하시오.”
“좋습니다. 한배를 타겠습니다.”
“좋소.”
그때 마름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사 나리께서 오셨습니다.”
“!!!”
지주들의 얼굴은 급격하게 경직됐다.
김이수는 쥐어짜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차분하게 행동합시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밝은 표정으로 일어났다.
“하하하. 나리께서 이 누추한 곳은 어찌 오셨습니까?”
김이수의 사가에 주의할 인물들이 모인다는 말을 듣고 직접 온 왕선이었다.
자고로 시절이 수상할 때는 정확하게 하는 게 좋은 법이다.
“아. 지나가던 길에 술 생각이 나서.”
“이런. 그렇지 않아도 한잔하려고 했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허. 나 빼고 모두 모여서 이러고 있었군.”
“송구합니다. 가끔은 아랫것들끼리 모이기도 합니다.”
“하하. 농일세. 본관이 그런 것도 이해하지 못하겠나?”
“과연 배포가 크십니다.”
왕선은 빙그레 웃었다.
“자 그러면 거하게 한 상 차려오게.”
-네놈이 재물을 모두 뺏어갔는데 거하게 한 상 차려오라는 말이 나온다는 말이냐!
왕선의 미소가 진해지자 김이수는 황급히 움직였다. 다른 지주들도 눈치를 보면서 움직였다.
“천목아.”
“예. 형님.”
“개가 똥을 못 끊는구나.”
“그렇습니까?”
“똥 끊으면 살려두려고 했는데.”
“개가 어떻게 똥을 끊겠습니까?”
왕선은 싱긋 웃었다.
“가끔 날 의심해도 된다니까.”
“개가 똥을 끊는 게 빠를 겁니다.”
“내가 자네에게 쓸데없는 말을 일렀군.”
“하하. 그렇습니까?”
멋쩍게 웃는 마천목.
왕선도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스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버티면 죽여도 괜찮네.”
“알겠습니다.”
“아. 오늘 말고.”
“예?”
“소문나면 곤란하니까.”
“아. 알겠습니다.”
“오늘은 거하게 먹자고. 공짜 술인데.”
“하하.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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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김성우의 2천 군세가 출병했다.
진군은 순조로웠다.
왕선은 공성전을 펼칠 생각인지 요격을 하지 않았다.
임피에 이르렀을 때다. 정찰병이 황급히 달려왔다.
“장군! 확인하실 게 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직접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김성우는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
그곳에는 수십 명의 수급이 효시 된 상태였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소인들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허. 이 사람들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군사. 혹시 아시오?”
“소생도 처음...”
의아한 어조로 말하던 범세동의 눈에 부들부들 떠는 조익신이 보였다.
“...조 선생. 자네 왜 그러나?”
“그, 그것이···.”
그랬다. 수급의 주인은 김제에서 내통하기로 한 사람들이었다.
조익신은 본능적으로 판단됐다. 작전이 들킨 거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범세동이 거칠게 말했다.
“어서 말하게!”
“내, 내통하기로 한 지주들입니다.”
“뭐라?”
범세동은 뒤통수를 둔기로 맞은 듯 얼얼했다.
매사 조익신에게 보고 받았다. 빈틈은 없었다.
그런데 왕선이 이를 파악했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범세동의 머릿속에 왕선의 제일 군사 얼굴이 스쳤다.
“군사. 왕선이 왜 저들을 효시했을 것 같소?”
정확한 핵심을 찌르는 김성우의 말.
범세동의 이성은 빠르게 돌아왔다.
“만일 사전에 파악했다면 그대로 두고 잘 활용하는 게 더 좋았을 수도 있는데.”
“그건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차라리 이렇게 효시하여 아군의 사기를 저하하는 게 합당합니다.”
“어렵지. 그런데 적군에는 나세와 이옥이 있소. 그들은 능히 가능했을 거요.”
“···음.”
그때 저 멀리서 단기필마가 달려왔다.
김성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자는 이옥?”
모든 시선이 쏠렸다.
그런데 이옥이 활을 고쳐잡았고
-쏴아아아아아앙!
화살이 날아왔다.
-퍼어어어어어억!
화살은 수급을 효시한 나무에 정확하게 명중했다.
“이, 이게 무슨.”
“장군. 화살에 서찰이 있습니다.”
김성우는 황급히 서찰을 펼쳤다.
“!!!”
[태봉국 개국 공신 명단]
김성우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곁 눈길로 내용을 확인한 조익신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명단의 가장 윗줄에 적힌 이름.
[조익신]
김성우가 매서운 눈으로 쏘아봤다.
“...조익신?”
“자, 장군. 그것은 그것이 아니라...”
“똑바로 말하라!”
“자, 장군. 그것은 오해입니다.”
“이...!!!”
바로 그때
“궁예의 후예! 역적! 김성우를 처단하라!”
사자후와 같은 이옥의 거대한 외침.
김성우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 63화 궁예는 역적이다(작가이벤트 6일차) > 끝
ⓒ 날아오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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