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멈출 수 없는 내일을 준비하다(pm 4시 25분 후반부 수정 및 내용 첨부/ 작가이벤트 5일차) >
전주를 기반으로 익주, 부안, 김제를 거머쥔 왕선이 만남을 청했다.
전라도를 기반으로 장사하는 남상은 본능적으로 오늘이 중요한 기점이 될 거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표정에는 기대감이 잔뜩 보였다.
“어서 오게.”
“남상의 백거마라고 합니다.”
“전주 목사 왕선일세.”
“명성이 자자하신 목사 나리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명성은 무슨. 아. 인사하지. 이 사람은 내 군사 삼봉 정도전.”
“삼봉 정도전이라고 하네.”
“명성이 자자하신 군사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과찬일세. 일단 앉지.”
군사 정도전의 주재로 논의가 시작됐다.
“오늘 이 사람이 자네들을 부른 건 상업을 장려하고자 함일세.”
“오오. 군사님께서 그리해주신다면 소인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쓸데없이 말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겠네. 우리는 전주, 익주, 김제, 부안의 광산을 전면 개방할 생각일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뜻이 있는 사람에게 광산 개발을 맡긴다는 뜻이지.”
“저, 정말입니까?”
“물론.”
“기, 김제의 사금도 소인들이 맡을 수 있습니까?”
“물론.”
상인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도전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당연히 대가를 내야 할 것이네.”
당연한 일이다. 어느 정도일지, 무엇을 내야 할지가 중요하다.
“대가라고 하시면···.”
“농기구, 병장기 따위를 이르는 것일세.”
“무, 물론입니다.”
“인부들의 품삯을 횡령하면 경을 칠 거고.”
“아무렴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러자면 솜씨 좋은 장인도 많이 구해야겠군?”
“즉시 수소문해서 거두겠습니다.”
“아아. 그러지 말고.”
지켜보던 왕선이 끼어들었다.
정도전이 슬쩍 쳐다봤다.
“의견이 있으십니까?”
“광산을 민간에 위탁하더라도 물주가 장인과 인부를 따로 거느리는 건 곤란하오.”
“무슨 말씀입니까?”
“그건 그대로 횡포가 발생할 거니까.”
“음. 그건 그렇군요.”
백거마와 상단주들이 펄쩍 뛰었다.
“아, 아닙니다. 어찌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거. 토지 겸병이 괜히 발생했나?”
“지주가 괜히 광포해진 것도 아니지요.”
“그, 그것이···.”
“처음에는 좋게좋게 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인부들의 품삯은 줄어들 거고.”
“어디 그뿐입니까? 솜씨 좋은 장인들이 자네들의 상단에 발이 묶여서 노비처럼 물건을 생산해낼 겁니다.”
“그건 지금과는 또 다른 문제를 잉태할 거고.”
“예. 주공의 말씀대로 지주가 전호들에게 조세를 거두는 거로 위력을 행사했듯 상단주들이 품삯으로 인부와 장인을 겁박할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새로운 주범이 되겠지.”
“그건 곤란하지요.”
왕선과 정도전이 주거니 받거니 말한다.
상단주들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불안한 생각이 치밀었다.
“하, 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간단하게 가는 게 좋지.”
“간단히라고 하시면···.”
“인부들은 따로 집단을 만들 걸세. 장인도 마찬가지고.”
“!!!”
“그들과 연계해서 광산을 채광하게.”
“구, 군사님.”
“왜 그러나?”
“그리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손해?”
“예.”
그들은 하소연하듯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명나라가 바다를 막아서 대외 무역이 어렵습니다.”
“나라 안은 군웅할거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인들의 사정을 좀 봐주십시오.”
“예. 일단 상단이 숨을 좀 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도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해서, 나더러 자네들 사정을 다 봐주면서 일하라고?”
“···그것이 아니라.”
“그것이 아니면 뭔가?”
“소인들의 사정이 너무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번만 사정을 봐주신다면 최대한 빨리 상단을 멀쩡하게 돌려놓겠습니다. 그런 다음에 관청의 방침대로 하겠습니다. 정말입니다.”
“당장은 사정이 어려워서 못하겠으나 차차 하겠다? 그거 많이 듣던 말이군. 땅 주인들에게 말이야.”
“구, 군사님. 그것이 아닙니다.”
“장담하지. 자네들은 상단이 정상화되면 내야 할 대가도 줄이려고 할 거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도전의 목소리는 갈수록 가라앉았다.
...이거 이러다가 사달이 날 수도 있겠구나.
왕선은 냉큼 끼어들었다.
“본관에게 좋은 방법이 있네.”
서슬 퍼런 정도전의 눈빛에 오금을 지리던 상단주들은 반색했다.
“사정이 그렇게 어려우면 사정을 풀어주면 되는 법이지.”
“예?”
“상단 별로 투자를 받는 거지.”
“예? 투자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투자.”
“···소인들이 무지하여 성현의 말씀은 잘 모릅니다.”
“허! 어디 성현을 함부로 들이대는가?”
대갈성을 지르는 정도전.
왕선은 그를 만류하며 말을 이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겠네. 상단의 내일을 보고 돈을 내는 거지. 상단의 가치를 평가하는 걸세. 그러면 상단은 그 돈을 가지고 규모를 늘리고 상업을 확장하는 거지.”
“···투자받은 재물은 어찌합니까?”
“그 돈으로 상업을 확장하여 수익이 발생하면 투자한 재물의 양만큼 나눠야지.”
상단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쁜 방법이 아니다. 아니 실로 절묘한 방법이다. 돈이 많을수록 더 많은 물건을 구할 수 있다. 그건 더 많은 양의 물건을 팔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지금은 시절이 수상하여 물건이 많아도 제대로 팔 곳이 없다. 그러니 지금 화두에 오른 건 광산 개발이 아닌가? 막대한 돈을 투자받을 수만 있다면 그만큼 더 많은 인부와 장인을 고용할 수 있다.
“현재 상단의 가치를 1할로 잡고 그 9배까지 투자를 받을 수 있게 하면 되겠군. 그 뒤 상업이 확장해서 수익이 발생하면 투자한 재물의 양만큼 나눠야지. 나는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차,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군.”
“한데, 투자자가 갑자기 원금을 달라고 하면 어찌합니까?”
“그건 애초 잘 설정해야지. 쌍방 간에 기간을 잘 합의해야지. 뭐. 최소한의 기간을 정해도 좋고.”
“과연 그렇습니다.”
“이 시절에 누가 그런 재물이 있습니까?”
까칠한 정도전이었다.
흥분했던 분위기는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조용해졌다.
현실을 직시한 상단주들의 표정이 어두워질 때
“일단 본관이 투자하리다.”
왕선의 말에 상단주들의 표정이 섞었다.
“모, 목사께서요?”
“왜 그러나? 나 제법 돈 많아.”
“그...러시겠지만.”
관청이 상단에 손을 댄다?
이건 간섭을 의미한다. 관청의 입맛대로 좌지우지되는 건 당연하고 여차하면 상단이 통째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들을 지그시 보던 왕선이 내뱉듯 말했다.
“본관이 상단을 탐냈으면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도 않아. 그냥 뺏으면 될 일이지. 안 그런가?”
또 다른 지극한 현실이 인지됐다.
그랬다. 지금까지 보여준 왕선의 행보로 보면 그냥 뺏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다.
한 지역을 들었다 놨다 하던 유력가문이 모두 풍비박산 나지 않았던가?
그제야 상단주들은 안심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이대로 묘했다. 가문을 박살 낼 힘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안심하는 게 아닌가?
역시 돈 냄새를 잘 맡고 다니는 상인다웠다.
그래. 이들은 돈 냄새를 맡고 다니는 상인이다. 지금 가장 돈 냄새를 품기는 사람은 왕선이고.
“뭐. 일단은 그리하고 훗날 누구나 투자에 참여하게 한다면 적절하겠군요.”
“역시 군사의 안목은 탁월하오.”
누구나?
목돈도 아니고 작은 재물을 받는다고 효과가 있을까?
“한둘이 아니라 수십, 수백 명이 쌀 1섬씩만 낸다고 생각해보게. 엄청난 효과가 있을 거야.”
“아.”
과연 그랬다.
상인들의 표정은 천상을 맛본 듯 밝아졌다.
“그러면 이걸로 된 건가?”
“소인들에게 이런 기회를 주시다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됐네. 앞으로 잘해보지.”
“예. 목사 나리.”
“아. 이 일은 당분간 불문에 부치지.”
“예?”
“어차피 본관만 초기 투자할 건데 상관없지 않겠나?”
“그건 그렇습니다.”
“그러면 다들 돌아가서 채광계획서 멋들어지게 작성해오게. 면밀히 검토해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거니까.”
“예. 목사 나리.”
뒤로도 다양한 내용이 오갔다.
“목장도 크게 만들면 좋지 않겠습니까?”
“관청의 쌀이 여유가 있다면 적절한 가격으로 구하고 싶습니다.”
만남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모든 상단주가 물러난 뒤 왕선은 흡족하게 웃으면 정도전을 쳐다봤다.
“군사가 이렇게 내 뜻을 따라주니 참으로 좋구려.”
“뭐. 어려운 건 아닙니다. 민본은 농업을 위한 게 아니라 백성을 위한 것이니까요. 농업을 강조하는 건 가장 근본이기에 그런 겁니다. 농업도 잘 권하고 부수적으로 다른 걸 발전시키는 일이 아닙니까?”
-예. 당신의 뜻 존중합니다. 그래서 보조를 맞추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알게 될 겁니다. 내 뜻이 옳았다는 걸. 해서, 언젠가는 당신도 내 뜻에 동의할 겁니다. 이 모든 건 그날을 위한 포석입니다.
이거 너무 유연해졌는걸?
그런데
“생각을 해봤습니다.”
“말해줄 수 있소?”
...알고 있지만 직접 입으로 듣는 건 또 다르니까.
“미륵이 민본을 외칠 수는 있습니다.”
“물론이오.”
“그러나 미륵이 민본을 완성할 수는 없습니다. 왜? 미륵은 난세에만 나오기 때문입니다. 미륵은 난세와 동의어이기 때문입니다. 주공께서 미륵인 이상 이 땅의 혼란은 끝나지 않습니다. 진정 모르십니까? 미륵을 죽여야만 난세가 끝납니다. 미륵이 권능을 가진 세상? 그건 여전히 혼란을 의미하는 겁니다.”
“미륵을 죽이려면 대업을 새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요?”
질렀다. 그냥 먼저 질렀다.
...그동안 서로 회피했던 단어.
[새 나라]
그걸 대놓고 말했다.
정도전의 눈이 크게 출렁였다. 숨기려는 듯 잠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격정적으로 말했다.
“이 썩은 귀족의 나라 고려는 끝없이 미륵을 만들어내고 말 겁니다. 귀족이 똬리를 틀고 있는 이 나라는 난세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영원히 미륵이 등장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그건 절대 고려가 아닙니다.”
“그거. 고려에서 할 수 있소.”
“할 수 없습니다.”
“할 수 있소.”
“못 합니다. 고려는 이미 그 힘을 다했습니다. 역사의 사명을 다한 겁니다. 보십시오! 이 나라 고려는 쓰러지고 있습니다. 500년 거목은 이제 새로운 나무에 그 자양분을 넘겨야 합니다. 어째서 이 나라는 소생하지도 못할 건데 자양분을 먹어 치우기만 하는 겁니까? 그건 독선이고 오만입니다!”
정도전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듯 외쳤다.
“나라가 어려워지면 왕을 위한 나라가 됩니다. 왕은 황음무도하고 정사를 돌보지 않습니다. 만백성은 단 한 명의 왕에게 고혈이 빨립니다. 그다음은요? 제어해야 할 왕이 엉망인 틈을 타서 왕족이 나라를 어지럽히게 됩니다. 백성은 10명의 왕족에게 피가 빨립니다. 그 뒤는요? 귀족. 예. 맞습니다. 마침내 귀족들도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나라를 갉아먹습니다. 100명의 귀족이 백성의 고혈을 짜게 되는 겁니다. 그다음은요? 그나마 뜻있던 인사도 설쳐댈 겁니다. 100명이 아니라 1,000명이 백성을 괴롭히는 겁니다. 그러면 백성은 죽습니다. 두 번 다시는 이 땅에 멀쩡한 나라가 설 수 없습니다. 백성은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아침에 눈을 뜨고 잠을 자는 그 순간까지, 꿈속에서도 황천에서도 미륵만 불러대고 말 겁니다. 그게 나라입니까? 그게 사람 사는 세상입니까? 아니지요. 그건 불구덩이보다 더한 지옥이지요. 하여, 이 나라 고려는!”
정도전은 숨을 내쉬었다.
핏발선 눈으로 외쳤다.
“백성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보다 못한 나라입니다.”
“눈으로 보고 있지 않소? 이곳의 변화를. 귀로 듣고 있지 않소? 백성의 태평가를. 이곳. 여기도 고려라오.”
“예. 예. 예! 그래서 혼란스럽습니다. 대체 왜 이곳은 변하고 있습니까? 아무리 용을 써도 백성의 원성이 터져 나와야 하거늘. 여전히 이 땅의 주인은 고려이거늘!”
울분을 토하듯.
절규하듯.
피를 토해내듯.
...정도전은 목소리는 격하게 떨렸다.
그러다가 힘없이 웃으면서 말했다.
“예.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이 변화가 당신을 대업의 주인으로 삼은 이유입니다.”
이번에는 자조적으로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변화가 대업을 멈추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말았습니다.”
정도전은 진실로 고통스러워 보였다.
너무나도 혼란스러워 보였다.
대화를 나눌수록 그의 번뇌가 깊어져만 가는 거 같다.
말이 깊어질수록 들여다본 속내와는 다른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이럴 때는 더 진중해야 한다. 더 차분해야 한다.
왕선은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고려는 아직 끝나지 않았소. 고려는 아직 사명이 있소.”
정도전은 허탈하게 웃었다.
그리고 부정하듯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러나 입에서 나온 말은 행동과는 조금 달랐다.
“아직 고려가 끝나지 않았습니까? 진정 그렇습니까?”
“당신과 내가 고려를 바꿀 수 있소.”
다시 정도전이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소생은 고려가 싫습니다. 귀족이 싫습니다. 내가 왜 이 나라를 위해서 일해야 합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군사.”
“하아. 묻습니다. 왜 그렇게 고려에 집착하시는 겁니까?”
...왜?
그래. 시작은 이성계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왕선은 전생의 삶이 스쳤다.
대권을 목전에 두고 죽었던 삶.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던 삶이었다. 참으로 비정하지 않은가.
“내가 이 나라를 엎을 힘을 가졌다고 엎으면 대체 뭐가 바뀌오?”
“백성의 삶이 바뀝니다. 백성의 내일이 바뀝니다.”
“하지만 기득권은 바뀌지 않소.”
“귀족을 다 쓸어버리는데 어찌 바뀌지 않습니까? 예. 사대부도 부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입니다.”
“사대부를 탓하는 게 아니오. 유사 이래 초심을 끝까지 유지한 세력이 있기나 했소? 내가 말하는 건 기득권의 본질이오. 권력을 탐하는 기득권의 본질.”
왕선은 차분하게 말했다.
“힘이 있다고 권좌를 탐한다? 그건 나라가 아니라 야생이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가 명분과 힘을 가졌다고 왕이 되었다고 가정하겠소. 그러면 훗날은 어찌 되오? 나는 거대한 선례가 될 거요. 또 누군가가 나만큼 아니 그 이상의 명분과 힘을 가지면 용상을 노릴 거요. 아들이 아버지를 몰아내고, 형이 동생을 죽이고, 숙부가 조카를 죽이고, 동생이 형을 죽이고,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찬탈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소. 역성은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고. 귀족이든 사대부든 제 주인을 충동질할 것이오. 찬탈의 역사를 주도한 권신의 머릿속에 백성이 있을 수는 없소. 그건 다 거짓말이외다. 이 추악한 과정을 누군가는 끊어야 하오. 권력을 잡지 않은 재야의 인사는 이 매듭을 끊어낼 수 없소.”
“······.”
“한데, 내가 절대적인 힘과 명분을 가졌음에도 왕족임에도 용상을 탐하지 않고 신하의 자리를 굳건히 지킨다면. 찬탈의 역사? 그런 건 발생하지 않을 거요. 정사가 어지러워 흔들릴 수는 있으나 나라는 올곧게 설 수 있소.”
“주공.”
“나부터. 나부터 권력에 대한 탐욕을 버린다면 귀족이든, 사대부든 모두 환골탈태할 수 있소. 그래야만 이 나라의 내일에 용상을 두고 벌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없어질 것이오.”
“······.”
“해서 나는 싸우는 것이외다. 내가 선례가 될 정도의 힘을 가지고자. 하여. 나는 고려에 집착하는 거요. 그래서 나는 고려를 유지하려고 하고 왕족이 중심이 되는 재상 총재제를 언급한 것이오. 이는 과거의 무신정권 따위와는 완벽하게 다를 것이외다.”
덧붙였다.
“모든 권력과 책임은 재상이. 그러나 모든 영광은 용상이 가져가는 나라. 만백성의 최고 존엄이 주상인 나라. 그 나라가 내가 꿈꾸는 고려요.”
왕선은 손을 움직였다.
정도전의 오른손을 포개듯 덮었다.
힘을 꽉 주면서 그의 손을 잡았다.
“군사. 우리 지금은 민본만 바라봅시다. 백성만 바라봅시다. 조금만 더 노력합시다. 우리 백성이 고려가 아니면 안 된다고 말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소?”
“······.”
“우리 백성의 머릿속에 조정의 정치가 혼란스러울 수는 있으나 꺾이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을 줄 수 있지 않겠소?”
그걸 끝으로 정도전의 말은 멈췄다.
-...민본을 행할 겁니다. 백성만 볼 겁니다. 그리고 증명할 겁니다. 내가 옳았음을.
나 역시.
-...그러나 만약 당신이 옳았다고 하더라도 백성이 웃고 있으면 만족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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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정도전은 무서우리만큼 일에 집중했다.
[상단의 재력을 1할로 하여 9배까지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10할로 지분을 구성한다.]
[상단의 자체 재력이 커지는 만큼 투자 금액도 증가한다.]
[투자금의 회수는 최소 석 달 전에 통보해야 하며, 초기 투자 이후 1년부터 가능하다.]
상단 투자에 대한 초안을 만들어왔고, 전민변정도감의 조치로 면천된 사람 중 생계가 곤란한 이들을 인부로 수용할 집단의 토대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장인들을 만나서 조합을 권했다.
물론 아직 대외적으로 공포한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아직은 전주 관청과 상인의 일은 불문에 부쳐져야 할 사정이 있으니까.
그리고 밀교원으로부터 서찰이 당도했다.
[조익신 보령에서 포착]
< 62화 멈출 수 없는 내일을 준비하다(pm 4시 25분 후반부 수정 및 내용 첨부/ 작가이벤트 5일차) > 끝
ⓒ 날아오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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