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미륵이니라-60화 (60/187)

< 60화 마군이로다(작가이벤트 3일차) >

장고를 거듭하던 정도전은 난리가 나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마 대장. 무슨 일인가?”

“소인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뜸 다잡아오라고 하시는지라.”

“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대동법이 잘 집행되고 있는데 굳이 저들을 잡아 올 필요가 없을 건데.

“지금 어디 계시나?”

“관청의 외딴 곳간에 계십니다.”

“곳간?”

정도전은 더 미궁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일단 잡아 왔으면 확실하게 추궁하는 게 옳다.

이왕이면 백주에 백성이 보는 앞에서.

지금 김제의 민심은 압도적으로 유리했으니까.

민심을 절대적인 척도로 생각하는 왕선이 이를 생각하지 못했을 리는 없을 건데.

“그나저나 나세 장군은?”

“형님과 함께 있습니다.”

“···이옥 장군은?”

“성문을 지키고 있습니다.”

“성문?”

정도전의 머릿속은 더 혼란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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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언할 수 없는 적막감이 내려왔다.

조익신과 지주들은 눈만 껌뻑이면서 왕선을 쳐다봤다.

그러자

“참으로 딱하구나. 내가 지금 관심법을 하고 있는데. 어찌 기침할 수 있는가? 이 미련한 것아!”

관심법? 이건 또 무슨 개소린가?

“개소리? 진정 너희가 미쳤구나.”

“!!!”

-부아아아아아앙!

-콰앙!

왕선의 일갈과 함께 갑자기 언월도가 휘둘러졌다.

“!!!”

지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특히, 조익신은 크게 동요했다. 동요? 아니다. 정확하게 두려움이었다.

어찌나 심했던지 떨리는 손발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정도였다.

“김제 향리. 박원균.”

“박원균? 이름 진짜 거지 같도다.”

“대동미 납세를 하지 않았습니다.”

“허. 이름부터 마군이의 기운이 느껴졌는데 역시 마군이었도다.”

“불법을 수호하겠습니다.”

“딱하도다.”

그 즉시 나세가 한 걸음 옮겼다.

당연히 언월도도 움직였다.

조익신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나세의 기세는 고조됐다.

“멈추게.”

왕선의 나지막한 말.

“저자의 머릿속에 똥 냄새 가득한 마군이가 있어. 언월도로 죽여도 마군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야.”

“방법을 내려주십시오.”

왕선의 검지가 한쪽을 가리켰다.

“저걸 사용하게. 능히 마군이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야. 능히 때려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는 큼지막한 철퇴가 있었다.

나세는 성큼성큼 걸어서 철퇴를 들었다.

왼손에는 언월도, 오른손에는 철퇴를 든 나세의 모습은 실로 두려웠다.

박원균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일전에 조익신의 꼴이 떠오른 것이다. 다급하게 외쳤다.

“오, 오해가 있습니다. 아직 이 사람의 집은 대동미 징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분명 나세 장군이 징수를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주공의 말씀은 무조건 내 말보다 앞선다.”

“그, 그런..!!!”

-부아아아아아아앙!

철퇴가 휘둘러졌다.

-퍼어어어어어어억!

철퇴는 박원균의 머리를 박살 냈다.

조익신처럼 팬게 아니라 죽인 거다.

지주들의 눈에는 공포감이 올라왔다.

“어떤가?”

“실로 절륜한 철퇴입니다.”

“커, 커흠.”

누군가의 입에서 기겁한 소리가 났다.

“지금 기침 소리를 낸 사람이 누구인가?”

“최인조라고 합니다.”

“이름에서 지독한 똥 냄새가 나는구나. 더 볼 것도 없다. 저자는 마군이다. 때려죽여라.”

“불법을 수호하겠습니다.”

-부아아아아아아앙!

다시 철퇴가 휘둘러졌고

-퍼어어어어어어억!

최인조의 머리가 박살 났다.

공포. 공포가 사방을 에웠다.

혹시 작은 소리라도 낼까 봐 지주들은 입을 막았다.

-처, 천하에 이런 법도는 없다. 대체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왕선의 희번들한 눈으로 조익신을 노려봤다.

“법도?”

“!!!”

“네가 지금 내 앞에서 법도를 이르는가?”

“!!!”

“전주에도 법도 좋아하는 마군이가 많았지. 그들이 어찌 되었는지 잊었는가?”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조익신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대, 대체 왜 이러시는 것이오?”

왕선은 스산하게 웃었다.

“어서 우리를 풀어주시오!”

일단 따졌다.

그러나 그건 사태를 너무나도 안일하게 본 것이다.

-부아아아아아아앙!

-퍼어어어어어어억!

철퇴가 또 한 명의 머리통을 박살 냈다.

기겁한 지주들은 덜덜 떨면서 기어서 뒤로 물러났다.

-쾅!

나세가 언월도의 자루로 땅을 내리쳤다.

“이미 관심법으로 모두 꿰뚫어 보셨거늘.”

대,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관심법이라니. 대체 관심법이라니!

“잘못을 알고 빌 줄 아는 것이야말로 정도이거늘. 왜 너희는 솔직하지 않은가? 내 잠시 더 관심법으로 볼 것이다. 누가 과연 이를 주도했는지. 누가 마군이인지.”

그 말과 함께 오른손을 옆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어떤 물건이 올려졌다. 왕선은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오른손을 꽉 쥐었다.

“이는 관심법을 가능하게 하는 나의 신물.”

시선이 쏠렸다.

...그것은 황금색 안대였다.

지주들의 멍하게 그 모습을 쳐다봤다.

왕선은 기괴하게 움직이더니 안대로 왼쪽 눈을 가렸다.

“옴마니 반메홈.”

-부아아아아앙!

“옴마니 반메홈.”

-부아아아아앙!

왕선이 나지막하게 주문을 읊으면 나세가 철퇴를 휘둘렀다.

그 모습은 스산할 정도로 두려움을 선사했다.

“어차피 김제, 부안에서는 왕선을 막을 사람이 없네.”

왕선의 입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왔다.

...조익신의 사가에서 논의한 내용이 아닌가?

분위기는 스산해졌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있으면 우리는 끝입니다.”

“내가 언제 이대로 있겠다고 했나?”

“외부의 세력이라면 왕선을 견제할 수 있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명망도 있는 덕장이 좋지. 게다가 실력도 겸비하면 금상첨화고.”

······

“왕선이나 이희필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명장?”

왕선이 왼손으로 안대를 감싸더니 키득거리면서 웃었다.

“보령의 김성우? 큭큭.”

기괴하게 웃었다.

“관심법을 사용하는 이 몸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보나? 김성우? 큭큭.”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안대를 가렸던 왼손이 내려왔다.

지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대체 그 사실을 왕선이 어찌 알고 있는가?

이제 막 논의를 끝낸 사안이 아닌가?

그러나 이대로 있으면 인정하는 꼴이 된다. 만일 그리된다면?

이 혼란한 시절에 어찌 될지 뻔하지 않은가?

...혼란한 시절? 거기까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벌써 3명이 기침 소리를 냈다는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머리통이 터졌다. 이러한데 김성우와 손잡으려 했다는 건 인정한다?

지주들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무조건 아니라고 우겨야 한다. 어차피 물증은 없다. 조익신의 사가에서 말로 주고받은 사안이 아닌가?

그러나 그런 만큼 왕선이 알고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가?

...설마 진짜 관심법이라도 한다는 말인가?

“군웅할거. 이런 난세에 지역의 유력가와 척을 지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해줄 것이다. 크큭. 그래. 이런 난세에 지역을 장악한 군웅과 척을 지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해주지. 사지를 찢어서 하나씩 용광로에 집어 넣어주마.”

드디어 안대를 벗었다.

핏발선 눈으로 지주들을 노려봤다.

그때

“조, 조익신입니다.”

지주 한 명이 다급하게 외쳤다.

조익신의 볼은 크게 씰룩였고 눈동자는 거세게 떨렸다. 그러나 온몸의 힘이 빠진 상태다.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신이 망가진 것이다.

“네 이름은 이선조로군.”

“과, 과연 관심법입니다.”

“관심법으로 본 것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안대를 벗었다. 너무나도 공포스러워서 잠시 잊은 거다.

조롱하는 듯한 왕선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놈이 하는 행동을 보니 딱 그럴 거 같았다. 이선조. 선조라는 이름의 무게는 딱 그 정도이니라.”

“그, 그렇습니까?”

이선조는 시작에 불과했다.

대다수 지주가 조익신이 주도했음을 앞다퉈서 말했다.

지금은 이권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목숨이 걸린 상황이 아닌가? 자고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지 않았는가?

만일 이인임이었다면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는 그냥 죽었을 것이다. 권세를 가질 수 없는 고려는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이게 고려를 움켜쥐고 흔드는 권신과 작은 지역에 똬리를 튼 유력가의 차이였다.

잠시 쓸데없는 생각을 한 왕선은 지극한 현실로 돌아왔다.

“어쨌거나 네놈들 모두 조익신의 일에 동참했다.”

“아, 아닙니다.”

“뭐라? 내 말이 틀렸다는 건가?”

“아, 아닙니다. 관심법이 어찌 틀릴 수 있겠습니까?”

다 들킨 마당에 어설픈 변명은 명을 재촉하는 거다.

빠르게 죄를 청하는 것만이 살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용서해주십시오.”

“소, 소인들이 무지하여 목사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왕선이 너무 두렵다.

처음에는 나세의 언월도와 철퇴가 공포를 유발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왕선이 주는 압도적인 두려움이 그 모든 걸 뛰어넘은 것이다.

...관심법. 그래. 관심법. 그것이다. 확실하다. 믿을 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지금 이 상황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현실을 직시하자 그 압도적인 공포는 감히 항거할 수 없었다.

“조익신. 더 할 말이 있는가?”

왕선의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그것은 황천길로 안내하는 말로 들렸다.

조익신은 실성한 듯 외쳤다.

“사, 살려주십시오.”

“내가 왜?”

“모, 모든 재물을 목사께 드리겠습니다.”

“한낱 재물 따위로 내 결정을 바꿀 수 있다? 진정 마군이로다.”

나세가 움직였다.

조익신은 오열하며 다급하게 외쳤다.

“뭐, 뭐든지 이르십시오. 반드시 행하겠습니다.”

왕선이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러자 나세의 움직임도 멈췄다.

“내게는 꿈이 있다.”

“무, 무엇입니까?”

“이 땅에 또다시 내 나라를 세우고자 한다.”

...내 나라? 설마 역모를 꾀하는 건가?

이 묵직한 무게는 오래가지 않았다. 충격을 뒤엎는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다시? 또 다시라니. 대체 무슨 말인가? 또 다시라니.

그때

“내 나라. 태봉국.”

“!!!”

지금까지 그 무엇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충격이 내렸다.

“내 나라 태봉국을 다시 세울 것이다.

”!!!“

“나는 궁예이니라.”

“!!!”

“내 나라 태봉국의 재건에 너희를 제물로 삼을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시작이 어디 있겠는가?”

태, 태봉국이라니.

이 나라 고려는 태봉국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태조는 왕위를 찬탈한 역신이 되기 때문이다. 오직 후고구려만 거론할 뿐이었다. 그래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 왕선이 태봉국의 재건을 입에 담고 있다.

...무려 궁예의 현신임을 주장하면서.

“과연 그렇습니다.”

왕선의 뒤에서 한 노인이 모습을 보였는데

“!!!”

전주 이씨의 이문정이었다.

지주들의 눈은 찢어질 듯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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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주공.”

왕선이 빙그레 웃었다.

“하하하. 저들의 발목을 제대로 잡으려는 것일세. 이 난세에 지역의 유력가와 척을 진 사실이 알려지면 세력 확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게 뻔하니까. 하지만, 이로써 저들은 오롯이 내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네. 완벽에 가깝게 내가 저들을 지배하게 되었으니까. 저들은 전주 목사 왕선이 지역의 유력가를 잘 설득하여 만백성에게 선정을 베풀게 한 증표가 될 것이야.”

...완벽에 가깝게?

충분히 완벽하게 장악한 것으로 보였는데?

그러나 나세는 묻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송구합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게. 나는 살아도 고려 사람. 죽어도 고려 사람일세.”

“한데, 조익신은 어째서 살려주신 겁니까? 획책의 주범이 아닙니까?”

“아. 아주 중요한 일에 쓸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랬네.”

“중요한 일이요?”

그때 멀찍이서 인기척이 들렸다.

정도전의 등이 보였다.

“거. 왔으면 말이라도 건네야지. 그냥 가시오?”

등 돌리고 있는 정도전에게 괜히 한소리했다.

“거. 이왕이면 더 솜씨 좋은 장인에게 안대와 철퇴 제작을 맡겼으면 좋았을 건데. 생각할수록 아쉽소? 이거 영 효과가 덜 했던 거 같아서. 아주 아쉽소?”

당연히 발끈하며 따질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소생도 아쉽습니다.”

어? 왜 그래?

알고 있는 단어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을 크기의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왕선은 당황했다.

“하면, 물러가겠습니다.”

어, 어?

가, 가지 말고. 등 좀 돌려봐! 무슨 생각하는지 보게.

나와 눈을 마주치자고!

아니. 윗사람 얼굴도 안 보고 가는 건 대체 무슨 경우야?

왕선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크게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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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조익신의 사가에서 큰 연회가 열렸다.

김제, 부안의 지주들이 왕선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행사였다.

조익신을 비롯한 대지주들은 안채에 들었다.

거나하게 취한 왕선은 품에서 황금색 안대를 꺼내서 흔들었다.

“이게 나의 신물일세.”

그러자 지주들은 두려운 듯 고개를 숙였다.

“이것이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것이지. 내가 누군지 깨닫게 해줬다는 걸세.”

...관심법의 신물이다.

지주들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왕선은 빙그레 웃었다.

“마시지.”

“예.”

그렇게 밤이 깊어졌다.

왕선은 눈을 껌뻑이며 하품했다.

“변소. 변소가 어딨나?”

“소인이 모시겠습니다.”

“이 사람. 됐네. 혼자 갈 수 있어.”

왕선은 손사래를 치면서 휘청이듯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조심스레 쳐다본 조익신은 주변을 살폈다. 대부분 술독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곁 눈길로 왕선의 자리를 확인했다.

...황금색 안대가 보인다.

...저것만 있으면.

확실했다. 안대를 벗은 다음부터는 속을 읽어내지 못했다.

...만일 아니라면 자신은 벌써 죽었어야 한다.

조익신의 목울대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눈치를 살피며 술잔을 들었다.

그리고

-챙강

술잔을 떨어뜨렸다.

“이런.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닐세. 내가 취했나 보네.”

“이런. 하필이면 술을 흘려도.”

“내, 내가 금방 닦을 것이야.”

일어나려는 사람들을 만류했다.

어차피 별로 의지도 없어 보인다. 거동조차 힘들 정도로 많이 마셨으니.

조익신은 황급히 닦는 시늉을 하면서 손을 품속으로 넣었다.

손과 함께 품속을 나온 물건이 있다. 황금색 안대였다. 그리고 왕선의 안대를 거머쥐고 준비해온 안대와 바꿨다.

빠르게 곁 눈길로 사람들을 살폈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안도하듯 숨을 쉬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흘린 술을 닦으며 마무리했다.

“이 사람. 지금 뭐하나?”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 아닙니다. 술을 흘려서.”

왕선은 허둥지둥 자리로 달려오더니 안대를 챙겼다.

조익신은 고개를 숙였다.

“소, 송구합니다.”

“아. 아닐세. 됐네. 뭐. 됐네.”

“호, 혹시 기물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닙니까?”

“다행히 술이 묻지 않았어. 잘했네. 참으로 잘했어.”

“송구합니다.”

그를 지그시 쳐다본 왕선은 빙그레 웃었다.

“한잔하지?”

긴장한 듯 몸을 움츠렸던 조익신의 자세가 편해졌다.

“예. 목사 나리.”

그리고 다음 날 조익신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렇게 예상대로 움직여주다니 너무 흐뭇하잖아?”

왕선은 신이난 듯 웃으면서 서찰을 내려봤다.

그 종이에는 눈에 띄는 글자가 있었다.

[태봉국 공신 명단]

그 밑으로 지주들의 시뻘건 혈서 수결이 보였다.

< 60화 마군이로다(작가이벤트 3일차) > 끝

ⓒ 날아오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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