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미륵이니라-54화 (54/187)

< 54화 미륵으로 옹립된 사람 >

거물이다. 잘 잡아야 한다.

생각을 정리한 이금은 자애롭게 웃었다.

“태초에 세상은 하늘과 땅이 붙어 있었다. 이때 내가 하늘을 위로 떠밀어 올려서 가운데를 솥뚜껑처럼 불룩하게 만들고, 땅의 네 귀퉁이에는 구리 기둥을 세어서 하늘과 땅을 완전히 분리했다. 결과 하늘에 태양과 달이 각각 두 개씩 생기지 않았겠는가?”

이금은 과거를 회상하듯 눈을 반쯤 감은 채로 말을 이었다.

“낮에는 너무 뜨겁고 밤에는 너무 추웠다. 해서, 달을 하나 떼어서 북두칠성과 남두칠성을 만들었다. 태양을 하나 떼어서 왕과 신하를 담당하는 큰 별, 백성을 담당하는 작은 별을 만들었다.”

많이 익숙한 내용이다.

과거 궁예가 지껄인 내용이 아닌가.

그런데도 이금은 무척이나 진중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으로 일갈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는 왕선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손짓, 발짓, 시선 처리, 목소리의 높낮이 등.

하나부터 열까지.

훌륭하다. 한 마디로 이건 정말 제대로 된 사기꾼이다.

“바야흐로 세상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를 탐낸 존재가 있다. 바로 석가다. 지나간 세상에 미륵이 석가와 함께 도를 닦았는데 먼저 도를 이루는 자가 세상에 나가 교를 펴고 다스리기로 하였다. 한방에 같이 자면서 무릎 위에 먼저 모란꽃이 피는 자가 이긴다는 조건으로 내기를 걸었다. 그날 밤 석가가 거짓으로 잠든 체하고 미륵을 바라보니 무릎에서 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에 석가는 도둑의 마음이 일어나 그 꽃을 꺾어 자기 무릎에 꽂았다. 미륵은 그것을 알고 석가에게 더럽다고 욕하면서 먼저 세상을 다스리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석가 시대에는 사람들이 도둑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으며 지금이야말로 미륵인 나의 시대이니라.”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모습.

보고 있노라면 그 진실성이 피부에 착착 감기게 할 정도였다.

왕선은 또다시 감탄했다.

“이제 알겠는가?”

“거. 왜 이리 일찍 왔소?”

“뭐?”

“도솔천에서 더 공부하다가 내려와야 하는 거 아닌가?”

“오, 옳다. 그러나 세상이 어지러워서...”

“그래서 묻는 말이다. 세상이 이리도 개판인데 미륵은 뭐했냐고.”

“때를 기다려라.”

“때?”

이금은 오른손 손바닥을 내보이면서 하늘을 가리켰고, 왼손 손바닥을 내보이면서 땅을 가리켰다.

“화림원(華林園)의 용화수(龍華樹) 아래서 성불하여 3회에 걸쳐 설법하겠노라 했다. 이 설법으로 3백억 명의 중생이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게 되노라. 이를 용화3회(龍華三會)라 하고, 그 불국정토를 용화세계(龍華世界)라고 이르노라.”

“나는 전주 목사 왕선.”

느닷없이 왕선이 재차 자신에 대해서 언급했다.

“헐벗고 굶주린 백성을 구휼하고 땅을 배분했다. 하여, 백성들은 전주를 불국정토라고 부르며 용화세계라고 칭한다.”

“허. 어찌 감히 함부로 그 명칭을 쓰는가?”

“백성의 입에서 나온 말. 이를 철회할 수 있는 건 오직 민심이다.”

이금은 통탄했다.

“10번의 염불로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서원하며, 임종할 때에 아미타불이 나타나기를 서원하며, 염불하는 모든 중생이 극락에 왕생하기를 서원하며, 극락에 왕생하는 사람은 바른 깨달음을 이루기를 서원하며, 극락에 왕생하는 사람은 악도에 떨어지지 않기를 서원하며, 극락세계에 왕생하는 사람은 장수하고 광명이 한량없기를 서원했다. 이는 모든 중생을 구제하여 극락에 이르게 하겠다는, 그래서 청정한 국토를 만들고 신통력을 얻어 한량없는 수명과 광명을 누리게 하겠다는 서원이었다.”

“······.”

“중생에게 욕망이 바로 악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하거늘. 중생들의 마음속에 있던 그릇된 생각을 없애고 4성제와 8정도를 가르쳐서 불법의 진리에 이르는 차제설법을 행해야 하거늘. 어찌 미륵의 세계를 함부로 쓰느냐?”

“중생들은 굶어 죽고 있는데, 사찰은 엄청난 사원전을 가지고도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왜구가 이 땅을 짓밟거늘 사찰은 막강한 무력을 제 안위를 지키는 데만 사용했다. 어디 그뿐인가? 중생의 고혈을 짜듯 고리대를 일삼고 술을 빚고 주색을 밝히는 천인공노할 중이 많다. 당신이 미륵이라고? 좋아. 묻지. 진짜 미륵의 이름을 더럽히는 사람이 누구지? 전주를 불국정토라고 칭한 백성인가? 아니면 당신 뒤에 눈깔이 섞어가는 땡중들인가?”

“허. 말이 과하...”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 좋아. 간단하게 묻지. 누가 마군이야?”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전주 목사 아니었으면 당장 내쳤을 건데.

이금은 인내를 발휘하면서 합장했다.

“험험. 극락을 이르겠다.”

“······.”

“극락에는 일곱 겹으로 된 난간과 일곱 겹의 구슬로 장식된 그물과 일곱 겹의 가로수가 있는데, 모두 다 금, 은, 유리, 파려의 네 가지 보석으로 눈부시게 장식되어 있다.”

“탐관오리의 부정부패가 없고 토지 겸병이 없는 세상. 그곳은 보석 따위는 없지만, 만백성이 웃을 수 있다.”

“극락에는 칠보로 된 연못이 있고, 그 연못에는 여덟 가지 공덕이 있는 물로 가득 찼으며, 연못 바닥은 금모래가 깔려있다.”

“길거리가 아니라 변소에 가서 똥오줌을 싸는 세상. 그곳은 거름이 충분하여 황무지도 옥토가 된다.”

“여, 연못 둘레에는 금, 은, 유리, 파려의 네 가지 보석으로 된 네 개의 층계가 있고, 그 위에는 누각이 있는데 금, 은, 유리, 파려, 진주, 마노, 호박으로 찬란하게 꾸며져 있다. 그리고 그 연못 속에는 수레바퀴만 한 연꽃이 피어 푸른 빛에서는 푸른 광채가 나고, 노란빛에서는 노란 광채가, 붉은빛에서는 붉은 광채가, 흰빛에서는 흰 광채가 나는데 참으로 아름답고 향기롭고 정결하다.”

“길거리가 아니라 변소에 가서 똥오줌을 싸는 세상. 그곳은 아름답고 향기롭지는 않지만, 악취가 코를 찌르지는 않지. 그러나 그로 인해서 만백성이 질병에서 해방된다.”

“...항상 천상의 곡이 연주되고, 대지는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다. 밤낮으로 천상의 만다라 꽃비가 내린다. 아름답고 기묘한 여러 빛깔을 가진 백조, 공작, 앵무새, 사리새, 가릉빈가, 공명조 등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항상 화평하고 맑은소리로 노래한다.”

“낮에는 태평가가 울려 퍼진다. 지천의 황금 물결 논이 아름답다. 밤에는 고된 일에 지친 백성의 코 고는 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다시 해가 뜨면 백성은 일터로 나선다. 고되지만 행복하다. 왜? 지주와 마름의 횡포를 걱정하지 않고 경작할 땅이 있기 때문이다. 천하 만민은 이를 태평성대라고 말한다.”

“이, 이를 용화세계라고 한다.”

“이것이 펼쳐진 곳. 바로 전주다.”

이금은 불경을 읊었고, 왕선은 정치를 말했다.

두 사람이 각자의 말을 할 동안 분위기는 참으로 희한해졌다.

불경은 어렵고, 정치는 쉬웠다.

부처님의 말씀은 어렵고, 목사의 정책은 쉬웠다.

용화세계는 너무나도 멀었으나 전주는 가깝다.

불국정토는 뜬구름이었으나 태평성대는 피부로 느껴졌다.

중생은 공양미를 내야 했으나, 백성은 숨을 쉬면 된다.

...이놈 대체 뭐야? 왜 갑자기 나타나서 시비 걸어?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이금이 느끼지 못할 리가 없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일단 이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이금은 애써 웃으면서 말했다.

“너는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구나.”

“······.”

“본래 너를 설복하여 미륵의 신도로 만들어야 했으나, 중생을 이끌고 해야 할 일이 있다. 참으로 애석하도다. 그러나 슬퍼하지 말라. 전주 목사라고 했던가? 내 너를 다시 찾아갈 것이다.”

이금이 한스럽다는 듯 말하며 은근슬쩍 발걸음을 옮겼다.

“···형님.”

“아. 하는 짓이 너무 황당해서 잠시 보고 있었다.”

“그런 거 같긴 했습니다.”

“어이. 거기 미륵.”

이금의 볼이 씰룩였다.

“허. 말이 과하도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느닷없는 왕선의 외침.

이게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이금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저건.”

“미, 밀교?”

“서, 설마?”

마천목이 창을 고쳐잡았다.

“다시 말해야 하는가?! 여기 글자의 주인이 계시거늘!”

“!!!”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 마르고 닳도록!”

포섭된 밀교원들은 곁 눈길로 이금을 쳐다봤다.

...그런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확신했다. 저자는 가짜다.

“허! 우리를 속이다니!”

“거짓 미륵이었어!”

“참된 미륵이 저기 계신다!”

“이런 무례를 범하다니!”

황급히 발을 옮기는 사람들.

그런데 그들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볍다.

어찌하여 그런가?

이금의 세상은 실현 불가능해 보였으나, 왕선의 세상은 눈앞에 있다.

이금의 세상은 말의 상찬이었으나, 왕선은 행동으로 보인다.

해서, 그렇다.

그들은 두 사람의 논쟁을 지켜보면서 내심 왕선을 응원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왕선이 글자의 주인이었다. 해서, 미륵의 글자를 익힌 사람들이 성큼성큼 발을 옮긴 것이다.

이금은 대경하여 외쳤다.

“나, 나는 미륵이니라!”

“나는 전주 목사 왕선.”

“나를 믿지 않으면 벌을 내릴 것이다.”

“너희를 굶주리게 하면 나를 벌하라.”

그때 작전을 수행하던 밀교원이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작전을 수행하다가 예정된 시간이 왔는데 사달이 난 거다.

그러나 능숙한 정보원들이다. 재빨리 움직였다.

만리가 대표로 외쳤다.

“우리에게 미륵의 글자를 이르신 참 미륵은 바로 저분이시다.”

이리되자 이금은 한탄하며 외쳤다.

“이 어지러운 세상은 아직도 준비되어 있지 않도다. 돌아가겠다.”

미련 없이 등을 돌리는 모습.

한치의 머뭇거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간절함을 유발하는 완벽한 작태.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차게 할 정도로 긴장감을 끌어 올리는 훌륭한 모습.

왕선은 감탄, 감탄, 또 감탄했다.

그나저나 이제 나설 차례인가?

...아니었다.

은산사 승려들이 난리를 친 거다.

“미륵이시여. 이대로 떠나시면 소승들은 어찌합니까?”

“이토록 많은 중생이 이 순간만을 기다렸지 않습니까?”

“저 사특한 마군이가 미륵의 자리를 대신하는 걸 지켜만 보실 겁니까?”

은산사.

왕선도 잘 알고 있다.

이 나라 고려 미륵신앙의 총본산이 아닌가.

그건 다르게 말하면 이 땅에서 누구보다도 미륵신앙이 정통한 승려들이 집단 거주하는 곳이라는 거다.

이쯤에서 진심으로 궁금했다.

저 훌륭한 사기꾼은 대체 어떻게 은산사 승려들을 구워삶았을까?

자신은 ‘미륵 관심법’이라도 있지 않은가.

그러는 동안에도 상황은 흥미롭게 흘러갔다.

“오. 미륵이시여.”

“이대로 돌아가시면 곤란합니다.”

다시 은산사 승려들이다.

정말 배운 놈들이 사기꾼한테 속아서 잘하는 짓이다.

왕선은 괜히 찔끔했다.

그래도 애써 진정했다. 자신은 비빌 언덕이라도 있지 않은가.

미륵 관심법은 진짜니까.

“그대들이 나를 이렇게 붙잡으면 어찌하라는 말인가.”

“미륵이시여.”

“그대들이 잡을 사람은 내가 아니라 혼란에 가득한 중생이 아닌가.”

어쭈? 제법이다.

관망하는 사람들을 신경 쓴 거다.

“참된 미륵께서 이렇게 물러나시면 중생은 더 혼란에 빠지게 될 겁니다.”

“저 사특한 거짓 미륵을 물리쳐주십시오.”

이금은 고뇌에 빠진 기색.

애걸복걸하는 은산사 승려.

뭔지 모르겠지만 함께하는 중생들?

...아주 진짜 지랄하고 자빠졌다.

“미륵이시여!”

“내가 진정 미륵인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때

“지금 예가 어디라고 감히 설치는 것이냐?!”

이희필이다.

그는 치밀어오르는 노기를 참지 못한 듯 왕선을 노려봤다.

“왕선! 진정 죽고 싶은 것이냐?”

왕선이 대답하기 전에 이희필의 말이 이어졌다.

“참 미륵이 있거늘 아직도 거짓 미륵을 사칭하는 것도 부족해서 감히 미륵신앙의 총본산인 은산사가 있는 김제 땅까지 왔단 말이냐?”

이희필이 이금의 편을 든다?

적대관계인 왕선을 제압하기 위해서 민심을 얻고 있는 이금과 손을 잡으려는 게 분명했다. 이참에 왕선이 미륵사를 업은 거처럼 자신도 은산사를 업으려는 것일 수도 있고.

나름대로 머리를 쓴 거 같다. 그리고 그건 딱히 나쁘지 않은 수다.

무엇보다 왕선의 입장에서도.

그러니까 이건 정말 예상하지 못한 횡재가 아닐 수 없다.

지금 김제의 민심이 가장 싫어하는 이희필이 이금을 지지한다? 이건 엄청난 역풍을 불러일으킬 거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일이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그 순간 멀찍이서 소란이 일었다.

굉음이었다.

아니다. 이건 군마의 말발굽 소리다.

모든 시선이 이동했다.

점차 가까워지는 군마의 모습을 본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은 지금껏 보지 못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희고 고운 깃털을 가진 백마였다.

그런데 타고 있는 군사는 모두 황금색 갑주를 걸쳤고, 얼굴은 붉게 칠했다. 유독, 눈가는 흰색이 칠해졌고 검은색이 덧붙었다. 그리고 빛이 반사될 정도로 잘 다듬어진 언월도를 들고 있었으며, 잡은 손은 오색찬란했다.

그 수가 무려 100기에 이르렀다.

모두 얼이 나간 듯 그 해괴한 군마를 지켜볼 때 왕선이 근엄하게 일렀다.

“오라. 나의 위타천이여.”

그리고 검지를 움직여서 이희필을 지목했다.

“압제자를 죽여라.”

그 순간 선두에 선 군마에서 전광석화처럼 언월도가 움직였다.

이희필이 황급히 움직이려고 할 때

-쏴아아아아아아앙!

-퍼퍼퍼퍼퍼퍼퍼펏!

화살이 이희필의 다리를 관통했고

-부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힘이 실린 언월도가 이희필의 목을 베었다.

찰나였다.

희고 고았던 백마의 깃털에 붉은 피가 묻었다.

김제를 지배하던 군웅.

이희필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죽었다.

나세는 곧바로 언월도를 고쳐잡으면서 이금을 노려봤다.

실로 무서운 기세였다.

모든 사람이 그의 기백에 압도됐다.

침묵. 침묵의 비가 사방에 내렸다.

그 비가 담고 있는 성질은 두려움이었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맞이한 사람들이 느끼는 그런 감정 말이다. 그만큼 나세는 대단했다.

이금은 눈치를 살폈다.

...이제보니 왕선은 김제를 점령하고자 작전을 펼치는 중이었다. 하필이면 딱 시기가 맞물렸다. 이금의 눈알이 바쁘게 돌아갔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졌으나 아직 상당수의 백성이 뒤에 있다.

그리고 은산사 재가화상이 버티고 있다.

조금 전 적당한 행동으로 기세를 끌어 올렸다.

그렇다면 더 강한 수를 펼쳐서 이 위기를 모면해야 한다.

더 강한 수. 흔들리는 중생의 마음을 뒤흔들 만큼 미륵의 권위를 뽐내는 것이다.

“참으로 애석하도다.”

“백성을 괴롭힌 압제자를 죽였는데 뭐가 애석하지?”

“이 모든 건 미륵이 결정해야 할 일이거늘.”

“미륵은 없다.”

“지금 여기 미륵이 있거늘!”

“만약 미륵이 존재한다면 민심이 결정하는 것이다.”

“허! 중생을 구제하고자 내가 온 것이다!”

“백성이 고단한 삶을 극복하고자 미륵을 만든 거겠지.”

“갈!”

이금은 대로했다.

“하면, 너를 미륵이라고 부르는 무리는 대체 무엇인가! 네놈이 미륵을 참칭하여 혹세무민한 것이 아닌가! 참으로 사특한 인물이로다!”

“나는 미륵이 아니다.”

그때

“미륵이십니다!”

그리고

“우리의 미륵이십니다!”

“도솔천에서 하생하신 건 아니지만, 소인들과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땅을 딛고 사셨으나 미륵이십니다.”

“소인들에게는 목사 나리가 진정한 미륵이십니다!”

“어찌 미륵이 아니라고 하십니까?!”

외침이 이어졌다.

이금은 시뻘게진 안색으로 격하게 외쳤다.

“내가! 내가 미륵이야!”

분위기는 기괴했다.

이금은 믿으라고 했으나, 왕선은 믿으라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금은 참칭했으나, 왕선은 옹립됐다.

그것이 결정적인 차이였다.

지금 이 순간 이금의 뒤를 지키는 건 은산사 승려가 유일했다.

< 54화 미륵으로 옹립된 사람 > 끝

ⓒ 날아오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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