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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편_ 마무리(2) (206/207)

제223편_ 마무리(2)

여기서 멈춰서 방어에 집중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센 두스를 치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생길까. 차라리 충인족같이 전투 관련 종족으로 므깃도를 틀어 막아 버리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럼 최상위 세 종족과 다를 게 뭔가 싶었다.

“가야지. 깔끔하게 끝내 버리자 고.”

센두스 상위 차원으로 가는 길은 세 왕이 뚫었다. 연우의 므깃도를 이용한 방법이었는데, 그들도 신들 의 므깃도가 아니면 절대 쉬운 일 이 아니라고 했다.

덕분에 연우와 식구들은 하위 차 원부터 하나씩 뚫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후, 그럼 출발하자.”

연우는 그렇게 말하곤 발을 내디 뎠다. 뒤로 무장한 이자젤, 수이니, 필리아, 헤맨 등. 농장에서 한가락 한다는 식구들이 모두 따라붙었다.

진입하자마자 수장을 치고 므깃 도의 병력으로 시간을 끌면서 신들 의 므깃도를 이용해 점령해 버린다.

그럼 전쟁은 끝.

이후에 최상위 차원으로 넘어가 같은 방법으로 이기면 된다. 센두 스의 왕보단 떨어지지만 강력한 권 능을 가진 세 왕이 있으니 가능성 은 크다.

‘그러고 보니, 이제 차원 농장주 가 되는 건가?’

예전엔 닭 농장을 했고 최근엔 세계 농장을 운영했다. 이젠 아예 차원 농장을 운영해야 할 판이 된 거다.

연우는 머리를 저었다.

일단 바로 앞에 닥친 싸움부터 집중한다.

적과 마주한 곳은 하얀 만년설이 가득한 산맥 정상이었다. 어떻게 이런 산맥으로만 이뤄진 대륙이 있 을 수 있을까 했다가 고개를 저었 다.

상위 차원에서 정상적인 곳은 원 래 없었다.

그렇게 따지면 헬크리스 대륙이 더 비정상적이었으니까.

그곳은 설인들이 사는 곳이었다. 하얀 털에 2m를 넘기는 키. 북극곰 보다 두꺼운 가죽으로 뒤덮인 가죽 은 단단했다. 에잇 클래스 마스터 부터 텐 클래스 마스터까지.

신들의 므깃도.

신의 군대가 된 병력도 꽤 많은 피해를 입어야 할 만큼 말이다.

연우도 마찬가지였다.

그곳의 왕을 만났을 때, 순간 공 기가 변하는 걸 느꼈다. 위엄과 기 세. 하나같이 대단한 이들인지 연 우가 ‘강림’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 겨 두고 전력을 다했을 때도 만만 치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상위 차 원의 종족일 뿐이다.

하루에 한 대륙.

총 30일이 흘렀을 때, 서른 개의 대륙을 종속시켰고 최상위 차원으 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곳 센두스의 최상위 차원은 그 래냐도의 최상위 차원과는 전혀 다 른 모습이었다. 마치 지옥을 보는 듯 피와 비명으로 얼룩인 검은 지 대.

강자지존이라는 말에 걸맞은 전 쟁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었던 거 다. 우리 그래냐도를 공격한 것도 이들이 가진 호전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우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야, 이 땅도 나쁘지 않은데?”

“네? 이게요?”

옆에 있던 아르테가 물었다.

“흙을 잘 봐. 검은색이지만 영양 이 가득하고 신격과 마력도 엄청나 잖아? 바람도 선선하고 햇빛이 적 긴 하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 지.”

“흠, 그렇긴 한 거 같군요.”

헤맨도 바닥을 몇 번 홅더니 고 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아주 좋아요. 겉보기 엔 이렇게 황폐한 데 비옥한 땅이 라니. 여기 괜찮네요.”

“거기에 이 광석도 꽤 괜찮아 보 이고.”

“마력 전도율. 신격이 머물러 있 는 것. 단단한 건 부족하지만, 연구 해 보면 어떻게든 쓸 일이 있을 것 같네.”

이자젤의 대답이었다.

연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것 도 없는 검은 땅이지만, 땅은 비옥 하고 바람도 서늘하면서 신격도 높 다. 마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여기도 므깃도를 연결해야겠어.”

물론, 그러려면 왕을 죽이거나 제압해야 할 거다.

연우는 몸을 띄웠다. 식구들도 따라 올라왔다. 이제 모두 최상위 차원에서도 먹혀 주는 무력을 지녔 다. 연우의 속도 정도는 맞출 수 있었다.

후우우우웅.

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았다. 배 경이 빠르게 지나갔고 연우와 식구 들은 곧 이곳의 왕이 서식하는 거 대한 신전 비슷한 건축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후욱.

위압감이 어마어마했다. 확실히 그래냐도 차원체의 세 왕보다 강력 했다.

“이번 전쟁도 만만치 않겠는데?”

연우가 중얼거렸다.

동시에 양팔을 벌려 므깃도를 열 었다. 이런 전쟁은 역시 선빵이 중 요한 거다.

“나와라, 아이들이여.”

신들의 군대가 므깃도에서 쏟아 져 나왔고 두 신의 사자까지 나왔 다. 한 번에 전력으로 가겠다는 의 지다. 전장, 므깃도는 아직이다.

왕이 숨어 있거나 멀쩡한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겪었 으니까. 강림도 마찬가지다. 유지 시간이 짧은 만큼 최후까지 아껴 놔야 한다.

후우우욱.

하늘을 뒤덮는 기세가 풍겼다.

적이다. 외모는 설명할 것도 없 이 거칠고 단단하게 생겼다. 마치 발록하고 비슷했는데, 왜 발록이 전투 종족이라 불리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딱 보자마자 위압감이 느껴지고 육체는 오로지 전투에 특화된 구성 인 거다.

그런 놈들이 수천이다.

다른 종족도 간간히 보였다. 충 인족처럼 생긴 놈들. 수인족, 드래 곤 등등. 무법 지대라 그런 것인지 그래냐도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 었다.

“가자.”

연우의 말이었다.

신들의 군대로 위임된 므깃도의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갔다. 두 사 자도 마찬가지였고 식구들도 마찬 가지였다.

쿠아아아아.

두 진영이 맞붙었을 때, 연우는 중앙에 움직이지 않는 하나의 인영 이 보였다. 연우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게 왕이구나.’

둘은 동시에 움직였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 것이다.

연우는 신살검을 꺼냈고 용의 무 기도 머리 위로 띄웠다. 이걸로 왕 을 어찌할 생각은 없었다.

쿠아아아!

길게 뿜어진 파괴로 변환된 여명 의 힘은 적군 진영에 구멍을 내 버 렸다. 동시에 연우와 왕이 맞붙었 다.

쿠웅-!

둘의 충돌은 수십 겹의 파장을 만들어 냈고 적군 아군 할 것 없이 쭉 밀어내 버렸다.

연우는 피식 웃었다.

강하다. 아주 강하다.

손끝이 떨릴 정도로 강력하고 묵 직한 한 방이었다. 식구들이 다칠 위기만 없다면 이런 것도 짜릿하고 괜찮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얼마 전까지 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 했던 자신이 생각나 더 웃음 이 나왔다.

‘그래, 이제 끝내자.’

연우는 다시 달려들었다.

꾸우우웅.

하늘엔 거대한 고래와 수많은 바 다 생물이 반투명하게 지나가고 농 장의 중심엔 반도 나무와 게헨나르 가 빛을 흩날렸다. 산과 강줄기도 마찬가지다. 스텀프와 마린이 봄의 시작을 알리며 파릇한 새싹을 마구 올리고 있었으며 작은 정령들이 생 겨나 일대를 옅은 마력의 빛으로 한껏 꾸미고 있었다.

봄은 언제나 새롭다.

차가운 바람에 숨죽이고 있던 생 명체. 죽음과 탄생의 환절기라고나 할까. 딱딱했던 땅은 부드러워지고 건조했던 바람은 촉촉해진다. 앙상 했던 가지에 푸른 잎이 돋고 씨앗 을 뿌리기 위해 꽃이 핀다.

모든 게 새로워지는 시기. 그게 바로 봄이다.

“역시 봄이 좋아.”

“봄은 왜‘?”

옆에서 연우를 빤히 바라보던 이 자젤이 물었다.

“나물이 맛있잖아.”

“뭐야, 그게.”

“안주의 끝판왕이 나물인 거 모 르냐? 고수들만 먹는 안주가 바로 나물이지. 몸에도 좋고 맛도 좋고 질리지도 않고 술하고도 잘 맞고. 짜릿해. 언제나 최고야.”

이자젤은 못 볼꼴을 봤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곤 소주가 담긴 잔을 들어 올렸다.

“닥치고 한 잔 하자.”

“좋지.”

이자젤이 정색하든 말든 연우는 웃어 보일 뿐이었다.

선선해진 날씨에 루프탑에 올라 갖가지 나물을 안주 삼아 소주를 기울였다. 해가 반쯤 저문 시간에 술을 시작한 것이다.

멀리 아르테와 헤맨이 냉장고 바 지를 입고 밭에서 돌아오는 게 보 였다. 헤르메스와 아이린도 그 뒤 를 따르고 있었는데, 분점을 내주 기 전 마무리 교육 중이었다.

그때 뒤에서 수이니와 후름, 필 리아가 올라왔다.

“이것도 드셔 보세요!”

필리아가 접시 두 개를 테이블에 올렸다. 하나는 살짝 데쳐 다진 마 늘과 얇게 썬 청양고추. 약간의 간 장만 들어간 고사리였고 또 하나는 원추리 어간장무침이었다.

원추리는 튤립 잎처럼 생긴 나물 이었는데 다진 마늘, 통깨, 참기름 약간만으로 데쳐 무친 음식이다.

“흐음. 역시 냄새는 최고야.”

나물을 안주로 하면 가장 좋은 게 술을 먹으면서도 몸이 건강해진 다고 착각하는 ‘뿌듯함’이랄까. 거 기에 정말 숙취가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예전의 연우에게나 적용되 는 장점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고기나 회가 없으면 조 금 아쉽긴 하지.”

하지만 지금은 낮술이니까.

옆으로 셋이 앉았다. 연우와 이 자젤까지 총 다섯이었는데 다른 식 구들은 모두 바쁘게 각자 일을 하 고 있었다.

아마 이 농장에서 가장 한가한 이들이 이 다섯일 거다.

“아, 맞다. 오늘 손님 온다고 하 지 않았어?”

수이니가 물었다. 연우는 아, 하 고 고개를 끄덕였다. 겨울 내내 손 님이 없다가 봄이 되면서 생긴 을 해 첫 예약 손님이다.

“그렇지. 그게 오늘이었나?”

“응. 오늘부터 2박 3일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오늘이 금요일이다. 분명 직장인이 일을 끝내고 늦게 도착해 주말 동안 놀다 갈 생각일 거다.

“끄응. 그럼 술은 조금만 먹어야 겠다.”

“우와, 웬일이야 네가?”

이자젤이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이따 밤에 손님들이랑 한 잔 해 야지.”

“그럼 그렇지!”

연우는 이상한 눈으로 이자젤을 바라봤다. 분명 뭔가 바뀐 것 같다. 요즘 정말 몸이 안 좋은가 싶은 정 도로 순해진 거다.

게다가 타이탄이니 마력 엔진 슈 퍼 카니. 연구 같은 것도 하지 않 고 연우 옆에만 따라다닌다.

‘그거 때문인가?’

센두스 차원의 최상위 왕과 싸우 다가 죽을 뻔했을 때 이자젤이 그 렇게 오열하는 걸 처음 봤었다. 언 제부터 이렇게 동정심이 많아진 건 지 정말 모르겠다.

아스가르드에선 연우가 팔다리가 잘리고 전신이 타올라도 꺄르르 웃 던 이가 바로 이자젤 아니던가. 그 게 게임일 뿐이고 죽어도 다시 태 어난다는 걸 알아서 그런 걸 수도 있긴 하다.

그래도 격차가 너무 크니 찝찝한 건 있었다.

“너 요즘 왜 그러냐.”

“내가 뭘!”

“할 게 없나. 전쟁 없으니까 심 심하냐?”

사실상 전쟁은 끝났다. 연우는 수많은 차원체가 있는 우주에서 동 시에 두 차원체의 왕을 하고 있었 고, 연우의 강력한 힘에 그 어떤 차원체도 이곳을 넘보지 못하고 있 었다.

연우가 센두스를 점령하고 알게 된 사실인데 차원체라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고 연우처럼 두 차원체를 가진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덕분에 이렇게 평화로운 생활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아니거든! 이제 나도 질린다. 므 깃도 식구들이 맨날 죽는 것도 보 기 싫고.”

“하긴, 나도 그렇긴 해.”

“흥.”

이자젤이 고개를 홱 돌렸다. 연 우는 이 여자가 왜 그래? 라는 표 정으로 바라봤다.

“너 왜 그러냐?”

“내가 뭘!”

“혹시 발정……

“야! 이 미친놈아!”

“아니야? 아니면 말지 욕은!”

“아니라고! 아니야! 후! 내가 이 새끼를 믿다니. 내가 미쳐도 단단 히 미쳤지.”

이자젤은 뭐가 그렇게 화가 나는 지 연우를 태워 버릴 듯 째려봤다.

예전엔 이런 말을 해도 자기한텐 발정기 같은 게 없다며 칼을 뽑아 들었는데, 요즘은 그래도 많이 얌 전해진 모습이었다.

연우는 싱긋 웃으며 잔을 들었 다.

“짠이나 하자.”

“홍.”

이자젤은 연우를 쳐다보지도 않 으면서 잔은 들었다. 그 모습이 재 미있다는 듯 수이니, 후름, 필리아 는 웃으며 잔을 들었다.

“자, 우리 농장의 평화를 위해 서!”

“그 농장이 다른 차원체까지 포 함한 거죠?”

필리아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렇지! 전쟁은 없었으면 좋겠 어. 지긋지긋하다.”

짠.

다섯 개의 잔이 부딪쳤다.

‘신(神)이라는 게 남긴 했지

만……

모든 게 끝난 것 같은데, 뒤가 찝찝했다. 혹시 저거랑도 싸워야 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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