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2편_ 마무리⑴
최상위 차원 세 종족의 왕을 모 조리 잡았다. 연우는 신이라는 경 지에 올랐고 텐 클래스 마스터가 됐다. 그때 알았다. 단순하게 클래 스 마스터의 높낮이로 경지로 결정 되는 건 아니구나.
아리움의 왕은 14개, 세리움의 왕은 15개. 케티움은 18개의 스킬 을 마스터했다. 당연히 강했고 최 상위 차원의 왕이라 할 만했다.
그런데 텐 클래스 마스터인 연우 에게 당한 거다.
“왜 센두스와의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거지?”
연우는 농장 식당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세 왕을 바라보며 물었 다.
“센두스와 그래냐도는 신격의 구 조 자체가 다릅니다. 그래냐도는 하위, 중위, 상위, 최상위로 나뉘어 계층이 정해져 있지만, 센두스는 언제든 능력만 있으면 올라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충인족은 최하위 차원에서 상위 차원까지 올라온 대표적인 케이스
죠.”
아리움의 왕과 케티움의 왕은 꽤 순종적이었다. 신들의 므깃도가 가 지는 지배력이 절대적인 정도가 됐 으니 당연한 결과랄까.
“흥. 우리가 최상위에 그대로 있 었던 건, 읍읍. 이런 젠장 할! 신연 우…… 님이…… 젠장! 왜 말이 제 대로 안 나오는 거야.”
“그냥 받아들여.”
“받아들이긴 뭘 받아들여! 원래 이게 내 성격인데!”
“즈으쯔 어 어、X*
소멸의 권능을 가진 세리움은 아 직도 반항적이었다. 반항인지 원래 성격이 거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 이다.
“하여튼, 우리 최상위는 약하다. 우린 무력에 특화된 종족이 아니었 고 세 종족이 힘을 합해서 차원을 관리할 수 있고 조정할 수 있는 권 리를 얻은 것뿐이지.”
자랑도 아니지만, 말은 잘했다.
세 종족은 오래전 대경합이라는 차원체 생성의 단계에서 서로 힘을 모아 경합에서 승리했다. 신격이라 는 기이한 시스템을 만들어 최상위 차원의 종족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 라 했다.
이후, 모든 차원을 지배하는 권 리를 얻은 세 종족은 신격이라는 시스템과 창조와 소멸을 이용해 차 원체를 원활하게 운영해 온 것이고 말이다.
“센두스는 다른가?”
“여기가 평화로운 민주주의 사회 라면 그곳은 무법 지대랄까. 싸워 서 이기면 올라가고 강해지는 거고, 지면 내려와 힘을 잃게 되지. 법칙 이라는 게 없고 마음에 안 들거나 배가 고프면 그냥 싸우는 거야.”
“민주주의라니.”
연우는 비웃었지만, 꼭 틀린 말 은 아니었다. 이곳의 법, 규칙, 규 범, 도덕적 윤리 등등. 모든 게 있 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거 니까.
물론, 연우처럼 이렇게 치고 올 라오는 이상한 놈은 존재하기 마련 인 거다. 이 세 종족이 그렇게까지 위로 올라오는 길을 막아 버렸는데 도 말이다.
세상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했다.
“그럼 이곳 지구에 이런 사용자 라는 시스템이 정착한 이유. 그리 고 내가 이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 었던 이유. 모든 게 너희의 뜻이었 나?”
이게 가장 궁금했다. 과연 어떻 게 지구라는 곳에 사용자, 스킬 등 의 능력이 생긴 것이고 연우의 이 말도 안 되는 능력은 어디서 온 것 일까.
“ 그건??????
세리움이 케티움을 바라봤다. 창 조의 권능을 가진 왕.
“씨앗을 뿌렸다고 해야 할까요. 우린 전투 능력이 크지 않고 센두 스와 같은 위협에서 우리의 권능으 로 싸워 줄 영웅이 필요했어요. 그 래냐도 차원에서 스킬을 얻고 단련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서 영웅이 나와 주길 바란 거예요. 물 론, 신연우 님…… 과 같이 강력한 영웅이. 그것도 게임에서 ‘므깃도’ 니, ‘지배자’, ‘절대자’와 같은 스킬 을 모두 가진 이가 나올 거라는 예 상은 못했죠.”
“게다가 이렇게까지 빠르게 텐 클래스 마스터를 이루고.”
“신들의 므깃도를 얻었으며.”
“우리 최상위 신격의 지배자가 돼 버릴 줄은 상상도 못한 거지.”
그게 답이었다.
허탈하기도 했다. 뭔가 대단한 게 위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누군 가의 음모였고 작전이었으며 우연 이 아닌 운명이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우연이란다.
하지만 연우는 긴장을 완전히 놓 지는 않았다.
신들의 므깃도를 10단계로 올렸 을 때 떠올랐던 문구.
-진정한 신(神)이 초보 신을 흐 뭇하게 바라봅니다.
진정한 신이라고 했다. 이 세 종 족은 말뿐인 신이다. 신을 흉내 내 는 강한 종족인 거였다. 연우도 마 찬가지일 거다. 신이라는 타이틀을 따냈지만, 지금 이 능력이 진정한 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신이라 하면 빛과 어둠을 창조하 고 세계를 만들어 내며 생명까지 창조해 내는 존재. 전지전능이라는 존재다.
‘빛과 어둠은 세계…… 생명은 키메라…… 전지전능까지는 아니더 라도 초보 신까지는 맞는 걸까?’
뭐, 생각해 보니 꼭 신이 없다고 할 순 없는 것 같다. 이 세 종족의 힘을 합하면 신을 흉내 낼 순 있을 테니까. 게다가 그 세 능력은 이제 연우가 끌어와 사용하게 된 게 아 닌가.
그 말은 완전한, 그러니까 연우 를 바라본다는 ‘진정한 신’이 있을 수 있다는 거고. 그 신이 연우에게 무언가 관여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 다.
“뭐, 하여튼 알겠다. 좀 쉬고 여 기서 지내.”
“여, 여기서? 혹시 돌아가면 안 되는……?”
“안 돼. 뒤에서 또 무슨 짓을 꾸 밀 줄 알고.”
세 왕은 시무룩해졌다. 무슨 왕 이 저런 얼굴을 할까 의아했지만, 왕이라 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 다.
“아, 그리고 이제 할 일은 그래 냐도 차원체의 신격의 제한을 푸는 거야.”
“네? 그건……
“왜.”
“그렇게 되면 연우 님의 신격도 누군가에 의해서……
“그러니까 너희가 안 되는 거야. 약해 빠져 가지고. 신격으로 유지 하고 있으니까 나한테 확 당한 거 지. 신격에 의지하지 말고 노력을 하라고 노오오오력을!”
연우는 갑자기 꼰대가 된 느낌이 었지만, 이 세 종족을 보니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저런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언제 든 자리를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하 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신격 유 지만 하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그러다가 싸워 줄 영웅이 나오니 까 화합의 탑인지 뭔지에 넣어서 완전하게 아래에 두려고 한다.
쯧쯧.
한심하다.
“왕이라는 게 밑의 식구들을 생 각하면 그러면 안 되지. 하여튼 시 킨 거 빨리 하고 센두스로 진격을 시작한다. 언제까지 얻어맞고만 있 을 거야? 가서 확 때려 줘야지.”
“역시! 나쁘지 않네! 가서 쓸어 버리자!”
세리움만 좋아하고 나머지 둘은 서로 눈치만 본다. 세리움이 조금 거칠긴 하지만 나쁘진 않은 것 같 다.
“그럼 펜션에 방 하나씩 잡아 줄 테니까 하고 있어. 난 어디 좀 다 녀올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세리움 이 녀석. 생각보다 단순 한데?
오랜만에 서울을 왔다.
빵빵!
앞뒤에서 재촉해 댄다. 신호가 막히고 차가 막혀서 못 가는 걸 어 떻게 하라는 건지. 사람이 차를 타 면 참을성이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 었다.
“후우. 답답하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서울은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까.
지독한 매연, 흐릿한 미세먼지 하늘,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급한 듯 전화기를 들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 가족, 연인, 친구 등 수많은 사람. 꽉꽉 막힌 도로까지.
서울은 그대로다.
꽤 오랜 시간 서울에 오지 못했 다. 지구가 몇 번이고 멸망할 뻔했 고 연우와 농장 식구들이 그걸 계 속 구해 냈다.
사용자협회, 5대 길드, 농온그, 레드문, 녹튼, 셰이크, 미하옐, 버크 셔, 찰튼 등등.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고 싸우는 사람 이 지켜 낸 곳이다.
그런데 정작 이곳은 아무것도 모 르는 사람만 가득하다.
신격이 상위로 오르고 이제 앞으 로 신격의 제한이 풀어지면서 사용 자는 더 강해질 거다. 지금도 투 클래스 마스터 정도는 어렵지 않다 는 말이 나돌 정도니까.
도착한 곳은 예전에 살던 동네. 친구들끼리 항상 모였던 이자카야 다. 일본식 술집이고 각종 구이와 조림, 회와 튀김 등이 맛있는 집이 었다.
“먼저 오셨네요.”
연우가 들어가자 이진철과 최민 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연우가 앉 자 바로 뒤에서 해서웨이가 나왔는 데, 연우 옆에 꼭 붙어 앉았다.
“야! 부담스러워하시잖아! 안 떨 어져?”
“흥. 아니거든! 나 같은 여자가 옆에 붙어 있으면 좋은 거지. 너나 연우 님한테 관심 끌래? 연우 님은 그런 취향 아니시거든!”
연우는 해서웨이의 말에 이진철 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해서웨 이는 한 방 먹였다는 표정이었고 이진철은 말을 잇지 못했다.
“자자, 진정 좀 하세요.”
연우의 말에 서로 째려보기만 하 고 말을 삼갔다.
최민아가 손을 들고 입을 열었 다.
“그, 그럼 시작할까요?”
이곳에 모인 이유.
이진철과 최민아가 기존 위원회 를 밀어내고 사용자협회를 차지했 으며, 스미스와 시누자키 아이와 해서웨이까지 총 5인의 새로운 위 원회를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녹튼과 동맹을 맺게 됐다.
전 세계를 단단하게 잇는 하나의 단체가 완성되는 순간이었으며, 연 우는 이 단체가 더욱 강한 권력을 가졌으면 했고 농온그와의 협력 그 리고 헤르메스가 관리하는 언더월 드를 합해서 최초의 ‘세계보호무력 기구’를 만들기로 한 거다.
말 그대로 지구를 대표하는 무력 단 체인 건데, 앞으로 차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고 상위 차원으 로 올라가게 되며 하위 차원의 도 전자를 받게 됐을 때의 상황을 대 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럼 초대 총장은 신연우 님께 서 하시는 게 어떠세요?”
최민아가 말했다. 해서웨이와 이 전철도 무조건 동의한다는 듯 고개 를 끄덕였다.
연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에 발목 붙잡히고 싶진 않았다.
“절대 안 합니다. 게다가 그런 공식적인 자리엔 얼굴이 잘 알려진 사람이 가는 게 좋죠. 협회장님이 나 최민아 씨나 아니면 해서웨이라 도.”
“흠. 사실 저도 협회장 자리를 민아에게 물려 두고 직접 총장이 돼야 하나 고민하고 있긴 했거든요. 그런데 무력이 부족합니다. 지금까 지는 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는데 점점 신인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져 서 언젠가는 따라잡힐 겁니다. 그 렇게 되면 이 자리뿐만 아니라 기 구 존속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 습니다.”
기구라는 것, 연합이라는 것도 모두 무력이 받쳐 줘야 한다는 거 다. 다른 차원의 적이라는 것 때문 에 무력이라는 게 권력이 될 수 있 는 시대다.
돈과 정치로 올라온 게 아니라 무력으로 유지되는 자리.
당연히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력 인 거다.
“제가 장비 몇 개 더 드릴게요. 음, 그리고 스킬 북도 몇 개.”
이 정도면 충분할 거다. 게다가 새로 만드는 장비엔 최상위 차원의 신격과 재료가 사용될 거니까. 연 우가 나서서 지구를 최상위에 머물 게 해 줄 순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원래 최상위 세 종족과 다를 바가 없는 거다.
연우가 없어도 스스로 최상위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했다.
“흐흐. 이거 뭔가 웃기지 않아 요‘?”
해서웨이가 연우 옆에 꼭 붙어서 말을 꺼냈다.
“ 뭐가?”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강 력한 무력 기구가 생기는 순간에 이런 서울 구석에 이자카야라니.
그것도 이 도미머리조림과 함께.”
상당히 자연스럽지 않은 건 분명 했다.
연우는 소주잔을 들어 올리며 미 소를 지었다.
“뭔가 확실히 이상하긴 하지. 또,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기도 하고.”
세계사용자협회 협회장인 이진 철, 곧 부협회장이 될 최민아, 녹튼 의 수장이 될 해서웨이. 게다가 셋 다 세계사용자협회 위원인 거다.
게다가 지구는 물론이고 차원체 제일의 무력 소유자인 신연우까지.
자리는 이상하지만, 당연한 순간 이기도 했다.
“자, 그럼 세계보호무력기구 설 립과 총장 위임을 축하하며 한 잔‘?”
“좋죠.”
세계보호무력기구가 설립되는 순 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