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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편_ 초보 신(2) (204/207)

제221편_ 초보 신(2)

2년이라는 시간이 한순간에 줄어 든 것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싸우 고 또 싸웠으니까. 1년은 연우 혼 자, 그다음 1년은 농장 식구들과 함께였다.

그들은 함께 싸우면서 강해졌다.

상위 신격을 얻으면서 강해진 건 둘째. 최상위 신격이 가득한 이곳 에서 1년을 더 보냈다.

그리고 이곳까지 왔다.

신들의 므깃도가 10단계가 되면 서 텐 클래스 마스터가 됐고 엄청 난 힘을 얻었다.

후욱.

뜨거운 바람이 탑 주변을 휩쓸었 다.

아랜 후보자였던 연우의 종속 개 체들과 연우의 식구들이 대륙 곳곳 에 퍼져,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던 연동 마력석을 설치하는 중이었다.

벌써 멀리선 최상위 세 종족의 병력이 몰려왔다.

그리고 바로 탑 근처.

세 종족의 왕이 등장했다.

쿠구구구구.

그들은 등장만으로 ‘세계’를 압도 했다.

도화지같이 하얀 피부에 눈이 조 금 크고 코가 뭉툭한 게 전부인 왕 하나. 3m가 넘는 키에 검정과 갈색 이 절묘하게 섞여 음침한 분위기를 내는 발록 같은 왕 하나. 꼭 천사 같이 생긴 여신인데 양손엔 검을 든 왕 하나.

순서대로.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가.”

아리움이라는 차원 관리 종족.

“최상위 신격과 영웅의 칭호를 부여했을 텐데.”

케티움이라는 창조 관리 종족.

“크크. 뭐 있겠어? 따까리 노릇 을 하기 싫은 거지.”

세리움이라는 소멸 관리 종족.

연우는 말없이 신살검을 들었다. 아주 약했을 때 만들었던 검이지만, 대상이 신인 이상 이보다 효율적인 무기는 없다. 게다가 연우도 ‘신’이 라는 타이틀을 따지 않았던가.

“결국, 싸우겠단 것인가.”

“본인이 자초한 일이다.”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 이대로 이놈 죽이고 센두스까지 진격하자.”

“그건 안 될 말이다.”

“때가 되지 않았어.”

아리움과 케티움이 세리움의 말 을 반박했다. 세리움은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검을 치켜들었다.

“들어 처먹지도 않을 말을 한 내 잘못이지.”

후욱.

한순간이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확실히 강하다. 그저 강하다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세가 최상위 차원 전체를 뒤덮었다. 하 지만 연우도 만만치 않다.

[전장 : 므깃도]

“전장, 므깃도.”

연우의 한마디. 밝은 빛을 뿌리 며 영향력을 넓혀 갔다. 이 최상위 차원을 신들의 므깃도로 만들려는 작정이었다. 하지만 세 왕이 가만 히 보고 있을 리 없었다.

“크크. 우릴 너무 물로 보는 거 아닌가?”

가장 털털하고 호전적으로 보이 는 세리움이 소멸로 연우의 영역을 막으며 말했다. 아리움은 차원이라 는 공간 자체를 실드로 삼았고 케 티움은 허공에 신살검과 똑같은 검 을 수만 개 이상으로 만들고 있었 다.

“미쳤군.”

이건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연 우도 한 번에 신들의 므깃도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나와라. 나의 아이들이여.”

끼야아아아아!

가장 먼저 나온 건 화합의 탑에 잠들어 있었던 왕. 이걸 찾는 것도 힘들었지만, 잡는 건 더 힘들었다. 아마 이 세 왕에 비해 절대로 떨어 지진 않을 거다.

“ 젠장.”

그들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질 거란 생각은 전혀 없었 다.

미안하지만, 이게 끝난 게 아니 다.

헤맨이 지금까지 편입시킨 모든 세계가 연우의 신들의 므깃도에 종 속됐다. 10단계에 들면서 약했던 지배력이 절대적으로 변하면서 생 긴 변화였다.

크아아아아!

o흐흐흐 ■흐!

꺄아아아아!

허공에서 최상위 바로 아래인 상 위 차원의 왕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마 이건 막기 쉽지 않 을 거다. 연우가 중심이 되고 왕들 이 손발이 돼 줄 것이기 때문이다.

연우는 틈이 생겼을 때, 먼 곳으 로 시선을 돌렸다.

식구들에게 최상위 세 종족의 병 력이 몰린다.

“열려라. 신들의 므깃도여.”

화악!

세 왕과 연우의 전장 밖 하늘에 서 거대한 입구가 열렸다. 그러곤 안에서 대기하던 므깃도의 모든 병 력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예전이었다면 저들이 상대가 되 지 못했을 거다. 연우의 신격에 영 향을 받는다고 하지만, 상위가 되 고도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까. 같 이 탑에 들어갔던 식구들은 1년을 수련했다.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우의 신들의 므깃도는

10단계다.

거기에 [위임 : 신들의 군대]까 지.

“위임, 신들의 군대.”

므깃도에서 빠져나온 연우의 몬 스터들은 최상위 신격을 넘어. 진 정한 신격을 얻게 됐다. 동시에 지 상 몬스터에겐 날개가, 공중 몬스 터에겐 신의 창이, 마법 몬스터에 겐 천사의 링이, 육체 몬스터에겐 하얗고 기다란 뿔이 생겨났다.

후욱.

화악!

전세는 뒤집혔다.

아군은 최상위 세 종족의 병력을 밀어붙였고 최상위 세 왕은 연우에 게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낼 수 없다는 사실은 연우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소환 : 신의 사자]

“소환, 신의 사자.”

연우가 스킬을 사용하자 연우 양 옆으로 공간이 길게 찢어지면서 검 을 든 천사가 등장했다. 하나하나 가 텐 클래스 마스터에 이를 정도 의 개체.

“가라, 그리고 이겨라.”

연우의 목소리에 사자들이 움직 였다. 겨우 두 개체였지만, 그 어느 것보다 든든했다.

그리고 마지막.

[강림 : 태초의 신]

“강림, 태초의 신.”

이것으로 이 최상위 차원을 점령 해야 한다.

연우의 눈이 순간 하얗게 변했 다. 동시에 최상위 신격이라는 것 자체가 벗겨졌다.

-태초의 신이 강림합니다.

-육체 능력이 부족합니다.

-신격이 부족합니다.

-마력이 부족합니다.

-태초의 신(32%) 강림 완료.

-유지 시간 60초.

연우의 동공이 돌아왔다.

전신에 힘이 끓어 넘친다. 이런 힘을 느껴 본 적이 있을까? 신살검 을 처음 들었을 때도, 클래스 하나 를 마스터했을 때도, 여명으로 만 든 용의 무기를 들었을 때도 느껴 보지 못했던 감각이다.

32%의 신의 힘. 태초의 신이란 무엇이길래 이렇게 강한 걸까.

연우는 신살검을 휘둘렀다.

아리움이 차원의 격(隔)으로 방 어했고 케티움과 세리움이 반격했 다. 그들의 여유가 사라졌다. 이전 의 연우는 홀로 싸워도 충분히 이 길 정도는 됐다.

하지만 지금은 연우는?

셋이 전력을 다해도 이길 수 있 을 거란 장담이 없다. 아니, 사실 도망쳐야 할 기분이었다. 하지만 두 신의 사자와 수백의 왕들이 주 변을 막고 있다.

이 때문이었을까?

사실 강림 하나면 이길 수 있음 에도 사자, 신의 군대, 세계의 왕들 까지 모조리 사용했다.

“왕을 넘기세요.”

연우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배려. 그리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당장 죽일 수 있다. 피해는 조금 있겠지만, 복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연우는 죽었던 화합의 탑의 왕이 돌아온 걸 봤다.

하지만 생전의 힘이 그대로 있진 않았다. 가짜랄까. 진짜였던 왕과는 너무나 큰 차이를 가진 개체였다.

‘센두스를 제대로 치려면 이 세 왕이 필요하다.’

그것도 온전한 힘이.

하지만 최상위 세 왕은 그걸 받 아들일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죽는 게 낫다는 것일까? 아니면 이 길 가능성을 본 것일까.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전장, 므깃도.”

연우의 중얼거림. 그제야 세 왕 이 무얼 할지 깨닫고 막아 보려 했 지만, 사자와 왕들의 손에 저지됐 다.

“뭐, 예의상 물어봤는데.”

항복하지 않아도 므깃도로 만들 어 버린다면 저들에 대한 연우의 지배력은 절대적으로 변할 거다. 세계도 연우에게 종속되고 왕도 마 음대로 쓸 수 있겠지.

하지만 식구처럼 대할 수 있었으 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들의 속 을 모르지만, 저 정도의 강함이라 면 약간의 배려는 괜찮다고 생각했 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나, 저들은 무릎 꿇 을 생각이 없었다.

‘빨리 끝내 버리자.’

그게 마지막이었다. 이미 신들의 므깃도를 마스터해 버린 연우에게 최상위라는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존재들도 이젠 쉬워 보일 뿐이었다.

연우의 몸을 중심으로 환한 빛이 최상위 차원 전체를 덮어 버렸다.

역시 전쟁이 끝난 다음엔 파티 다.

오랜만에 치킨을 튀겼다. 쇼타의 일본식 치킨가라아게. 필리아의 크 림소스를 곁들인 순살치킨. 수이니 의 양념치킨까지.

바삭.

튀김을 파고드는 이가 기름이 스 며들며 부드러운 껍질과 살이 입안 을 헤엄친다. 역시 이 닭 껍질의 풍부한 기름은 최고다.

연우는 차가운 피그미온 라거를 들이켰다.

크으.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다.

연우는 치킨을 한 조각 더 먹고 맥주를 들이켰다. 그 큼지막한 잔 에 있던 맥주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번엔 크림소스를 곁들인 순살 이다.

역시 필리아의 요리 솜씨는 대단 하다. 어떻게 이렇게 치킨과 알맞 은 소스를 찾아낸 걸까? 얇게 채 썬 양파링이 곳곳에 보였다. 절묘 한 조화다.

이제부터는 소주다.

맥주는 목을 축일 정도면 충분하 고 소스가 있는 음식은 소주가 입 안을 주기적으로 소독해 줘야 한다. 이게 다 알코올을 원한 게 아니라 소독을 위해서다.

“흐흐흐. 맛있다.”

연우는 옆에서 1년 동안 먹지 못 했던 치킨을 흡입하는 이자젤을 바 라봤다. 정말 많이 강해졌다. 1년을 죽을 고생해서 성장했고 결국 최상 위 차원을 먹었다.

동시에 연우가 가진 신들의 므깃 도에서 봉인 해제율이 100%를 넘 어 140%가 됐다. 따로 생긴 능력 은 없어도 능력치가 140%나 올랐 다는 건 엄청난 일이었다.

게다가 차원 관리, 창조, 파괴의 권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 고 그 셋을 소환해 마음대로 부릴 수 있었으니 그것 또한 생각지도 못했던 노다지.

그뿐이 아니었다.

연우는 최상위 차원이 머금고 있 던 모든 신격을 풀었다.

그 말인 즉슨, 하위부터 최상위 까지 모두 공평한 신격을 가지게 됐다는 거다. 최상위 차원의 신격 이 꽤 줄긴 했지만, 하위와 중위에 서 꽤 많이 올라서 결과적으론 그 래냐도 차원체 전체의 힘이 크게 증폭돼 버렸다.

‘왜 이 좋은 걸 안 하고 있었나 몰라.’

하나 예상이 되는 건, 최상위 차 원의 왕이 아닌 일반 종족들이 크 게 약해졌다는 거다. 아니, 약해졌 다기보단 원래 약했다.

신격의 힘으로 그걸 유지하고 있 다가 신격의 제한이 풀려 버리자 상위 차원의 존재보다 못한 존재가 돼 버린 것이다.

바삭.

연우는 치킨 한 조각을 입에 물 고 소주를 따랐다.

옆에서 리젤과 아르테가 잔을 내 밀었고 연우는 하나하나 따라 줬다. 역시 술은 다 같이 먹어야 즐거운 거다. 옆에서 이자젤이 남은 잔을 마시고 연우에게 들이댔다.

자기도 따라 달라는 거다.

연우는 피식 웃으며 따랐고, 옆 에서 슈슈가 날아와 연우 허벅지에 앉았다. 그새 배부르게 먹은 건지 몸을 둥글게 말고 몇 바퀴 돌더니 자리를 잡았는지 그대로 머리를 박 았다.

이제 완전한 구미호가 됐다.

그래도 크기는 많이 커지지 않아 서 충분히 품에 들어올 정도는 됐 다.

“좋네.”

이게 바로 연우가 원하던 삶이 다. 지난 2년간 아주 힘들었다. 아 프고 괴로운 것과는 달랐다. 외롭 고 지쳤으며 웃음이 필요했던 것뿐 이다.

차원체 전체를 들썩인 강자가 바 로 연우다. 그런데 그런 그는 겨우 이런 사소한 일상이 그리워 힘들었 다. 작은 여유와 약간의 맛있는 음 식. 그리고 식구들의 시끄러움까지.

모든 게 그리웠다.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다.

센두스 차원체라는 적이 남았다.

오늘은 쉬고 바로 내일 전쟁을 다시 시작한다.

이번에도 피해는 있었고 내일도 희생자는 생길 거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연우가 식구 모두 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바삭.

연우는 아직도 뜨끈한 치킨 한 조각에 소주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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