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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편_ 준비(2) (202/207)

제219편_ 준비(2)

3일 후, 센두스에서 내려온 병력 을 막았다. 피해는 있었지만, 2일 밤낮을 싸우면서 막을 수 있었다.

신들의 므깃도는 생각보다 더디 게 성장했다.

“세르헬. 우리 식구들이 상위 신 격을 제대로 얻어야 합니다. 그래 야 센두스를 계속 막을 수 있어오

연우가 요청했다. 그도 이해했는 지 고개를 끄덕였다. 헬린 종족의

피해는 꾸준히 생긴다. 당장 전투 할 수 있는 인원을 데려올 수도 없 는 노릇이었다.

“위에 요청하면 어렵진 않을 겁 니다. 아무래도 센두스의 공세가 점점 강해지는 느낌이기도 하니까 요.”

일단 급한 불은 껐다.

‘경합이라는 시험을 치르라고 했 지.’

좋은 기회다. 그런데 당기지 않 았다. 오로지 감이지만, 저 최상위 종족이라면 시험 따위는 없이 신격 을 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 다.

‘굳이 그러라고 하는 건?’

발목을 콱, 하고 붙잡힐 것 같았 다. 하지만 시험을 본다는 건 최상 위 차원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거 고. 준비하던 일의 성공 확률이 올 라가는 일이기도 했다.

위험하지만 반대로 기회가 될 수 도 있다.

“가겠습니다. 그 전까지 센두스 의 공격이 없는 건 확실한 거죠?”

“네, 그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습 니다. 아마 일주일은 움직이지 못 할 겁니다. 그 전에 움직이더라도 제가 책임지고 막아 내겠습니다.”

연우는 꺼린다는 듯한 표정을 지 었다. 마지못해 가는 것 같은 표정 을 잊어선 안 된다.

식구들은 상위 신격을 얻기 위한 준비를 했고 연우는 세르헬과 최상 위 차원으로 올라가게 됐다.

거대한 원형의 섬. 아니, 크기로 만 보면 대륙급 땅덩어리가 중앙의 기둥을 중심으로 정확하게 세 구역 으로 나뉘어 있었다.

하얀색, 검은색, 투명색. 척 봐도 최상위 세 개의 종족이 사는 곳이 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귀엽네.”

그게 최상위 차원의 광경을 본 연우의 첫 감상이었다. 행성 전체 를 덥고 수백 층짜리 건물이 우수 수 서 있을 것만 같았다. 특히, 소 멸 관련 권능을 가진 한 종족은 마 계처럼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대자연이다.

마치 예전의 므깃도를 보는 것처 럼 울창한 숲과 간간이 보이는 공 터에 작은 도시, 작은 마을들이 붙 어 있다.

‘뭔가 죄책감이 들 정도인데?’

최상위 차원을 점령할 계획을 짰 다. 그런데 왜 이렇게 평화롭게. 지 구의 인간들과 다를 것 없이 사는 걸까. 이래서 센두스와의 전투에 나서지 못한 걸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은 버렸다.

점령한다고 이들을 죽음으로 내 모는 건 아니었으니까.

사는 곳이 이렇다고 다들 착한 건 아니다. 만약 연우가 센두스를 완벽하게 이길 방법이 있고 그게 이 세 대륙을 종속하는 거라고 한 다면, 그들이 그냥 내줄까?

절대적인 지배력을 발휘하게 되 고. 왕이든 뭐든 연우에게 복종해 야 하는데? 자신들 자리를 보존하 기 위해 신격이라는 말도 안 되는 규칙을 만들어 각 차원의 무력을 제한해 버린 놈들이다.

“이곳입니다.”

세르헬이 날아간 곳은 세 대륙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높은 탑이었다.

“이곳에서 시험을 치를 겁니다.”

탑의 입구였다. 그 앞엔 하얀 피 부를 가진 하얀 두 명이 서 있었 다.

“안녕하세요. 전 차원 관리의 아 리움이라는 종족인 해루스라고 합 니다.”

“난 렌싱이라고 한다.”

해루스라는 이는 연우를 보며 반 가워하는 표정이었고 렌싱은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었다. 연 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 지구에서 온 신연우입니 다.”

이렇게 설명할 때면 꼭 ‘우주에 서 온 외계인입니다’라며 자기소개 를 하는 기분이었다.

“경합에 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 다. 우선, 각 차원의 100명의 영웅 후보가 들어가는 게 정상입니다. 하지만 전시인 상황이라 총 30명의 인원만 선발됐으며, 탑 꼭대기까지 오르는 최초의 1인만 영웅으로 선 정돼 최상위 신격과 동시에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 들었던 내용을 해루스가 친근하게 다시 설명해 줬다.

연우는 분명 처음 보는데 꼭 오 래 본 것처럼 친한 척이다. 원래 이런 성격인가? 또 그게 아니꼽다 는 표정을 짓는 렌싱. 둘은 분명 사이가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이 높은 탑을요?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아요?”

“안과 밖의 시간은 다릅니다. 안 에서 1년이 이곳에서 한 3일이니까 요. 오래 걸려도 3년이면 끝날 겁 니다.”

3년이라. 길다고는 들었는데 생 각보다 더 긴 시간이다. 사실 이 정도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길면 길수록 연우에겐 더 좋았다. 특히, 이런 방식의 시험은.

“또, 안에서 후보들끼리의 전투 및 살인은 완벽하게 허용돼 있습니 다. 그러니 조심해 주세요.”

“…… 그러죠.”

연우는 자꾸 옆으로 와 친한 척 하는 해루스에서 한발 떨어졌다. 왠지 해서웨이와 경쟁하는 이진철 을 보는 느낌이랄까. 혹시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그 생각이 들자 솜털이 쭈뼛 섰 다.

빨리 시험을 시작해야겠다.

“그럼 빨리 시작하죠.”

“네, 다른 차원의 후보도 모두 이동 완료했을 겁니다.”

그렇게 시험은 시작됐고 세르헬 은 식구들의 신격 상승을 위해 상 위 차원에 들렀다가 지구로 돌아갔 다.

이자젤, 수이니, 후름, 리젤, 헤 맨, 필리아, 헤르메스, 아이린, 요 섭, 바벨, 뒤늦게 온 혜영과 연지연 호까지 있었다. 그리고 요르문간드, 엔트족, 오염된 신선, 천인종, 아이 델. 한가락 한다는 무력을 지닌 이 들은 모두 모인 거다.

아르테가 그들 앞에 섰다.

“현재 여러분의 신격은 상위 신 격에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완전한 상위 신격은 자의로 이룰 수 없습니다. 물론, 연 우 님처럼 특별한 사람은 예외지만 요.”

상위 차원이 신격을 만드는 건 상위 차원의 왕들만 가능하다. 하 지만 그들도 최상위 차원의 명령에 따르는 존재들이다.

평시였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신격 상승을 허락하지 않았겠지만, 센두스 차원체의 병력을 막기 위해 선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 는지 쉽게 허락했다.

하얀빛이었다.

어쩌면 여명처럼 생긴 보석 같았 지만, 또 달랐다.

“빛이라고 합니다. 제한된 신격 을 해제하는 데 사용되는 상위 차 원 종족 고유의 힘이죠.”

빛이라는 건, 최하위 차원부터 소실된 어둠, 옅은 어둠, 보통 어 둠, 희미한 빛, 밝은 빛, 환한 빛. 이후에 여명이라는 단계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이 얻는 건, 환한 빛.

여명이라는 단계 바로 아래인 거 다.

“어? 그럼 그 여명이 연우가 만 들었던 세계의 근원과 같은 건가?”

이자젤이 손을 들고 물었다.

“근본적으론 같지만, 그 여명은 하나의 완전체이고 이건 그 파편이 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 거였군.”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한 명씩 여명의 파편이자 밝은 빛이라 불리는 작은 구슬을 삼켰다. 동시에 환한 빛이 터져 나오며 식 구들은 신격을 갖추기 시작했다.

오싹한 공포라든가, 참을 수 없 는 고통 따위의 클리셰는 없었다. 그저 눈 깜빡할 사이에 신격은 완 전한 모습으로 자리 잡은 상태였다.

“후, 끝인가?”

이자젤이 가장 먼저 침묵을 깼 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힘이 몸 에서 끓어오른다. 뭐랄까, 그동안 꽉 막혀 있던 한계가 풀리는 느낌? 종족의 한계, 재능의 한계, 육체의 한계 따위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 느낌이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인 건지, 몸에서 끓어오르는 힘을 느끼는 데 정신이 없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이자젤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헤맨과 수이니가 세르헬에게 달려 들었다. 바로 옆에 있던 아르테도 마찬가지였다.

“죄송해요. 아버지!”

“이, 이게…… 읍읍!”

동시에 주변에 세르헬과 함께 다 니는 헬린 종족 10명 정도를 엔트 족, 천인종, 오염된 신선이 포박했 다. 수만의 병력은 먼 곳에 있었기 에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좋아. 다음 작전을 시작한다.”

농장의 식구들은 빠르게 움직였 다.

연우가 부르기 전까지 최대한 일 을 끝내 놔야 한다.

시험이란 걸 시작했을 때,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한마디로 던전이었다. 고난과 역 경을 이겨 내고 자격을 증명해 내 면 최상위 신격이 주어지고 최상층 에서 특별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 이었다.

다른 후보자들은 30명. 모두 다 양한 종족이었고 특별한 힘도 가지 고 있었다. 지배자나 절대자 같은 스킬은 기본이었고 므깃도와 비슷

한 아공간을 지닌 공간 관련 종족 도 있었다.

“메긴 종족이었던가.”

혜영이 전에 샀던 무기는 이 종 족이 만든 것이다.

아무튼, 그들과 연우의 충돌은 많지 않았다. 연우가 빠르게 치고 올라갔기에 뒤에서 다른 후보들이 쫓아오는 형상이었기 때문이다.

말이 함정이지, 그저 마법 공격 과 결계 그리고 몬스터 때의 공격 이었을 뿐이었다. 연우는 가볍게 한 손을 휘저어 통과했다.

주어진 시간은 많다.

하지만 낭비해선 안 된다.

연우의 목적은 단순히 이 경합의 우승자가 아니라, 이 최상위 차원 전부였으니까.

크아아아아!

양쪽으로 펼쳐진 절벽이 입을 벌 렸다. 한 마리의 사자처럼 떨어지 는 돌로 이뤄진 갈기를 휘날리면서 말이다. 역시 차원의 대표자들을 상대로 한 시험인 거다.

빠르고 강하다.

한 번 먹혀 버리면 다시는 빠져 나오지 못할 것 같은 무저갱과 같 은 우주가 펼쳐져 있다.

연우는 빠르게 날면서 피했다. 뒤를 쫓아오던 후보 몇몇은 피하지 못하고 삼켜졌다.

이건 많고 많은 관문 중 하나일 뿐이다.

드래곤 수십 마리가 떼로 몰려나 오고 마왕이나 발록 같은 것들이 서브로 나오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불로 가득 찬 세상에서 헬린 같은 종족이 나오고 충인족은 물론 상위 차원에 있는 세다는 종족은 한 번 씩 다 나왔다.

연우는 그 던전에서 딱 1년째 되 는 날.

최상층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겨우 1년 만에 이곳까지 도달할 거라는 사실 과 그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이곳에서 시험을 끝내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이게 보상인 건가.”

연우는 최상층 제단에 올려진 하 얀빛을 봤다. 분명 여명인데 지금 까지 봤던 것과는 다르다. 심안으 로 살펴봤지만, 손으로 직접 집어 야만 소유할 수 있고 정보를 알 수 있다고만 나왔다.

하지만 이걸 집으면 경합은 끝나 고 연우는 밖으로 나오게 될 것이 다.

“열려라, 므깃도.”

화악.

공간이 쭉 찢어지며 므깃도로 향 하는 입구가 열렸다. 역시, 열릴 거 라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연우 의 므깃도는 신들의 므깃도였으니 까.

“ 연우!”

입구에서 이자젤이 가장 먼저 나 왔고 뒤로 식구들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선 1년이 흘렀지 만, 므깃도에선 3일이 흘렀다.

연우는 꽤 꼬질꼬질해진 모습이 었다. 1년간 정말 한 시간도 제대 로 쉬지 못하고 움직였다. 다른 후 보들은 생각보다 대단했고 연우가 여유를 부릴 틈이 없었다.

헤맨이 관리하는 대형 아공간은 지구와 연결돼 있었기에 역시 열리 지 않았다. 므깃도를 통해 아공간 을 열어 볼까 했지만, 어떤 부작용 이 있을지 몰라서 최상층에 도달할 때까지 한 번도 열 시도를 해 보지 않았다.

그래서 미리 준비한 아공간 주머 니를 사용했는데, 각종 포션과 식 량 그리고 옷가지를 담을 정도뿐이 되질 않았다.

“우와, 완전 거지가 다 됐네!”

“연우 님! 흐아아. 괜찮으신 거 죠?”

듬직해졌다. 상위 신격을 얻고 새로운 스킬 몇 개를 마스터하며 경지가 대폭 올랐지만, 경지에 관 계없이 확실히 여유가 생긴 모습이 었다.

신격이 제한하고 있던 한계가 풀 리면서 생긴 변화일 거다.

“준비하기 전에.”

“응?”

“나 밥부터 먹을래!”

샤워도 하고 옷도 제대로 갈아입 어야겠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후 보자들에게 너무나 시달렸다. 하나 하나 대단한 실력자들이었기에 아 군이 될 이들을 죽이고 싶지 않았 고, 그렇게 한 명만 들어올 수 있 는 이곳까지 들어오기까지가 배는 힘들어진 거였다.

“회에 소주부터!”

역시 이게 빠져선 안 된다.

연우는 오랜만에 여유를 느꼈다. 시작일 뿐이지만, 가장 높은 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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