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8편_ 준비(1)
주먹보다 큰 관자의 앞뒤를 칼집 으로 도배하고 눕힌 상태에서 가로 로. 그러니까 넓게 반을 자른 다음 에 굽는다. 겉이 노랗게 익어 갈 때 즈음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주 면 된다.
이외에 방울토마토, 파인애플, 팽 이버섯, 송이버섯 등을 같이 구워 주면 더할 나위 없다.
“크으. 헤맨, 그거 있지? 참나무 향 나는 거.”
“네, 주인님.”
헤맨이 어느새 일을 마치고 돌아 왔다. 아공간에서 귀한 도자기에 담긴 사케를 가져왔다. 가격을 산 정할 수 없을 만큼 희귀하고 맛이 좋은 아스가르드의 전설급 사케다.
관자의 식감은 게의 집게살과 비 슷한 느낌이다. 세로로 긴 무언가 를 잘 붙여 모은 걸 부수는 식감. 상당히 이질적이면서도 중독성이 있다.
너무 구우면 질겨 못 먹는다. 그 말은 반쯤 회로 먹을 수 있을 정도 의 싱싱한 관자를 써야 한다는 말 이다.
연우는 관자 한 조각을 입에 넣 었다.
“음, 맛있어. 역시 버터에 굽고 후추와 소금에 찍어 먹는 게 최고 지.”
거기에 사케 한 잔이면 끝이다.
전쟁이 끝난 농장의 밤은 평화롭 다. 세르헬까지 옆으로 와 아르테 와 이야기하며 관자에 사케를 기울 인다. 이자젤은 연우 옆에 꼭 붙어 있었고 후름은 수이니에게 이상한 그림을 자랑하며 떠든다.
“그 패르길이라는 종족 있잖아?”
≪으 w 흐.
“거기서 재생률이 트롤의 100배 는 되는 성분을 찾았어. 세크식스 종족에게는 정신력을 강화해 주는 성분도 있었고.”
“재생력이야 키메라한테 먼저 실 험해 보면 되겠고 정신력은 어쩌 지? 부작용 없이 사용하는 방법이 있을까?”
“가장 안전한 건 역시 장비로 만 들어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거지.”
“하긴 나야 필요 없지만, 또 세 크식스 같은 종족 만날 때 헬린 종 족이나 농장 식구들이 사용하면 좋 긴 하겠다.”
이거 한 종족 상대할 때마다 그 종족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기분이 었다. 내일이면 상위 차원에서 내 려 주는 세계를 하나 삼킬 거다. 거기에 헤맨이 편입시킨 세계 수십 개.
얼마나 더 해야 신들의 므깃도 9 단계를 이룰 수 있을까?
9단계가 되면 또 무슨 능력이 생 기고 10단계가 되면 어떤 일이 벌 어질까.
“연우 님. 다음 안주는 모둠 사 시미입니다. 광어, 도미, 농어, 참 치, 연어 그리고 생새우회까지 준 비했습니다.”
쇼타가 안주를 가지고 왔다.
연우는 손을 슥슥 비볐다. 이런 안주라니. 슬슬 분위기 있는 사케 는 집어넣고 소주를 먹을 때가 온 거다.
남아 있는 관자 몇 개를 마저 집 어먹고 앞 접시를 바꿨다. 기름과 버터의 향이 접시에 남아 있기 때 문이었다.
“역시 흰 살 생선은 광어지.”
가장 먼저 잡은 건 광어. 간장을 살짝만 찍고 생와사비를 올린다. 그렇게 입에 들어간 광어는 쫀득하 게 씹힌다. 탱탱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 있다.
역시 어장을 새로 만든 보람이 있다.
바다처럼 넓은 공중 어장에서 갓 잡아 온 광어는 자연산 그 자체였 다. 게다가 마력의 힘으로 몬스터 가 될 정도로 싱싱한 광어이지 않 은가.
완벽한 맛이었다.
아니, 소주 한 잔이 더해져야 완 벽하겠지.
연우는 행복한 표정으로 소주를 한 잔 마셨다.
“크으. 좋다.”
이번엔 도미. 광어보다는 덜 탱 탱하지만 쫄깃함은 더한 느낌이다. 농어는 ‘쫀득’이라기보단 눅진한 맛 이고 말이다. 역시 가장 기대되는 건 참치.
대뱃살, 배꼽 살, 가마 살 등. 연 우는 기름이 없는 붉은 등살보다는 기름 가득한 하얀 살과 붉은 살이 적절하게 섞인 부위를 좋아한다.
참기름과 소금을 섞은 기름장에 찍어 김을 싸 먹는 방법이 있고 간 장과 와사비에 먹는 방법이 있다. 연우는 그 두 가지 방법을 번갈아 가면서 쓴다.
마지막은 생새우.
어쩌면 연우가 가장 좋아하는 회 가 새우일 수도 있다. 혀에 쫙 눌 어붙는 듯한 눅진함에 고소한 향은 그 어떤 회보다 매력적이었다.
역시 마무리는 항상 소주를 먹는 다.
다음 회를 먹을 때 깔끔함을 유 지하기 위해서다. 그 알코올 자체 만으로도 좋지만 말이다.
“오늘은 잔뜩 먹자!”
연우가 소리쳤다.
같은 테이블엔 이자젤, 수이니, 후름, 슈슈가 있었고 옆 테이블엔 아르테와 세르헬 그리고 헤맨이 껴 있었다. 다른 테이블엔 리젤과 리 젤의 아버지까지 와 있었고 요섭과 바벨도 한쪽에서 맛있게 식사 중이 었다.
뒤늦게 온 필리아와 쇼타도 한쪽 에 앉았다. 그때 댕댕이, 검둥이, 케베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고 슈 슈가 그쪽으로 날아갔다.
연우의 외침에 다들 잔을 들고 외쳤다.
“잔뜩 먹자!”
깔깔 웃기도 했고 흐뭇하게 미소 를 짓기도 했다. 이런 전쟁 후 파 티는 언제나 즐거워야 한다.
농장의 밤은 은은한 빛의 향연이 었고 모두 불을 끈 가운데 식당에 만 불이 밝혀져 있었다. 그 불은 아침이 올 때까지 꺼지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연우는 해가 뜰 때까지 식구들과 술을 먹고 몇 시간만 잤다. 어차피 술에 피곤이 쌓일 정도의 몸은 예 전에 없어졌으니까.
준비가 필요할 때다.
언제까지 올라오는 걸 막고 위에 서 주는 걸 먹으면서 지낼 순 없었 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힘을 비 축해야 한다. 이 전쟁을 끝내고 정 말 두 차원체에서 오롯이 설 방법 이 뭐가 있겠는가.
그건 최상위 차원을 그대로 종속 시키는 거다.
하지만 아직은 힘이 한참 부족하
나인 클래스 마스터에 머물러 있 었고 신들의 므깃도의 단계도 부족 했다. 능력치가 월등하게 올랐다지 만, 최상위 차원에 비하면 그것도 부족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걸 다 이용해서라도 철저하 게 준비하면 가능성이 있을 거다.
“일단 내려오는 세계를 먹고.”
오늘은 60번대 차원에서 하나의 세계가 내려오는 날이다. 그곳의 병력을 막고 세계를 점령해야 하는 건 농장 식구들과 연우의 몫이었지
만 말이다.
구그그그긍.
땅이 진동한다. 전 겐지 종족은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이번엔 땅인 가?
푸욱!
푸부부부북!
농장 주변에 수십 개의 탑이 솟 아난다. 타원형의 매끄러운 탑. 기 등이라 해야 맞는 걸까. 그런 기둥 이 전 세계에 생겨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구는 끔찍한 혼종이 될 모양인데.”
하늘엔 하늘 섬. 대륙엔 악의의 대륙과 아프리카, 아마존까지. 이젠 지하에서 이상한 기둥이 솟아난다.
“빨리 움직이자. 이번에도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기 전에 해치우 는 게 낫겠어. 뭐, 위원회인가 뭔가 에서 도발해서 억지로 끌고 가는 건 막을 수 없겠지만.”
옆에 있던 이자젤이 말했다. 연 우도 동의하는 내용이라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러곤 키메라 몇 마리를 꺼내서 이자젤과 함께 기둥으로 달 렸다.
센두스의 병력과는 다르게 60번 대면 이 정도로 충분했다.
오늘은 또 어떤 몬스터일지 기대 가 될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공간과 관련된 능력 을 지닌 몬스터였고 연우는 빠르게 세계의 왕을, 이자젤과 키메라는 주변을 학살하면서 쉽게 종속시킬 수 있었다.
원래는 몬스터들이 기둥 밖으로 빠져나갈 태세였지만, 연우의 빠른 점령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았 다. 물론, 안으로 들어가는 건 막지 않았다.
이진철이나 혜영에게도 전화가 왔었는데 대략 설명을 해 주고 알 아서 들어가서 사냥하라고 했다. 공간 관련된 몬스터였기에 혜영에 게는 더없이 좋은 사냥터였고, 다 른 사용자들도 신격을 높이고 공간 관련 몬스터와 경험을 쌓을 기회였 으니까.
“이제 우리 제대로 준비해 볼 까‘?”
가장 급한 건 막았다. 이제 센두 스의 병력이 오기까지는 최소 3일 이상이다. 그 시간이면 충분하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것 중에 가장 정성을 들인 건 신살검이었다. 신 의 금속 몰트, 에너지체 로이칼, 요 르문간드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쏟아부어 만든 게 바로 신살검이다.
이례적으로 GOD 등급을 잡아먹 는 Kill the GOD이라는 이상한 등 급이 나오기도 했고 말이다. 최근 에 만들었던 용. 여명으로 만든 무 기는 GOD 등급에 머물렀다.
하지만 둘 중에 뭐가 더 강하다
고 쉽게 말할 순 없었다. 높은 신 격을 지닌 존재를 상대할 땐, 신살 검이 월등한 성능을 발휘한다. 하 지만 이미 연우는 상위 신격을 부 여받았고 오롯이 선 존재로 거듭났 다.
신살검의 가장 큰 장점이 소용없 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신살검이 약한 건 아니 다. 대인전에선 신살검이. 다수를 상대할 땐 용의 여의주가 효과적이 다. 하지만 그 최상위의 존재들은 연우가 이길 수 있을까?
특히, 세 차원의 왕이란 존재는 연우가 손끝도 대지 못할 게 분명 했다. 세계를 므깃도와 연결하면 편입된다. 그리고 왕이란 존재를 죽이면 종속시킬 수 있게 되는 거 다.
왕을 죽이지 않고 세계를 종속시 킬 방법은 없는 걸까?
연우는 그 방법에 대해 고심했 다.
만약 그게 가능하게 된다면 한 번에 모든 전세가 역전될 테니까.
“끄아. 머리 터지겠다.”
연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대로 생각만 한다고 풀릴 거였으 면 진즉에 했을 거다. 핑 하고 도 는 머리를 흔들곤 식당으로 향했다.
이렇게 복잡하고 힘들 땐 맛있는 걸 먹어 줘야 한다.
‘그냥 이대로 센두스를 막고 위 에서 주는 세계를 먹어?’
그렇게 지내기만 하면 뭐가 달라 질까? 센두스는 차원체다. 100개의 차원에 각 10,000개의 구역이 있 다. 사실 한계가 없는 병력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연우가 그걸 막으면서 신들의 므깃도를 성장시켰다고 치 자.
그럼 신들의 므깃도가 9단계, 10 단계 이상 오르고 봉인 해제율이 오를까? 경험상 9단계와 10단계는 그 전과 같은 방법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지금 이 상황을 유지하는 걸로는 답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오늘은 내가 직접 해 볼까.”
칼과 팬을 잡는 게 오랜만이다.
가장 먼저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썬 대파를 넣는다. 그러자 파 기름이 올라오며 매콤하면서 고 소한 향이 올라온다. 위로 쌍뿔 멧 돼지 고기를 올린다. 비계와 살이 잘 섞인 목살을 썰어 넣는다.
치이이익.
앞면이 노랗게 익었을 때, 양파 와 당근 그리고 방울 양배추를 반 으로 썰어 넣는다. 파 기름과 고기 기름으로 채소를 볶는 거다.
그러다 고기가 전부 익으면 물을 부어 준다. 고기와 채소가 잔잔하 게 잠길 정도면 된다. 그리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카레 가루를 넣는다.
연우는 이곳에 매콤한 향을 넣기 위해 매운 고춧가루를 살짝만 뿌렸 다.
“흐음. 좋다.”
요리라는 건 참 신기하다. 하나 하나 아무것도 아닌 재료일 뿐인데 불과 약간의 조미료를 사용하면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게다가 입을 즐겁게 하고 기분까 지 좋게 만들어 준다.
‘요리라.’
연우는 숟가락으로 카레를 한입 떠먹었다. 흰밥을 한쪽에 놓고 조 금씩 섞어 먹는다. 역시 카레는 밥 과 함께여야 맛있다.
“차원…… 최상위의 왕. 그들이 차원에 없으면?”
센두스 차원체에서 대대적인 공 격이 있다면 자리를 비울 수 있을 거다. 아니다. 그게 될 리가 없으니 까 그 계획은 무리.
아니면 최상위 차원을 절반 이상 점령한다? 최상위 차원이라는 것 자체를 왕에게서 떨어뜨리는 거다.
신들의 므깃도를 사용한다면 가 능할 거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 때까지 최상위 차원에서 가만히 있 을 리가 없다.
“어떻게 잘 버무리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연우는 카레를 뒤적거리며 중얼 거렸다.
예르나라는 지배자와 거래를 해 서 힘을 얻은 후에 최상위로 잠입 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점령 을 시작하면 금방 걸린다.
그렇다면 센두스의 최상위 차원 으로 잠입을?
그것도 당연히 힘들다.
“아, 맛있긴 진짜 맛있네.”
연우는 한입 크게 넣어 매콤한 카레를 먹었다. 입안에 자극적인 소스가 버무려진 돼지 목살과 살아 있는 듯한 채소들이 씹혔다.
그렇게 카레를 전부 먹었을 때, 세르헬이 최상위 종족의 전언을 들 고 왔다. ‘경합’에 나가 최상위 신 격을 얻으라는 요청.
그리고 그 시험이 어떻게 치러지 는지.
연우는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