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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편_ 충인족(蟲人族)(3) (192/207)

제209편_ 충인족(蟲人族)(3)

“뭐? 벌써 32번대 차원까지 도달 했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 30번만 해도 다 소화하지 못할 텐……

“소화할 생각이 없으면 상관없 지.”

렌싱의 말을 해루스가 끊었다.

생각보다 센두스의 공세는 강했 고, 차원 간 경계이자 전장인 므깃 도가 밀렸다. 비록 창세기 신화를 따와 만든 가짜이지만, 이렇게 쉽 게 밀릴 곳은 아니다.

게다가 므깃도를 뚫고 들어왔는 데 32번에 벌써 도달했다고? 32번, 신연우라는 인간이 사는 차원이다. 중위 신력을 가졌다고 해도 차원 위치는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지금 도달한 곳이 바로 32번, 신연우가 있는 곳이라는 것 이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 혹시 32번 차원 신연우라 는 인간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아닐 까?”

“그럴 리 없잖아. 우리 차원 정

보를 어떻게?”

그렇다 해도 그 인간 하나 빠르 게 없애려고 차원 몇 개를 버린다 고? 그럴 수 없다. 그 많은 피해를 안긴 전쟁을 통해 이곳을 점령하려 는 건 이 차원 전체를 삼키기 위해 서다.

“렌싱.”

해루스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렌싱을 바라봤다.

“혹시 이 인간이 ‘므깃도’라는 스 킬을 어떻게 얻은 건지 알고 있 어?”

“…… 스킬 얻는 게 운이고 운명

인 거지. 뭐가 있겠어?”

“지구에 있는 인간들의 유흥. 같 은 인간이 만든 게임이라는 물건에 서 얻은 거야. 그저 므깃도라는 이 름을 가진 작은 아공간이었던 거야. 근데 그게 지금의 므깃도가 됐 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이상하긴. 원래 스킬이라는 건 운명과 성향에 따라 정해지는 거잖 아. 담배피우는 생명체는 많지만, 그걸로 산성 안개와 같은 스킬을 얻는 생명체는 거의 없는 것처럼.”

“그것도 한두 번이지. 므깃도, 지 배자, 중재자, 절대자, 세상의 왕, 왕의 눈, 오롯이 선 존재, 불사…… 이 모든 스킬이?”

렌싱은 그게 뭐가 이상하느냐는 듯 쳐다봤다.

그 인간이 그런 운명을 타고난 거다. 차원은 하나의 거대한 운명 의 소용돌이다. 셀 수도 없는 생명 체 중에서 그 정도 우연이 겹치는 일이 없는 게 더 이상한 일.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른 차원과 소통이 가능한 종족 은‘?”

“최상위. 그리고 므깃도의 전사 들. 그들마저도 상위 차원 종족들 이지.”

“그래, 신연우라는 인간에게 사 자들이 죽는 걸 알면서도 위에서 아무 말이 없잖아. 최상위에서 계 획하고 상위에서 누군가 정보를 빼 돌렸다. 그럴듯하지 않아?”

“…… 그래, 그럴 일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최상위에서 지금 이 상황을 두고 보고 있어?”

“경합이 시작된 게 아니니 지금 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겠지.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선? 아주 좋 다구나 할 것 같은데? 내 예상대로 라면……

위이이이잉!

비상 경고음. 두 번 끊었다 세 번 정도의 길이로 한 번.

이건 차원 전쟁 비상령이었다.

해루스는 씨익 웃었다.

전쟁의 시작이었다.

연우는 단 몇 초의 시간으로 모 든 상처가 아물었다. ‘불사’라는 스 킬 덕분에 죽지 않았고 엘릭서를 들이부어 회복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가장 강한 아르테가 전면에 나서 서 개미를 막았다. 하지만 연우도 어쩌지 못한 개미를 아르테가? 고 대 신의 신살검술을 사용하며 막았 지만 1초에 몇 번의 공방이 오갔 고, 아르테는 양팔이 잘렸다.

다른 곳에서 몰려오는 충인족.

연우도 몇 번의 공방을 거쳐야 죽일 수 있는 놈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아직 쓰리 클래스 마스터에 서 파이브 클래스 마스터인 식구들 이 그걸 막는다고?

이래서 혼자 온 거다.

세상이 느리게 돌아간다.

헤맨이 마법과 공간의 힘으로 충 인족을 막아 보지만, 이미 배가 뚫 리고 척추가 망가졌다. 수이니의 거대화, 후름의 화신, 이자젤의 타 이탄도 마찬가지였다.

단 몇 초도 버틸 수 없었다.

후욱.

연우의 눈이 황금색으로 변했다.

드 드 드

<5三 ?

아직 5단계에 불과하지만, 헤르 메스가 사용하는 왕의 눈보다 밝은 황금빛을 가졌다. 사방을 감싼 황 금빛이 일렁이며 식구들을 감쌌다.

충인족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얼 굴로 빛을 뚫으려 발톱을 비집어 넣었다. 잠깐은 버텼다. 하지만 이 것마저도 저것들을 온전히 막을 순 없었다.

알고 있다. 기대도 하지 않았다

연우는 입을 열었다.

“도와줘.”

명령이 아니었다. 이 세계에 연 결된 모든 세계가 듣도록 외친 거 다. 그 부름에 지저 세계, 천공 세 계, 드래고니아 대륙이 하늘 위에 서 입을 쩍 벌렸다.

‘미안하다.’

식구들도, 이 종속된 세계의 몬 스터들도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 래서 홀로 온 거다. 만약 승리할 수 있다면 좋은 거고, 실패하더라 도 저 충인족을 므깃도와 함께 묻 어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이 친구들 모두 죽는다.

생명의 무게를 저울질할 수 있을 까? 이런 복잡한 건 모른다. 이들 을 죽일 바에는 희생이 있더라도 무조건 이겨야 한다.

쿠아아아아아!

천공 세계로 들어갔던 요르문간 드의 머리가 가장 먼저 나왔다. 뒤 를 이어 리젤의 아버지라는 사신과 그의 부하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앞에 있는 충인족과 전투를 시작했다. 당연히 아군이 약하다. 저들은 가장 약한 것들이 파이브 클래스 마스터부터 시작하니까.

하지만 지지 않았다.

천공 세계라는 곳에서, 지저 세 계와 맞먹을 정도의 지옥 같은 곳 에서 싸우고 또 싸웠다. 영약, 포 션, 좋은 장비가 난무하는 곳에서 죽음의 경계를 딛고 강해진 거다.

거기에 요르문간드가 삼킨 아르 테의 던전과 연우의 신격 상승의 영향으로 이들의 격도 한층 올랐다.

으아아아!

끼아아악!

그들이 한 대 엉켰다.

다음으론 지저 세계.

백호화 화염룡 그리고 엔트족, 오염된 신선, 천인종. 그리고 그 이 하의 종족들과 므깃도의 강한 몬스 터들까지. 연우가 싫을 법도 하건 만, 그들은 연우를 부탁을 들어 줬

아니, 단순히 이 세계를 파괴하 려는 저들이 싫을 수도 있는 거다.

그리고 드래고니아 대륙. 그곳에 선 전쟁 중인 마족, 천족, 용족이. 어느 정도 무력을 지닌 이들은 모 두 나왔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건 용족, 마족, 천족 중에서 ‘악의’라는 힘에 적응하고 이용하는 이들이 생 겼다는 거다.

그들은 다른 이들보다 강했고 그 들과 싸우던 세 종족은 모두 더 강 해졌다.

“고맙다.”

이젠 연우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오롯이 선 존재.”

그리고.

“신들의 므깃도.”

두 스킬을 발동했다.

우응.

연우의 몸에서 하얀 신력이 뿜어 진다. 이 므깃도를, 이 므깃도의 모 든 생명체를 신력에서 벗어나게 하 려는 거다. 그래야만 승기를 잡을 수 있다.

화악!

하얀빛은 점점 넓게 퍼졌다. 그 사이에 연우의 심장을 뚫었던 개미 놈이 달려들었다. 어느새 멀쩡해진 몸의 아르테가 가장 앞에서 막았지 만 뚫렸고 엔트족과 오염된 신선이 몸으로 막았다.

지금 연우에게 접근시키면 안 된 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거다.

하지만 연우도 제대로 막지 못했 던 놈이다. 다른 이들이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끼긱.

연우의 전면 Im 앞이었다. 가까 워질수록 연우의 신력이 점점 강해 진다. 하지만 그걸 조금씩, 아주 천 천히 뚫고 오고 있다.

개미 놈의 발톱이 연우의 미간에 닿았다.

화악!

그 순간, 연우의 오롯이 선 존재 의 힘은 므깃도 전체를 감쌌다. 동 시에 개미는 뒤에서 덮친 아르테의 손에 머리를 붙잡혔다.

“잡았다. 이 새끼.”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아르테 의 욕. 악귀 같은 표정. 연우마저 섬뜩할 정도였다.

화륵.

하긴, 팔을 잘렸고 몇 번이고 죽 을 뻔했다. 당연히 화가 날 만 하…….

“감히 나도 손대 보지 못한 연우 님을 건드려?”

‘크홈.’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개미는 아르테의 손에 재가 됐다.

전세가 바뀌었다.

아군은 강해졌고 적은 약해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승부를 장담 할 순 없었다.

‘내가 나서야 해.’

가장 강한 놈들, 가장 많은 충인 족을 죽여야 한다. 그래야 희생을 덜고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거다.

연우는 위로 날아오르는 순간 기 함할 수밖에 없었다.

“미친.”

끼기긱! 개미 놈. 방금 죽었던 놈들하고 똑같은 놈들이 달려들었 다. 수십, 수백, 수천, 수만 마리. 말도 안 되게 강했던 놈들이 미치 도록 많았다.

연우는 신살검을 꺼내 들고 날았 다.

‘이젠 신력의 벽이 없다.’

이번엔 좀 다를 거다.

끼기기기기긱!

가각! 그극!

베고 자르고 부쉈다. 그러면서 상처는 계속 늘었다. 멈출 수 없었 다. 연우가 멈추는 순간 이 개미들 은 연우의 식구, 몬스터를 죽일 테 니까.

그때, 저 높은 하늘이 쭉 갈라졌 다.

“설마?”

붉은 화염으로 감싼 거대한 드래 곤이었다. 척 봐도 이 충인족보다 강해 보였다. 몇 클래스 마스터나 될까. 나인? 텐? 일레븐? 그 이상 이 있긴 한 걸까?

다행인 건, 그 정도의 강함을 가 진 이가 소수라는 것.

그렇다고 저걸 이길 수 있다는 건 아니다.

‘ 졌다.’

절망했다.

혼자 죽는 건 괜찮다. 하지만 친 구들이 죽는 건 싫다. 나약함 때문 에, 단순히 약하다는 이유로 이런 상황에 내몰리는 것도 싫었다.

왜 그렇게 여유로웠는가.

왜 발버둥 치지 않았는가.

모두 연우의 잘못이었다.

연우는 다시 한 번 절망했다.

그때 였다.

“아...... 빠2”

“응?”

아르테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제야 알 수 있었다. 화염 드래곤 머리 위에 곧게 선 이들. 아르테와 너무나 닮았다.

타오르는 붉은 머리, 그보다 더 청명한 붉은 눈동자.

그들은 헬크리스 대륙의 헬린이 라는 종족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충인족을 죽이기 시작했다. 강인한 턱으로, 뜨거운 불로 적을 찢고 태웠다. 충인족 수 만 마리가 모인 산 하나를 통째로 날려 버렸다.

“아군이다!”

누구에게 나온 지 모를 한마디였 다.

기세가 바뀌었다.

적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승기를 잡았다.’

전쟁은 길었다.

7일을 계속했다. 먹지도, 마시지 도, 쉬지도 못하며 싸웠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아르테의 종족에서 지원이 왔지만, 충인족은 약하지 않았다.

더 무서운 건 그 숫자. 계속 쏟 아져 나왔다. 어디 숨어 있던 건지, 아니면 대기하고 있었는지 끊임없 이 나와 괴롭혔다.

하지만 결국 씨를 말릴 수 있었 다.

셀 수도 없는 사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땅이고 사체인지, 어디 가 바다고 어디가 피와 진액의 강 인지 구분할 수 없는 전장의 중앙 이었다.

연우는 털썩 앉아 호흡을 가다듬 고 있었다. 옆으로 아르테, 이자젤, 수이니, 후름이 다가왔다. 멀리 요 섭, 필리아, 리젤, 헤맨도 보였다.

멀쩡한 구석은 없었지만, 죽은 이는 없었다. 그래도 생각이 없는 건 아닌지, 바벨, 슈슈, 세 댕댕이, 바벨은 두고 온 거다.

“배고프다.”

연우가 가장 처음 뱉은 말이었 다.

“미친놈…… 크윽.”

이자젤이 옆에서 욕하다 배를 움 켜주었다. 엘릭서를 들이붓고도 제 대로 치료되지 않는 부분이다.

“후우. 소주도 한 잔 하고.”

“회도 있어야지.”

“난 위스키다.”

다들 한마디씩 했다.

아르테만 조용히 입을 다물고 멀 리서 걸어오는 헬린이라는 종족 몇 을 보고 있었다.

연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떤 종족인지, 왜 아르테가 납치당해 던전에 있음에도 구하지 않은 건지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일단은 도 와준 거다.

“안녕하세요. 헬린 종족의 세르 헬이라고 합니다.”

2m에 이르는 거구의 근육질. 정 말 조각 같은 얼굴. 중년의 미남이 다. 다른 헬린과 생긴 걸 비교해 보니, 아르테의 아버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지원, 감사합니다.”

연우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하지만 아르테와 시간을 갖는 게 맞지 않을까? 연우는 아르테를 보 내고 뒤로 물렀다.

“정리는 대충하고…… 농장에 가 서 밥이나 먹자.”

일단 허기부터 채우고 상태 창을 한 번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지 금 하기엔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 다.

흐읍.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뜨겁고, 비리고, 탁한 이 전장의 냄새.

많은 걸 느끼게 해 줬다.

연우는 옆에 선 이자젤에게 툭 말했다.

“귀농이라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야.”

“세상에 쉬운 게 어디 있냐?”

“그렇지?”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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