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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편_ 충인족(蟲人族)(2) (191/207)

제208편_ 충인족(蟲人族)(2)

하늘을 뒤덮은 건 거대한 땅덩어 리였다. 아스가르드에서도 이런 걸 본 적이 있다.

하늘 정원이라 불리는 곳이었는 데, 거대한 산 수만 개가 공중에 떠 생태계를 이루는 희한한 곳이었 다. 그곳에 주로 서식하는 몬스터 는 와이번이었다.

말이 와이번이지, 드래곤급 무력 을 지닌 초인류급 몬스터. 물론, 그 곳도 연우가 필요한 ‘하늘 산’을 띄 우는 역할의 ‘핵’인 하이엔드급 마 력석을 얻기 위해 한 번 파괴됐다.

‘수십만 개의 산에서 세 개 나왔 었나.’

물론, 전투 중에 파괴된 마력석 이 대부분이었지만 말이다.

마법을 더한 연우의 시야는 지평 선 끝을 향했다. 태평양 전역에 퍼 지고 아시아 쪽에도 퍼져 있는 걸 보면 지구 전체를 덮은 것 같았다.

연우가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위로 올라가려는 순간.

후욱.

세상이 급격히 느려졌다. 위기의 순간, 연우의 감각이 극대화되는 현상이다.

그러고 나서야 보였다.

하늘 산에서 떨어져 내리는 무언 가가.

쿠웅.

이곳은 아니다. 저 먼 곳. 태평양 중앙. 거대한 버섯구름이 생기며 지반이 뒤집힌다. 그리고 바다의 물이 한순간 대기권까지 치솟는다.

쿠웅.

분명 지구 전체를 울리는 굉음인 데, 이상하게 작게 들린다.

이번엔 반대편이다. 고열로 기화 돼 하늘을 뒤덮은 지반이 보였다. 저곳에 아시아 수십 개의 국가가 포함돼 있을 거다.

그리고 연우의 머리 위.

번쩍.

이상하게 생긴 놈들이다. 몇 놈 은 더듬이가 보였고 몇 놈은 딱딱 한 키틴질 껍질. 몇 놈은 수십 개 의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벌레? 곤충?’

그런 생각을 하는 중 연우에게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달려들었다.

연우는 급하게 손을 들어 막았 다.

‘이렇게 빨라……?’

“크윽?”

콰과과과과!

빠른 것뿐만이 아니었다. 연우가 한순간에 가드가 풀리고 지반 깊숙 한 곳까지 박힐 정도로 강력한 한 방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당할 연우가 아니었다.

급하게 힘을 끌어올려 수십 마리 의 몬스터를 뿌리치고 지반 위로 나왔다.

“세상에……

세상은 지옥이 됐다. 한쪽에 사 지가 절단된 아르테가 보였다. 양 호한 거다. 다른 이들은 이미 죽었 다. 수이니, 이자젤, 후름, 필리아, 슈슈, 요섭, 바벨…… 모두 죽었다. 쇼타는 시체도 남기지 못했다.

연우 혼자 살아남으면 뭐하나. 소중한 이들이 전부 죽어 버렸는 데! 혼자 강한 나인 클래스 마스 터? 아무 소용없다. 손을 뻗어 수 십 개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가슴이 뜨거워지며 머리에 피가 뭉쳤다. 눈이 붉게 충혈되고 코에 서 피가 터졌다. 다친 게 아니라 분노한 거다.

푸욱.

뒤에서 무언가 머리를 꿰뚫었다.

이 감각을 속였다고? 분노에 이 성을 잃어서? 아니다. 강했다. 연우 가 그 높은 경지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쿨럭.

이게 뭐지?

이렇게 끝나는 건가?

세상이 검게 변했다.

“푸하!”

피를 토했다. 손가락 사이로 시 뻘건 피가 흘렀다.

“괜찮으십니까? 호르드란 족장 님.”

“…… 당장 이자젤에게 연락 넣 어. 아니, 내가 직접 나가야겠다.”

호르드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까지 연우의 시점에서 생생 하게 예지를 한 건 처음이었다. 게 다가 이 정도의 적. 그리고 이 정 도의 반발력?

핑.

머리가 돈다. 예지 하나 했다고 속이 뒤틀리고 마력이 전부 소모돼 탈진 상태가 된 거다. 하지만 이대 로 있을 순 없었다.

이건 먼 미래가 아니다.

지금 당장이다.

“흠. 대왕 오징어랑 참다랑어니 까…… 편백나무로 하지. 1,000년 된 편백나무 있지?”

“네, 요정의 가호까지 받은 거 있습니다. 이따 챙겨 가겠습니다.”

“그래, 수고하고.”

연우는 공간의 틈으로 돌아가는 헤맨을 바라보다 식당으로 발걸음 을 옮겼다. 그때, 므깃도의 입구가 열렸다.

“센느, 아니 연우.”

“호르드란 님?”

안색이 좋지 않았다. 급한 일이 라는 걸 깨닫고 연우는 호르드란을 부축했다.

“난 괜찮아. 당장 준비를 해야 해.”

“준비요?”

“그래, 지구의 멸망을 막을 준비. 시간이 얼마 없어.”

“알겠습니다.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빠르게!”

이런 일에 머뭇거릴 이유는 없 다. 호르드란이 힘들겠지만, 그런 걸 배려할 여유도 없었다. 조금 더 힘든 게 죽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까.

연우는 마력을 퍼뜨려 모든 식구 를 불렀다.

호르드란은 식구가 모이자 이야 기를 시작했다. 빠르고 간결하게.

준비는 어설펐다.

당연하게도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했고 적의 정보도 한정적이었 다. 하지만 연우는 웃음이 나왔다.

“잘 있어. 어떻게든 살아남아 돌 아을 테니까.”

“안 돼. 그건 절대 안 돼.”

이자젤의 이런 얼굴은 처음 본 다. 붉어진 코와 눈. 당장이라도 울 음이 터져 버릴 것 같은 눈동자. 제어하지 못하는 얼굴 근육.

“그건 우리도 반대야. 싸울 땐 같이 싸우는 거지.”

“맞아. 어디서 우릴 빼놓으려 고?”

이런 친구들이 좋다.

하지만 이미 결정했다.

“이번 싸움은 나 혼자 한다. 지 구의 싸움을 므깃도로 끌고 들어가 는 것. 그게 이 승부의 핵심이야.”

천공 세계를 만들었을 때, 외부 의 쓰리 클래스 마스터 이상의 강 자를 천공 세계 입구로 불러들인 ‘개미지옥’과 같은 결계를 지구 전 체에 쳤다.

호르드란의 예지에서 연우는 결 국 죽었다. 하지만 식구들은 단 몇 초의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몰살당 했다.

그나마 승기가 있는 사람은 연우 뿐이라는 거다.

우우우웅.

시작됐다. 하늘에서 거대한 땅덩 어리가 내려온다. 이미 대기권엔 이자젤과 헤맨이 뿌려 설치한 하이 엔드급 마력석이 빛나고 있었다.

일정 거리로 접어들었을 때, 땅 덩어리는 사라졌다. 아니, 므깃도로 들어간 것이다.

“무슨 말을 해도 같이 들어갈 거 야. 네 옆에서 싸우겠어.”

이자젤이 단단한 얼굴로 연우 옆 에 섰다. 수이니, 후름, 필리아, 헤 맨, 요섭, 슈슈까지 연우 옆으로 와 서 섰다. 연우는 말을 이을 수 없 었다.

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돕겠다 고? 이건 비이성적이고 불필요한 감정의 요동일 뿐이다. 연우는 그 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알았어.”

연우의 한마디였다. 식구들은 진 심으로 웃었고 잠시나마 방심했다.

후욱.

연우의 신력이 주변을 잠식했다.

털썩.

연우를 제외한 전부가 그 자리에 쓰러졌다.

“미안하다.”

어쩔 수 없다. 이게 맞는 거고 현명한 거다.

연우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지 막 한 덩이의 땅이 사라지는 걸 보 고 므깃도로 진입했다.

화악.

들어가자마자 느껴진 건 뜨거운 열기였다. 호르드란이 예지에서 봤 던 하늘을 뒤덮은 고열에 기화된 지반. 아니, 맨틀 자체가 므깃도를 덮고 있었다.

지옥도다. 지구를 대신해 므깃도 를 희생시켰다. 요르문간드를 포함 해 모든 생명체를 지저, 천공, 드래 고니안, 각종 던전에 대피시켰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한 만큼 저 벌 레 같은 놈들에게 살해당하는 몬스 터도 많았다.

연우는 신살검을 들어 올렸다.

동시에 수백, 수천의 개체가 연 우를 급하게 바라봤다. 딱딱한 껍 질로 덮인 표정 없는 놈들이었다. 사람처럼 생긴 벌레 몬스터?

그들은 충인족(蟲人族)이다.

후욱.

연우의 호홉 한 번에 수십 마리 가 동강 나며 타 버렸다.

다시 한 번.

조금 더 강한 놈인지 이번엔 연 우의 신살검을 막아섰다. 하지만 신력을 담아 깊게 누르자 잘렸다. 하지만 이 벌레 같은 충인족 놈들 은 머리가 잘려도 한동안 살아남았 다.

벴다. 부시고 태우고 또 벴다.

연우의 몸은 멀쩡하지 못했다. 므깃도는 하나의 감옥이 됐고 연우 혼자만의 전장이 됐다. 산과 바다 가 불타고 바닥이 몇 겹이나 사라 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곳은 므깃도.

원래의 설정에 따라 계속 생성되 고 복구된다. 신들의 므깃도로 변 하면서 더욱 단단해지고 재생이 빠 른 것 같았다.

스적.

눈앞에 사마귀 같은 충인족 한 마리가 머리부터 세로로 갈렸다. 하지만 그 틈에 긴 발톱을 연우의 어깨에 꽂았다.

크윽.

연우는 신음이 터져 나오는 걸 막고 아공간에 저장된 최상급 힐링 포션을 입으로 워프했다.

뚫렸던 어깨가 돌아왔다. 뼈가 붙고 살이 돋아나며 체력이 보충됐 다. 동시에 마력 포션과 엘릭서를 한입 마셔 줬다.

단 한순간도 쉴 틈 없이 진행되 는 전장에선 틈이 날 때마다 마셔 줘야 한다.

신력의 파동으로 충인족을 밀어 내며 거리를 확보한 순간, 아공간 에서 수십 개의 ‘최상급 대량 학살 마력탄’을 뿌렸다.

쿠아아아앙!

마법이나 본신의 힘이 아닌 아이 템의 힘으로 버텨 본 게 얼마 만인 가. 뒤에서 다가오는 적은 감각을 가진 보이지 않는 손으로, 연우와 비슷한 강자는 정면에서 신살검으 로 상대했다.

쿨럭.

다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솟은 가시에 가슴을 찔렸다. 이마저도 오롯이 선 존재라는 스킬이 아니었 으면 진즉에 죽었을 거다.

연우는 신력의 높낮이에 구애받 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신력 위에 선다.

후욱.

다시 한 번 신력이 퍼져 나간다.

강한 신력은 약한 신력을 무시한 다.

바사사삭.

수백 마리가 재가 돼 사라진다.

휙! 무언가 날카로운 게 연우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본능적으 로 피하면서 깨달았다. 아, 이놈이 호르드란이 말했던 그놈이구나.

마지막에 연우의 머리를 꿰뚫었 던 그놈이구나!

연우는 피가 돌았다.

“죽어라!”

콰아아아앙!

연우의 검과 그놈의 발톱이 부딪 혔을 뿐이다.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연우가 서 있던 자리가 파였고, 연우를 공격하려던 충인족 수십 마 리가 곤죽이 돼 죽었다.

온통 검은색이다. 길쭉한 몸과 작은 얼굴. 붕대처럼 감긴 살가죽. 엔트족과 닮았다. 하지만 조금은 귀엽게 생긴 엔트족과는 다르게 피 도 눈물도 없게 생겼다.

“개미군.”

아무래도 충인족으로 이름 붙인 게 적절했다고 생각했다.

적이 달려들었다.

눈 하나 깜빡하지 못할 시간이 다. 터무니없이 빠른 속도 때문에 워프를 사용한 건가 했다. 하지만 지나온 길에 소닉 붐이 여러 개 생 기는 걸 보고 알 수 있었다.

‘ 빠르다!’

길쭉한 몸이 쭉 늘어나며 연우를 공격했다. 빠르고, 날카롭고, 단단 하고, 무겁다. 육체에 특화됐지만, 수십 개의 스킬을 가진 연우도 상 대하기 힘들 만큼.

‘나인 클래스 마스터? 아니, 더 된다.’

텐 클래스 마스터 정도는 될 거 다. 그래야 ‘신들의 므깃도’를 가지 면서 14% 정도 강해진 연우를 밀 어붙일 수 있을 테니까.

콰아아앙!

신살검으로 발톱을 쳐 내고 보이 지 않는 손으로 다리를 붙잡아 던 졌다. 날아가는 방향에 먼저 도착 해 왕의 눈을 발동하며 신살검을 휘둘렀다.

젠장 할. 허리가 뚫렸다.

사방에 매복해 있던 거미류 충인 족이었다. 저 개미 놈과 전투의 파 동으로 주변엔 아무것도 남아나지 않으니 다른 놈들을 생각하지 못한 거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연우가 이 런 매복에?

그런 생각으로 거미를 쳐다본 연 우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 앞 에 있는 개미에게 떨어지지 않을 무력을 지닌 놈이었다. 그런 놈이 같이 덤비지 않고 매복을?

사방에 이런 놈들이 얼마나 있을 까.

‘ 졌다.’

집중력을 잃은 연우는 왕의 눈이 꺼졌고 그 틈으로 개미의 섬뜩한 발톱은 연우의 심장으로 꽂아 넣었 다.

푸욱.

‘불사’라는 스킬이 있으니 심장 정도가 뚫린다고 죽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저놈들이 이대로 놔둘까? 계속 죽이고 찢고 태울 거다.

“이 미친놈아!”

“빌어먹을 새끼. 끝까지 버텨라. 우리도 버틴다.”

“연우야! 치사하게 혼자 가냐!”

“꺄악! 연우 님!”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식 구들이 었다.

하지만 어떻게? 연우가 헤맨조차 들어오지 못하게 틀어막았는데?

‘아, 아르테였구나.’

연우의 허락 없이 연우의 모든 공간을 오갈 수 있는 한 명. 영혼 이 연결된 아르테였다.

미련한 놈들.

하지만 고마웠다.

‘그래, 5초만 버텨라. 그럼 내가 살아나서……!’

푹! 푸욱!

5초, 그건 연우의 욕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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