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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편_ 충인족(蟲人族)(1) (190/207)

제207편_ 충인족(蟲人族)(1)

농장에서 한창 공중 어장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전 세계에 뿌려진 ‘번개나락 시]’는 해리를 잡아먹고 허공에 뿌려진 포자까지 태워 버렸 다.

비록 사망자는 수백만에 이를 정 도로 많았지만, 해리의 전염력을 생각하면 하늘이 도왔다고 할 정도 의 적은 피해였다.

까아악.

번개나락 새가 거하게 포식하고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배설했다.

투욱.

검은 물감에 황금색 물감을 넣어 몇 번 저어 주면 이런 모양이 나올 까. 묘하게 아름다운 매력을 뽐내 는 광석이었다.

그곳에서 해리가 가지고 있던 신 력과 마력이 땅에 스며들었고, 지 구는 다시 한 번 ‘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건 지구에 사는 사용 자, 몬스터, 갖가지 영물도 마찬가 지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격’에 맞는 위기 또한 다가오고 있었다.

연우의 잠재력은 663이 됐다. 661이었는데 꾸준히 모은 타르로 구매한 비약을 먹고 하나를 올렸고, 이번 하늘 어장 완성으로 한 개가 더 올랐다.

연우는 펍의 루프탑에 올라 하늘 을 바라봤다.

예전 아스가르드에 지었던 농장 에서나 보던 광경이다. 농장을 감 싼 마법진이 은은하게 빛난다. 그 경계의 끝, 거대한 고래가 나타난 다.

밤하늘의 별과 달을 배경으로 등 장한 고래는 그 위용에 연우조차 탄성을 지를 정도였다. 뒤로 수많 은 물고기 떼와 거북이들이 따라왔 다. 농장 바로 위를 지나더니 반대 쪽 마법진의 끝을 통해 사라졌다.

드넓은 ‘공중 어장’에서 서식지를 찾기 위해 이동하는 중이었다.

연우는 안락의자에서 일어났다.

이번엔 농장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이곳도 밤이 돼야 아름답다. 다시 싹을 피우는 게헨나르. 각 울 타리 구역에서 은은한 빛을 뿌리는 반도 나무. 산에 스탬프와 강의 마 릴이 봄을 준비하는 모양인지 초록 빛과 파란빛을 뿌렸다.

연우는 엉덩이를 털며 아래로 내 려갔다. 펍엔 이미 식구들이 모여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연우 님!”

가장 먼저 달려와 안긴 건 슈슈 였고 뒤이어 엘프 친구들과 요섭, 바벨, 필리아, 쇼타가 인사했다. 그 리고 늦게야 온 헤맨와 아르테가 연우에게 인사를 했다.

“요즘 농사는 어때?”

“괜찮습니다. 날씨가 조금만 더 좋아지면 저 아래에 밭?을 가꿔 보 려고요.”

“좋지. 아르테는 할 만하고?”

“네! 너무 좋아요!”

아주 행복한 표정이었다. 하긴, 이곳에 와서 맛있는 음식을 원 없 이 먹고, 화염의 세계에선 볼 수 없었던 자연을 만끽하고 있으니까.

연우는 자리를 잡고 앉아서 통짜 돌돔구이에 젓가락을 뻗었다. 통통 한 돌돔이 촉촉하게 익어 먹음직스 러운 자태를 뽐냈다. 이런 건 흐트 러뜨리라고 있는 거다.

힘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와사사 하고 무너져 내렸다.

“크으. 이 맛에 젓가락질한다.”

이때 바로 입에 넣어야 한다. 그 리고 한 번 더 먹을 땐 와사비를 올려 간장을 살짝 찍는다. 곧바로 소주 한 잔.

“크으. 좋다.”

역시 생선 기름엔 간장과 와사비 고, 와사비엔 소주다.

뒤이어 옆으로 보이는 건, 돌돔 조림이었다. 빨간 양념에 큼지막하 게 썰린 무와 대파가 보였고 돌돔 은 머리와 꼬리만 보였다.

이건 숟가락이다.

대파와 양념을 담으며 고기의 옆 구리 살을 한껏 퍼낸다. 그렇게 한 입 넣고 무까지 한 번 더 넣으면 완벽하다. 매콤하면서 달달한, 깊고 얼큰한 느낌은 조림의 매력이다.

역시 이곳에도 소주는 빠질 수 없다.

“좋다.”

요즘 수이니는 거대화와 고대 신 의 신살검술에 열중이었고, 아르테

는 헤맨에게 농작물 심는 걸 배우 고 남는 시간엔 수이니에게 검술을 배웠다.

후름은 요즘 그림 연습에 한창이 었는데 솜씨가 느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이자젤, 요즘 타이탄은 어때?”

“괜찮지. 네가 키메라…… 소.녀. 부.대! 만드는 것처럼 꽃미남 부대 를 만들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셔!”

“그, 그래……

이자젤의 가시가 돋은 말에 고개 를 돌렸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꽃 미남은커녕 어떻게 하면 흉측하고 무시무시한 타이탄을 만들까 고민 하는 게 이자젤이다.

‘생각보다 좋았지.’

소녀 부대는 반쯤 장난으로 시작 한 거였다. 키메라를 만들다 보니 일반 몬스터와 다를 바 없는 모습 이 나와 특별한 걸 찾다 보니 그렇 게 된 것.

그런데 생긴 것만 특별한 게 아 니라 잠재 능력과 가진 힘도 어마 어마했다. 벌써 쓰리 클래스 마스 터를 모두 이뤘고 몇몇은 파이브 클래스를 눈앞에 둔 실정이다.

‘근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뭔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재앙이 몰려올 것만 같은 기 분이었다.

“자, 한 잔 하자.”

연우는 고개를 털어 버리고 잔을 들었다.

번쩍.

끝없는 하늘이 하얗게 떴다 죽었 다.

신들의 전장이라 불리는 드넓은 평야. 아무것도 없는 이 공간엔 신 격을 지닌 존재들의 전투가 한창이 었다. 일개 나라는 물론 몇 개의 산 정도는 가볍게 소멸시키는 이들 의 전쟁이다. 평야는 한 톨의 손상 도 없었다.

피잉.

작은 화살. 하나의 태풍이 돼 날 아갔다. 수십 개의 운석이 떨어지 고 수백 개의 강기가 하늘을 쪼개 며 서로를 죽이고 또 죽여도 전장 은 멀쩡했다.

이곳이 신들의 전장이라 불리는 이유였다.

“헤지스 장군님. 군단의 절반이 희생됐습니다. 이대로는 방어선 이……

“빌어먹을!”

헤지스 장군이라 불린 이는 솟아 오르는 시뻘건 머리칼과 그보다 맑 은 붉은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이대론 안 된다. 이길 수 없었다.

적의 공세는 너무나 강했고 아군 은 약세였다.

최상위 차원 세 종족이 후방에서 몸을 사리는 동안 상위 차원 전투 종족이 희생당한다. 반면 적 차원 은 최상위, 상위 구분 없이 전면에 나서서 싸운다.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헤지스는 그걸 알면서도 이곳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이곳이 뚫리면 하위 30개 차원 은 모조리 먹힌다.’

그렇게 되면 시간을 끄는 것도 하지 못하고 파멸을 맞이한다. 적 차원인 ‘센두스’는 아귀처럼 끊임없 이 집어삼킬 게 분명했다. 그게 적 의 마지막 생명줄이라도 말이다.

“가라. 가서 불태워라! 우릴 얕보 는 센두스에게 지옥의 화염을 내려 라!”

헤지스의 외침에 하늘에서 시뻘 건 불의 해일이 내려왔다. 수십만 에 이르는 센두스의 전투 종족을 밀어붙인다. 하지만 중간에 낀 최 상위 종족이 가볍게 손을 젓는 것 만으로 무력화된다.

쿠아아아아!

적의 최상위 종족이 공격을 해 온다.

하지만 아군에도 최상위 신격을 부여받은 상위 종족이 있었다. 아 주 소수의 최상위 종족이 전쟁에 참여했다.

번쩍!

다시 하얀빛이 전장을 뒤덮는다.

아군의 방어였다. 하지만 피해는 없지 않았다. 적보다 아군의 신격 자체가 열세였기 때문이다.

헤지스는 하늘을 바라봤다.

욕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별과 달이 빛을 뽐내고 있다. 땅엔 피와 육체가 흩뿌려져 한편의 지옥도를 펼치고 있는데 말이다.

쿠우웅.

적은 끊임없이 공격한다.

어떻게든 이 첫 번째 방어선이 자, ‘최초 신’들의 전장. 므깃도의 파편을 밀어 버리기 위해서였다.

“장군님! 더는 버틸 수 없습니 다!”

헤지스도 안다. 아군의 최정예 공격대, 헬린 종족으로 이뤄진 불 의 기사단도 절반 이상이 희생됐다. 이대로라면 반격할 병력도 남지 않 을 게 분명했다.

“…… 후퇴다.”

“알겠습니다! 전군 후퇴! 차원 게이트를 열고 후퇴하라!”

후방에서부터였다. 적의 공격에 반격하지도 않고 빠르게 후퇴하기 시작했다. 최상위 신격을 지닌 몇 몇 영웅 후보들이 적을 제지할 때, 아군은 수십만의 피해를 입으며 겨 우 후퇴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센두스의 병력은 최초의 신들의 전장. 므깃도의 파편을 점령했고 첫 번째 방어선이었던 1번부터 30 번까지의 차원을 모조리 집어삼켜 버렸다.

하지만 센두스는 진군을 멈추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농장을 순찰하고 있던 연우는 섬 뜩한 살기에 솜털이 쭈뼛 서는 기 분이었다.

“무슨 일이야?”

옆에 있던 이자젤이 물었다. 연 우는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알 것도 같은데 전혀 짐작이 가질 않는다.

“모르겠어. 이 기분은……

“기분은?”

“…… 점심시간이 10분이나 지났 어!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섬뜩하 더라고!”

“이런! 심각한데? 라고 할 줄 알 았냐!”

이자젤이 연우를 쏘아봤다.

“장난이고. 진짜 이상했어. 그슨 대 알지?”

“응. 그 검고 거대한 이상한 놈?”

“…… 마, 맞아. 그 이상한 요괴 같은 놈이 뒤통수를 노려보는 모습 이랄까? 은신, 암살, 기습 세 개를 모조리 마스터한 놈처럼.”

“그게 뭐야. 그럼 족치면 되는 거 아니야?”

“그게…… 맞나?”

웬일로 이자젤이 맞는 소릴 한 다.

걱정할 건 없다. 호르드란도 있 었고 지금의 연우는 그 어느 때보 다 강한 상태다.

게다가 이번에 해리라고 명명된 균류 생명체도 수집해서 작은 던전 을 만들었다. 마음 같아선 세계급 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연구가 덜 끝나서 쉽게 키우기 힘들었다.

“해리는 어때. 알아봤어?”

“해리, 그거 물건이더라.”

분명 균류였는데 식물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생명체로 진화했다. 감염력은 둘째치고 클래스 힘에 상 관없이 기생해 죽인 다음에 조종한 다.

그리고 그 힘을 그대로 흡수해 더 강한 생명체로 태어나는 거다.

“이거 잘만 하면 괜찮은 거 나오 겠어. 일단 소형 던전에서 상급 던 전 정도로 옮겨서 생태계를 구성해 보게.”

“레인한테 더 사야 하나?”

“세계급으로 하나 사 주면 좋 고.”

세계급 던전은 못해도 100억 타 르는 한다. 비싸긴 하지만 못 살 정도도 아니다. 요즘 요섭의 던전 제작이 불붙어서 들어오는 타르가 어마어마했다.

공중 어장도 잘 완성됐다.

펜션 위쪽 공중 수영장에서 쇼타 와 필리아가 내려오는 게 보인다. 공중 어장에서 먹을 만한 식재료를 가져오는 중이었다.

필리아는 마법 그물로 참다랑어 한 마리를 잡아왔고 쇼타는 성인 허벅지만 한 대왕 오징어를 가져왔 다.

“쇼타! 혹시 명란 있어요?”

“네! 대왕 오징어 명란 무침 하 나 할까요?”

“좋죠!”

역시 척하면 척이다.

대왕 오징어를 얇게 썰어서 명란 하고 무쳐 주면 아무것도 안 넣어 도 맛이 좋다. 거기에 감칠맛을 더 하기 위해 파를 채 썰어 넣고 후추 와 생각을 살짝만 해 주면 더 좋 고.

“크으. 대왕 오징어회도 좋지.”

“맞아. 쫀득하고 찰진 느낌이랄 까. 참다랑어를 먼저 먹고 대왕 오 징어를 먹으면 딱이겠는데?”

“이럴 땐, 사케를 먹어야 하나.”

연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헤맨을 불렀다.

“헤맨?”

“네, 주인님.”

헤맨이 허공에서 고개를 내밀었 다.

“사케 잔 있나?”

“어떤 거요? 편백나무도 있고 삼 나무 잔도 있죠. 아, 하늘 수룡을 잡아 만들었던 용아 잔도 있고요.”

“흠. 대왕 오징어랑 참다랑어니 까…… 편백나무로 하지. 1,000년 된 편백나무 있지?”

“네, 요정의 가호까지 받은 거 있습니다. 이따 챙겨 가겠습니다.”

“그래, 수고하고.”

몇 시에 먹는지 묻지도 않았다. 점점 식구가 많아지면서 밥이 되면 부르는 게 아니라, 정확한 시간에 모여서 먹기로 했기 때문이다.

“ 편백나무라.”

사케를 좋아하지 않아서 사케 잔 도 잘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대왕 오징어에 명란이라면 또 다르다. 특히 맑고 깔끔한 편백나무의 향은 쫀득하면서 짭조름한 대왕 오징어 와 최고의 궁합을 가진다.

식사 시간이 남았지만, 연우의 발걸음은 이미 식당으로 향하고 있 었다. 이자젤은 연우를 졸졸 쫓아 왔다.

그때 였다.

아무것도 없던 평화로운 하늘에 서 무언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주 조용하고 천천히. 그리고 거 대한 그림자와 함께 말이다.

“후…… 귀농 좀 제대로 해 보려 는데, 자꾸 방해하고 지랄이야 지 랄은?”

진짜 화가 났다. 요즘 들어 더 빈번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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