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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편_ 천적(2) (189/207)

제206편_ 천적(2)

밖은 시끄러웠지만, 농장은 평화 로웠다.

사실, 잘 알지 못한다는 게 맞았 다. 연우가 설치한 결계를 뚫고 날 아 들어오는 포자는 거의 없었다. 몇 마리가 감염돼 농장을 한바탕 뒤집으려 했지만, 댕댕이와 검둥이 가 달려가 확 물어 버렸다.

그렇다고 마왕이 감염될 리도 없 으니 연우가 모를 수밖에.

그리고 농장 식당 앞.

“자, 가서 공격해! 두려움을 이겨 야 해!”

“으으. 아, 안 되겠어요. 너무, 너 무 무서워요!”

이자젤이 채찍을 들고 서 있었 다. 그녀의 손엔 다리가 세 개인 개 삼족구의 목을 묶은 줄이 감겨 있었다.

“자, 죽여! 복수하고 천적을 이겨 내야 해!”

“으얏!”

“크르르릉!”

“으아아아! 살려 주세요!”

슈슈의 천적이자 어머니의 원수 인 오염된 삼족구. 지금은 이상한 기생 생명체에 오염돼 이지를 잃은 상태였다. 그리고 이자젤의 손에 잡혀 슈슈와 대치하고 있었다.

슈슈는 그런 삼족구에게 달려들 었다가 살기가 담긴 으르렁에 아이 델의 뒤로 숨어 버렸다.

그 모습을 보던 연우가 중얼거렸 다.

“꼭 저렇게 해야 하나.”

“당연하지! 우리가 없을 때 이놈 을 만나면 그냥 당할 거야? 당연히

씹어 먹고 이겨 내야 해!”

연우의 말을 들은 이자젤이 소리 쳤다.

강하게 키우는 건 좋다. 슈슈가 두려움에 떠는 걸 보기 싫을 뿐. 하지만 그러면서도 말리지 못하는 건 이자젤의 말에 동의하기 때문이 다.

농장에 저런 놈?이 들어와 있을 줄은 몰랐다.

삼족구. 영물이면서 선술이 마스 터급에 다다른 놈이었다. 무력 수 준으로 보면 원 클래스 마스터에 마기 관련 스킬이 8단계였는데, 농 장 안에서 슈슈를 잡기 위해 몇 개 월이나 숨어 있었던 거다.

그런 점만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 영물인가.”

연우나 세 엘프가 딱히 위기감을 느끼지 않은 것도……. 하긴 여기 서 투 클래스 마스터도 되지 못한 존재를 굳이 느끼려고 할 만한 존 재는 없다.

슈슈의 천적이니 슈슈에게 들키 는 것도 웃기고 말이다.

그런데 어쩌다 이성을 잃은 건지 모습을 드러내 공격하다가 이자젤 의 손에 걸려 버렸다.

“불쌍하네, 불쌍해.”

하필이면 이자젤이라니. 차라리 연우나 아이델의 손에 걸렸으면 고 통 없이 죽었을 텐데 말이다.

“역시 이자젤이 자식 교육은 잘 하겠어.”

“맞지. 난 저렇게까지 못하겠는 데, 이자젤은 잘해.”

옆으로 다가온 후름과 수이니의 대화였다. 연우는 지금 듣는 게 정 상적인 건가, 아니면 이게 이상하 다고 생각하는 연우 본인이 이상한 건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저게 잘하는 거라고?”

연우가 물었다.

“그렇잖아. 나 같으면 삼미 호…… 그러니까 슈슈의 원수인 걸 알았으면 화를 못 참고 죽여 버렸 을걸? 아니면 산 채로 가죽을 벗겨 서 몸은 소금에 절이고 가죽은 발 싸개로 만들었을 거야.”

소름 끼치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하긴, 난 녹여 죽여 버렸을걸? 정신 잃지 않게 하는 마법을 걸어 서 다리부터 하나씩 녹이는 거지. 그럼 최대 한 시간 정도는 살아 있 더라고.”

“이 무서운 놈들.”

연우는 치를 떨었다. 역시 이 엘 프들과는 친구가 된 게 행운이었다.

슬슬 슈슈가 삼족구에게 적응하 는 게 보인다. 슈슈의 두려움은 단 순히 무력 차이에서 나오는 게 아 니다. 역사적으로, 본능적으로 유전 자에 새겨진 천적에 대한 생존 본 능이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어머니의 죽음을 눈앞에 서 겪은 트라우마까지 있다.

‘저걸 이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으얏!”

슈슈가 달려들었다. 무력으로는 지지 않는다. 게다가 삼족구는 이 자젤이 목줄을 쥐고 있지 않은가.

선술과 선술의 싸움이었다.

슈슈가 선술을 사용하는 건 당연 하다. 하지만 이성을 잃어 침만 질 질 흘리는 삼족구가 본능적으로 선 술을 사용하는 건 신기했다.

타다닥!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수십 개 의 선술이 붙는다. 선술은 방향이 다른 마법이지만 대부분 무(無) 속 성이다. 칼날과 결계가 부딪히고 거대한 이빨에 수십 개의 창이 반 격한다.

공간을 뚫는 화살을 시간으로 막 는다.

가히 선술 마스터의 전투였다.

“점점 익숙해지는데?”

슈슈의 눈에서 두려움이 사라지 고 희망이 생겼다. 그리고 적인 오 크를 보듯 눈빛이 말라 갔고 점점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때, 이자젤이 손에 쥔 목줄을 놨다.

크허어엉!

“꺄악!”

삼족구가 빠르게 달려들었다. 슈 슈는 놀랐지만 물러서진 않았다. 선술로 반격에 튕겨 버렸고 바닥에 서 솟은 줄기로 몸을 묶었다.

삼족구가 선술로 벗어나려 했지 만, 슈슈가 불러낸 거대한 검이 하 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쿠아아아앙!

“흐잇??????

슈슈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긴장 이 풀리면서 다리에 힘이 풀린 것 이었다.

“잘했어!”

연우가 슈슈에게 달려가 꽉 껴안 았다. 마치 걸음마에 성공한 딸을 보는 기분이랄까. 눈에 보이는 경 지가 오른 건 아니지만, 한층 성장 한 게 느껴졌다.

“연우 니임! 무서웠어요! 으아아 앙!”

연우는 그런 슈슈를 꽉 안아 들 고 위아래로 움직였다. 아기를 달 래듯 말이다.

“으하하핫! 잘했어!”

이자젤도 만족스러운 듯 크게 웃 었다.

그런데 아이델이 조용히 삼족구 의 사체를 바라봤다. 그러다 급하 게 결계를 펼쳤다.

“왜 그래?”

“이상합니다. 마력과 신력을 머 금은…… 씨앗? 포자? 이상한 게 사체에서 날아갑니다.”

연우는 반투명한 결계에 가둬진 삼족구의 사체 위로 뿌옇게 피어오 르는 연기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아주 씨앗들. 결계에 부딪혀 나 가지 못하다 사체 바로 옆 풀에 달 라붙는다. 그러곤 하얀 줄기를 뿜 으며 결계 안의 모든 생명체를 삼 키기 시작한다.

“징그러운데?”

“…… 살아 있어?”

한참을 들여다보고서야 이상한 몬스터의 한 종류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삼족구가 이성을 잃은 이유. 농장 곳곳에 보였던 괴기한 몬스터 가 이 씨앗 때문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연우는 먼 하늘을 바라봤다.

그러곤 미간을 찌푸렸다.

“준비해야겠다.”

이번엔 더 힘든 전투가 될 것 같 았다. 차라리 마왕이나 천족이 떼 로 몰려오는 게 마음 편할 텐데. 이렇게 작고 전염성이 있는 놈들은 상대하기 까다롭다.

“ 헤맨?”

“네, 주인님.”

헤맨이 허공에서 고개를 내밀었 다. 요즘 농사짓는 것 때문에 바쁜 모양인지 얼굴에 흙먼지가 잔뜩 올 려져 있었다.

“그거 있지? 나락 까마귀.”

“나락 까마귀요? 있죠. 요즘 번 식하고 있어요. 농장이 커져서 많 이 필요하거든요.”

“그거 좀 가져오겠어? 번개 새랑 교배해서 기생충 잡는 것으로 만들 어야겠어.”

“음, 기생충이라…… 그러면 되 긴 하겠네요. 그럼 잠시만요.”

나락 까마귀라는 건, 손바닥만 한 검은 새를 말한다. 보통 8단계 몬스터이긴 한데 먹이인 벌레과 몬 스터는 원 클래스 마스터까지 이겨 먹는 무지막지한 놈이다.

게다가 자신보다 덩치가 큰 벌레 들도 끊임없이 먹어 소화하는 기이 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기생충도 벌레과로 들어가서 나락 까마귀가 천적이 되는데, 번개 새를 합하면 꽤 그럴듯한 기생충 사냥꾼이 될 거다.

“천적 관계를 이기는 종은…… 거의 없지.”

가끔 슈슈처럼 이기는 경우가 있 긴 하다. 하지만 거의 없는 게 정 상이다.

연우는 하늘을 바라봤다.

어서 문제를 해결하고 공중 어장 을 만들어야겠다. 역시 농장의 메 인은 어장이고, 어장의 끝은 공중 어장이다. 지금까지 사람들 시선이 걱정돼 지하에 만들었다.

“이젠 눈치 볼 필요는 없겠지.”

연우는 헤맨이 가져온 나락 까마 귀를 데리고 번개 새가 있는 곳으 로 이동했다.

일단 이게 먼저다.

꾸륵.

여섯 갈래로 갈라진 입에서 끓는 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주변에 숨 어 있던 ‘해리’라 명명된 균류 생명 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원 클래스 마스터급의 힘을 가진 놈들이다. 물론, 현재의 사용자 수준을 봐선 원 클래스 마 스터급 정도는 큰 적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위험은, 그들이 지닌 전염력. 사람의 뇌에 뿌리를 박고 다른 인간을 먹게 조종하는 거다. 그때 이미 뇌는 파괴돼 죽는 다. 원 클래스 마스터? 투? 웬만한 강자는 포자가 뇌 속으로 들어온 줄도 모르고 감염돼 죽는다.

그게 가장 큰 위험이다.

쓰리 클래스 마스터 정도는 돼야 포자의 희미한 존재감에서 위기감 을 느끼고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거다.

파다다다닥!

몇 마리가 날개를 달고 날아간 다. 그리고 뒤이어 굵은 허벅지를 지닌 개체가 건물 사이를 밟고 뛰 어오른다.

꾸르르륵!

왜 다 이곳으로 모인지는 모른 다. 식욕의 본능이 이끌었고 거부 할 수 없는 향기가 풍겼기 때문이 다.

열 마리 정도의 해리가 수십, 수 백 마리로 늘었을 때 그리고 그들 이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였다.

“B구역 해리 유인 성공! 결계 가 동!”

우우웅.

푸확!

해리가 모인 광장엔 수십 명의 사용자가 방독면을 쓴 채로 대기하 고 있었다. 동시에 광장을 중심으 로 마력이 퍼져 나가며 수십 개의 마법진이 가동됐다.

하늘에 반투명한 결계가 그들을 가뒀다.

꾸르륵!

급격하게 혼란을 겪은 해리는 곧 안정을 되찾고 최적의 목표를 찾는 다. 그건 바로 앞에 사용자들. 방독 면을 쓰고 있지만, 한 번이라도 물 면 혈관을 통해 포자를 넣을 수 있 다.

위이이이잉!

꾸르르륵!

지금까지와는 다른 날갯짓에 흙 먼지가 일었다.

각 개체가 뿜는 수십 개의 하얀 줄기. 그걸 막아 내는 사용자의 실 드와 화염. 그걸 뚫는 해리의 본체. 본체를 제지하는 육체 계열 사용자 의 검과 방패들.

전쟁이었다.

이곳뿐 아니라 전 세계가 해리를 퇴치 중이었고 감염을 막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원을 쏟아붓고 있었 다.

그때 였다.

파직. 파지직.

갑자기 하늘에서 노란 스파크가 튀었다. 점점 커지더니 하나의 번 개가 됐고 하늘 전체에 굉음이 울 렸다.

“뭐지?”

광장 지휘자가 하늘을 보며 중얼 거렸다. 당연하게도 이 자신이 지 휘하는 이 팀엔 번개 관련 능력자 가 없다. 그것도 저렇게 강한 번개 를?

까아아악!

이상한 새. 검은 깃털에 황금빛 눈을 가진 새 한 마리가 내려오며 울었을 때였다.

광장에 있던 모든 해리가 힘을 잃고 고개를 땅에 처박았다.

쐐액!

빠르게 날아온 그 새는 해리를 한 마리씩 삼키기 시작했다. 한 마 리, 두 마리, 세 마리. 작은 몸집으 로 끝도 없이 삼키더니 수백 마리 에 달하는 해리를 모두 처리해 버 렸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더니 결계를 뚫고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룰루.”

연우는 기분이 좋았다. 나락 새 와 번개 새의 조합은 완벽했고 번 식에 복제까지 빠르게 진행돼 이미 전 세계에 뿌려 버렸기 때문이다.

지구도 다시 한 번 구했고, 괜찮 은 개체가 포식하며 점점 강해지고 있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없 었다.

“자, 여기 위에 공중 어장을 만 들자고.”

공중 어장. 공간 왜곡과 공간 격 리를 통해 허공에 거대한 어장을 만드는 거다. 하지만 보이는 건 고 래와 물고기 등의 어류뿐. 해초와 돌같이 환경을 조성하고 어장을 가 두는 테두리. 그리고 물까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물론, 안에 서식하는 물고기는 그저 환경이 좋은 바다에 있는 기 분일 거다.

이건 연우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 기에 신중을 기했다.

바닥이 아닌 하늘에도 기초가 필 요하다. 규모에 따라 다짐과 말뚝 을 박고 태양의 자외선을 차단하면 서 아래의 농장엔 햇빛이 도달하게 끔 하는 작업.

연우, 헤맨, 이자젤, 후름, 필리아 까지. 마법, 공간, 정령, 건설에 정 통한 실력자들이 손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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