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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편_ 세계의 종속(2) (187/207)

제204편_ 세계의 종속(2)

“생각보다 쉽게 끝났군.”

연우는 검은 공간에 서서 중얼거 렸다.

-주인님, 저는 들어가서 소화를 해야겠습니다. 생각보다 큰 힘입니 다.

“알았어. 세계는 아니어도 괜찮 지?”

설정상 요르문간드는 ‘세계를 삼 키는 신’이다. 세계가 아닌 힘엔 맞 지 않을 수 있으니까.

-네, 그래 봤자 세계 아래의 힘 이니까요.

“그럼 다행이고.”

요르문간드는 그렇게 들어갔다. 이자젤, 수이니, 후름 등은 전투가 끝나서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연우는 마음이 편했다. 이제 이 세계를 종속시켰으니 지구에 내려 간 마정령들을 회수하면 된다. 거 기에 므깃도와 완전히 연결하면 만 들면 일단은 안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꽤 큰 자원이 들어 오겠지?’

므깃도가 신들의 므깃도로 바뀌 면서 규모 자체가 커졌고, 연동돼 움직이는 세계들도 성장하기 시작 했다. 이러다 진짜 ‘세계 농장주’가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일단 돌아가자.”

이곳에 더 있을 필요는 없었다.

오늘 아침은 훈훈했다. 겨울이 지나간 게 아닌가 했지만, 그러기 엔 아직 일렀다. 잠시 한파가 물러 난 걸 거다.

“이자젤, 어디 갔다 왔어?”

며칠 전, 마정령계를 다녀온 후 에 이자젤이 급하게 나갔다 왔다.

“연지랑 연호랑 만든 길드를 좀 도와줬지. 건물도 추가로 사고 사 용자 길드 관련 시설도 만드는데, 내가 샀던 기업이랑 연결해 주려 고.”

“규모는 좀 커지고 있어?”

“웅. 5대 길드가 악을 쓰고 막고 있는데, 협회랑 내가 나서는 데 지 들이 어쩌겠어. 무지막지하게 커지 는 중이지. 게다가 내가 타이탄 몇 대를 더 풀었거든.”

“농온그에?”

“농온그에 소유권을 주고 5대 길 드에 빌려주라고 했지, 한 번도 안 쓸 순 있어도 한 번 쓰면 못 벗어 날걸?”

이자젤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그 외에도 게이트를 개조해 훈련 장으로 만들고 장비까지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농장에서 직접 파는 장비만큼은 아니지만, 이자젤 이 직접 사들여 개조했으니, 웬만 한 기업의 장비보다는 훨씬 좋을 거다.

“아! 또 우리 마력 슈퍼 카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됐어! 그것도 서 울에서!”

“진짜? 오, 정규 카 레이싱이 된 거네?”

“그렇지. 안 될 수가 없다니까! 몬스터를 때려잡는 것도 아니고 조 금 특별한 경기일 뿐이잖아. 게다 가 마법으로 안전도 보장하고 빠르 고 말이야.”

“재밌긴 했지.”

“오랜만에 한판 붙어야지?”

이자젤의 목적은 이거였다.

연우도 나쁘지 않았다. 날아다니 는 것과는 다른 스릴과 황홀한 조 작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

“하는 거지?”

“하긴 하지. 근데 어디서?”

“서울에서 첫 번째 경기 있다고 했잖아.”

“…… 설마 거기?”

“웅, 가자!”

공개적인 장소다. 딱히 연우 얼 굴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겠지만, 연우와 이자젤이 다른 선수와 대결 한다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자젤은 연우의 손목을 잡고 워 프 했다.

미리 준비해 뒀던 건지 경기장 내에 빈 대기실에 도착할 수 있었 다. 헬멧과 유니폼도 있다.

“이건 뭐야. 농온그 협찬?”

“어, 이 기회에 광고도 해야지.”

“이야, 이제 사업가 다 됐네.”

“훗, 한번 붙어 보자.”

준비는 금방이었다. 유니폼엔 수 십 겹의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는데 실드, 힐, 충격 완화 등의 안전장치 였다.

슈퍼 카도 마찬가지였다. 인상 깊은 건, 경기 중에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부스터. 무슨 전투기의 마 력 제트엔진 같았다.

“이거 제트엔진 맞아.”

“이게?”

“웅, 제트엔진 회사를 하나 사서 개조해 달았지. 그 덕에 순간 최대 시속은 1,600km가 넘어가지!”

“그렇게 가는데 안 날아가?”

“날지 못하게 만들었지.”

이자젤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실실 웃으며 경기장으로 나갔다. 연우도 뒤를 따라 나갔는데 갑자기 들리는 환호성에 깜짝 놀랐다.

우아아아아아!

우아아아아아!

엄청난 인파다. 대충 봐도 몇 만 은 넘을 것 같은 사람들이 초대형 스크린을 보면서 함성을 지른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등장할 때마 다 열광한다.

“사람 진짜 많네. 첫 경기 맞 아?”

“내가 광고 좀 열심히 했지. 게 다가 이번 경기는 무료 관람이라고.

내가 쐈지.”

“하여간, 손도 크다.”

함성에 솜털이 쭈뼛 섰다. 헬멧 덕분에 스크린에 얼굴이 나가지 않 지만, 이 많은 사람의 환호를 받는 다는 것 자체가 기묘한 기분이었다.

마치 어렸을 때, 첫사랑의 설렘 이랄까.

“후우, 이거 긴장되네.”

연우는 운전석에 앉았다. 안쪽에 도 카메라가 있었는데 스크린에 선 수들 얼굴을 올리며 한 명씩 소개 하는 중이었다.

옆 창밖으로 긴 머리칼을 지닌 이자젤이 보였다. 헬멧에 표정이 가려져 있지만, 재미있다는 듯 한 쪽 입꼬리를 올려 웃는 모습이 그 대로 연상된다.

띠.

앞에 준비와 출발을 알리는 신호 가 움직인다.

띠.

띠!

부아아아앙!

아무 말도 없다. 그저 함성과 엔 진의 진동만이 연우를 집어삼켰다.

이자젤이 옆으로 바짝 치고 들어

왔다.

첫 번째 코스는 직선. 속도를 올 려 줄을 세우는 곳이었다. 배경이 훅 지나간다. 워낙 빠른 속도로 달 리고 날 수 있는 연우에게는 그렇 게 스릴 넘치는 속도는 아니었지만, 육체를 직접 움직이는 게 아닌 핸 들과 기어를 조작한다는 게 긴장감 을 줬다.

부우우우웅!

마력 엔진에 마력이 끓으면서 타 이어를 세차게 민다.

금방 두 번째 코스가 나왔다.

사각형의 회전 드리프트 구간이 다. 90도에 이르는 코너가 총 8개 나 있는데 위에서 보면 두 개의 사 각형이 엇갈린 것처럼 보인다.

첫 번째 구간.

끼이이익! 부아아앙!

이 정도 드리프트는 이제 쉽다. 하지만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자 젤이 민다면 말이 달라진다.

우웅.

연우는 마력을 밀어 넣으며 타이 어의 접지력을 극대화시켰다.

덜컥.

둘이 부딪혔다. 하지만 서로 밀 리지 않고 붙어서 진행했다. 직선 과 코너를 떨어지지 않고 드리프트 로 헤쳐 나갔다.

이미 다른 선수들은 뒤로 빠진 후였다. 총구간이 긴 만큼 초반엔 몸을 사리는 게 당연하다. 특히 이 렇게 거칠고 무식한 연우와 이자젤 이 선두에서 난리를 치기에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덕에 이자젤은 신나게 연우를 밀어붙였다.

직접 싸우면 상대가 되지 않는 이자젤이지만, 이건 다르다. 힘보단 세밀한 컨트롤과 심리 싸움이 주가 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끼이이이익!

부아아앙!

네 번째 코너까지 붙어서 이동했 다. 연우는 이대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핸들을 틀었다.

끼이익!

이자젤의 차 앞을 밀어 방향을 바꾸는 거다. 옆으로 돌려 버리기 위한 주행. 하지만 이 방법은 연우 의 차까지 헛돌아 엎어질 위험도 컸다.

퍽! 끼이이익!

이자젤의 차를 밀어 균형을 무너 뜨렸다. 연우의 차도 예외는 아니 었다.

홱!

타이어가 헛돌며 차체가 돌아갔 다. 이자젤은 뒤로 살짝 빠진 상태. 연우는 그대로 돌면서 후진으로 주 행했다.

다시 균형을 잡기엔 늦었기에 선 택한 방법이었다.

부우우웅!

쾅!

이자젤이 정면을 보게 된 연우의 차를 밀어붙였다. 둘이 마주 보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후진보다 전 진의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으니 부딪히게 된 것이다.

이자젤은 다음 구간까지 이대로 갈 생각이었다.

멀리 보이는 구간은 점프대. 총 세 개의 점프대가 있다. 두 개는 옆으로 비틀려 있고 하나는 직선.

‘점프대에서 옆으로 밀어 버리겠 지.’

보통 차라면 점프대에서 방향을 바꿔 연우의 차를 날려 버린다는 생각을 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이자젤의 차도 점프대에 제대로 오 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자젤은 그럴 수 있다. 연우의 바퀴가 옆으로 빠지는 순간 방향을 다잡을 반사 신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 순 없지.”

아마 이자젤은 점프대 앞에서 승 부를 볼 것이라 예상할 거다. 하지 만 연우는 따라 줄 생각이 없었다.

점프대가 코앞. 당연히 여기서 속도를 줄이면 제대로 날지 못해 예상 도착 지점에 착지하지 못할 거다. 그러면 실격이다.

타닥. 탁.

연우는 핸들을 급격히 돌렸다. 이자젤이 빠르게 미는 중이라 핸들 이 뻑뻑했다.

홱! 그그극!

차체를 틀자 타이어가 갈리며 고 무 타는 냄새가 났다. 미간이 찌푸 려질 정도의 강렬한 냄새. 하지만 연우는 그대로 핸들을 돌렸고 이자 젤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자젤은 빠른 속도를 유 지하며 점프대로 달렸다.

‘아깝지만.’

여기서 실격당할 순 없었다.

손을 뻗어 빨간 버튼을 눌렀다.

탁!

푸드득. 콰과과!

제트엔진에 불이 붙었다.

우아아아앙!

엔진이 악을 쓰며 돌아갔고 제트 엔진에서 푸른 불길이 뿜어졌다. 연우는 덕분에 안전하게 점프대를 밟았고 빠르게 날았다.

부웅.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부웅! 훅훅훅!

연우 옆으로 몇몇 슈퍼 카들이 날아갔다. 하지만 연우는 제트엔진 에 마력을 더 주입했다.

‘좀 많은가?’

이 정도면 반칙이 아닌가 싶었지 만, 다른 차들도 마력을 잔뜩 주입 하는 걸 보니 규칙을 어기는 건 아 닌 모양이다.

부우웅! 탁.

안전하게 착지한 연우의 눈에 멀 리 이자젤이 보였다. 그녀도 빠른 속도였지만, 연우의 제트엔진은 아 직 끝난 게 아니었다.

‘여기서 승부를 봐야 한다.’

더 끌고 가면 안 된다. 이자젤이 제트엔진을 쓰게 되면 더는 좁힐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차이가 벌어 지고 말 거다.

연우는 엑셀을 밟으며 마력을 주 입했다. 아무리 많은 마력을 넣어 도 엔진이 받아들이는 한계가 있고 차체가 버티는 수용량이 있다.

그렇기에 더 재미있는 거다.

부아아아앙!

제트엔진이 끝나기 직전에 연우 가 이자젤을 따라잡았다.

‘ 이때다!’

지금이 아니면 승부를 볼 수 없 다.

“어?”

그런데 옆으로 보이는 이자젤이 한 손을 들었다. 그리고 V를 만들 어 보였다.

탁.

빨간 버튼을 눌러 버린 것이다.

‘미친.’

연우만 이기면 된다는 거다. 다 른 선수는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말이다.

“ 졌다.”

연우와 이자젤의 경기는 거기서 결판이 났다. 다른 선수는 적절한 순간에 제트엔진을 사용하며 앞으 로 치고 나갔고 둘은 가장 뒤에 도 착할 수 있었다.

결과는 싱겁지만, 재미있는 경기 였다.

오늘의 요리는 삼치회다.

삼치를 회로 먹어 본 사람은 많 지 않을 거다. 신선하고 맛있는 횟 감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고정 메 뉴로 하기엔 호불호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미, 광어, 참치, 연어와 같이 평범한 회만 먹다가 가끔 먹 으면 상당한 별미다. 탱탱하고 쫀 득하진 않지만, 약간 눅진한 식감 이 상당히 괜찮다. 거기에 비린내 도 없고 삼치 특유의 향도 좋다.

“와사비를 올리고 간장을 살짝 찍어서. 무순을 올리면 더 좋고. 아, 간장엔 슬라이스 레몬을 하나 담가 주면 좋아.”

“으음. 맛있네?”

삼치회를 처음 먹어 본 이자젤이 감탄했다. 구이만 있으니 회는 비 릴 줄 알았던 거다.

연우는 젓가락으로 삼치회 하나 를 집어먹었다. 화한 와사비의 향 과 짭조름한 간장이 역시 일품이다. 특히, 이후에 들어가는 제주산 소 주

요즘 찾기 힘든 21도 술이면서 목 넘김도 좋아서 삼치엔 딱 알맞 다.

“크으, 좋아.”

역시 일과가 끝난 후엔 맛있는 안주와 술이랄까. 특히 이렇게 이 자젤에게 패하고 다른 선수들에게 도 완벽하게 진 날은 더욱 술이 당 긴다.

“역시 회만으론 조금 부족해.”

삼치회를 잔뜩 먹었지만, 회만으 론 무언가 허전할 수밖에 없다.

그때, 밖에서 쇼타가 일본식 탕 수육을 가져왔다.

얇고 길게 썬 등심 튀김을 탕수 육 소스에 푹 담근 건데, 그 맛이 기가 막힌다. 특히, 부담스럽지 않 은 안주를 원할 땐 더욱.

“역시 쇼타! 센스가 좋아.”

연우와 이자젤 그리고 쇼타는 늦

게까지 안주에 술을 먹었다. 수이 니, 후름, 아르테는 므깃도에서 훈 련 중이었는데 요즘 밥도 안에서 해결하는 모양이었다.

“뭐, 조금 조용한 것도 좋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바쁜 것도 좋고 여유로운 것도 좋은 거다.

그냥 다 좋다.

역시 연우는 농장 체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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