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3편_ 세계의 종속⑴
“이쪽인 거지?”
연우가 태평양 하늘에 뜬 상태로 말했다. 눈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공간에 특화된 헤맨 과 정령력에 민감한 후름이 알려 준 곳이다.
이곳이 저 마정령들이 빠져나오 는 ‘구멍’이라 했다.
저 마정령은 ‘발생’하는 거지만, 원래 지구에 그 마정령이라는 건 없었다. 그렇다는 건 마정령의 세 계가 연결되는 ‘고리’와 같은 구멍 이 있다는 게 이들의 결론.
그렇게 찾아낸 게 이곳이었다.
“그럼 진입 준비할게.”
연우가 신력을 사용해 차원의 문 을 건드렸다. 옆으로 아르테, 이자 젤, 후름, 데르드가, 수이니, 헤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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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울렸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던 하늘이 출렁거리고 강력 한 신력의 저항이 느껴졌다. 하지 만 이미 반신의 경지에 오른 연우
“다들 긴장하고.”
데르드가도 마정령의 존재를 알 뿐, 본거지엔 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미지가 가장 강력한 적이었 고 영혼을 감염시킨다는 것도 강력 한 공격이었다.
지금 지구에 있는 마정령의 감염 정도는 막을 수 있게 됐지만, 정령 이라는 존재는 중간계보다 정령계 에서 아주 강력한 힘을 갖는다.
우우웅!
허공이 열렸다.
검은 공간이 펼쳐져 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은 심연이었다. 하 지만 연우는 머뭇거림 없이 발을 디뎠다.
쑤욱.
늪으로 육체가 스며드는 감각이 다. 육체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일까.
‘크읍.’
정신을 집중했다. 의식이 흐려진 다. 이걸 놓치면 끝일 것 같은 본 능적인 감각이 경고음을 내뱉는다.
연우는 신력과 염력을 이용해 일 정한 공간을 만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 허공이었고 대기나 산소 도 없었다.
“파하.”
그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뒤를 따라온 식구들도 연우가 만든 공간 에 들어오며 산소를 들이마셨다.
“ 이곳인가.”
연우는 기묘한 감각에 마력을 끌 어올렸다. 정령력과 신력도 마찬가 지다.
“조심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검은 무 언가가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우웅.
데르드가가 실드를 생성했다. 그 실드에 튕긴 건 마정령이었다. 처 음엔 한 마리, 다섯 마리, 열 마리. 이후에도 수십 마리가 더 달려들었 지만, 실드를 뚫을 순 없었다.
“후름. 뭔가 느껴져?”
“어, 저 멀리 강력한 힘이야. 최 소 정령왕.”
이곳이 마정령의 본거지니까 있 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최소라는 건, 정령왕보다 강할 수도 있다는 것 아닌가.
“ 최소?”
“웅. 데르드가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그렇다면 연우나 아르테가 걱정 할 건 없다. 하지만 실체가 없는 놈이다 보니 상대하기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그때, 검은 공간에 무언가 덧씌 워졌다.
화악! 화악! 화악!
연속으로 세 번. 연우와 식구들 의 몸을 짓누르며 주변이 밝혀졌다. 겨우 윤곽이 보일 정도였지만, 정 령력과 신력을 보는 그들 눈에는 확연한 차이였다.
그들의 공격 태세였다.
“적이다.”
연우의 나지막한 말이 울렸다. 이자젤, 아르테, 수이니, 후름, 헤맨 이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이자젤은 이 전투를 위해 준비한 ‘몽마’의 영적 육체를 개조해 만든 타이탄을 꺼냈다. 수이니는 거대화 와 함께 타이탄의 무기로 만든 검 을 꺼내 들어 검강을 일으켰다.
화르륵!
동시에 후름은 정령들을 꺼냈고, 헤맨은 공간의 지배자 사용을 위해 힘을 끌어올렸다. 콰직, 헤맨 양손 위엔 찌그러진 공간이 아른거렸다.
아르테는 ‘화정’을 일으켰다. 그 어떤 티끌도 없는 깨끗하고 바른 화염. 그게 바로 화정이었다.
“수가 생각보다 많은데.”
검은 원형의 공. 그 주변에 아지 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검은 인영들. 형체도 알아볼 수 없지만, 그게 수 천, 수만의 마정령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연우는 신력으로 만든 실드를 각 자에게 전했다.
우우웅.
데르드가는 눈이 벌게졌다. 같은 정령이면서 서로 극과 극의 성향을
가진 마정령을 보고 분노로 가득 차오른 것이다.
그가 가장 먼저 달려 나갔다.
콰과과과과!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생성된 황 토색 돌덩이가 땅의 정령력을 퍼뜨 리며 날아갔다. 수십 마리의 작은 마정령이 달라붙었지만, 데르드가는 땅의 정령왕이다.
파삭!
콰과과!
다가오는 것들은 데르드가에게 닿지도 못하고 소멸했다.
뒤로 아르테가 화정을 뿜으며 날 아갔고, 이자젤은 거대한 발록 모 양의 몽마를 조종해 따라갔다. 수 이니와 후름도 그렇게 달려 나갔다.
연우는 전장을 잠시 관조했다.
이들이 얼마나 선전할지 확인해 야 했다. 밀리면 도와야 하고 밀면 마정령왕을 찾아가야 했다.
각자 힘을 합해 만든 ‘정령 속성 저장석’과 ‘엘릭서’를 지니고 있었 기에 당장 영혼이 오염될 일은 없 었다. 하지만 그들보다 강한 마정 령일 경우는 위험할 수 있었다.
후름이 테밋의 혼을 꺼내 휘둘렀 을 때 수백의 마정령이 소멸했고, 이자젤의 몽마가 마기를 뿌렸을 때 수백의 마정령이 소멸됐다. 수이니 의 검강과 아르테의 화정도 수백, 수천의 마정령을 쓸어버린다.
하지만 마정령은 끊임없이 뿜어 져 나왔다.
이 차원의 모든 마정령이 달려드 는 것처럼, 소멸하는 것보다 생성 돼 달려드는 게 더 많을 지경이었 다.
“안 되겠군.”
므깃도를 열려다가 멈칫했다. 영 혼을 감염시킨다는 건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거다.
‘ 키메라.’
연우는 아공간을 열었다. 그곳엔 지하 주차장에 만들어 놓은 키메라 들이 모두 담겨 있었다.
키메라는 영혼이 없다. 최근에 만든 ‘원’ 시리즈. 원일, 원이, 원삼 등의 강력한 키메라는 혼이 있는 상태지만, 그 정도 무력이면 버틸 수 있을 거다.
“나와라……
연우가 말을 끝내기 전이었다.
-‘마정령계’와 ‘신들의 므깃도’의 입구가 연결됐습니다.
-‘마정령계’가 신들의 므깃도에 편입됐습니다.
-‘마졍령계’의 지배자인 이 세상 의 왕을 제거하고 므깃도와의 입구 를 연결하면 ‘마정령계’의 종속이 시작됩니다.
-신들의 므깃도(1단계)가 신들의 므깃도(2단계)가 됐습니다.
이거 였다.
연우는 그 문구에서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거기에 능력치 버프이 자 봉인 해제율이 14%로 늘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투가 먼저다.
“나와라, 소녀 부대.”
갈라진 공간 틈에서 작은 피규어 들이 날아왔다. 이곳에 도착하면서 원래의 크기를 찾았다. 평범한 사 람의 크기인 키메라들이다.
모두 투 클래스 마스터에서 쓰리 클래스 마스터 정도. 아직 훈련이 덜 돼 그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영혼이 없고 물리력에만 치중한 키 메라가 없다는 점에서 마정령보다 우위에 있는 거다.
그렇게 나온 키메라 소녀 부대는 200명.
그리고.
“나와라, 원 시리즈.”
총 12마리 정도. 하지만 강함은 소녀 부대에서도 최강이다.
원일.
얼티밋급. 아르테의 DNA, 타이 탄 마족 서큐버스의 육체와 정신, 타이탄 마물 발록의 육체가 합해진 원 시리즈에서도 최강의 부대원.
마정 령 의 공간에 도착하자마자 거인족의 크기로 늘어났다. 이자젤 의 타이탄과 수이니의 거대화보다 큰 크기를 자랑했다.
원이, 원삼, 원사…… 원십이까지 모두 등장했다.
“가라, 소녀 부대.”
연우의 말에 명랑한 표정을 짓는 소녀 부대 전부가 전장으로 뛰어들 었다. 수이니, 이자젤의 전장을 뛰 어넘어 마정령 사이로 파고들었다.
화륵!
원일은 아르테의 화정보다는 못 했지만, 그에 준하는 깨끗한 화염 이 마정령 수십을 삼켰다. 신력을 지닌 원이가 곳곳에 하얀빛을 뿌리 며 시야를 밝혔다.
원삼은 하얀 서리의 브레스를 발 사했다. 귀여운 소녀의 입에서 뿜 어지는 서리 브레스는 수백의 마정 령을 얼려 버렸다.
“이제야 전력이 맞네.”
이젠 연우 차례다.
멀리 보이는 검은 공. 구체의 마 정령 덩어리. 저게 뭔지는 모르지 만, 이곳에서 가장 강한 힘을 뿜고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진 건 분명했다.
“요르문간드, 준비해라.”
아르테가 살던 던전을 대부분 흡 수한 요르문간드는 이미 파이브 클 래스를 넘어 식스 클래스 마스터에 도달했다. 비록 훈련을 통해 강력 한 스킬로 강해진 건 아니지만, 요 르문간드의 힘은 원래 ‘세계’라는 것에서 나온다.
화악!
연우의 발아래, 허공이 갈라지며 어마어마한 크기를 가진 요르문간 드의 머리가 나왔다.
-반갑습니다. 주인님.
요르문간드의 머리는 더 커졌고 노란 눈은 황금으로 흘러넘칠 듯 빛나고 있었다.
“저걸 먹는 거다.”
-출발하겠습니다.
연우는 보이지 않는 손을 꺼냈 다. 무(無) 속성인 연우의 보이지 않는 손은 염력, 신력, 마력, 정령 력 등의 모든 힘을 받아들인다.
빠르게 날아가는 요르문간드의 머리 위에 선 연우는 달려드는 마 정령을 닿는 족족 부쉈다. 초당 수 킬로미터를 주파하는 요르문간드의 속도였지만, 그 구체까지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
그건 요르문간드의 몸도 마찬가 지였다. 아직도 므깃도의 입구에 걸쳐져 몸을 빼내고 있었다.
검은 구체는 가까워질수록 더 진 한 연기를 뿜어 댔다. 저게 이 마 정령들의 중심이 맞는 모양이었다.
“요르문간드, 더 갈 수 있겠지?”
-가능합니다. 이따위 것들은!
투다다다다다!
연우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마정 령을 막아도 요르문간드의 머리와 몸통에 부딪혀 사라지는 마정령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마정령이 부딪힐수록 요 르문간드의 눈은 더 강렬한 황금빛 으로 빛났다.
화악! 화악!
이번엔 구체가 직접 움직였다. 매끈한 검은 표피에서 얇고 긴 가 시가 튀어나왔다. 아직도 몇 십 킬 로미터는 떨어져 있는데 순식간에 가시가 연우 코앞에 닿았다.
콰직.
하지만 연우나 요르문간드가 이 런 것에 당할 리가 없었다.
구체도 만만치 않았다.
파바바박!
수십, 수백 개의 가시가 끊임없 이 박혔다. 보이지 않는 손을 피해 휘어지기도 하고 요르문간드의 눈 을 노리기도 했다. 저게 정령이긴 한 건가 싶어도 절절하게 느껴지는 이 정령의 힘은 너무나 선명했다.
“문드. 삼켜.”
연우의 말에 요르문간드가 입을 쩍 벌리기 시작했다. 수백, 수천의 마정령과 가시들이 달려들었지만, 요르문간드의 입안은 우주다.
바닥도 없고 끝도 없고 한계도 없다.
요르문간드의 입은 점점 커지고, 종국엔 구체를 위아래에서 집어삼 키기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구체 의 반항에 입을 다물진 못했다.
하지만 연우가 있었다.
쓱, 사라진 연우는 구체 위로 둥 장했다.
스릉.
연우는 신살검을 꺼냈다.
강력한 신력. 이건 거인족에서 느꼈던 신력보다 강했다.
‘어떻게 이렇게 강한 순서대로 등장할 수 있는 거지?’
이 정도면 거의 연우를 키우는 것 같았다.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적을 하나씩 내던지는 느낌.
다시 한 번 수십 개의 가시가 달 려들었다. 영혼은 물론이고 육체까 지 새카맣게 감염시키는 마정령의 힘이었지만, 연우에겐 그저 연약한 가시일 뿐이었다.
푸욱.
검은 구체에 신살검을 꽂았다.
“아르테.”
다른 이들은 이 안에서 워프를 자유롭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연우와 요르문간드가 직접 날아온 거다. 하지만 연우가 이곳에 있고 아르테는 연우와 직접 연결돼 있다.
스슥.
옆으로 공간을 뚫고 나온 아르테 의 전신에는 상처 수십 개가 보였 다. 하지만 얼굴만큼은 웃고 있었 다.
“잡아.”
“네, 알겠습니다.”
연우가 잡은 신살검을 아르테가 붙잡았다.
화륵.
세븐 클래스 마스터의 아르테. 게다가 화염에 있어선 이 차원 최 강의 종족이다. ‘화정’, ‘억겁의 지 옥’, ‘인공 태양’, ‘헬리오스의 축 복’, ‘헬린의 수호자’, ‘고대 신의 신살검술’의 힘이 신살검으로 쏟아 져 들어갔다.
푸욱.
푸우우욱!
신살검이 박혀 작은 틈을 만들었 다.
그 틈은 계속 벌어졌고 결국 구 체를 반으로 갈라 버릴 정도가 됐 다.
번쩌억!
구체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부서 지며 빛이 번졌고 연우는 아르테를 안고 요르문간드의 머리 위로 이동 했다.
“삼켜라. 그리고 흡수해라.”
-알겠습니다.
콰자자자작!
요르문간드의 입은 구체를 씹어 삼켰다.
동시에, 마정령계의 마정령들은 목표를 잃고 전투를 멈췄다.
-‘마정령계’가 신들의 므깃도로 종속됩니다.
-봉인 해제율 15%가 됐습니다.
-능력치 버프 15%가 됐습니다.
-‘마정령계’를 지배합니다.
-모든 마정령이 세상의 왕 ‘신연 우’에게 복종합니다.
“이게 므깃도의 힘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