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202편_ 마정령(2) (185/207)

제202편_ 마정령(2)

“미, 민아야!”

이진철은 멍하니 지나간 영체를 보다 민아에게 고개를 돌렸을 때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투 클래스 마스터 최상급에 달하는 민아의 얼 굴이 검게 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쿨럭. 협회장님. 모, 몸이 이 상……. 쿨럭.”

피를 토한다. 검은 각혈(略血). 목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속에서 나오는 피다.

“미친, 이게 도대체 뭐지?”

이진철은 쓰러지는 민아를 받았 다. 동시에 마법을 사용해 워프 좌 표를 지정했다.

“조금만 버텨. 농장으로 간다.”

그 어떤 위기가 와도, 죽음이 코 앞이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농장이다. 연우라면 그 어떤 것 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번쩍!

이진철이 눈을 떴을 땐, 농장의 식당 앞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연우가 식당에 있던 모양인지 바 로 뛰어나왔다.

“민아 좀 봐주세요! 이상한 검은 영체가 훑고 지나갔더니 이렇게 됐 습니다.”

연우는 급하게 달려와 민아의 상 태를 확인했다.

“ 헤맨?”

공간을 갈라 얼굴을 내민 헤맨은 민아를 보곤 미간을 찌푸렸다.

“최상급 엘릭서로도 힘들 것 같 습니다. 아예 성질이 다르네요. 병 이나 공격이 아니기 때문에……

“그럼?”

“정령의 힘 같은데…… 일단 엘 릭서로 시간을 끌어 보겠습니다. 후름 님과 데르드가를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어.”

헤맨이 엘릭서를 던졌다. 연우는 민아의 입으로 엘릭서를 흘려 넣었 다. 정신을 잃어 삼키지 못해도 상 관없다.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육 체에 흡수되니까.

아주 검게 변했던 민아의 얼굴이 회색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건 도대체 뭐지?”

처음 보는 현상이었다. 그때, 후 름이 날아왔고 데르드가가 므깃도 에서 걸어 나왔다.

“이건 뭐야? 진한 정령의 힘인 데‘?”

후름의 말이었다. 연우는 데르드 가에게 물었다.

“데르드가. 아는 거 있어요?”

“네, 마정령이라고 하는 겁니다. 사람의 혼을 오염시켜 잡아먹고 마 물화시키는 아주 악독한 정령입니 다……

데르드가는 말을 하다 말고 고개 를 들어 먼 하늘을 바라봤다.

“세상에……

헤맨과 연우는 데르드가가 뭘 느 끼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마정령이 라는 힘. 그 힘을 뿜는 곳이 전 세 계. 그리고 셀 수도 없을 정도로 퍼져 있었다.

“어떻게 치료해야 하지?”

“정령력이 혼에 스며들어 작용하 는 겁니다. 치료가 아니라 정령력 을 빼내야 합니다. 빈 정령석이나 속성 저장석을 이용하면 될 것 같 습니다.”

헤맨과 연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만 말해도 무슨 뜻인지 안 다.

“헤맨, 이자젤 부르고 바로 작업 들어간다. 이진철 협회장님. 도와주 셔야겠습니다.”

“당연합니다.”

연우는 강한 힘을 가졌다. 하지 만 이런 식의 공격이라면, 이렇게 넓게 퍼져 무력이 아닌 누군가를 감염시키는 공격이라면, 쉽게 해결 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마신 같은 게 쳐들어왔 다면 쉬웠을 텐데.’

판교의 ‘농온그’ 본사 건물 91층. 연지와 연호는 창밖으로 도시를 바 라보고 있었다. 일반인은 보기 쉽 지 않을 테지만, 그들은 너무나 선 명하게 보였다.

검은 영체들. 정령의 힘을 가진 형체가 도시 곳곳에 출몰해서 사용 자,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훑어 버 렸다.

“바로 길드원 소집하고…… 방송 준비한다.”

연지가 웬일로 진지하게 말했다. 연호는 고개를 끄덕이곤 혜영을 바 라봤다.

“난 주변 길드원에게 연락해 협 조를 요청할게. 서울은 5대 길드가 있으니까 이곳만큼은 우리가 지킨 다.”

“알겠어요.”

끼야아아아’!

검은 영체가 건물 창문을 스쳐 지나갔다. 물리적인 자극엔 전혀 영향이 없는 건지 유리를 그냥 뚫 고 지나갔다. 도시 곳곳에 검게 오 염돼 버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연지는 그 모습에 방송용 드론 카메라 사출 버튼을 눌렀다.

-드론 카메라를 사출하시겠습니 까?

“그래, 모두. 모두 내보내.”

연지는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이 건물을 통째로 사서 개조했 다. 방송을 위한 카메라를 건물 전 체에 설치했고 언제든 말 한마디로 명령할 수 있게 인공지능 시스템을 설치했다.

“방송을 전 세계로 내보낸다.”

이미 구독자가 2천만 명에 근접 해 간다. 카메라팀, 편집팀, 작가팀 까지 갖춘 하나의 방송국이 됐다.

이 영상은 전 세계로 송출되며 이 검은 연기에 대한 경고와 동시 에 정보와 대비책을 알리게 될 거 다.

-드론 카메라 1,300대. 모두 사 출을 시작합니다.

“서울, 경기도에 800대 나가고 나머지 지방에 500대 출동시켜.”

- 알겠습니다.

연지는 무기를 꺼내 들었다. 이 번에 농장에 갔다가 받은 얼티밋급 정령사 무기였다. 연호는 얼티밋급 재료를 잔뜩 받았고 혜영은 이자젤 이 만든 타이탄을 받았다.

그때, 공간을 뚫고 헤맨의 분신 이 고개를 내밀었다.

“연우 님의 전언입니다.”

“헤맨이구나.”

“네, 저 영체의 존재는 마정령. 정령계의 마족이라고 보면 됩니다. 공격 능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 영체에 닿는 순간 영혼이 오염되기 시작하고 엘릭서조차도 듣지 않게 됩니다. 치료법은 농장에서 연구 중입니다.”

“처리 방법은?”

“물리적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 습니다. 원 클래스 마스터급 강기. 5단계 이상의 마법은 돼야 하고. 가장 효과적인 건 정령입니다.”

“공격하면 되는 건가?”

“네, 아무래도 연지 님처럼 화염 (火超)의 정령이 가장 효율적이고 정화(淨化), 성(聖), 신력, 신성력 등이 상성으로 가장 좋습니다. 혜 영 님의 ‘공간’의 힘도 효과가 있을 겁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겠네.”

“전 셰이크, 찰튼, 미하옐, 버크 셔, 해서웨이, 스미스, 시누자키까 지 전파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길 드에 전파 부탁드립니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헤맨은 다시 공간 속으로 사라졌 다. 혜영은 타이탄을 꺼내기 위해 옥상으로 향했고 연지는 방송을 재 개했다. 길드뿐 아니라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서다.

연호는 헤맨에게 들은 정보를 토 대로 연금술을 사용해 효과적인 공 격, 방어, 보호의 역할을 하는 시약 을 만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연지의 농온그입니 다.”

시청자가 폭발했다. 순식간에 1 백만이 들어왔고 5분이 넘지 않아 서 5백만으로 늘었다. 이게 바로 2 천만 구독자의 힘인 거다.

“지금 전 세계에 마정령이라 느......아

연지가 헤맨에게 들은 정보를 퍼 뜨렸다.

연호는 그걸 보다가 뭔가 떠오르 는지 벌떡 일어섰다.

“잠깐, 나 할 말 있어.”

“ 뭔데?”

연지가 사납게 물었지만, 연호는 신경 쓰지 않고 카메라를 가져왔다. 이미 필요한 정보는 다 말했기 때 문이다.

“지금부터 마정령의 눈을 피할 시약 제조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후엔 마정령을 막을 정령력을 가 진 시약까지 바로 만들 겁니다.”

연지는 놀란 표정으로 연호를 바 라봤지만, 연호는 계속 설명을 이 을 뿐이었다.

“당연히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야겠죠? 가장 먼저 모든 집에 있을 만한 2단계 마력석을 사용할 겁니다. 가장 효 과적인 건 마력석 조각으로 만든 전구, 마력 인덕션에서 뽑으면 됩 니다. 더 큰 효과를 원하시면 바로 주변 사용자 상점에서 구매하시길 권장합니다.”

연지는 거기까지 보다가 옥상으 로 올라갔다.

이미 그곳엔 혜영이 타이탄을 꺼 내 당당하게 선 상태였다. 연지는 그 타이탄 어깨에 올랐다.

-내 공간 실드에 화염 속성 정령 력을 심을 수 있겠지?

“네, 될 겁니다.”

-이 건물을 감싸고 마정령을 최 대한 제거. 동시에 도시 곳곳에 안 전지대를 만들자.

“알겠어요. 빠르게 움직이죠.”

농온그의 길드원은 아직 수십 명 에 불과하다. 주변 중소 길드와 협 약한 게 있기에 각 길드 건물을 중 심으로 사용자가 모여 있을 거다.

도시를 돌면서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마정령을 최대한 제거한다.

그게 그들의 계획이었다.

비상사태다.

물리력으론 상대할 수 없는 끔찍 한 감염체인 마정령. 그들이 전 세 계에 뻗어 활동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한국엔 사용자협회에 소 속된 사용자가 무장한 상태로 거리 를 점령했다. 5대 길드에서 나온 사용자들까지 마찬가지 였다.

“전사의 함성!”

으아 아아o}!

거대한 함성. 마력을 지닌 파장 이 도시 전체를 휩쓴다. 호주에서 신력을 받아 원 클래스 마스터급 사용자가 급격히 많아진 상태였기 에 몇 명의 전사만으로 거리 전체 의 어그로를 끌 수 있다.

“하이드! 인기척 제거!”

우우웅!

화악!

수십 명의 마법사가 주변 민간인 의 인기척을 제거한다.

“아군 실드!”

우우웅!

다시 수십 명의 마법사가 아군 진형에 실드를 생성했고 다른 마법 사팀이 실드에 정령 속성을 주입했 다.

끼아0}아아’!

멀리서 검은 마정령이 몰려들었 다. 마스터급에 다다른 전사의 도 발은 강력했다.

“모두 공격 준비!”

화륵! 우우웅!

강력한 마력의 파동. 화염 정령 사의 정령들. 200명 정도가 모인 서울 방어팀이다.

“발사!”

얼핏 봐도 수백 마리다. 저걸 한 번에 다 죽일 거란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콰과과! 화르륵!

“1팀 뒤로! 2팀 앞으로!”

척. 처저적.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끼야아아아!

첫 번째 공격이 마정령들에게 닿 았다. 동시에 2팀이 마법 준비를 끝냈다.

“공격!”

끼야아아아!

마정령 수십이 소멸한다. 하지만 반절 이상이 살아서 실드에 부딪쳤 다.

콰과과과!

튕겨 나가는 것도 있었고 달라붙 어 녹아내리는 것도 있었다. 하지 만 몇몇은 실드를 뚫고 들어왔다.

“요격팀! 공격! 2차 방어 실드 생성!”

우우웅!

아군을 근접 거리에서 방어하는 실드가 생성되고 속성이 뒤덮는다. 동시에 실드 안쪽에서 화염의 정령 들이 공격을 시작한다.

다시 반절이 사라지고 몇몇 정령 이 실드를 뚫는다.

“제길! 3차 방어팀!”

“마력이 부족합니다!”

“공격이라도 해! 요격팀! 요격 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령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꼬아아아악! 살려 주세요!”

“동렬아! 정신 차려!”

“흐익! 내 팔이! 내 얼굴이!”

끄어어억.

지옥이 따로 없었다. 마정령은 사용자들을 훑고 지나갈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마력이 봉인되 고 몸이 검게 변한다.

끄륵. 끄으윽.

감염되는 사람은 혼의 성향과 마 법 저항 등의 요인으로 감염되는 속도가 다르다. 방어팀 중 한 명은 이미 눈이 하얗게 뒤집히고 피부가 새카맣게 변했다.

끄어어억!

등가죽이 갈라지고 머리엔 뿔이 돋는다. 손과 발에서 긴 촉수가 뽑 혀 나오며 머리 위엔 검은 영체가 아른거린다.

“감염자가 나왔다! 바로 속박해!”

몇 개의 마법진이 빛을 터뜨리고 넝쿨이 감염된 사람의 팔다리를 감 쌌다. 동시에 성질 변환으로 넝쿨 이 강철로 변했다.

꼬아아아악!

하지만 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 다. 강하게 반발하며 촉수를 뻗어 주변 사용자를 공격했다. 그 촉수 에 찔린 사용자는 다시 감염됐다.

꼬아아아악!

“살려 줘! 살려 달라고!”

“나, 나 좀 죽여 줘……!”

비명과 절규가 방어 진형을 무너 뜨렸다. 사용자뿐만이 아니다. 주변 건물, 차, 길거리에서 감염자가 속 출했다.

일반 사용자들은 마정령을 완전 히 막을 수 없었다.

그때 였다.

휙.

무언가 그들 머리 위로 날아왔 다.

환하게 빛을 뿌리는 작은 돌.

우우웅!

강렬한 빛이 주변 전체를 밝혔고 마정령을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그러곤 마정령에 감염된 사람, 감 염 중인 사람들의 머리에서 검은 연기가 뽑혀 그 돌로 들어가기 시 작했다.

검은 피부, 마물로 변한 사람들 까지 원상태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 이다. 그 광경을 본 사용자들은 그 돌을 ‘기적의 돌’이라 불렀다.

그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