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5편_ GOD급 스킬(1)
“그것도 일리가 있긴 있어. 확 실히 호주에서 전투하고 여기서 오염된 거인족을 상대했을 때, 잠 재력이 커진 기분이 들거든.”
“문제는 그걸 확인할 방법이 없 다는 거고.”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장을 위해서든, 무력을 위해 서든. 더 좋은 스킬. 그리고 상성 에 알맞은 스킬을 찾아야 한다는 거지. 그걸 스킬 코인이라는 게 해결해 줄 수 있을 거야…… 아마 도.”
확신할 순 없다. 최적의 스킬이 나온다고 하지만, 그게 얼티밋 정 도의 스킬이라곤 아무도 확신할 수 없으니까.
연우는 세 엘프보다 아르테가 더 걱정이었다.
화정(火淨), 억겁의 지옥, 인공 태양, 헬리오스의 축복이라는 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고유 명 사가 들어간 전설에서 얼티밋급 스킬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나머지 세 개의 마스터 급 스킬과 그 외에 스킬은 솔직히 말해서 형편없다.
‘나도 할 말은 없지만.’
연우도 그렇게 따지면 그리 좋 은 스킬은 아니다.
이참에 여기서 새로운 스킬을 찾아봐야겠다. 스킬 코인이나 거 인족들에게 없다면 마왕에게. 마 왕에게도 없다면 마계까지 가면 몇 개는 있지 않을까?
연우와 일행은 삼겹살에 흰 밥. 그리고 각가지 산나물로 배를 채 우고 거인족 던전. 새로운 세계에
서 첫날 밤을 보냈다.
다음 날, 거인족들을 만나러 이 동했다. 그들은 그 거대한 덩치에 걸맞지 않게 산맥 밑 지하에 거주 하고 있었다. 몇몇 거인족이 공간 에 특화된 스킬 마스터가 있었기 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갑습니다.”
“저도 반갑네요.”
나이가 지긋하게 든 거인족의 족장이었다. 확실히 거인족도 나 이가 먹으면 늙기는 하는 모양이 다. 매일 마왕이나 엘프 같은 비 정상적인 종족만 봐서 잊고 있었 다.
“저회를 도와주실 수 있다고 들 었습니다.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 리고 싶습니다.”
“아닙니다. 저회도 보상을 바라 고 하는 거니까요.”
“스킬 코인. 이건 사실 보상이 라고 하기도 부끄럽습니다. 사용 한다고 닳는 게 아니기 때문이 죠.”
“스킬 코인에 대해서 자세히 알 고 싶네요.”
연우는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그러면서도 상당히 불편했는데, 높은 성 위에 연우와 일행이 앉아 있었고 거인족의 거대한 눈동자에 대고 말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스킬 코인이라는 건, 고대 신 의 유품이자, 우리 종족이 보물입 니다. 어떤 스킬인지 알 순 없지 만, 개인이 가진 재능에 맞는 스 킬을 부여해 주죠.”
아스가르드에도 이런 물건은 없 었다.
모든 스킬은 스킬 북으로 배우 게 돼 있었으니까. ‘가챠’처럼 랜 덤으로 스킬 북을 사는 캐시 상점 은 있긴 했지만, 그건 적성이나 상성에 상관없는 ‘등급’ 사행성 시 스템이 었다.
“일단 보면서 설명해 드리겠습 니다.”
연우와 일행은 필스타인의 어깨 에 올라 같이 이동했다.
거인족이 사는 지하 도시는 어 마어마했다. 그들 기준에서야 작 은 마을 몇 개 붙인 정도지만, 연 우나 일행들에겐 거의 하나의 대 륙이나 마찬가지였다.
작은 신전. 당연히 거인족의 기 준에서 작은 건물에 들어서자 찬 란한 황금빛 오라가 그들을 삼켰 다.
“뭐지? 신력인가?”
확연하게 구분되지 않은 신력이 었지만, 몸에 차오르는 고양감은 그 어떤 신력보다 진했다.
“그런 것 같은데?”
몸에서 점차 빠져나가는 걸 봐 서는 영구적인 신력은 아닌 모양 이었다.
“이곳입니다.”
분명 코인이라고 했다. 아마 그 들 기준에서는 손바닥만 한 동전 일 거다. 하지만 연우가 보기엔 원형 건축물. 즉, 작은 집 정도의 크기였다.
“이 코인을 손에 쥐고 기도하면 개인이 가진 잠재력과 상성을 파 악해서 최적의 스킬을 부여합니 다. 그런데 평생 단 한 번만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아 스 킬이 사라지면…… 모르겠지만요.”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아니요. 사실, 없었습니다. 그 래도 전해져 오는 코인 사용법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그것보다 저희가 쥘 수는 없겠는데요?”
“아마 손만 가져다 대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족장도 확신하는 말투는 아니었 다. 그러면서 스킬 얻는 과정과 확률에 관한 이야기를 해 줬는데, 연우는 심안으로 스킬 코인을 확 인했다.
[스킬 코인(GOD)] 설명 : 고대 신이 후대를 위해 직접 제작한 영구적인 스킬 부여 마법이 걸려 있다. 대상의 적성과 잠재력, 보유한 스킬까지 상정해 최적의 스킬을 부여한다.
(단, 스킬의 등급은 완벽한 확 률로 결정되며 상위 등급의 스킬 을 얻을 확률은 아주 희박하다.)
(스킬 부여를 받은 이는 받은 스킬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다시 사용할 수 없다.)
“갓급이라니……
연우는 GOD 등급을 보고 놀랐 다.
아스가르드에서도 희귀한 게 GOD 등급이고 연우와 요섭이 제 대로 마음을 다잡고 만들며 온갖 귀한 재료를 넣어야 겨우 완성되 는 게 GOD 등급이다.
그리고 그 외에. 그 어떤 곳에 서도 GOD 등급을 본 적이 없다.
‘역시 고대 신이라는 건가.’
지금까지 신이라는 것들을 보면 권능을 가진 마왕 같은 게 주변 다른 생명체보다 높은 신력을 가 진 것에 불과했다. 그 신력이라는 것도 정말 신의 힘이라기보다는 그저 규칙이라는 힘이지 않은가.
연우는 복잡한 머리를 털어 버 렸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게다가 ‘최적의 스킬’. 설명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아스가르드 공략집 에서도 완벽하게 설정돼 있지 못 한 내용이다. 그저 몇 가지의 ‘좋 은 스킬 조합’ 정도가 전부였고 스킬을 구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니 다.
‘그렇다는 건 회귀한 스킬도 얼 마든지 얻을 수 있다는 거네.’
최적의 스킬이 그저 검술일 수 있고, 이자젤의 붉은 숲의 일족이 라는 얼티밋 등급일 수도 있다.
게다가 여기 설명을 보니 그 둥 급이라는 게 스킬 종류와 상관없 이 결정되는 것 같았다. 운이 좋 지 않아서 일반 등급이라도 뜨면 큰일이다.
한 번 배운 스킬은 지울 수 없 으니…….
‘잠깐? 못할 것도 없지?’
아공간에 스킬 삭제 아이템도 있을 거다.
캐시 아이템이긴 했지만, 연우 는 넘치도록 가지고 있다. 왜 그 런 걸 샀냐고? 그냥 시장에 싸게 나왔헜으니까. 캐시도 아니고 골 드로 말이다.
그게 쇼핑 중독자에겐 완벽한 이유였다.
“ 괜찮네요.”
이 코인으로 스킬을 하나씩 배 우고…… 거인족이 가지고 있는 스킬 중에 고위 등급의 스킬을 하 나씩 복제하기로 했다.
“보상도 좋고. 퀘스트도 재미있 겠네.”
= T三
연우는 고개를 좌우로 풀었다. 웃음기가 떠나질 않는다. 오랜만 에 제대로 싸울 상대를 만났고 괜 찮은 보상까지 따라온다.
“스킬을 먼저 부여받을 수 있을 까요?
“당연하지요. 스킬을 받아 더 강해진다면 마왕을 확실하게 저지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 운이 따라 줘야겠지만요.”
“저 운 빼면 시체입니다. 행운 의 신이라 할 만하죠.”
다시는 꺼내지 않겠다고 다짐했
던 확률 증가 장비 세트를 꺼내야 할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 이대로 드리고 싶 지만, 그렇게 되면 저희 종족이 버틸 수가 없어서요.”
통째로 준다면 감사히 받겠지 만, 종족의 보물을 가져갈 만큼 인성 파탄자는 아니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일단은 연우는 가장 나중에 하 기로 하고 일행들을 들여보냈다. 행운 장비 세트 사용법을 알려 주 고 스킬 삭제 아이템까지 넉넉하 게 줬다.
아이템은 충분했고 앞으론 쓸 일도 없을 테니까.
처음은 이자젤이었다.
당연히 괴상한 장비를 보고 기 겁했지만, 확률을 올려 주는 옵션 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지 연우 욕을 하며 꾸역꾸역 입었다.
그렇게 스킬 삭제로 무한 반복 이 가능하니 얼티밋 이하의 스킬 을 받을 수가 없었다.
이자젤은 [타이탄 제작]이라는 스킬을 얻었다. 아스가르드에도 전혀 없는 스킬이었기에 당황했지 만, 곧 머릿속으로 밀려드는 지식 에 황홀한 신음을 흘렸다.
역시 마법, 인챈트, 마법진, 마 도 공학에 관련된 재능을 가진 이 자젤이었다.
수이니는 [거대화]라는 스킬이 었는데 거인족의 육체를 모방할 수 있는 고대 신의 권능이라고 했 다. 크기에 비례해 육체 능력이 뻥튀기된다. 검을 주로 쓰는 육체 파 수이니라 그런지 상당히 괜찮 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후름은 [화신(化身)]이라는 건 데 직접 그린 그림을 소환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스킬 효과 자체 만으로는 사기급이었는데 과연 후 름의 그림 실력으로 얼마나 괜찮 은 소환물이 나올지는 직접 사용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아마 졸라맨이나 이름 모를 괴 상한 슬라임들로 가득하지 않을 까.
그리고 아르테는 불 관련 스킬 을 뜰 줄 알았다. 하지만 그쪽은 충분한 건지 [고대 신의 신살 검 술]이라는 말도 안 되는 스킬이 나왔다.
설명에 따르면 신을 상대하기 위한 검술이라는 건데 거인족 족 장도 놀란 걸 보면 정말 희귀한 스킬이긴 한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신기했던 건 모두 세 번에서 다섯 번씩 스킬을 다시 부여받았는데 모두 똑같은 스킬이 나왔고 등급만 달라졌다는 거다. 게다가 그 정도에 얼티밋 등급이 나왔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 다.
게다가 이 틈에 므깃도로 헤맨 을 불러서 스킬 부여를 받게 했 다. 헤맨은 서른 번 만에 얼티밋 등급이 나왔는데 연우가 운도 없 다고 놀려 댔다.
그래도 스킬은 [공간의 지배자] 라는 어마어마한 스킬이 나왔다. 지금까지 헤맨은 마법과 공간 특 화이긴 했지만, 공간 관련 공격 마법은 없었다.
이로써 헤맨은 정말 공간에 특 화될 수 있었다.
그리고 연우의 차례.
이름이 [독립]이라는 희한한 스 킬이 었다.
연우는 계속 행운 장비를 꼈음 에도 불구하고 일반 등급이 두 번, 전설 등급이 다섯 번 정도 나 왔고 뒤로 30번을 더 한 다음에 겨우 얼티밋 등급의 스킬이 떴다.
그때 헤맨이 지켜보다가 잘됐다 싶었는지 엄청나게 놀렸다.
‘난 GOD까지 간다.’
하지만 연우는 그걸로도 만족하 지 않았다. 50번, 1,000번, 5,000 번 정도가 되고 몇 번인지 세지 않을 만큼 더 반복했을 때야 GOD 등급이 나왔다.
하지만 그때 스킬 이름이 바뀌 었다.
그 이름은 [오롯이 선 세계].
[오롯이 선 세계(GOD)]
설명 : 그 어떠한 신력에도 얽 매이지 않습니다. 신력은 허상인 규칙. 차원의 힘을 틀어쥔 종족이 자리를 지키려 만들어 낸 아집과 오만일 뿐입니다. ‘오롯이 선 세 계’라는 존재를 부여받은 사용자 ‘신연우’의 세계는 그 규격 외로 분리됩니다.
흐음.”
설명은 장황했지만, 간단했다. 신력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
아마 독립이라는 스킬도 이런 종류의 힘이었다. ‘신력이라는 것 에 저항을 덜 받는다’ 정도였는데 GOD 등급에 들면서 그 효과가 극한까지 이르러 분리돼 버린 것.
조금 아쉽긴 했다. 신력이야 흡 수하면 되는 것이기에 더 강력한 스킬이 나왔으면 했으니까.
“뭐, 어쩌겠어. 다시 그 노가다 를 반복하고 싶지도 않고…… 한 다고 해서 변하는 것도 아니고.”
이 스킬 코인에서 연우가 얻을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인 거다. 더 화려하고 좋은 스킬은 거인족이 가진 스킬을 복사하거나 마계로 가서 휘저으면 된다.
연우는 헤맨에게 거인족의 스킬 복제를 명령했다. 최소 얼티밋 이 상의 스킬을 수집하기 위해서다.
“슬슬 싸우러 가 볼까?”
연우뿐만 아니라 일행들도 모두 좀이 쑤시는지 빨리 이동하자고 재촉했다.
이동 수단으로 이자젤이 트리니 티를 소환했다. 수십 번의 공간 이동과 트리니티의 어마어마한 속 도로 대륙을 횡단했고 바다를 건 넜다.
중간에 등장한 마족이나 거대 괴수들은 몸에 살짝 열을 내기 위 한 준비운동으로 상대해 줬다.
그리고 마왕의 신전이 있는 마 계화된 대륙에 도착했을 때, 그들 은 이미 전쟁 준비 중이었다.
“모두 가자!”
이자젤, 수이니, 후름, 아르테가 모두 뛰어들었다. 연우는 므깃도 를 열어 포 클래스 이상의 몬스터 를 모조리 꺼냈다. 그러는 김에 요드와 데르드가까지 꺼냈다.
역시 거인족의 대륙인 듯, 거대 화된 마족과 마물들이 무자비하게 쏟아져 나왔다.
“오랜만에 제대로 몸 좀 풀겠 군.”
저 멀리 에잇 클래스 마스터인 마왕이 포착됐다. 저 녀석의 스킬 을 복제해야 하기에 죽이지 않고 제압해야 하는 것. 그 정도면 적 절한 페널티였다.
원래 게임이라는 것에 적당한 페널티는 재미를 더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