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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편_ 캠핑, 거인족의 세계 (176/207)

제192편_ 캠핑, 거인족의 세계

(1)

아르테의 핵은 깔끔하게 포기했 다. 어차피 100년에 한 번 분리 가능하다고 한다. 아르테는 지금 까지 한 번도 분리한 적이 없지 만, 지금이라도 하면 100년을 기 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걸 키메라 제작에 사용할 수 는 없지.’

그렇다고 연우의 마력이나 신력 으로 핵 비슷하게 만들어 아르테 와 수정을 할 수도 없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이론상 가능하지 만, 그럴 순 없었다.

결국, 아르테에겐 강력한 화 속 성을 지닌 머리칼 조금과 DNA를 아주 소량 채취했다.

문제는 이 DNA를 버틸만한 메 인 육체를 찾을 수 있느냐다.

“이게 가장 고민이네. 만들어지 기만 하면 엄청날 텐데.”

아르테의 엄청난 잠재력을 그대 로 따라갈 순 없을 거다. 하지만 약간의 장점을 더하고 그 한계를 늘린다면? 운이 좋으면 아르테를 능가하는 키메라를 제작할 수 있 을 거다.

물론,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라 무력이 다.

“요르문간드의 DNA와 결합해 볼까. 둘 다 한쪽은 육체 자체여 야 하긴 하는데.”

머리칼과 소량의 DNA라고 해 도 세븐 클래스 마스터의 것이다. 당연히 웬만한 육체는 받아들일 수 없을 거다.

후보는 많다.

케루빔이 있던 50번대 차원의 마계에서 서큐버스나 사신을 찾아

도 된다. 잠재능력으로만 따지면 파이브 클래스 마스터까진 가능할 거다.

드래고니아 대륙의 케루빔급 마 왕이나 천족도 있고 용족들도 나 쁘진 않다. 백호나 화염룡도 있고 이자젤의 트리니티도 있다.

“그것들은 좀 그런가.”

이왕이면 소녀 부대라는 이름에 맞게 소녀틱한 모습이면 더 좋을 것 아닌가. 백호나 화염룡과 같은 녀석들로 하기엔 아르테의 DNA 가 아깝다.

그동안은 목표가 쓰리 클래스 마스터에서 최대 포 클래스 마스 터 정도 됐기에 마계에서 구한 육 체를 가져다 썼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모험을 한번 떠나야 하나.”

연우는 조금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이자젤이 가자고 했던 캠핑이 나 가서 머리를 식혀야겠어.’

복잡할 땐 생각 없이 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전에 왔던 정령의 숲이다. 수 십 가지의 속성. 수백 가지의 모 습. 수천 가지의 성향을 지닌 수 만의 정령들. 그때는 사자의 영향 으로 죽어 가는 벼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형형색색. 화려한 유흥가의 밤 거리를 보는 기분이랄까. 현대사 회에서도 이렇게 아름답고 다양한 색채가 바쁘게 움직이는 곳은 없

었다.

살랑. 바람의 하급 정령이 불의 정령과 춤을 추다 연우의 어깨에 부딪혔다. 두 정령은 그게 재미있 었는지 꺄르르 웃으며 연우의 머 리를 휘감으며 날아갔다.

“아름답지?”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 자젤이 물었다. 그 옆으론 아르테 와 수이니. 그리고 후름까지 있었 다.

“그러네. 여긴 어떻게 이렇게 된 거야?”

그땐 폐허나 마찬가지였다. 아 무리 사자를 없앴다고 하지만 50 번대 차원인 오크르트의 마계와 연결된 이곳이 이렇게 빠르게 변 할 수는 없다.

“내가 가끔 와서 관리했거든.”

“나도 같이 와서 도왔지.”

수이니와 후름이었다. 하긴, 처 음 이곳을 발견한 게 수이니였고 후름은 정령사니까.

연우는 조금 더 걸어 들어갔다. 화려한 빛들이 연우를 감싸고 사 라지기를 반복했다. 겁도 없는 모 양이다. 뭐가 그렇게 신기한 건지 옆으로 자꾸 와 간질인다.

“이쪽에 자리를 잡아 볼까?”

“좋지.”

적당한 바위와 무너져 버린 석 상 몇 개가 아늑한 공간을 이루고 있었다. 캠핑이라는 게 원래 이런 재미이지 않은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아늑한 둥지를 틀고 즐기 는 것.

아르테가 빠르게 다가와 모닥불 을 켰다. 재미있게도 모닥불의 재 료는 돌멩이였는데 아르테가 아니 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난 요리를 하지!”

“난 술을 준비하고.”

“난 그림을……!”

“하지 마!”

후름이 그림을 그린다길래 연우 가 뜯어말렸다. 괜히 여기서 이상 한 그림을 그렸다가 정령의 미움 을 받을 것 같았다.

“그냥 정령들이랑 놀아 줘.”

“그러지 뭐.”

단순한 건지, 후름은 금세 정령 들에게 손짓하며 불러 모았다.

연우는 모두 앉을 수 있는 의자 와 간단한 탁자를 꺼냈다. 요리는 금방 완성됐고 불 위엔 생선 몇 마리가 손질돼 올라갔다. 이번에 메인 바비큐는 생선인 모양이다.

그렇게 화려한 정령의 춤을 보 면서 여유를 즐길 때였다.

쿠르르릉.

땅이 진동했다.

“응? 뭐지?”

연우는 몰랐다. 하지만 나머지 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슬슬 왔나 보다. 가 볼까?”

“뭐야?”

연우가 묻자 수이니와 후름이 이자젤을 쳐다봤다.

“아아, 너무 당연한 거라 내가 말 안 했네. 여기 작은 던전이 발 견됐거든. 그래서 전쟁 한 번 하 러 온 거지.”

“…… 난 전혀 몰랐는데?”

“새삼스럽게 왜 그래? 우리 원 래 캠핑 가면 전쟁은 필수였잖아. 아스가르드에서.”

그건 그랬다. 계속 평화로운 지 구에 있다 보니 잊은 거다. 연우 는 그럴 수도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우리가 올 만한 던전이 있어?”

“응, 후름이 발견했는데 생각보 다 재미있을 것 같아.”

“어떤 던전인데?”

“거인족이라고 해야 하나? 엄청 나게 강한 근력을 지닌 전사들인 것 같아. 아스가르드와는 많이 다 른 것 같기도 하고.”

새로운 종족. 게다가 거인족이 라 하면 항상 신과 연결된 종족이 아닌가.

연우의 눈에도 흥미가 돌았다.

“어디지?”

“저기. 오늘일 줄은 몰랐는데 한 달에 한 번 정도? 입구가 열리 더라고.”

수이니가 가리킨 곳엔 높은 절 벽이 있었다. 그 밑에 작은 문이 보인다. 연우와 일행은 기다릴 것 도 없이 바로 출발했다.

“빠르게 한 번 다녀와서 밥을 먹고. 문 닫히기 전에 한 번 더 가자.”

“그래, 가서 사냥 좀 하다가 먹 어도 되고.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도구도 챙겨 가지.”

그렇게 사냥은 결정됐다.

순식간에 문 앞까지 도착한 연 우는 높이 10m 정도 되는 문을 밀었다. 잘 밀리지 않았는데 꽤 많은 힘을 내고야 밀 수 있었다.

끼이이익.

푸후.

문이 열리면서 진득한 습기가 느껴지는 공기가 코를 찔렀다. 동 시에 끔찍한 비명들이 들렸다.

“오호, 오랜만에 재미있겠는데?”

“그러게. 예전 생각난다. 그 방 산 깊은 곳에 열렸던 던전 있잖 아.”

“그 지하의 습격이었나? 거대한 거미들이었지. 아우 그건 너무 더 러웠어. 한 번 죽이면 내장이 터 지는 게……

“그래도 거기서 인면 지주의 실 은 많이 구했지. 요즘도 잘 쓰고 있잖아.”

연우, 이자젤, 수이니, 후름는 편하게 수다를 떨었고, 아르테는 연우를 제외하고 가장 강하지만 이런 경험은 별로 없는 건지 긴장 한 모습이었다.

문 안쪽은 하나의 산맥 중심이 었다.

나무 하나하나가 10층 건물 정 도의 높이였는데 각가지 벌레와 동물들도 연우보다 몇 배는 큰 상 황이었다.

“이거 거인 대륙인가. 우리가 작아진 기분이네.”

“그러게.”

쿵. 쿵. 쿵.

꼬아아아악!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진 동과 굉음이 들린다. 여러 비명이 들리는 걸 봐선 서로 전투 중인 것 같았다.

“가 보자.”

연우는 그렇게 말하곤 하늘 위 로 떠올랐다. 수이니, 후름, 이자 젤, 아르테까지 못 나는 이는 없 으니 잘 따라왔다.

멀리 거인족이 보였다. 그 거대 했던 나무가 허리에 올 정도로 거 대한 종족. 말 그대로 거인족이었 다.

“뭐야. 근데 왜 다 여자야?”

그것보다 생긴 게 왜 이렇게 사 람하고 똑같이 생긴 걸까. 얼핏 엘프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게 다가 맞는 옷이 없는 건지, 잎과 가죽으로 중요 부위만 가린 게 전 부였다.

이자젤이 연우를 째려봤다.

“왜 날 봐? 너회가 데려온 거잖 아.”

“칫

할 말이 없긴 할 거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너무 남자만 많이 나오긴 했다. 적은 다 남자였고 수인족이나 천 족이나 마족이나 대부분 남자였 다.

하물며 몬스터도 대부분 남자였 을 거다.

‘하긴, 마력이 가미되면 남자보 다 여자가 강한 케이스가 많으니 까.’

남성이 육체적으로 발달했다면 여자는 마력 쪽으로 발달했다는 것일까. 연우도 정확한 원리는 모 른다. 하지만 지금 저 거인족이 여자고. 아르테가 여자이며. 키메 라도 여자로 만든 게 결코 의도적 인 건 아니라는 거다.

“하여튼 가서 싸우자!”

총 여덟 개체에 달하는 거뭇한 피부의 거인족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 엘프가 힘을 발산하자마자 고개가 이쪽으로 홱 돌았다.

거인족들의 눈동자가 이상하다. 몸은 완벽한 인간과 닮았는데 이 성을 잃은 느낌이랄까.

푸확!

가장 먼저 세 엘프가 먼저 뛰어 나갔다.

지금까지 농장에 있었다고 답답 했던 모양이다. 연우는 총 여덟 거인족의 무력 수준이 쓰리 클래 스 마스터에서 파이브 클래스 마 스터인 걸 보곤 천천히 갔다.

이자젤이 바로 트리니티를 불렀 고 수이니는 30m가 넘어가는 검 강을 일으켰다. 동시에 후름은 검 의 정령을 불러들이며 거인족과 마주쳤다.

콰아아아아!

서로 직접 부딪힌 건 아니다. 거인족의 거대하고 흉포한 기세. 이쪽의 투지가 허공에서 충돌해 서로를 밀어내는 중이었다.

어마어마했다.

“저, 저도 들어갈까요?”

“싸우고 싶어?”

“꼭 그렇지는 않긴 한데.”

그러고 보니 아르테가 싸우고 싶어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차원 을 대표해 최전선에서 싸운다는 종족이 맞는 건가? 아니, 종족은 그럴 수 있어도 각자 성향은 다른 법이니까.

“역시 농사 체질인 건가.”

“…… 그런가 봐요. 전 싸우는 게 왜 재미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럼 여기 구경이나 하고 있 어. 아니면 심을 만한 씨앗을 찾 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아르테가 혼자 돌아다닌다고 여 기서 위험할 일은 없을 거다.

“그, 그래도 될까요?”

“그래. 이따가 밥 먹을 때 부를 게.”

“알겠습니다!”

아르테는 연우에게 정중하게 인 사하곤 밑으로 내려갔다. 연우는 고개를 돌려 전투 중인 세 엘프를 바라봤다.

원래 엘프는 공격적인 성향이 아니다. 그 많은 엘프 중에서 저 셋이 특히 사나워서 연우랑 최전 선에서 싸우고 다닌 것도 있긴 하 다.

‘하긴, 사람도 그렇게 다양한

성향이 있는데.’

또 셋은 재능도 뛰어나다. 분명 셋 다 쓰리 클래스 마스터인데 더 강한 파이브 클래스 마스터를 상 대로 잘 버티고 있다.

거인족도 호전적인 성격인 건지 달려든 것만으로 여덟 개체가 모 두 전투에 응했다. 아니, 세 엘프 보다 전투를 더 좋아하는 눈치였 다.

“에잇! 죽어라! 헬 파이어 버스 터!”

“크윽. 너무 강해. 정령이 힘을 못 쓰는데?”

“내 검도야…… 연우야!”

밀리기 시작하자 연우를 부른 다.

연우는 뭘로 싸워 볼까 하다가 보이지 않는 손을 꺼내 달려들었 다.

콰아아아앙!

두 거인족이 연우의 보이지 않 는 손을 한쪽씩 막았다. 이미 연 우의 보이지 않는 손은 마스터 단 계에 다다라 수와 크기의 제한이 없다.

덥석.

두 거인족의 머리가 보이지 않 는 손에 쏙 들어온다.

콰직!

단단한 두개골 두 개가 부서졌 다.

양옆에서 세 거인족이 달려들었 지만, 연우를 때리긴커녕 털끝 하 나 건들지 못했다.

‘신력이 꽤 있는데?’

워낙 중위 차원 신력에 적웅하 고 아르테가 가지고 있던 신력까 지 연결됐기에 그다지 격차는 없 어 보였다. 하지만 세 엘프는 무 력보다도 신력 때문에 힘겨운 모 양이었다.

‘오크들보다는 상위 차원이라는 거군.’

평범한 던전인 줄 알았다. 그런 데 신력이 이 정도라는 건 분명 다른 차원과 연결이 돼 있다는 거 다.

‘아르테의 말이 맞는다면 말이 지.’

그럼 이곳을 샅샅이 뒤져 볼 이 유는 충분했다. 운이 좋으면 아르 테의 DNA를 심을 수 있는 육체 를 찾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연우는 뒤로 물렀다. 나 머지는 세 엘프에게 맡겨서 신력 에 적응하게 해야 했다.

“자, 엄호해 줄게. 적응 좀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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