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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편_ 키메라(4) (175/207)

제191편_ 키메라(4)

연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어둠 이 내린 작업실 안. 조심스럽게 재료를 선택했고 빠르게 조립했 다. 키메라 제작을 위한 작업을 이렇게 조용하게 진행했던 적이 있었을까?

그때, 텅 하고 조명 켜지는 소 리가 들렸다.

연우는 잽싸게 만들던 걸 숨겼 다.

“누구야?”

“나야! 이자젤!”

이자젤이 호주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모양이었다. 연우는 조심 스럽게 굽히고 있던 허리를 폈다.

“일 다 보고 온 거야?”

“어, 역시 경기도 재미있지만, 내가 직접 만든 걸 누군가…… 너 그거 뭐야?”

“뭐, 뭐가?”

이자젤의 눈이 빛났다. 눈치 하 나는 끝내준다.

“그거. 뒤에 숨긴 거.”

“아무것도 아니야.”

“아닌데, 분명 위험한 냄새가 나는데. 음흉한 수컷 두더지 씨.”

“으, 음흉하긴 누가!?”

이자젤이 빠르게 다가와 연우의 뒤를 향했다. 하지만 연우가 그대 로 보여 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이자젤은 마법을 이용한 분신으로 연우를 속인 뒤 손에 가지고 있는 걸 낚아챘다.

“젠장! 방심했어!”

이걸 보려고 마법까지 사용할 줄 몰랐다.

“꺄아! 이게 뭐야……!”

이자젤은 경악한 얼굴로 손에 들린 것을 떨어뜨렸다. 그사이 연 우가 빠르게 받았다. 피규어로 제 작된 키메라인 만큼 떨어지면 손 상이 갈 수 있다.

연우의 손에 들린 건 작은 피규 어였다.

그런데 계속 만들던 것과는 많 이 달랐다. 새하얀 다리, 풍만한 몸매, 긴 머리와 가벼운 옷차림까 지…….

“이 변태야!”

“아,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 상변 태!”

“진짜 그런 거 아니라고!”

“그런 게 뭔데!”

“그 야한…… 아니, 그게 아니 라…… 선물이라고!”

“이걸? 이걸 누가 써!”

“헤맨! 요즘 외로워하길래 친구 만들어 준 거야. 아공간 관리하는 보조로 쓰기도 하라고!”

“쳇, 근데 뭐 이렇게 예쁘고 야 하게 만든 거야!?”

“야한 거 아니거든! 전체 이용 가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 할래? 아직 옷을 못 입힌 거지. 위에 전 신 갑옷으로 입힐 거다!”

“훙. 도대체 어떤 종족을 합한 거야?”

이자젤이 눈을 빛내며 분석했 다.

“공간의 정령? 여성체 몸은 서 큐버스…… 거기에 집 요정? 이게 무슨 조합이야! 이 변태야!”

“무, 무슨 조합이긴. 공간에 특 화된! 그리고 잡일을 도와줄 DNA를 찾은 것뿐이라고!”

이자젤도 지쳤는지, 아니면 연 우를 믿는 건지 더 말을 꺼내진 않았다. 연우는 그 피규어에게 옷 을 제대로 덧입히곤 한쪽에 놔뒀 다.

아직 시간을 두고 재생을 해야 완벽해진다.

“하여튼, 일은 잘하고 왔어?”

“흥, 그래. 몬스터 사냥에 쓰이 긴 힘들겠지만, 사용자들이 필드 같은 곳에서 타기도 좋고, 전투 레이싱이라고 새로운 스포츠로 인 기도 많은 거 같고. 나쁘지 않네.”

“덕분에 새로 인수한 람보라는 자동차 회사도 꽤 성장하겠네.”

이자젤이 끄덕였다. 저런 차를 이자젤이 다 만들 순 없다. 몇 개 의 소장용이나 연구용으로는 직접 만들지만, 제대로 된 판매를 위해 선 공장에서 제작할 수 있는 수준 으로 설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우리 가 볼 곳이 생 긴 것 같아서 온 거야.”

“어딜?”

“캠핑.”

연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 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캠핑을 간 지 오래됐으니 한 번 가 볼 만 했다.

“알았으니까. 일단 올라가 봐.”

“흐으음. 또 이상한 거 만들려 고 하는 거지?”

“아니거든!”

이자젤은 의심스럽다는 눈빛을 감추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 마력 엔진 슈퍼 카를 만들었지만, 아직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 다.

“휴, 큰일 날 뻔했네.”

연우는 피규어를 소중하게 들어 살폈다. 헤맨에게 선물한다는 건 사실이다. 물론, 이거 하나만.

연우는 서랍을 열었다.

그곳엔 수십 개에 달하는 서큐 버스 기반 키메라들이 피규어 상 태로 보관돼 있었다.

“흐흐. 시작해 볼까.”

이번엔 피규어와 축소 던전을 이용한 세계 만들기다. 아스가르 드에서도 몇 번 하긴 했는데, 초 반에 몇 번 하다가 말았다. 굳이 할 필요성이 없었다고나 할까.

‘대륙급 이벤트가 하도 많았으 니까.’

재미있기는 했지만, 그 시간에 마왕을 잡아 족치는 게 더 재미있 었다.

하나의 던전이나 세계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던전에서 만든 몬스터는 그 안에 종속된다 는 게 단점이었고, 세계는 너무나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는 게 단점 이었다.

두 단점을 보완한 게 드래고니 아 대륙이었지만, 그것도 므깃도 에 연결해 어마어마한 마력을 소 모하고 있다.

‘그것도 드래고니아 안에서 전 쟁이 활발해지면 므깃도로 마력을 공급하게 되겠지만.’

시간이 꽤 걸린다.

그래서 연우가 직접 만든 키메 라 피규어를 축소된 이 세계에 넣 어 키우는 거다. 던전처럼 몬스터 랑 지형지물도 만들고 연우가 직 접 아이템과 장비를 뿌려 피규어 를 성장시키는 것.

최소한의 자원으로 강력한 키메 라를 만들 수 있는 육성 시스템이 다. 마치 보드게임처럼.

그런데 왜 서큐버스 기반이냐 고?

“크흠. 꼭 그것만 있는 건 아니 니까. 리젤처럼 사신도 있고……

연우는 아무도 묻지 않는 걸 굳 이 혼잣말로 변명했다. 조용히 주 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다.

그럼 이제 시작해 봐야겠다.

키메라를 만든 이유야 많다.

어마어마하게 강한 아르테를 얻 으면서 자극이 된 거다. 연우보다 는 약하지만, 세븐 클래스 마스터 라는 게 얼마나 강한지, 그게 얼 마나 높은 경지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연우에게는 더 큰 충격이었 다.

“너희를 소녀 부대라고 이름을 지어야겠어.”

서큐버스가 기반이고 전투 성향 을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서 드래 곤, 정령, 오우거, 악의, 불사조 등. 가지각색의 몬스터 DNA를 섞 었다.

제작 과정에서 가장 힘든 건, 오우거나 불사조 같은 조합체였는 데 서큐버스의 강력한 외모 DNA 가 회석돼 버릴 정도로 못생긴 걸 고치는 거였다.

연우는 눈앞에 만들어진 작은 보드게임 형식의 지도를 바라봤 다. 당장 보기엔 그냥 지도 같지 만, 이게 다 실존하는 작은 섬 크 기의 던전인 거다.

“가장 먼저 소녀들을…… 크흠.”

이름을 잘못 지은 거 같긴 하 다.

“키미노 나마에와.”

연우는 조용히 중얼거리곤 깜짝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아공간에 있던 헤맨이 그 소리를 들은 것인지 허공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주인님?”

“헤, 헤맨? 왜 나왔어.”

“흐음. 주인님?”

헤맨의 눈동자가 아래에 깔린 지도와 피규어들. 그리고 연우를 번갈아 봤다.

“이건 마치 미츠하를 닮았군요.”

“다, 다 너 때문이야!”

“흐흐. 그러니까 제가 준 CD를 결국 보셨다는 거죠? 그리고 결국

이렇게……

“그, 그만!”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덕밍 아 웃은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헛. 주 인님 혹시 게임 소녀전……?”

“크윽. 조용히 해!”

연우는 억지로 아공간을 닫아 헤맨을 밀어 버렸다.

“흐흐흐. 괜찮습니다. 제게 외장 하드가 있습……!”

헤맨의 목소리는 더 이어질 수 없었다. 연우는 눈앞에 놓인 수십 개의 피규어를 바라봤다.

하나하나 모두 애니에서 나오는 캐릭터를 닮아 있었다. 물론, 능 력은 아예 다르지만 말이다.

“…… 난 강한 부하를 만들기 위 한 거야!”

그렇게 자위한 연우는 지도 위 에 피규어를 올려놓고 몬스터를 풀었다. 그리고 그 몬스터에게 경 험치를 얻고 장비를 얻을 수 있게 조작했다.

곧 지도가 3D 입체 화면으로 바뀌면서 소녀 피규어들이 귀엽게 아장아장 움직였다. 몬스터와 부 딪히고 서로의 데미지가 떠오른 다.

‘역시 게임 시스템하고 똑같긴 하네.’

연우는 곳곳에 생명의 샘을 만 들고 영약도 풀었다. 모두 기본 무력 수준은 투 클래스 마스터가 겨우 되는 정도.

연우는 지도의 시간을 10배로 늘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도 속 피규 어들은 점점 강해졌고, 장비를 착 용하기 시작했으며, 죽기 직전 연 우가 개입해 치료했다. 지도에 더 강한 몬스터를 집어넣기도 하고 던전을 만들기도 했다.

소녀들은 빠르게 강해졌다.

연우가 아스가르드에서 이걸 하 지 않은 건, 항상 이벤트가 열리 고 그곳에서 강력한 몬스터를 바 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이렇게 성장시키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이 지구에선 그런 이벤 트가 존재할 리 없었다.

잡을 만한 강력한 몬스터도 없 고 말이다.

“여기선 이렇게 키우는 게 최선 일 것 같군.

여기서도 포 클래스 마스터 정 도가 한계고, 한 번 피규어 상태 를 해제하면 지도로 들어갈 수 없 다는 단점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것도 수가 많으면 굉장한 전력 이 될 거다.

특히 지구처럼 길들일 수 있는 강한 몬스터가 없는 곳에선 더없 이 소중했다.

결코, 애니 속 캐릭터를 형상화 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절대로.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르테의 DNA 를 사용해 볼 까?”

몬스터를 사냥하듯 구한 게 아 니라 DNA만 꺼내서 본체처럼 만 들 수 있을까? 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시도할 가치는 차고 넘쳤 다.

가장 먼저 아르테에게 갔다.

DNA를 구할 땐 두 가지 방법 이 있다. 완전히 사냥해 죽인 후 에 흑마법을 이용해 육체를 통째 로 수집하는 거다. 두 번째는 일 정 부위, 그러니까 재료 아이템으 로 나온 걸 사용하는 것.

팔이나 다리가 나올 수도 있고 뿔이나 날개가 나올 수도 있다. 아스가르드에선 ‘개조용 육체’나 ‘조합용 육체’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은 지구다. 그런 아 이템은 나오지 않았고 예전에 구 했던 아이템과 최근 이곳에서 사 냥한 몬스터 재료를 사용했다.

“아르테야. 네가 필요할 것 같 다.”

“네? 어떤 거요?”

“네 몸이 필요해.”

연우는 그 육체의 강함을 복제 할 수 있을까 상의하기 위해 말한 거다. 하지만 아르테는 열이 확 뻗치며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볼은 붉어지고 서 있는 바닥이 살 짝 녹는다.

“저, 저는 아직 준비가……

“웅? 뭐가……?”

“괜찮습니다. 준비는 아직 덜 됐지만, 연우 님이라면……

티를 양손으로 들어 올리기 시 작한다. 연우는 급하게 막아서면 말했다.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별생각 없이 말했다가 큰일 날 뻔했다.

“그런 게 아니라. 너의 DNA가 필요한데……

연우는 오해하지 않게 자세하게 설명했다.

가장 탐나는 건 역시 몸…… 이 아니라 육체의 강함이다. 그리고 불에 대한 친화력과 우월한 재능 의 원천.

“그, 그런 거였군요.”

그제야 이해한 아르테가 부끄러 운 듯 시선을 돌린다. 아니, 저건 아쉬운 건가?

“네가 가진 힘의 원천을 복제하 고 싶어. 가능할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 다.”

아르테는 입을 벌렸다. 주위의 대기가 잠깐 휘몰아치더니 목 깊 숙한 곳에서 작은 구슬이 튀어나 왔다.

“부, 부끄럽지만, 헬린이라는 우 리 종족은 남성과 여성의 합일 로…… 그러니까. 서로의 ‘핵’을 아 주 소량 합해 임신을……! 그러니 까 자손을 낳는 겁니다. 분명 그 과정은 조금 부끄러울 수 있

“자, 잠깐! 거기까지!”

연우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야 기가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 같은 데?

그때, 아르테가 입을 벌렸다. 홱! 하며 주위 대기가 빨갛게 휘 몰아칠 때, 입에서 작은 구슬이 나왔다.

“이, 이게 제 핵입니다.”

많이 부끄러운 건지 몸을 배배 꼰다.

“…… 이게 부끄러운 거。P”

연우는 어디까지 상상을 한 건 지 실망한 표정이다.

“네? 다, 당연하죠. 입에서 나왔 는데……

“그렇구나. 근데 이걸 수정하려 면 남성의 핵이 필요하다고?”

“원래 그게 정석이긴 한데, 굳 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워낙 강한 에너지의 집합체를 견 디는 에너지가 없어서 그런 거지. 상위 차원에서는 다른 종족과 혼 혈도 많이 일어나니까요.”

이거 생각보다 일이 복잡해진 다. 그렇게 되면 이건 키메라가 아니라 완전한 아르테의 아이가 돼 버리는 것 아닌가.

“이거 난감하네.”

연우가 머리를 긁적이자 아르테 가 번쩍 손을 들었다.

“저, 전 괜찮습니다! 여, 연우 님의 아이라면……!”

“아니야! 아니니까 그런 오해할 만한 발언은 삼가라고!”

저런 몸매와 육체를 가지고 순 진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하면 심 각해진다.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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