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9편_ 키메라(2)
“이름은…… 테세우르스.”
별 뜻은 없는데 그럴듯해 보이 지 않은가?
[테세우르스(전설)]
설명 : 용족과 늑대 몬스터. 데 스 스토커의 독침, 하피의 날개, 아다만티움과 10단계 마력석으로 이뤄진 뿔까지. 완벽한 조합으로 탄생한 탈것 몬스터. 강력한 육체 와 풍부한 마력으로 전투에 참여 할 정도의 무력 수준을 지녔다.
(최소 조종 능력 : 5단계 이상 의 마력)
“괜찮긴 한데. 역시 역사라는 게 없다.”
어떤 이야기를 말한다. 예전에 무슨 사건에서 태어난 것이고 어 떤 일을 겪으며 어떻게 강해졌는 지. 그런 역사는 몬스터나 아이템 이나 장비에게 큰 힘을 주기도 한 다.
연우는 일단 테세우르스를 재생 관에 넣었다.
“조금 더 강화하면서 보관해야 겠다.”
이번엔 재생관으로 들어가는 액 체의 색이 달랐다. 그러곤 한쪽 벽으로 쭉 밀려나 고정됐다.
연우는 이런 식으로 하나씩 키 메라를 만들어 보관할 거다. 비슷 한 몬스터가 나오면 레인에게 팔 아도 되고 지구의 사용자들에게 팔아도 된다.
희귀하고 강력한 몬스터만 연우 의 컬렉션이 되는 것이다.
“흐음. 이젠 뭘 만들어 볼까.
이번에 요섭에게 부탁한 보물 불사조를 이용한 가챠 시스템 던 전은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보물 불사조의 수에 한계가 있으니 찍 어 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아르테 정도의 무력 수준을 지닌 몬스터는 아직 연우 의 수준에서도 불가능했다.
“연우우우!”
위층에서 이자젤의 목소리가 쩌 렁쩌렁 울린다.
“연우우우우우우!”
연우는 시끄러웠지만, 같이 소 리 지르고 싶진 않았기에 빠른 걸
음으로 올라갔다.
“무슨 일이야.”
“만들었어! 완성했어!”
“ 진짜?”
연우는 새빨간 슈퍼 카를 훑었 다. 일단 디자인이야 있는 걸 가 져다 사용했으니 괜찮았다. 엔진 과 각 바퀴를 잇는 부분에 선명한 마법진들. 그 안에 강력한 마력은 이토석과 마력석을 적절히 조합했 는데 나쁘진 않았다.
“이것도 마하를 뚫잖아?”
마하라는 건 소리의 속도를 넘 었다는 건데, 시속으로 따지면 시 간당 1,224km를 간다는 거다.
“그래도 날지는 않게 해 뒀지! 그거 때문에 죽을 뻔했어.”
“이런 걸 끌 수 있는 곳도 없을 텐데. 코너링은 어쩌고?”
“코너링도 당연히 신경 썼지. 아스팔트 바닥이 버티는 게 중요 하지만, 그거야 경기장을 새로 만 들면 되는 거니까.”
코너는 가능하지만, 그건 바닥 이 버텼을 때의 이야기라는 것인 가. 역시 이자젤의 스케일은 상상 초월이 다.
게다가 전투 레이싱이라는 걸 생각해서 약간의 활공. 몇 가지의 마법을 이용해 차체를 강화하거나 무게를 변경하는 것까지 추가했 다.
“옵션은 딱 여기까지. 그 이후 엔 모두 조종 실력으로 해야 하는 거지.”
이 정도면 재미있겠다.
근데 이걸 언제 어떻게 시작할 생각이지?
연우는 핸드폰을 보면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다음 경기 시작합 니다!”
“야! 빨리 와! 오크가 몰려온 다!”
연지는 연호를 혐오하는 눈빛으 로 째려보며 무시했다.
“그런 건 알아서 처리할래? 어? 저기 아이델 선수의 차가 나오고 있습니다! 크으. 역시 선술이라는 게 가미돼서 그럴까요. 주변으로 하얀 오라가 퍼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이자젤 선수의 새빨 간 슈퍼 카가 붉은 오라를 뿜으며 출발선으로 들어섭니다!”
“그럼 보겠습니다. 누가 더 빨 리 목적지를 찍고 오는지, 누가 더 많은 오크를 잡는지!”
“3! 2! 1! 출바알!”
부우우웅!
콰직! 파바박!
이자젤의 슈퍼 카와 아이델의 슈퍼 카가 오크를 때려 부수며 출 발한다. 길게 뻗은 도로에 쏜살같 이 뻗어 나가는 빨간 빛줄기와 하 얀 빛줄기는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다.
- 미쳤다. 이게 뭐야.
- 뭐지, 이 끔찍한 혼종은.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은 그리 많 지 않았다.
- 미친! 전투 레이싱? 끔찍한 데 미치게 빠르네!
? 시속 1,300km라고? 그 속도 가 가능한 건 둘째치고. 오크랑 부딪혔는데 차가 멀쩡해?
- 아예 멀쩡하지는 않은 듯. 중간에 투 클래스 이상 나타나면 타 반파됨. 물론, 이자젤 님의 분 노를 받겠지만.
- 나 저거 직관하러 호주 가려 는데, 혹시 입국 가능한지 아는 사람 있음?
- 들어간다고 해도 직관은 어 떻게 하게? 저렇게 오크들이 들끓 는데?
- 나 7단계 사용자라서 죽지는 않은 듯.
- 네,다음 키보드 사용자.
연우는 그 화면과 채팅을 보면 서 중얼거렸다.
“근데 저런 곳에서 무식하게 레 이싱 할 사람이 또 있을까.”
이자젤이나 아이델 정도나 돼야 하는 거지. 웬만한 사용자는 꿈도 못 꿀 거다. 만약 일반인이나 낮 은 단계 사용자가 전투 레이싱을 하고 싶으면 규격화된 경기장이 필요할 거다.
“걱정하지 마세요!”
화면 속에서 연지가 소리쳤다.
“오크가 무서워서 전투 레이싱 을 도전하지 못하겠다고요? 앞으 로 수개월 이내에 10개 국가 이 상에 정규 경기장이 만들어질 겁 니다. 물론 몬스터가 없는 사람 대 사람의 경기로요!”
이미 이자젤이 말을 해 놓은 모 양이었다. 하긴, 전 세계에 다양 한 기업을 사 놓은 이자젤이다. 그게 없었어도 호주에서 셰이크, 미하옐, 버크셔. 아니면 협회에 몇 사람에게만 말해도 쉽게 진행 될 일이다.
연우는 핸드폰을 덮었다.
분명 호주로 간 게 어제였는데, 벌써 저렇게 일이 진행됐다니. 하 지만 연우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 다.
“끄으윽. 오늘도 밥을 먹고 키 메라를 만들어야겠다.”
아직도 날이 춥다. 아르테가 헤 맨에게 농사짓는 법을 배우고 있 지만, 그걸 써먹기 위해서는 시간 이 필요할 거다.
오늘 아침은 간단하게 구운 스 팸, 베이컨, 달걀부침. 거기에 스 크램블과 식빵 몇 개. 마지막으로 흰 쌀밥 조금.
“오늘 왜 이렇게 조금 먹어?”
옆으로 수이니가 와 물었다. 연 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식빵에 달 걀 반숙 노른자를 올려 한껏 물었 다.
우물우물.
“맛있잖아. 빨리 연구하러 가 봐야 하고.”
“국물이라도 먹지.”
“괜찮아. 우유나 좀 있으면 줄 래?”
이런 식단에 우유가 빠질 수 없 다. 특히 짭조름한 스크램블에 밤 을 한 숟가락 먹을 때 우유를 한 모금 마셔 주면 좋다. 그리고 베 이컨에 빵을 한입 먹어 주고…….
툭.
연우는 숟가락을 내려놨다.
“역시 이런 서양식 조식은 내 스타일이 아니긴 해.”
“흐흐. 내가 그럴 줄 알았지.”
수이니가 타이밍 좋게 작은 컵 라면을 가져왔다. 벌써 맛있는 냄 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이 매콤한 라면 하나면 빵, 스 팸, 베이컨, 환 밥, 스크램블까지 좋은 반찬이 될 수 있다.
후르릅.
그렇게 조식을 다 먹은 연우는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텅.
작업실에 도착하자 한쪽엔 테세 우르스가 보였고 쭉쭉 자라는 세 르히도 보였다. 대기의 마력 농도 는 굉장히 낮았는데, 재생관에 마 력을 집중하기 위한 환경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은 탱커용 몬스터로.”
탱커라 하면 전투 시에 가장 앞 에서 적의 어그로를 끌고 타격을 흡수해 주는 역할이다. 당연히 강 한 몸을 지니고 어그로 수치도 높 아야 한다.
그러면서 멋을 가져야 잘 팔린 다.
“헤맨?”
“네, 주인님.”
이번에도 연우 바로 뒤에서 둥 장한다. 이 정도면 의도하는 게 분명하다. 연우는 한 번 째려봐 주곤 입을 열었다.
“키메라 탱커를 만들 건데, 뭐 추천해 줄 게 있나?”
“원래 아스가르드에서 가장 인 기 있는 건 오우거지 않았습니
까.”
“그렇긴 하지. 튼튼한 것으로 따지면 최고인 데다가 가죽도 두 꺼워서 마법진도 잘 먹혔고, 두 발로 움직이면서 두 손도 자유롭 게 사용하니 그것만 한 게 없었 지.”
“멋이 문제군요.”
“특히 이곳에선 드래곤이 인기 가 많으니까.”
“드래곤 종류는 너무 비싸고. 드레이크 같은 아종은 또 손이 없 어서 인기가 없었죠. 마법이 가능 한 딜러용으로 쓰자니 수지가 안 맞고.”
“그러니까.”
이런 요소도 잘 생각해야 한다. 아스가르드에선 희귀한 재료는 등 급이 정해져 있고 구하기도 그만 큼 하늘의 별 따기였기에 수지타 산을 잘 생각해야 했다.
그건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스가르드는 어떻게든 구할 수 있지만, 지구에서는 한 번 다 써 버리면 아예 구할 수도 없는 것도 있다.
“적고 흔한 재료로 좋은 걸 만 들어야지.”
“그렇다면 역시 용족 몬스터가 어떻습니까. 기본적으로 멋진 비 늘이 달려서 인기가 좋지 않습니 까. 육체도 단단하고 마력 친화력 도 좋고. 레인에게 구할 수도 있 고 드래고니아 대륙에서 번식도 하고 있으니까요.”
“오랜만에 드래고니아 대륙에 가 봐야겠군.”
가서 몇 가지 필요한 몬스터를 수집해야겠다.
금방 도착한 드래고니아 대륙은 아직도 전쟁 중이었다. 산맥 중앙 에 검게 칠해진 악의의 구역은 수 많은 용족과 몬스터가 변질돼 있 었고 그 사방을 멀쩡한 용족, 마 족, 천족이 포위하는 중이었다.
그 덕에 드래고니아 대륙의 마 력 농도와 활성화 수치는 상당히 높았다. 평화가 좋지만, 그 평화 가 지속되면 드래고니아 대륙의 자원이 고갈돼 버릴 거다.
“이 상태가 좋긴 하네. 악의도 끈질기게 버티고 다른 종족도 열 심히 살잖아.”
“저거 어떻습니까?”
헤맨이 가리키는 용족과 몬스터 는 두꺼운 두 발과 꼬리로 서 있 는 거대 몬스터였다. 양손도 큼지 막했고 머리에 길고 두텁게 돋아 난 뿔도 인상적이었다.
“스테피였나. 이름은 참 귀여운 데 인상은 무시무시한 녀석이었 지.”
육체 특화에 마력을 이용한 육 체 강화가 전문이다. 다른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걸렸지만, 키메라 제작엔 한 분야에 특화된 녀석이 더 좋다.
“그래, 저걸로 하고…… 오랜만 에 케루빔이나 봐야겠다.”
헤맨에게 재료로 쓸 몬스터를 몇 마리 골라 놓으라고 한 다음 이동했다.
악의 주변에서 한창 전투 중이 었는데 역시 전투를 통해 한층 강 해진 모습이었다.
용족, 마족, 천족 모두 역시나 잘 적응했다. 지구의 사용자는 연 우가 도와줬어야 겨우 악의의 대 륙에서 적응했지만, 이것들은 알 아서 잘 적응해 사냥하고 있었다.
“안녕, 케루빔.”
“으아아악……? 연우 님?”
“그래, 잘 싸우고 있나 궁금해
서 왔다.”
“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다 처리하는 중인데…… 그, 그게 마 음대로 되지가 않아서.”
상당히 겁을 먹은 표정이다. 무 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게 무슨 소리야? 잘 싸우고 있는데.”
“그, 그렇습니까? 하하. 제가 죽 어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 경 계선은 끝까지 안 내주는 것 같은 데 천족이랑 용족이랑 힘을 합하 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셋이 힘을 합해?”
“네, 천족 이 빌어먹...... 아니, 하여튼. 그들하고는 사이가 좋진 않지만, 말만 안 섞으면 서로에게 힘이 되기도 하니까요. 용족은 생 각보다 착한 것 같고.”
“…… 그, 그래? 괜찮네. 다 같 이 싸우면 좋지.”
생각과는 다르지만, 악의가 완 전히 사라지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완전히 새로운 문화지만, 세계를 만든 입장으로 서 꽤 새로운 체험이었으니까.
연우는 고개를 젓고는 헤맨과 밖으로 나왔다.
이제 다시 키메라 제작으로 들 어간다
스테피의 몸집은 4m 정도. 탱 커로 무난한 크기다. 사실 스테피 는 있는 그대로 사용해도 괜찮은 몬스터다.
“하지만 그러면 재미가 없지.”
이번엔 크기를 조금 줄여 본다. 4m 키를 3m 정도로 줄이고 파란 빛 비늘 위에 얇은 보호막을 설치 하기 위해 허공을 유영하는 파란 가오리의 정수를 심는다.
이 가오리는 허공을 날기 위해 몸을 보호하는 실드를 유지하는 데, 가죽 방어력에 비례해 실드의 강도가 올라간다. 그래서 가오리 자체는 방어력이 그리 크지 않은 데, 스테피에게 심기만 하면 기하 급수적으로 단단해진다.
“거기에 돌진이나 대단위 방어 가 가능한 마법을 심어야겠어.”
키메라는 마법진을 그대로 심기 보다는 그 특성을 가진 몬스터 재 료를 심는다. 그래야 육체가 받는 부담도 덜하고 시너지가 생겨 무 력 수준 자체가 상승하기 때문이 다.
“마무리로 축소해서 피규어처럼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만들까.”
아스가르드에선 이게 유행이었 다.
규모 있는 길드 본관에 들어가 면 쭉 나열된 피규어들이 있는데, 그냥 장난감인 줄 알고 깨뜨리면 수백만 골드는 그냥 날아간다.
문제는 피규어로 만드는 아이템 을 연우가 가지고 있긴 한데, 상 당히 비싸고 물량도 많지 않다는 거다. 직접 만들면 되긴 한데 가 능할지는 시도해 봐야 한다.
거기에 변형할 때 시간이 걸려 급하게 사용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