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88편_ 키메라(1) (172/207)

제188편_ 키메라(1)

“일단, 요즘 유행하는 마력 슈 퍼 카입니다. 가격은 32억입니다. 조금 비싸긴 하죠? 전엔 그저 화 석 에너지 대용으로 사용했다면, 이제 마력을 온전히 출력으로 뽑 아내는 게……

직원은 한동안 설명했다. 재미 있게 말을 해서 그런지 오래 말해 도 듣기 편했다.

“하나 주세요.”

“네, 알겠……. 네, 알겠습니다.”

조금 당황하는가 싶더니 침착함 을 되찾는다. 이런 곳엔 연우 같 은 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여기 카드요.”

연우는 예전에 이진철 협회장에 게 발급받은 아멕스를 꺼냈다.

“바로 결제해 드리겠습니다. 배 송은……?”

“아, 잠시만요. 저것도 살게요. 역시 벤틀리는 블랙이죠.”

이건 파랑 저건 블랙. 색별로 사는 것도 중요하다. 원래 주차장 때문에 못 샀던 걸 잔뜩 사야겠 다.

“알겠습니다.”

직원이 카드를 들고 각종 서류 를 챙기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고 연우는 더 돌아봤다.

이곳은 연우가 예전에 샀던 평 범한(?) 차는 보이지 않았다. 근 래에 급속히 발달한 마력석 기반 엔진을 이용한 슈퍼 카가 전부였 다.

“연우! 이것 봐!”

“귀찮아!”

“아아! 일로 와 봐!”

연우는 못 이기는 척하면서 이 자젤에게 가니 멋들어진 슈퍼 카 한 대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게 이번에 그 람보에서 연구 진들이 만든 거래.”

“이게?”

아주 멋지다. 그런데 뭐가 문제 라는 거지?

a

연우의 표정을 읽은 이자젤이 소리쳤다.

“겨우 이따위잖아! 이럴 거면 왜 8단계 마력석을 쓴 거지? 요 즘 8단계 마력석 공급이 늘었다 고 막 가져다 쓰는 건가? 후! 화 나!”

“넌 왜 말이 없어?”

“어? 어어. 그래 그래. 알지. 그 마음.”

사실 모른다. 그게 어쨌다는 걸 까.

“…… 씨! 그래서 네가 평생 솔 로인 거다!”

“아니, 말이 왜 그쪽으로 가냐?”

“흥. 하여튼 내가 제대로 만들 면 다시 한판 뜨는 거다. 이번 경 기장은 악의 대륙!”

“아니! 거기서 어떻게 경기를 해?”

“눈앞에 몰려 있는 몬스터들이 다 장애물인 거지.”

연우는 열성적으로 설명하는 이 자젤을 슬쩍 피했다. 아무래도 같 이 있으면 쇼핑은커녕 이상한 사 람으로 찍힐 게 분명했다.

“야! 어디 가!”

“나 찾지 마라. 쇼핑한다.”

그날 연우는 십여 종의 슈퍼 카 를 구매했고 이자젤은 개조용으로 세 대를 구매했다. 돈은 많이 쓰 지 않았지만, 주차장이 차는 모습 을 보니 포만감이 들 정도였다.

농장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 다. 연우는 농장을 돌아다니며 몬 스터를 관리했고 이자젤은 주차장 에서 나오지도 않으며 연구에 매 진했다.

한 번 빠지면 죽어라 집중하는 게 이자젤의 장점이다.

그러다 문득 심심해졌다.

“뭐 할 만한 게 없을까.”

연우도 가만히 앉아만 있을 성 격은 못 된다. 그래서 여유가 좋 다면서 항상 농장을 둘러보는 게 아닌가. 가끔 이자젤이 차 성능을 시험한다면서 연우를 끌고 가 ‘전 투 레이싱’을 한판씩 하긴 하지만, 그게 전부다.

‘뭐가 재미있을까.’

그때, 예전 생각이 났다.

아스가르드에서 연우가 빠졌던 취미 겸 돈벌이.

연우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첫 번째 층은 마력석 기반 슈퍼 카들이 주차돼 있고, 두 번째 중 에서는 이자젤이 온갖 도구와 재 료를 이용해 슈퍼 카를 개조 중이 었다.

“여어! 연우! 어디 가.”

얼굴에 거뭇한 기름때를 묻히곤 손을 흔드는 이자젤이 보인다.

“나 여기 밑에다 작업실 하나 만들게.”

“무슨 작업실?”

“이번에 영화 보다가 생각난 게 있어서. 나중에 보러 오라고.”

이자젤이 궁금해 했지만, 연우 는 다 말해 주지 않고 밑으로 내 려왔다. 3층은 이자젤이 사용할 창고라 4층으로 내려왔다.

텅.

조명이 켜지는 소리가 들리며 어두웠던 공간이 환하게 밝혀진 다. 천장이 높은 만큼 깊은 곳이 라 답답할 것 같지만, 마법으로 환기는 완벽하게 구성했다.

적당하네.

연우는 이곳에 키메라 연구실을 만들 거다.

이번에 새로 개봉한 최첨단 하 이테크 인공 신체 슈트를 입은 주 인공이 활약하는 세 번째 영화를 봤다. 이런 지하 주차장에 원격 조종이 가능한 슈트를 넣어 두고 위기 때 한 번에 출동하는 장면이 있었다.

연우도 그럴 때를 위해서 오래 전 그만뒀던 ‘키메라 제작’을 다시 시작하기로 한 거다.

다시 시작하는 이유?

레인이 가져오는 새로운 몬스터 가 있기 때문이다. 아스가르드에 선 이미 할 만한 건 다 해 봤기에 흥미가 떨어졌는데, 이곳은 아니 니까.

“작업실부터 완성하고.”

가장 중요한 건 연구 환경이다.

키메라는 특히 안정, 마력 농 도, 여타 미세먼지와 세균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

화악! 화악!

연우가 마법을 사용하고 아이템 몇 개를 사용하면서 공간을 안정 화했다. 마력 농도를 희미하게 줄 이고 요새보다 튼튼한 결계를 만 들었다.

그리고 완성된 키메라를 보관하 며 숙성할 재생관을 10개 꺼내고 몬스터를 가둬 놓을 공간, 각종 재료를 모으는 창고, 마법 수술대, 고통을 제거하는 마취 성분을 가 지는 세르히 나무 몇 개를 화분째 꺼냈다.

아무리 몬스터라고 하지만, 고 통을 그대로 주면서 키메라를 만 들고 싶진 않다.

“어차피 마법이 거의 하겠지만.”

실제로 수술을 하거나 살아 있 는 몬스터를 해부하는 일은 없다. 마법적인 처리가 중간 과정을 생 략해 줄 것이다. 물론, 예상대로 됐을 경우.

몇 시간이나 홀렀을까.

“완성이다.”

연우는 기지개를 켜며 그대로 누워 버렸다.

작업실은 생각보다 멋지게 만들 어졌다. 한쪽엔 재생관이 줄줄이 나열돼 있고 마력 결계로 이뤄진 격리 구역, 창고, 각종 저항 실험 실. 벽엔 그동안 연우와 헤맨이 모았던 몬스터 재료도 투명한 액 체에 담겨 있었다. 또 세르히 나 무가 우거진 구역도 보였으며 어 디로 통하는지 모를 아공간 입구 도 있었다.

“이제 몬스터만 있으면 되네.”

아스가르드에서 연우는 이 작업 을 꽤 많이 했었다. 각종 몬스터 를 모아 상성이 맞는 재료를 조합 해 새로운 몬스터를 만든다.

그렇게 되면 4단계, 5단계를 합 해도 7단계가 나올 수 있고 7단 계 7단계를 합하면 원 클래스 마 스터급 몬스터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몬스터는 블랙 마켓에 내다 팔았는데, ‘정신 조종 구’를 이용하면 탈것으로 이용하 거나 전투에도 사용할 수 있기 때 문이었다.

당연히 몬스터 희귀도와 무력 수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 고, 운이 좋으면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도 많았고, 쪽박을 차고 게임 을 접는 경우도 많았다.

게임에서 몇몇은 이걸 도박이라 고 생각했는데, 연우는 동의하는 편이 아니었다. 실력이 없으면 다 운 그레이드되는 건 당연한 것 아 닌가.

연우는 대부분 성공이었다.

“오늘은 쉬고 내일 다시 만들어 야겠다.”

텅.

연우가 나가면서 조명이 자연스 럽게 꺼졌다. 이자젤도 아직 연구 중이었는데, 연우를 따라 나왔다.

“밥 먹고 하자.”

“오케이. 가자.”

이자젤도 새로운 취미에 만족하 는 모양이었다. 전투 레이싱도 꽤 재미있지만, 이자젤이나 연우나 직접 만드는 게 적성에 맞는 성격 이다.

연우와 이자젤은 지하 주차장에 서 나왔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밤이었다. 그래도 농장은 밝았다. 아직 대장 간, 카페, 펍, 식당, 펜션의 몇몇 창문은 밝게 빛났고 중앙에 세 반 도나무도 은하수처럼 빛을 뿜어내 고 있었다.

스텀프도, 마릴도 제대로 활동 을 시작하는 모양인지 산과 강도 은은하게 마력을 뿜고 있었고, 번 개 새가 있는 절벽에도 노란빛이 일렁였다.

마치 영화 같다.

예전엔 이런 장면을 볼 일이 있 었을까?

이런 광경, 좋은 친구들, 맛있 는 음식. 그리고 여유. 이 모든 걸 누리는 지금이 연우는 너무나 좋았다.

“뭐해. 가자.”

이런 무드 없는 이자젤이지만, 좋은 친구다.

“그래, 가자.”

식당으로 들어가자 오랜만에 모 든 식구가 모였다. 수이니, 쇼타, 필리아, 아르테, 바벨, 후름, 요섭. 그리고 댕댕이와 검둥이. 그리고 케베까지 말이다. 리젤과 연우와 이자젤이 앉자 오늘의 요리가 나 온다.

오뎅이다. 역시 겨울엔 따듯한 오뎅 국물과 탱탱한 오뎅인 것인 가. 거뭇할 정도로 진한 오뎅. 특 유의 짭조름한 냄새는 식당 전체 를 순식간에 점령해 버렸다.

검은 국물은 소 힘줄을 우려내 고 또 우려내면서 만들어진다.

그 모습을 보고 감탄하는 연우 와 이자젤에게 쇼타가 엄지를 척 내밀었다.

“ 대단하네요.”

꿀꺽.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간다. 절 대로 의도한 게 아니다. 자연스럽 게 입에 침이 차기에 삼킬 수밖에 없었던 거다.

소 힘줄, 돼지 곱창, 무, 일반 어묵, 달걀, 튀긴 두부, 곤약, 양 배추. 맛없는 걸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진한 국물이 깊 게 스며든 색을 보라.

“밥 먹고 다시 작업에 들어가려 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연우의 말에 이자젤이 심하게 공감하는지 고개를 빠르게 흔들었 다.

“이걸 두고 갈 순 없지.”

“오늘 다 밤샌다!”

이 오뎅의 좋은 점? 육수는 오 랜 시간 우려내야 하지만, 이 건 더기들은 직접 꼬치에 꽂아 넣으 면 된다는 거다. 물론, 저 육수도 마법이 가미됐기에 이렇게 빠르게 나온 것이겠지만 말이다.

꽈드득.

리젤이 소주를 따는 소리가 들 렸다.

농장의 식당은 날이 밝을 때까 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끄으. 죽겠다.”

너무 오랜만에 늦게까지 마셨 다. 어제 작업실을 만든다고 격하 게 움직이기까지 않았는가. 물론, 실제로 몸이 힘든 건 아니고 기분 이 그런 거다.

에잇 클래스 마스터가 이걸로 힘들 리는 없으니까.

연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오늘은 키메라를 만들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못해도 오늘 샘플 하나는 만들어야 현실에서도 게임 처럼 만들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 다.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연우는 이번에 레인에게 구한 몬스터 재 료부터 꺼냈다.

“역시 키메라는 탈것이지.”

거기에 ‘간지’라는 게 더해진다 면 최고다.

대표적인 몬스터로 사자나 호랑 이과 몬스터 또는 늑대과가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그래서 연우가 가져온 건 용족 과 늑대. 털 대신 드래곤의 비늘 을 가진 늑대인데 기분에 따라서 회색, 빨간색, 검은색, 파란색으로 변하는 게 특징이다. 무력 수준도 7단계 정도로 적당하다.

네 발로 선 높이는 연우 허리보 다 살짝 높았는데 옆으로 두툼해 타기도 편했다.

“탈것엔 날개가 필수지.”

요즘 누가 땅에서만 다니는 탈 것을 구매하겠는가. 소비자의 각 가지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멀티 유즈(Multi Use)가 가능해 야 한다.

“유니콘의 날개는 배보다 배꼽 이 더 큰 격이고. 하피의 날개면 은근히 괜찮네.”

가성비가 좋다고 그걸 또 바로 쓰면 안 된다. 겉모습을 회색 비 늘로 바꿔 주는 게 좋다. 그렇다 고 DNA를 바꿔 본질 자체를 비 늘로 변화해 버리면 안 된다.

내구는 올라가도 무게가 늘고 속도가 떨어진다. 날개는 날려고 있는 거지, 방어를 위해 있는 게 아니다.

‘플레이어들은 이런 부분에서 실수를 많이 하지.’

욕심이 과하거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 일이 다. 그렇다고 너무 우유부단해서 도 안 된다. 적당히 과감하며 새 로우면서 안정적인 포지션이 필요 하다.

연우는 꼬리를 강한 독을 가진 데스 스토커라는 전갈의 꼬리로 바꾸면서 드래곤 비늘을 씌웠다. 머리엔 강한 마력의 원 클래스 마 스터급 마력석을 아다만티움으로 감싸 뿔처럼 만들어 달았다.

동시에 몸색이 변함에 따라 뿔, 꼬리, 날개가 같이 변하도록 마법을 사용했다.

일련의 과정은 흑마법이 동원됐 다.

“자, 완성했다.”

이제 하루 정도 재생관에 들어 가 있으면 완벽해진다. 연우는 다 음 키메라를 구상하면서 하루를 보냈고 다음 날 완성된 키메라를 확인하기 위해 돌아왔다.

연우는 재생관을 열었다.

- 키메라를 제작했습니다.

- 희귀도 : 전설

- 무력 : 원 클래스 마스터

-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이 정도면 성공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