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편_ 새로운 취미?(3)
“됐다! 완성이다!”
이자젤이 기름이 잔뜩 묻은 얼 굴로 일어났다. 근처에 있던 연우 가 궁금해 다가갔다.
“다 했어?”
“응. 완벽해! 이건 걸작이다!”
연우는 도대체 어느 정도인데 이자젤이 이렇게 말할 정도일까. 의아한 얼굴로 그녀가 만든 슈퍼 카를 살폈다.
차체나 부품 같은 걸 직접 만든 건 아니다. 중요하거나 전문 지식 이 필요한 부분은 그대로 두고 마 법진으로 강화를 하고, 중심이 되 는 재질만 성질 변환이라는 마법 으로 바꾼 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엔진.
“아니, 이건 비행기잖아!”
제로백. 아니, 음속을 뚫는 게 1초. 마하 3을 뚫는 게 5초면 된 다. 문제는 그런 속도로는 차가 땅에 못 붙어 있다는 것. 그래서 이자젤이 아예 날 수 있도록 만들 어 버렸다.
“어때! 전투기도 씹어 먹을 스 펙 이야!”
“스펙이 중요하냐! 이건 아니 지. 차 모는 재미가 없잖아.”
“홈…… 그런가.”
이자젤은 연우의 말에 고민에 빠졌다.
“에잇! 다시 만들어야겠다!”
“혼자 하지 말고, 그 인수했다 는 거. 어디냐.”
“람보?”
“어, 거기 연구원들하고 같이해 야지.”
“그럼 또 떨어져야 하잖아!”
“응? 뭘?”
“…… 아니야. 하여튼, 넌 차 언 제 살 건데. 주차장도 개조한다 며.”
“아, 맞아. 지금 해야겠다.”
할 일을 매일 미루다 보면 이런 일도 생긴다. 잊고 또 잊다가 한 없이 미뤄지는 것.
연우는 주차장을 바라봤다. 적 당한 크기이긴 하는데, 차에 재미 를 붙였고 이자젤도 슈퍼 카를 만 든다고 하니 주차장을 넓혀야 한 다.
“지하 주차장을 만들어야겠다.”
예전에 본 영화가 생각났다.
엄청난 재벌이 최첨단 하이테크 인공 신체 슈트를 만든다는 이야 기인데,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그런 집과 그런 주차장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 집은 이제 필요가 없지만, 주차장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데르드가.”
쿠우우웅.
오랜만에 땅의 정령왕 데르드가 를 불렀다. 데르드가를 부르자 사 자를 상대할 때 함께했던 요드가 생각났다. 요즘 제대로 싸울 만한 상대가 없어서 넣어 뒀더니 잊은 지 오래다.
“오랜만이네.”
원래 정령왕이라 강했지만, 므 깃도에서 지내다 보니 더 강해진 느낌이다.
“필요한 일이 있어서 불렀어요.”
“드디어 때가 됐나.”
“네?”
“자네가 불렀을 정도면, 이번에 도 어마어마한 전투겠지? 흥분되 는군. 이번에 할 일은 뭐가.”
이렇게 얘기하면 뭔가 말하기 미안해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 지하 주차장을 만들려고 요.”
“뭐? 지하 세계를 지배하겠다 고?”
“아니요. 지하 주차장이요.”
“…… 그게 뭔가. 무슨 언더 월 드 같은 건가? 아니면 지저 세 계?”
“그냥…… 마차 같은 거 주차하 는 겁니다. 일단 이 설계도부터 보시죠.”
연우는 그 자리에서 건설 스킬 을 사용해 간단하게 설계도를 만 들었다. 대략적인 크기와 콘셉트 를 위주로 그렸다.
“…… 그, 그래도 규모가 꽤 있 군. 허허.”
“그렇죠? 지하로 5층 정도 되니 까요. 천장도 꽤 높고요.”
“…… 크흠.”
데르드가는 민망한 얼굴로 헛기 침하곤 설계도를 진지하게 바라보 기 시작했다.
“가장 아래서 원형으로 올라오 고, 한쪽에 이건……?”
“엘레베이터예요. 저는 그냥 가 면 되지만, 다른 사람이 갈 때는 통로가 있어야 하니까요. 여기는 차고고. 여기는 이자젤이 직접 연 구할 수 있게 작업실도 만들 거고 요. 한 층에 저런 자동차가 널찍 하게 20대 정도는 들어갔으면 좋 겠네요. 천장은 꽤 높을 것 같은 데. 이 정도는 돼야 시원할 것 같 고. 여기 중앙은 바로 날아서 나 갈 수 있게 구멍을 뚫고 언제든 열 수 있게 만들 거예요. 평소에 는 닫혀 있어야겠죠……
공간만 확보하면 연우가 만드는 거지만, 이왕이면 데르드가가 알 고 진행하는 게 좋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건설을 해 서 신이 났다. 나중엔 집도 다시 만들어야겠다. 필요한 건 아니지 만, 재미를 위해서.
“그럼 시작하겠네.”
데르드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정도 규모의 땅굴을 파는 건 절대로 쉽지 않다. 다른 곳이었으 면 아공간을 이용해 공간 확장을 했을 테지만, 이곳은 정석대로 만 들어 보고 싶었다.
쿠우우웅!
바닥이 울리며 입구가 생겨났고 데르드가가 그곳으로 들어갔다. 연우는 뒤를 따라갔는데, 데르드 가가 가는 길마다 공간이 확 뚫리 고 외벽이 단단해졌다.
역시 이래서 정령의 힘을 빌리 는 거다.
이런 거대한 공간을 만들면서 기둥도 놓지 않는 건 마법 아니면 정령의 힘뿐이니까.
한 시간 정도를 공간 확보에만 사용했다.
“다 됐네요.”
“음. 이 정도면 충분할까?”
“네, 충분합니다.”
“다음엔 부디 전투에 불러 줬으 면 좋겠군.”
“그럴게요. 한동안은 그럴 일 없겠지만.”
연우는 데르드가를 므깃도로 보 내고 헤맨을 불렀다.
“여기다 주차장을 만들 생각이 시군요.”
“그렇지. 그 천공 탑에서 훔쳐 온 대리석 있지?”
“네, 있죠. 이제 본래 스킬 수준 을 찾았으니 재료 대부분을 사용 할 수 있겠네요. 대리석 가져올까 요?”
“그러자. 싹 대리석으로 붙이자. 안쪽은 콩나무 거품벌레의 거품 있지?”
“네, 방음, 방온은 물론이고 충 격 흡수량도 어마어마한 속 재료 죠. 그것도 잔뜩 가져오겠습니다.”
“오케이. 난 벽을 다듬고 있을 게.”
헤맨은 그 밖에도 몇 가지 필요 한 자재를 챙기러 들어갔다.
연우는 넓게 뚫린 지하 주차장 을 살폈다. 지금은 천장이 뚫려 있다. 저긴 천공 탑 대리석을 연 우만 열 수 있는 천장으로 만들 거다.
지상에서 경사를 따라 차를 타 고 내려오면 보이는 첫 번째 주차 장엔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차를 넣을 예정이다. 거기에 헬기나 수 직이착륙 비행정이라도 사면 넣어 야 하니 충분한 자리를 남겨 둔 다.
두 번째 증은 잘 사용하지 않는 차들을 모아 놓고 이자젤이 사용 할 수 있는 작업실도 만든다.
세 번째 층은 이자젤이 만드는 슈퍼 카를 넣을 예정이고, 그 밑 은 아직 사용 예정이 없다. 나중 에 필요할지 몰라 미리 만들어 두 는 거다.
그리고 모든 층의 천장. 그러니 까 바로 위층으로 향하는 중앙 전 체를 뚫어 버릴 거다. 그리고 언 제든지 열 수 있게 구성할 거고 말이다.
“지하 몬스터를 만들어서 키워 도 되긴 하겠는데……?”
그건 나중 일이다.
연우는 하나씩 설계도를 완성해 나갔다. 거품을 붙여 굳히면서 대 리석을 올리고 전기, 수도, 난방 같은 경우는 마법을 사용해 구성 했다.
그리고 벽면엔 이자젤을 불러 마법진으로 안전을 도모했다. 이 자젤이 가볍게 마법진을 그리고 연우가 버프를 덧붙였다. 대충 그 린 것 같지만, 웬만한 요새보다는 튼튼할 거다.
그리고 조명과 인테리어를 마무 리하며 끝냈다.
“아이고. 힘들어라.”
며칠 쉬다가 갑자기 움직여서 몸이 뻐근했다.
그래도 완성된 모습을 보니 뿌 듯했다.
“아직은 텅 비었지만.”
쇼핑은 금방이다. 또, 이자젤이 사 모으고 개조하고 만들다 보면 더 빨리 찰 거다.
연우는 천장을 열었다 닫으며 지하 주차장을 벗어났다.
“밥 먹자!”
연우가 소리치자 식당에서 필리 아와 수이니. 그리고 쇼타가 웃으 며 손을 흔들었다. 준비가 끝났다 는 표시였다.
연우는 이자젤과 함께 식당으로 갔다.
자리엔 수이니, 쇼타, 필리아, 바벨, 아르테, 후름이 이미 와 있 었다. 테이블엔 김이 올라오는 김 치찌개와 올갱이 된장찌개가 메인 이었고 각종 한식 반찬들이 올려 져 있었다.
“이야. 오늘은 한식이구나.”
오랜만에 집 밥 느낌이다. 한식 을 전문으로 하는 요리사는 없지 만, 셋 다 요리엔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라 금방 배우는 것 같다.
물론, 수이니는 한식이지만, 안 주 전문이기에 이런 한상 차림은 잘못한다.
연우는 자리에 앉아 흰 밥을 떠 먹었다.
역시 밥은 끝내준다. 차지다는 표현이 맞을까. 고슬고슬하면서 촉촉한 느낌. 거기에 씹을 때마다 알알이 느껴지는 밥알.
그러면 김치찌개는 어떨까. 뚝 배기라 아직 보글보글 끓고 있다. 위엔 김치와 돼지고기가 보인다. 고추랑 대파, 다진 마늘도 보인다.
후르릅.
한국인의 맛이다.
이번엔 밥과 찌개를 같이.
“크으! 주모 여기 소주요!”
“네! 여기 있습니다.”
“고맙…… 어? 리젤?”
“저 왔습니다! 서프라이즈!”
“오오! 리젤! 갑자기 어떻게 왔 어!”
“헤맨 님이 도와주셨어요. 이제 농장에 다시 일손을 보탤 때가 온 것 같아서요. 곧 봄이잖아요.”
이렇게 센스가 있는데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좋다! 더 강해진 것 같은데? 쓰리 클래스 마스터 최상급이구 나.”
“네! 역시 실전 경험이 최고더
라구요.”
그녀의 얼굴에선 여유가 보였 다. 요즘 소주를 가져다주는 사람 이 없어서 허전했다. 리젤이 돌아 오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야. 리젤 더 예뻐졌는데?”
이자젤과 식구들도 인사하기 바 빴다.
새로운 얼굴인 아르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얼굴이나 몸매는 둘 째치고라도 그녀가 가진 힘은 결 코 가벼운 게 아니었으니까.
“와! 세븐 클래스 마스터요?”
“네…… 부끄럽지만.”
“부끄럽다뇨! 그 정도면 엄청난 거죠. 전 이제 쓰리 클래스 마스 터를 넘겼는데.”
쇼타야 너무 일반인이라 아무것 도 모르는 눈치였고, 다른 이들은 이런 대화에 너무 익숙하니 이상 할 것도 없었다.
“다들 짠.”
연우가 차가운 소주를 채운 잔 을 내밀었고 식구들도 따라 내밀 었다. 바벨은 술은 안 된다며 피 했다. 생명을 소모할 때 취하면 진짜 죽을 수 있다나.
하여튼 연우는 열심히 먹었다.
숙취도 없고 살도 안 찌는 축복 받은 몸을 가졌는데 술이나 음식 을 먹지 않는 건 죄악이다.
“이러다가 나 암 걸리는 거 아 니야?”
“암은 무슨 에잇 클래스 마스터 가 병? 말도 안 되지.”
“혹시 모르지. 너 만화 드래곤 볼 안 봤냐? 주인공이 그렇게 강 해도 심장병 때문에 죽었잖아.”
“에이, 그건 만화잖아.”
“하긴…… 그런 건 만화에나 있 는 일인가.”
연우는 고개를 흔들어 버리고 소주를 마셨다. 동시에 안주로는 올갱이 된장찌개를 푹 떴다. 두부 와 팽이버섯. 그리고 올갱이가 한 껏 올라와 있다.
후르릅.
한 번에 입에 넣고 씹자 올갱이 가 잘근잘근 씹힌다. 정말 이 맛 은 최고다.
다음 날, 연우는 이자젤과 함께 쇼핑을 위해 나왔다.
연우는 요즘 슈퍼 카라며 팔고 있는 콜벳 마스터즈와 같은 차를 구경하기로 했고 이자젤은 그런 차를 연구하기 위해 나온 거다.
“연구원들 만난 건 어때?”
“그거? 별로. 다들 별로야. 엔진 을 통째로 만들어 버릴까? 아예 마법만으로. 그게 차라리 낫겠어.”
“근데 그렇게 하면 네가 아니면 못 만들잖아.”
“아, 맞네. 에잉. 다들 마법 수 준이 떨어져서는.”
다른 이들이 떨어지는 게 아니 라 이자젤이 엄청난 거다.
둘은 롤스로이스 컨버터블을 타 고 슈퍼 카 매장으로 갔다.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밖에선 안이 보 이지 않는 프라이빗 매장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입구에 들어서자 직원 두 명이 인사를 했다. 연우의 차를 보고 정중하게 인사한 거고, 내리는 연 우와 이자젤을 보고 눈이 커졌다.
그래도 고급 프라이빗 매장이라 그 정도에 그쳤다. 오히려 다른 손님들이 쳐다보는 실정이었다.
“아르테까지 데려왔으면 큰일 났겠네.”
“흥. 그렇게 좋냐!”
“뭐, 뭐가?”
“차나 보자.”
이자젤이 연우를 무시하고 차를 둘러봤다. 연우는 어깨를 으쓱하 곤 이자젤을 따라갔다.
“이것 봐. 7단계 마력석을 썼는 데 원래 효율에 50%도 못 내잖 아. 5단계로도 낼 수 있는 출력인 데.”
“ 그런가?”
연우는 잘 몰라 동조만 해 줬 다. 그래도 디자인이 좋아서 사려 고 했는데 이자젤이 이런 말을 하 니 함부로 사질 못하겠다.
연우는 슬쩍 이자젤과 멀어졌 다.
좋은 차들은 많다. 성능은 거기 서 거기다. 이자젤 말대로 좋은 건 없다고 해도 맞는 말이다. 하 지만 연우는 성능보다는 디자인이 다.
“벤틀리가 내 취향이란 말이야.”
“설명해 드릴까요?”
한쪽에서 가만히 서 있던 직원 이 옆으로 와 묻는다. 역시 교육 이 잘돼 있다. 부담스럽지 않게 필요할 때를 잘 찾는다.
“네, 간단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