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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편_ 새로운 취미?(2) (170/207)

제186편_ 새로운 취미?(2)

연우는 식당 앞에 앉아서 쌀쌀 한 바람을 맞고 있었다. 저 아래 에선 이자젤이 자동차를 개조해 보겠다고 연우의 차를 뜯고 있었 다.

롤스로이스 컨버터블 하나를 제 외하고 모두 쓰라고 허락했다. 어 차피 차야 사면 되고, 이자젤이 인수한 슈퍼 카 제조 회사에서 새 로 만든 것으로 받으면 된다.

“생각보다 잘 적응하네.”

그러고 보니 이자젤은 김상철 박사의 마도 공학자라는 스킬을 받았다. 잘 쓰지 못하는가 싶더니 금방 수준이 올랐는지 기계를 곧 잘 만졌다.

연우도 배워 볼까 하다가 말았 다.

그런 마력을 사용하는 것보다 신력이나 염력과 같은 힘에 집중 하는 게 낫다.

“날씨 좋네.”

해는 반짝이고 쌀쌀한 바람도 조금씩 분다. 환골탈태를 거친 몸 덕분인지, 마력 덕분인지 몸은 시 원한 정도다.

“연우 님!”

“응. 아르테.”

아르테가 냉장고 바지에 넉넉한 천 티셔츠를 입고 달려왔다. 요즘 농작물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아 공간의 헤맨에게 농작물 심는 법 을 배우는 중이다.

“이거 보세요! 제가 심은 마늘 에 싹이 났어요!”

보통 가을에 파종해 봄에 수확 하는 작물이지만, 아공간엔 다양 한 기후가 유지되는 구역이 많다.

“오, 그래? 대단한데.

“맞아요! 너무 신기해요! 저희 헬크리스에는 이런 식물이 전혀 없으니까요! 조금 비슷하게 생긴 화염 트리는 있지만요.”

그건 식물 같은 게 아니라 화염 의 정령과 같은 거라고 했다. 생 각해 보니 연지가 불의 정령을 다 루는데, 아르테에게 도움을 받으 면 좋을 것 같았다.

‘나중에 만나게 되면 생각해 보 지.’

아르테가 연우 앞 잔디에 엉덩 이를 깔고 털썩 앉았다. 원래 조 용하고 내성적인 여자인 줄 알았 는데, 친해지니까 상당히 털털하 다. 어떻게 보면 이자젤하고 비슷 한 면도 많았다.

“여긴 뭐 심을 거예요? 이제 봄 되니까 농작물도 심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하지. 벌써 농장을 만 든 지 반년이 넘어갔네.”

처음 시작할 땐 여름이었고 가 축을 키우느라 농사를 시도하지 못했다. 그저 나무 몇 개와 블루 베리 정도랄까.

“아직 1월인데, 보통 2, 3월에 많이 심지. 가장 먼저는 열매채소 인 고추, 토마토, 가지가 2월이고. 엽채류인 상추, 양배추, 부추, 브 로콜리, 비트는 3월쯤에. 고구마 호박도 그쯤이고. 옥수수, 당근, 무 같은 건 4월쯤이야.”

“우와! 연우 님 정말 잘 알고 있네요!”

“그 정도는 알지. 내가 몇 년을 했는데.”

“저도 알려 주세요! 하고 싶어 요!”

나름 잘됐다. 연우 다음으로 가 장 강력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 지만, 농장에서는 무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다른 일이라 도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럴까? 헤맨도 잘 알긴 할 텐 데. 일단 배우는 건 헤맨한테 배 우고. 농장에 밭을 만드는 건 나 랑 하자.”

“꺄! 좋아요! 너무 좋아요!”

이 정도면 거의 리액션이 삼미 호급이다.

아르테는 신나게 아공간으로 다 시 들어갔다. 연우와 연결된 것 때문인지 연우가 따로 아공간을 열지 않아도 아르테는 오가는 게 가능했다.

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기 지개를 켰다.

요즘 하는 일이 없으니까 몸이 굳는 느낌이다. 매일같이 일어나 던 사건들도 잠잠하다. 이벤트 담 당 운영자가 휴가 기간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번개 새나 보러 가야겠다.”

시간이 좀 지났으니 노란 번개 광물이 쌓였을 거다. 연우는 아직 눈이 쌓여 있는 산길을 걸었다. 가장 처음으론 대장간이 보였고 옆으로 장비 상점과 마법 상점이 있다.

요즘 손님이 없어서 여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더 올라가자 후름이 차 한 잔을 마시는 카페가 보였고 조금 더 가 자 요정의 숲이 보였다.

겨울이 지나는 중이라 쉬고 있 던 스텀프를 불렀다. 아직 이른 것 같지만,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마릴도 불러 강에 넣었는데 얼음이 녹기 시작했고 동면에 들 었던 몬스터도 일어나는 중이었 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그러다 보니 가장 먼저 봄이 오 는 건 이 농장이지 않을까 싶었 다.

금세 산 중턱까지 올라간 연우 는 번개 새를 둔 절벽으로 올랐 다. 아직 결계는 탄탄했고 파지직, 거리는 스파크 속에서 번개 새는 곤히 잠이 들어 있었다.

바닥엔 노란 광물이 가득했는데 속성 저장석에 전기가 많이 차 있 었고 마력과 반응하는 빈도도 꽤 늘었다.

“슬슬 결계를 풀어도 되겠네.”

닭과 비슷하다. 아침에 먹이를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밤이 되면 이곳으로 모인다. 근처 산에서 마 력석을 찾아오기도 하고 그곳에 노란 광물. 그러니까 배설물을 뿌 리고 오기도 한다.

‘해가 되지는 않을 것 같고.’

마력은 참 신기한 힘이다. 나무 와 돌만 있는 숲에 이런 광물이 떨어졌다면 그냥 광물 중 하나로 묻혔을 거고, 전기를 뿜는다면 나 무가 다 죽을 거다.

하지만 마력이라는 건 광물에게 전기를 뽑고 그 전기를 나무에 해 가 되지 않게 적응시킨다. 그게 속성을 머금은 나무가 될지 몬스 터가 될진 모르지만 말이다.

꺄아아아! 끼야아아!

우는 소리가 시끄럽긴 하다.

연우는 결계를 해제했다.

파닥파닥!

순간 놀란 번개 새가 이곳저곳 으로 날아오른다. 그러곤 결계가 사라진 걸 눈치채고 멀리 날아가 버린다. 그러곤 그곳엔 마력이라 는 게 회박하다는 걸 깨닫고 다시 돌아온다.

시간이 지나 적응하면 잘 다닐 거다.

좋네.

연우는 그 모습을 뿌듯하게 바 라봤다.

특히, 연우는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농장을 좋아한다. 이곳에서 산길을 타고 산 뒤쪽으로 가면 메 리쉽 농장이 있다.

온 김에 그곳도 확인하고 가야 겠다.

연우는 일부러 천천히 이동했 다.

이 여유를 더 즐기고 싶었다.

드래고니아 대륙.

연우가 여러 차원에서 수집한 용족과 몬스터와 마족, 천족을 넣 어 구축한 세계급 던전이다.

처음 만들어졌을 땐, 평화로운 곳이었다.

‘악’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말이 다.

쿠아아앙!

끼야아아! 죽어라! 죽어!

다 죽어라!

곳곳에서 비명이 들린다.

다시 한 번 몰아치는 검은 기운 들. 마족이건, 천족이건, 용족이 건. 가리지 않고 삼키고 오염시키 며 파괴한다. 쾌락으로, 성욕으로, 식욕으로, 모든 질병과 재앙으로 덮어 버린다.

케루빔은 포 클래스 마스터급. 게다가 저 용족들에 비해 강한 신 력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저 악의를 제대로 물리칠 수가 없었 다.

“미친! 어째 마계보다 더 지독

한 거 같냐!”

처음엔 좋았다. 매일 밤을 기다 리는 처들과 동글동글한 눈을 가 진 자식들이 안전하게 클 수 있다 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용족들이 있지만, 중심으로 들 어가지만 않으면 선제공격은 없으 니 좋았고. 천족도 그걸 아는 모 양인지 이쪽으로 넘어오지도 않았 다.

그래서 평화롭게 살아 보나 했 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검은 공이 하나 떨어지더니 숲 일대가 검은 기운으로 가득 차 버렸다.

“크윽. 이러다가 연우 님 오시 면 난리 나는 거 아니야?”

분명 책임은 없는 케루빔이지 만, 화가 자신에게까지 미치면 어 쩌나 걱정됐다.

“어떻게든 없애긴 해야 하는데.”

강한 용족이 많아서 그런지 퍼 지는 속도가 급격히 줄긴 했지만, 없는 건 아니다. 거기에 천족이 감염되는 건 이해했다.

하지만 마족까지 저 검은 연기 에 감염될 줄은 몰랐다.

빌어먹을 더러운 것들!”

케루빔은 휘하 정예 마족을 데 리고 검은 기운에 감염된 몬스터 를 처리하고 있었다. 기운 자체가 퍼지는 것보다 몬스터가 끌고 가 퍼뜨리는 게 더 많기 때문이다.

“크윽. 웨이브가 온다! 전원 방 어 모드!”

쑤아아아!

검은 기운이 파도처럼 쏟아진 다. 케루빔을 중심으로 수백의 마 족이 마기로 방벽을 만들어 악의 를 튕겨 낸다. 하지만 몇 가닥의 악의가 마족 몇을 감염시켜 버렸 다.

끄아아악!

마족도 조절하지 못하는 음의 에너지라니!

이게 도대체 무엇인가.

케루빔은 손수 휘하의 목을 치 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는 마족들에겐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오히려 자신도 저렇게 케 루빔이 직접 끝내 줬으면 하는 눈 치였다.

“가자! 가서 죽이자! 우리의 식 구는 우리 손으로 지킨다!”

으아아아아!

마족들이 악의에 감염된 몬스터 에게 달려들었다.

핑!

그때였다. 멀리서 하얀 깃털을 흩뿌리는 천족들이 달려와 악의에 감염된 몬스터를 공격했다.

케루빔은 순간 화가 치솟았다. 도움을 받은 거지만, 천족과 마족 은 서로 보고만 있어도 죽이고 싶 은 생각이 드는 극과 극의 종족이 다.

하지만 당장 달려들 순 없었다.

어쩌다 보니 마족과 천족은 힘 을 합해 악의에 감염된 몬스터를 모두 처리해 버렸다.

전장은 온갖 시체들로 가득 찬 상태.

하지만 대치한 마족과 천족은 아무 말이 없었다.

“?????? 가자.”

천족이 먼저 입을 뗐다. 하지만 마족에게 말한 건 아니었다. 마족 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도 가자.”

말 한마디도 섞지 않는 두 종족 은, 악의에 감염된 몬스터 덕분에 조금씩 가까워져 갔다.

처음 연우의 의도와는 전혀 다 르게 흘러가는 중이었다.

“어어! 백호 할아버지! 나 이상 해요!”

“할아버지 아니라니까! 아저씨 라고 해 그냥!”

“히히. 알겠어. 백 아저씨.”

“백 아저씨는 뭐야! 백호 아저 씨!”

처음엔 아저씨라는 소리에도 질 색하더니 할아버지 소리를 들으니 까 아저씨 소리라도 듣고 싶은 모 양이었다.

“근데 뭐가 이상해.”

“탈모가 더 심해진 거 같아요! 으아아앙!”

“우, 울지 마! 안 돼!”

“근데 이거 봐요! 꼬리에 털이 더 빠졌어!”

아니라니까!”

백호는 얼른 눈을 굴렸다. 삼미 호가 울면 답이 없다. 그럴 때 연 우라도 오면 큰일이다.

“저, 저기! 맛있는 거 있다. 저 게 뭐냐면……. 그래! 영약 같은 거야. 탈모에 좋은 거라고!”

백호도 뭔지 모른다. 따끈한 마 력이 가득 담긴 열매라는 것 정 도. 이유는 백호와 삼미호가 있는 곳이 오크르트 안이기 때문이다.

“그래요? 진짜로!?”

백호는 다행이라며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지만 말이야. 저걸 함 부로 먹으면앙. 파삭.

“뭐, 뭐야?”

이상한 소리에 급하게 눈을 뜬 백호는 옆에 있던 삼미호가 사라 진 걸 발견했다. 그리고 백호가 가리켰던 열매는 이미 삼미호 뱃 속으로 사라진 후였다.

“아, 안 돼!”

낯선 곳에서 아무거나 먹으면 안 된다. 그건 어린애도 아는 사 실 아닌가!

털썩.

삼미호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미호야! 삼미호야!”

백호는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더 창백해져 삼미호에게 달려갔 다.

“끄으윽. 미호야! 정신 차려! 미 호야! 내가 잘못했어! 일어나 제 발! 으허억.”

백호는 목 놓아 울었다. 연우에 게 혼날 것만 생각한 게 아니라 그동안 정들었던 미호에게 너무나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저 말을 돌 리려 한 것뿐인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내가 다 들어 줄게! 곧게 일어 서서 양손 모으는 거랑, 꼬리로 서는 법, 고기 툭 쳐서 한 번에 삼키는 것까지. 다 알려 줄게!”

“…… 그거 진짜죠?”

“그래! 정말이…… 웅?”

“진짜 다 알려 준다고 했어요! 나 다 들었어요!”

백호는 어안이 벙벙했다. 분명 쓰러져서 마력이 급속도로 빠져나 가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갑자기 멀쩡한 모습으로…….

“꼬리가 네 개?”

“네! 몸집도 커지고 탈모도 없 어졌어요!”

삼미호는 윤기가 흐르는 털을 휘날리며 빙그르르 돌았다. 선술 도 한층 성장해서 움직임이 자유 로워졌다. 무력 수준으로만 따지 면 벌써 7단계가 됐다.

“크홈.”

백호는 훌쩍이던 얼굴을 고치고 곧게 앉았다. 괜히 민망해서 시선 을 마주칠 수 없었다.

“백호 아저씨! 고마워요!”

“무, 뭐가?”

“그냥요!”

“크. 크홈! 빠, 빨리 사냥이나 가자!”

“알았어요! 대신 정말 그거 알 려 줘야 해요! 고기 툭 쳐서 한입 에 삼키는 거! 그거 정말 하고 싶 었어요!”

“…… 흥. 그러려면 고기부터 구 해야지. 타라.”

“네! 갑시다! 백호 할아버지!”

“왜 또 할아버지야!”

“털이 하얗잖아요. 그럼 할아버 지예요.”

“아니, 그건 누가 그런 건데? 원래 백호는 하얀색 털이라니까!”

“그러니까 할아버지죠!”

“아, 진짜!”

“어! 저기 오크다!”

“크르릉!”

“뻥인데!”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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