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80편_ 지옥 불 던전(1) (164/207)

제180편_ 지옥 불 던전(1)

다음 날 아침.

연우는 이자젤과 함께 던전 공 략을 위한 적당한 장소를 찾았다. 이렇게 가지고 있을 땐 Im 남짓 이지만, 한 번 설치하면 수십 미 터에서 수백 미터에 이르는 탑이 될 거다.

“호주가 낫지 않겠어?”

“지옥 불이니까 악의의 대륙도 괜찮겠는데.”

“거긴 던전이 많으니까.”

“하긴, 요섭은 요즘도 샘플 만 들면 거기로 보내고 있지?”

“틈만 나면 보내던데, 참 만드 는 거 좋아해.”

연우는 고민하다가 호주로 향했 다.

아무래도 그쪽이 이런 큼지막한 탑을 설치하기 좋을 것 같다. 어 차피 연우가 세븐 클래스 마스터 보스를 잡으면 포 클래스 마스터 정도의 중간 보스가 최고 보스가 되는 일회용 던전이다.

므깃도 안에 던전을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되면 므깃도 를 절대 열지 못한다. 개체 몇 마 리 소환하는 것 정도는 되겠지만, 요르문간드를 부르려면 직접 문을 열어야 한다.

‘호주에 세워 놓고 공략한 다음 에 지옥 신? 이라는 놈은 므깃도 에 가둬 놔야지.’

그 존재 자체로 강한 신력을 뿜 는다면 므깃도에 신력을 줄 수도 있다.

‘나중에 시간되면 므깃도랑 오 크르트랑도 살짝 연결해 봐야겠는 걸.’

그것도 므깃도에 신력을 공급할 지 모른다.

금방 호주에 도착한 연우는 오 크르트에서 뻗어 나온 숲 근처로 다가갔다. 인간들보다는 오크 사 이에 던전을 세우는 게 안전할 것 같아서였다.

아공간에서 꺼낸 던전을 대충 평야에 세우고 설치했다.

지이이잉.

던전을 감싸던 마법진이 빛나며 바닥에 뿌리를 박고 위와 옆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연우와 이자젤 은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화악!

금세 드러난 던전의 위용은 엄 청 났다.

검은 금속에 용암처럼 끓는 선 들이 거미줄처럼 새겨져 있고 검 은 기운이 무엇이든 집어삼키겠다 는 듯 일렁거렸다.

“역시 세븐 클래스 마스터짜리 던전인 건가.”

“으으.”

“뭐야. 이제 좀 무서운가?”

“행복해! 이게 바로 진정한 행 복이지! 이런 말도 있잖아! 싸우 니까 청춘이다!”

아무리 봐도 이자젤의 정신 상 태는 정상이 아니다.

연우는 전신에 차오르는 신력을 만끽했다. 전처럼 가득 차진 않았 기에 변화는 없었지만, 몸이 적응 해 가는 건 느껴졌다.

지옥 불 던전은 예상대로 뜨거 웠다. 에잇 클래스 마스터인 연우 도 피부가 바짝 타들어 가는 느낌 이었고, 이자젤은 피부가 진짜 타 고 있었다.

“윽, 이거 버티기 힘들어.”

“ 잠깐만.”

연우는 아공간을 열었다.

화악!

“끄아아아악! 이게 뭐야!”

아공간으로 화기가 들어가자 헤 맨이 잔뜩 놀랐다. 연우는 염력과 정령의 힘으로 열기를 최대한 막 고 이자젤을 밀어 넣었다.

“헤맨이 열기 저항 장비로 맞춰 줄 거야! 가서 차려입고 내 것도 몇 개만 챙겨 와!”

“알겠어!”

이자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갔다. 연우는 아공간을 닫고 그제야 편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아주 뜨겁다. 광활한 대지엔 곳 곳에 용암이 흘러내렸고 높게 솟 은 바위는 벌겋게 달궈진 상태였 다. 드문드문 나무와 동물도 보였 는데 모두 99% 이상의 화 속성 으로 이뤄진 생명체였다.

“진짜 덥네.” 몸을 염력, 정령력, 신력으로 보호하는 중임에도 더위가 쉽사리 물러가지 않았다. 하지만 연우는 에잇 클래스 마스터다. 온갖 스킬 시너지가 몸에 해를 끼치지 못하 게 열기를 막아섰다.

화악!

그때 멀리서 몬스터들이 몰려왔 다.

기본은 역시 기본인지 불타는 오크, 고블린, 오우거였다. 그런데 무력 수준은 최소 쓰리 클래스 마 스터부터 수백 마리였다.

연우는 전체적으로 둘러보다가 발을 굴렀다.

팟!

그 자리에서 사라진 연우는 몬 스터 속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손을 발동했다.

콰직. 푸욱. 스적.

손 하나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몬스터들이 쓰러졌다. 염력, 정령 력, 마법, 검 등 많은 걸 써 봤을 때 가장 효과가 좋은 건 보이지 않는 손 그 자체였다.

파바바박!

연우는 점점 무아지경에 빠졌 다. 죽이고 또 죽인다. 좀 무리하 고 아이템의 힘을 빌린다면 이따 위 몬스터는 한순간에 쓸어버리겠 지만, 오랜만에 느낄 수 있는 손 맛을 버릴 순 없었다.

“야! 같이 싸워야지, 혼자 다 하냐!”

허공이 열리며 온갖 장비로 무 장한 이자젤이 나왔다.

“이야. 완전 풀 세팅인데?”

머리에 쓴 왕관은 ‘물의 정령왕 의 축복’이었고 상의, 하의는 화룡 의 정수로 만들어진 카이져 세트 였다. 신발과 견갑은 카이져와 쌍 등이 몬스터인 프리져의 용골로 만들어진 장비였다.

모두 얼티밋급 장비였으며 손가 락엔 20개의 반지, 귀걸이는 4개 를 끼고 팔찌와 발찌까지 낀 상태 였다.

등엔 방패, 옆엔 검을 찬 상태 였는데 저것 또한 얼티밋급 무장.

“아예 싹 털어 왔네.”

“이게 아깝냐!”

“아니, 그건 아니고.”

생각해 보면 아스가르드에서 이 자젤이 해 준 게 더 많다.

“이걸로 화 속성 저항은 90%까 지 올렸고 냉기랑 수 속성을 최대 로 끌어올렸어. 아마 열기 공격은 파이브 클래스 마스터까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그 정도면 여기서 꽤 도움이 될 거다.

“자, 이건 헤맨이 전해 달라는 거.”

“헤 맨은?”

“아까 한 번 열었다고 집하고 밭이 다 타 버려서. 그거 복구 중. 일단 남은 저거는 내가 상대하고 있을 테니까 그거 착용하고 있 어.”

“오케이.”

이자젤은 그 자리에서 뛰어나갔 다. 눈이 붉게 변하고 전신에서 붉은 오라가 뿜어진다. 동시에 트 리니트를 소환했는데, 거대했던 몸집은 사라지고 4m 남짓의 몸집 을 하고 있었다.

“무슨 장신구라도 줬나.”

마법 아이템이면 충분히 가능하 다.

연우는 이자젤이 넘겨준 아이템 을 손목에 착용했다.

[봐레스의 심장(GOD)]

설명 : 북풍의 신 봐레스의 심 장으로 만든 팔찌. 한때 아스가르 드 북쪽의 지배자였던 신급 보스 몬스터였지만, 센느에게 죽임을 당해 심장을 적출당해 팔찌로 제 작됐다.

설명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연 우가 착용함과 동시에 타오르던 대지가 일순간 꺼져 버렸다.

화악!

“야! 그거 너무 사기잖아!”

이자젤이 급격히 약해진 몬스터 를 박살 내며 소리쳤다. 연우는 피식 웃으며 이자젤과 몬스터들을 넘어, 멀리서 날아오는 거대 드래 곤에게 향했다.

핑!

한 줄기 빛으로 변한 연우의 몸 은 그대로 드래곤의 코와 부딪혔 다.

쿠우우웅!

쩌적!

충격파가 일대를 쓸어버리고 뜨 겁게 타오르는 화염 드래곤의 얼 굴이 파랗게 얼었다.

단순히 아이템의 힘만으론 할 수 없는 엄청난 냉기. GOD 등급 과 연우의 에잇 클래스 마스터가 합해져 발산되는 어마어마한 시너 지였다.

연우는 드래곤의 꼬리로 빠르게 이동해 끝을 잡았다.

“끄응. 어마무시하게 무겁네.”

연우는 잡은 꼬리로 몸체를 들 어 바닥에 내다 꽂았다.

쿠우우우웅!

대지 일부분이 푹 파여 깨지고 드래곤은 역류하는 피를 입으로 뱉어 냈다. 바로 일어서려 했지만, 머리 위엔 거대해진 트리니티와 이자젤이 올라와 있었다.

“죽어라! 이 자식아!”

크어어어엉!

언제부터 저렇게 합이 잘 맞았 는지, 척하면 척이다.

연우는 축 늘어진 드래곤에게 시선을 뗐다.

“아직까진 심심한데.”

“그러게. 신력이 그렇게 강한 것 같지도 않고.”

“근데 보상이 지옥 신인가 뭔가 그 하나는 아니겠지?”

듣고 보니 그랬다. 세븐 클래스 마스터가 보상이라지만, 178억 타 르나 하는 던전이 그것뿐이겠는 가. 만약 그게 전부라면 사기다.

연우와 이자젤은 트리니티 위에 올라타 광활한 대지를 활강했다.

뜨끈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장비를 착용한 후라 그런지 버틸 만했다.

“생각보다 넓은데?”

“그러게. 과연 세븐 클래스 마 스턴가.”

그 보스야말로 진정한 가치를 지닌 보상이지만, 이 땅도 만만치 않았다.

“이 정도 화 속성이면 거의 무 한한 에너지 아니야?”

“에너지?”

연우는 아차 했다. 이자젤은 잘 이해하기 힘들 거다. 마법엔 마력 이 최고의 에너지고, 그게 부족해 본 적은 없으니까.

하지만 지구는 달랐다. 이 열기 의 일부분이라도 밖으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면 전기가 부족할 일은 없지 않겠는가.

“됐다. 하여튼 빨리 다음 층으 로 넘어가자.”

크기가 넓어서 그런지 입구 찾 는 것도 힘들었다. 처음 잡았던 화염 드래곤이 이곳 보스였는지, 자잘한 몬스터가 대부분이었다.

“간단히 뭐 먹을까?”

연우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 았다. 마침 이 던전 구조 마법진 도 연구할 겸 휴식 시간을 갖기로 한 거다.

“난 이 공간 좀 분석하고 있을 게.”

이자젤은 요리를 하지 않는 게 낫다.

연우는 아공간에서 몇 가지 요 리 도구를 꺼냈다. 하나같이 드래 곤 본, 마신의 뿔, 아다만티움, 만 년한철과 같은 사치의 끝판왕들이 라, 이 열기에서도 멀쩡했다.

“안 그래도 더운데 시원한 막걸 리나 한 사발 합시다.”

“막걸리? 좋지! 전은 부추전?”

“부추전하고 미나리전이다.”

“야호!”

이자젤은 양손으로 만세를 불렀 다.

“어때, 뭔가 나오겠어?”

“딱히. 근데 호주에 만든 오크 르트와 이은 차원처럼 양방향이 아닌 일방향으로 신력하고 열기 정도만 빼 쓸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그게 가능해?”

“원래는 안 되지만, 이게 던전 이라서 가능할 것 같아.”

그럼 다행이다.

일정 공간에 열기를 가둬 놓고 신력만 나오게 해서 오크르트의 신력과 합해지면 또 한 번의 큰 성장을 할 수 있을 거다.

연우, 이자젤은 물론 다른 사용 자들까지 말이다.

“괜찮네.”

연우는 부추랑 부추전을 꺼냈 다. 꺼내는 동시에 아공간 안으로 열기가 들어갔다. 헤맨의 비명이 들렸지만, 조용히 닫았다.

“미안, 헤맨.”

역시 사과는 아무도 들리지 않 는 곳에서 해야 제 맛이다.

부추전이나 미나리전은 아주 쉽 다. 특히 이런 곳에서 열만 잘 차 단해 주고 밀가루 반죽에 각종 채 소들과 부추를 넣으면 되니까.

냉기를 간직한 만년한철을 사용 했기에 반죽이 바로 익지는 않았 다.

금세 반죽이 완성됐고 프라이팬 에 올리자마자 빠르게 익어 가기 시작했다.

치이 이익.

“이야, 따로 불 안 써도 되니 좋네.”

“그게 할 말이냐. 나도 익어 간 다.”

이자젤은 풀 세팅을 했지만, 그 래도 한참 더운지 땀을 뻘뻘 흘리 고 있었다.

“ 잠깐.”

연우는 봐레스의 팔찌의 힘을 빌려 주변의 열기를 몰아냈다.

“아! 좋다. 어휴. 죽을 뻔했네.”

연우가 마무리로 얼음 가득한 냄비에 막걸리 몇 병을 담아 꺼내 오자 간식 준비가 끝났다.

“와서 앉아. 먹자.”

“이예! 좋았어.”

연우는 부추전을 먼저 찢어 간 장을 살짝 찍은 후에 입에 넣었 다. 아직 뜨거웠지만, 맛 하나는 끝내줬다. 중간에 얇게 썬 청양고 추가 씹혀 매콤함이 감칠맛을 더 했다.

연우는 쉬지 않고 막걸리를 한 사발 따라 벌컥벌컥 마셨다.

“크으. 시원하다.”

“사이다 있어?”

“있지. 막걸리는 사이다지.”

사이다의 달달함과 탄산이 빠지 면 섭섭하다. 연우는 이자젤의 막 걸리 사발에 사이다를 적당히 따 라 주고 본인의 사발에도 따랐다.

“ 짠.”

“짠.”

벌컥벌컥.

둘은 한 번에 사발을 비워 냈 다. 연우는 이번에 미나리전을 찢 으며 막걸리와 사이다를 따랐다.

그사이로 보이는 배경이 참 좋 았는데, 붉게 타오르는 바위와 나 무들이 마치 세상의 종말을 보여 주는 듯했다.

“차가운 막걸리 먹기 좋은 날이 네.”

“넌 도대체 뭐가 낭만인 거냐.”

이자젤은 정말 좋은지 먼 곳을 바라보며 우수에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이런 게 낭만이지. 전장에서 간식도 먹고 사냥도 하고 다치기 도 하고. 그 말 모르냐! 아프니까 청춘이다! 싸우니까 청춘인 거 야!”

“말은. 쇼핑 취미는 질렸고?”

“좀 하다 보니까 못하겠더라고. 다 돈만 있으면 사고. 이런 사냥 이야말로 돈 주고도 못하는 거니 까.”

“하긴, 아스가르드에선 돈을 아 무리 벌어도 못 사는 게 있었는 데, 그럴 때 하는 쇼핑에서 큰 쾌 감을 느끼는 거지. 다 살 수 있으 면 무슨 소용이야.”

“그렇지. 한 잔 따라 봐……. 아 니, 왜 그렇게 쳐다봐?”

“나? 너 보지. 땀 흘리는 것도 예쁘네. 역시 얼굴이면 다 되는 건가.”

“뭐? 그거 성격 비하 발언이 다!?”

“찔리긴 하나 보다. 내가 언제 성격이라고 한 적 있냐?”

그 말에 조금은 부끄러운지 이 자젤이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더워서 그런 건지 볼은 붉어져 있 었고 손가락은 꼼지락거렸다.

“뭐야! 갑자기 왜 이래. 난 이 종교배 같은 거 안 한다.”

“뭐!? 내가 이종교배를 왜 해! 미친놈아!”

요즘 둘이 붙어 있을 때 다투는 게 많이 없어졌다 했는데, 이렇게 더운 곳에 있으면 불쾌지수가 올 라가는 모양이다.

“저기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