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77편_ 농장의 일상(2) (161/207)

제177편_ 농장의 일상(2)

“신력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인 가?”

“네, 그렇습니다. 중위 차원에 한정되는 정보이긴 하지만요.”

“오케이. 말해 봐.”

연우는 타르를 지급했다.

“잘 받았습니다. 일단 신력이라 는 건 전 차원에 공통적으로 적용 되는 규칙의 힘입니다.”

“규칙?”

“네, 아래 차원은 위 차원의 존 재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아니, 쉽게 해를 끼칠 수 없다는 게 맞 을 겁니다. 하지만 모든 존재에게 신력이 있는 건 아닙니다. 음. 그 러니까 그 천인종이라는 분은 이 곳에서도 신력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같은 차원이라도 신력의 높낮 이가 굉장한 폭으로 존재하는 겁 니다. 일반 몬스터가 0이라면 천 인종 님은 이 차원의 한계인 9까 지 되는 거고. 오크르트도 마찬가 지입니다. 0부터 19까지 있는데 오크는 꽤 많은 신력을 지닌 몬스 터였고 연우 님이 연결한 그 지역 은 특히 신력이 풍부한 지역이기 도 했죠.”

“지구가 0부터 9고 오크르트라 는 곳도 0부터 19라는 거군. 어떤 지역에 밀집하기도 하고 말이야.”

“맞습니다. 아예 없을 수도 있 는 겁니다.”

“그럼 내가 지금까지 구매했던 용족 몬스터는?”

“그것들은 보통 신력이 존재하 는 거지만, 우리 차원 상인을 거 치면서 신력의 제한에서 자유로워 지는 겁니다. 이런 지옥 불 던전 같은 건 예외고요.”

“왜 예외지?”

“음…… 원래 세븐 클래스 마스 터 정도의 수준은 신력이 없이 불 가능한 경지입니다. 그래서 연우 님이 돌연…… 아니, 정말 특이한 거고요.”

“뭐?”

그 변수라면 이상했던 모든 부 분이 풀리긴 한다.

그런데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음, 그러니까 내가 돌연변이 그런 거라는 거지?”

“네? 아닙니다. 그런 거까진 아 니고. 이곳에 있어선 안 될. 그러 니까 상위 차원에서 내려온 존재 같달까요.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가져온 몬스터가 모두 파이브 클 래스 마스터 이하였던 겁니다. 이 차원에선 그게 한계거든요. 저를 통해 신력을 무력화하는 게요.”

대충 정리는 됐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게 풀리지 않았다.

“난 도대체 뭐지?”

이 힘을 고생해서 얻은 것도 아 니다. 운이 좋았고 마침 이상한 능력이 생겨서 얻은 것뿐인 거다. 이후에 더 강해지려 노력했지만, 사실 다른 이들이 고생한 것에 비 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하하. 원래 아주 간혹 그런 존 재들이 등장하곤 합니다. 저도 들 은 거지만, 어딜 가나 영웅은 나 오는 법이니까요!”

“그 ‘간혹’이 얼마 만에?”

“하, 하하. 아마 10만 년? 아니 100만 년이 될 수도 있겠네요.”

연우는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곧 풀렸다. 영웅이라. 그러면 좋 은 것 아닌가?

“오크르트에서도 세븐 클래스 마스터가 불가능한 건가?”

“거기선 가능하긴 할 겁니다. 하지만 식스 클래스 마스터까지가 보통이고 세븐은 정말 힘들 겁니 다. 그건 최소 60번대 이상 가야 지 나오는 경지니까요.”

“그럼 나처럼 에잇 클래스 마스 터는?”

“거의 상위 차원 수준입니다.”

“그럼 사자들은? 걔들은 이곳에 서 에잇 클래스 마스터까지 되는 것 같던데.”

“에이, 그 사자들은 여기서 짤 릴 각오하고 하는 겁니다. 빛을 내린다는 건데…… 악! 안 돼! 내 1억 타르!”

연우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 직 어려서 그런지 말만 좀 하면 잘 말려든다.

“그 정보에 1억 타르면 싼 거 아니야? 내가 10억 타르 줄 테니 까 더 말해 봐. 나한테 파는 것보 다 네가 발설해서 벌금 내는 게 더 싼 것 같은데?”

“아니에요! 으아아앙. 그냥. 그 냥 빛을 내린다. ‘짤릴’이 두 개 말했다고 1억 타르가 나간 거라 고요! 으아아앙!”

레인이 눈믈을 보이자 연우는 미안했다. 반쯤 장난이었는데 이 렇게까지 울 줄은 몰랐다. 하긴 아직 어린아이니까.

“아, 알았어. 내가 1억 타르 줄 테니까. 그만 그쳐라.”

연우가 타르와 함께 위로하자 그때야 울음을 그쳤다.

연우는 더 궁금한 게 많았지만, 참기로 했다. 던전을 하나씩 팔면 서 타르를 모으고, 연우가 직접 상위 차원까지 발을 들인 다음에 궁금한 걸 몰아서 묻기로 했다.

그래야 싸게 먹히고 필요한 물 건도 모두 살 수 있을 테니까.

“하여튼 몬스터를 좀 더 본다.”

여러 몬스터가 있었다. 이제 이 런 것도 자주 보니 계속 새롭지는 않았다.

“번개 새? 무슨 이름이 이래? 기분 나쁘게.”

“과학이라는 게 발전한 곳에선 인기가 좋더라고요. 배설할 때 노 란 광물을 함께 배출하는데 그게 마력석과 가까워지면 전기를 뿜거 든요. 그래서 번개 새가 모여 사 는 곳은 항상 전기로 가득하죠. 무력이 높지 않은데 구하기 힘든 이유도 그거죠. 최소 1,000마리 이상 모여 사니까요.”

상상만 해도 어마어마하긴 하 다. 그 많은 새가 하루 이틀만 산 것도 아닐 테고 최소 몇 년은 살 지 않았을까. 그런 곳에 마력까지 가득하다면 번개 지옥이 따로 없 을 거다.

“괜찮네. 이자젤! 이게 번개세 야!”

“뭐? 이 새끼야?”

“번개 새라고! 번개 새!”

“흐음. 아닌데 분명 개세라고 들었는데?”

“넌 ‘어이’랑 ‘아이’가 들리냐? 똑같은 거 같은데.”

한쪽에서 마법진 관련 스크롤을 보던 이자젤이 의심스럽다는 듯 연우를 째려봤다.

“이거 몇 마리나 있어?”

“그거 한 병에 10마리 세트입니 다. 수컷 두 마리랑 암컷 여덟 마 리입니다.”

“아니, 이놈도 하렘이야?”

“네? 하렘이라는 게 뭐죠?”

“아, 아니야. 그런 게 있어.”

“뭔진 몰라도 안 좋은 건가 봅 니다. 표정이 좋지 않으시네요.”

연우는 그런 걸 부러워할 만큼 현실감각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화가 날 뿐. 블랙 쿡이나 블 랙 카우야 그렇다 쳐도 케루빔에 이 번개 새까지?

“에효. 모르겠다.”

연우는 몇 가지 몬스터를 더 샀 다. 번개 새는 뒷산에 새장을 만 들어 키울 거고 다른 몬스터는 던 전에 넣을 공격 성향이 강한 몬스 터였다.

“좋아. 이번엔 최상급 던전 5개 야. 천천히 팔아 줘. 나중엔 돈이 더 될 만한 걸로 가져올 테니까!”

아무래도 그냥 좋은 건만 판다 고 돈이 되는 모양은 아닌가 보 다. 저런 꼼수들이 필요하다. 지 금까지 너무 정직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니까!

“레인, 온 김에 밥이나 먹고 가. 오늘 필리아가 저녁 해 준다고 했 으니까.”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아무 래도 음식은 이 차원이 가장 맛있 는 것 같습니다!”

이자젤도 사고 싶은 걸 모두 산 모양인지 만족스러운 얼굴로 연우

옆에 서 있었다.

“그럼 가 볼까?”

“네!”

“가자!”

식당에 도착했을 땐, 필리라와 쇼타. 그리고 수이니까지 오랜만 에 모여 다 같이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앉은 연우 옆엔 레인이 폴짝 뛰어 앉았고, 언제 왔는지 모를 삼미호가 연우 무릎 안으로 쏙 들어와 앉았다.

문밖에선 댕댕이와 검둥이가 케 로베로스, 케베랑 뛰어놀고 있었 는데 이제 적응한 모양이었다.

“미호야. 케베는 잘 지내는 거 지?”

“케베요? 케로베로스요? 우와 이름 예쁘게 지어 줬네요! 잘 놀 아요! 매일 뛰고 댕댕이랑 검둥이 랑 더 잘 노는 거 같아요. 전 머 리 위에 탈 때가 가장 재미있고 요!”

“그래. 다행이네.”

케베라면 잘 적응할 줄 알았다. 또 화염 속성이 있어서 겨울에 가 축 몬스터들을 따듯하게 해 주기 도 하니 쓸모도 많았다. 여름엔 정말 피곤하게 만들지만 말이다.

“오늘 메뉴는 뭘까.”

생각지도 못한 음식이 필리아의 손에 들려 나오고 있었다. 피자, 필리아야 양식이 전문이었으니 이 해한다. 하지만 뒤로 나오는 쇼타 와 수이니의 손에서도 피자가 들 려 있었다.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이내 그 실망은 궁금증 으로 변했다.

역시 평범한 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건 뭐야?”

“관자, 채끝살, 표고버섯! 전남 장흥 삼합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 니다! 잘게 썬 관자와 채끝살. 그 리고 밑에 깔린 얇은 표고버섯의 향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만들었 죠!”

필리아는 자신 있는 표정이었 다. 딱 보고 느낀 건데 아마 연지 와 연호에게 만들어 줬던 음식일 거다.

연우의 부모님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고, 연지연호와 연우까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이기 때문이 다.

“여긴 치즈?”

원판에 배경은 당연히 살살 녹 은 치즈가 쑥 깔려 있었다. 위에 노릇하게 익은 채끝살과 관자가 엄지손톱 크기로 잘려 있었고 치 즈 밑에 표고버섯이 있을 거라 예 상이 됐다.

사이사이 뭔지 모를 재료가 있 었다.

“한국적인 맛을 내기 위해 마늘 과 대파를 잘게 썰고 레몬즙을 살 짝 짜서 마요네즈에 섞고 파슬리 를 뿌려 줬죠.”

“윽. 그게 잘 어울리나?”

“한번 드셔 보시죠!”

생소한 조합이다. 하지만 나쁘 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특히 피 자의 중간. 가장 처음 먹는 부분 은 부수적인 게 아무것도 없이 삼 합과 치즈 약간만 있을 뿐이었다.

중간엔 약간의 마늘과 대파가

보였고 마지막엔 더 많이.

이런 배려가 좋다.

한 번 먹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맛. 다음을 생각하는 맛이다.

연우는 김이 올라오는 피자를 한입 물었다.

뜨끈한 감각이 입안을 감쌌지 만, 이에 닿아 쏟아지는 치즈의 향. 이어서 부드러운 채끝의 육즙 과 버터 향이 진하게 풍기는 관자 와 표고버섯까지.

이건 진짜였다.

“와, 좋은데?”

역시 요리 실력은 진짜였다.

한입 크게 더 먹었다.

그러자 마늘과 대파 그리고 레 몬 향이 동시에 퍼졌다. 이것도 생각보다 괜찮다. 오히려 심심하 지 않고 깔끔한 감칠맛을 더한다.

“오늘은 피그미온 라거다! 역시 필리아!”

연우의 말에 삼미호도 피자를 앙 물었고 이자젤, 아이델, 쇼타, 수이니, 레인도 먹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농장 식구들이 많 이 없어졌다.

리젤은 아버지를 돕고 강해진다 며 천공 세계로 갔고, 혜영은 호 주에서 오크들과 싸우고 있었다. 헤르메스도 그곳에서 더 활동하다 온다고 했고, 요섭과 바벨이야 항 상 대장간에서 나오질 않는다.

북적였던 것 같은데 벌써 이렇 게 인원이 줄었다.

“조금 허전하긴 하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쇼타와 수이니가 어떤 피자를 만들었느냐 다.

“흐으음.”

자연스럽게 뻗던 손을 멈췄다.

“이건 쇼타?”

“네! 이걸로 말할 것 같으면 일 본의 오코노미야끼와 피자의 조합 으로서 바삭하게 튀긴 부순 라면 이 포인트입니다. 주요 재료는 도 미 조림과 잘게 썰어 튀긴 쌍뿔 멧돼지 고명이죠.”

“으윽. 어떻게 이런 조합을 생 각해 낼 수 있는 거지?”

그래도 쇼타의 솜씨다.

어떤 재료로 만들어도 중간은 갈 거다.

위에서 볼 때는 오코노미야끼처 럼 가쓰오부시가 올려져 있고 밑 엔 빵이 있었다. 중간에 뭐가 있 는지 잘 보이지 않았는데 연우는 눈을 감고 한입 먹었다.

“으음. 괜찮네. 맛있어.”

어떻게 이런 게 맛있을 수 있는 거지? 저 조합. 단맛과 짠맛이 절 묘하다. 멧돼지 튀김 고명은 아주 작아서 식감과 약간의 향만 남긴 다는 게 컸다.

“이번엔 수이니.”

사실 가장 걱정되는 게 수이니 다.

딱 보기에도 피자 위에 올려진 토핑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윽, 이건 뭐야!”

“이게 바로 부대찌개 피자!”

“아악! 이런 끔찍한 혼종을!”

“피자에서 부대찌개 맛을 표현 했지! 완벽한 부대찌개야!”

“아니, 이럴 거면 그냥 부대찌 개를 끓여야지!”

“먹어 봐. 장난 아닐걸?”

“이자젤! 도와줘!”

연우가 이자젤을 처절하게 불러 봤지만, 이자젤은 수이니의 부대 찌개 피자를 맛있게 먹고 있을 뿐 이었다.

“으읍! 억!”

수이니는 억지로 연우의 입에 피자를 넣었다. 연우는 어쩔 수 없이 씹게 됐는데.

“음? 생각보다 괜찮네?”

하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 뭐 랄까. 원하지 않는 쾌감을 겪을 때의 느낌이랄까. 분명 이러면 안 되는데 그게 좋은 기분.

그래, 이런 걸 바로 배덕감이라 고 하는 거다. 그래도 다른 피자 가 맛있었기에 빠르게 입을 정화 할 수 있었다. 맥주와 피자는 환 상. 맥주와 소주와는 완성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