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편_ 오크의 습격(3)
러시아의 PMC 시바휴즈의 블라 디미르 미하옐은 항공모함 세 대를 끌고 왔다.
말이 세 대지, 항공모함 하나에 딸린 전함만 수십 대고 전투기는 백여 대가 넘는다. 거기에 핵 잠수 함까지 끌고 왔으니 시바휴즈의 힘 이 어느 정도인 짐작할 수 있었다.
미국의 PMC인 블랙로즈의 버크 셔 해서웨이는 항공모함 두 대에 전함으로 개조된 유조선 세 대를 끌고 왔다.
“미쳤군.”
“아무래도 대통령님 말이 맞는 것 같아. 저들은 이제 나라라는 경 계를 벗어나 버렸어.”
찰튼과 해밀튼은 미하옐과 버셔 트의 행동을 보곤 질려 버렸다. 꿈 쩍도 하지 않는 거대한 실드에 초 당 수억 달러에 이르는 미사일을 퍼붓는 게 과연 상식적인 일인가.
물론, 그 미지의 힘을 얻는 방법 이기도 했다.
강한 충격이 저 힘에 부딪히면 강력한 반발력이 일어나고 그 과정 에서 주변에 있는 마력석에 저 미 지의 힘이 흡수되니까.
하지만 터무니없이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미 해군도 비슷한 짓을 하고 있 었지만, 그건 그 힘을 얻기 위해서 가 아니라 실드를 깨기 위해서였다. 저 힘은 찰튼과 해밀튼의 주도하에 아주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흡수하 고 있었으니까.
“효율은 한 1,000배 차이 나는 것 같은데 총량은 비슷하겠는데?”
“그러니까. 무식한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둘은 미하옐이나 버크셔 앞에선 아무 말도 못하면서 이곳에선 들리 지 않는다고 몰래 욕을 하고 있었 다.
둘은 반대편에 일반적인 항공모 함보다 세 배는 큰 마력 기반 항공 모함을 바라봤다. 저건 셰이크가 탑승해 있는 항공모함이다.
저기서도 다른 방식으로 그 힘을 얻고 있는 건지 작은 파장을 제외 하고는 조용했다.
“셰이크 님도 대단해. 아프리카 안정화 프로젝트도 이제 순풍 단 듯 진행 중이고 그라니아 쪽도 한 발 얹으셨지.”
“한 발 정도가 아니라 달리는 말 을 만들어 올라탄 거지.”
“하긴 그 많은 돈을 다 지원했으 니.”
“근데 이젠 여기까지 저런 어마 어마한 걸 타고 왔네.”
기존 항공모함의 세 배.
말이 쉽지, 절대로 쉬운 게 아니 다. 저 정도 항공모함을 만들려면 저 정도 규모의 조선소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기존 항공모함도 어 마어마한 규모여야 하는데 저건? 그런 조선소보다 최소 세 배는 커 야 한다는 것.
게다가 저기에 들어가는 수많은 마력석과 고도의 기술력은 또 어떻 고.
“쯧. 세상엔 왜 이렇게 숨은 고 수가 많은 거지?”
“숨었다기보단 뽐내지 않은 거라 고 하지.”
비단 저들뿐만이 아니다.
최근 각 나라 협회장들하고 그 중심의 신연우라는 이상한 사람. 그 주변의 몇몇 인물들까지. 하나 같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될 것 같 은. 그러니까 밸런스 붕괴의 현장 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여기가 무슨 소설도 아니고. 예 전엔 미국이 세계 경찰이었는데 지 금은 쩌리가 된 느낌이야.”
“쩌리뿐이게, 요즘 자금 나가는 게 얼만 줄이나 알아? 세계 호구가 돼 가는 중 같다고. 요즘!”
둘은 끊임없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콰직! 쿠르르르르!
그때 였다.
한쪽에 큼지막한 구멍이 뚫렸다.
그곳은 아무도 없는. 그러니까 네 세력이 손도 대지 않았던 곳이 었다.
“…… 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한 짓이 헛짓이라는 거 지?”
“뭐, 들어가는 게 목적이었다 면‘?”
‘의심스럽긴 하지만.’
오크들이 함정을 팔까? 그럴 일 은 거의 없다. 아니, 있다고 해도 어차피 들어가야 한다.
대비는 완벽하다시피 준비했고 여기서 초당 수억 달러를 사용하는 것보다 그게 훨씬 빠르고 효율적일 거다.
‘그리고 오크들이 저걸 컨트롤한 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다른 쪽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미 해군과 셰이크가 이끌고 온 병력이 가장 먼저 구멍으로 향했다. 언제 닫힐지 모르는 터라 최대한 빠르게 진입해야 했다.
그 뒤로 미하옐과 버크셔도 병력 을 대동하고 줄줄이 따라 들어갔다.
생각보다 입구가 큰 건지, 그 커 다란 셰이크의 항공모함과 몇 개의 항공모함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었 다.
그 모습이 가히 장관이었는데, 그건 잠깐이었다.
“젠장 할! 저게 뭐야!”
찰튼이 외쳤다.
저건 함정이었다. 앞서 가는 항 공모함 밑바닥에서 무언가 시커먼 게 줄줄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아 무리 봐도 저건 오크였다.
“수영하는 오크가 있다니!”
“수영 정도가 아니잖아. 이 먼 거리를? 그것도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게?”
레이더는 당연히 일정 크기 이하 의 생물체를 잡아내지 못한다.
하지만 저 만은 수를 알아내지 못할 리 없다. 게다가 저렇게 많은 수라면 눈으로도. 아니, 하다못해 속에서 올라오는 공기 방울이라도 보여야 정상이 아닌가?
하지만 그걸 생각해 봐야 어쩌겠 는가. 이 마법이 난무하는 시대에 오크라고 무시했던 게 잘못인 거다.
“모두 전투 준비!”
항공모함에 탑승해 있던 사용자 가 모든 입구를 막아섰고 갑판 위 에 특수 제작된 탄환을 사용하는 기관총이 마구 불을 뿜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두!
콰아아!
다행인지 배밑판을 타고 올라오 는 오크들이 중간에 동력원이 있는 엔진 룸에 들어가지 않고 위로 올 라오기만 했다. 이쪽에 대한 정보 가 없기 때문일 거다.
그래도 항공모함에 직접적인 피 해가 가선 안 되기에 전투는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오크가 강한 건지, 아니면 어떤 이 상한 힘이 있는 건지 8단계 오우거 의 가죽도 뚫는 값비싼 탄환도 쉽 게 튕겨 냈다.
게다가 오크는 끝이 없었고 항공 모함에 탑승한 사용자의 수는 한계 가 있었다.
두두두두두!
항공모함 꼭대기에선 헬기 몇 대 가 날아오르며 중요한 인원이 탈출 했고 기관총 소리는 점차 줄기 시 작했다.
그건 항공모함이 점령당하기 시 작했다는 의미였다.
주변 이지스함이나 전함들도 마 찬가지였다. 이지스함으로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장거리에서 미사일 과 전투기를 이용해 타격하는 게 이들의 최대 장점인데, 그게 아예 무효화돼 버린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모두 탈출하고 항공모함 폭파해!”
재빠르게 통신을 주고받으며 최 대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작전을 구 상했다. 미하옐, 버크셔가 잘 흥분 하는 성격이지만, 이런 상황에 현 명한 판단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 니다.
그리고 탈출에 성공한 항공모함 의 주인인 셰이크의 허락이 떨어지 자 곧바로 미사일을 날렸다.
슈우우우!
푹
콰아아아앙!
동시에 생체 레이더와 적외선 감 지기. 마력 탐지 장치를 총동원해 수면 아래에서 이동하는 오크의 움 직임을 잡아냈다.
“이제 끝이다!”
오크는 강하고 많다. 하지만 접 근을 허용하지 않으면 이 화력을 버텨 낼 수 없을 거다.
예전의 그냥 화약으로 이뤄진 미 사일이 아니다. 마력을 사용하고 각종 마법진으로 도배된 특수 미사 일과 어뢰들. 초당 수억 달러라는 값어치를 충분히 하는 아이템들이 었다.
쿠우우우우!
콰아아아!
항공모함에 올랐던 모든 오크. 수면 아래서 접근하던 오크들까지 강력한 화력에 하나씩 사라지고 있 었다.
‘이걸 이겼다고 할 수 있을까?’
‘저 문을 저들이 연 것인가?’
‘얼마나 똑똑한 거지‘?’
이런 생각들이 전장에 모든 사람 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이해 못할 섬뜩함에 소름이 돋았 다.
예상외 였다.
저 신력으로 이뤄진 결계는 절대 로 먼저 열리지 않을 줄 알았다. 적어도 저곳에 오크가 가득 차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밖에서 얼쩡거리는 인간 들 때문인지 입구가 열려 버렸다.
연우는 이자젤과 헤맨. 수이니를 데리고 곧바로 달려왔다. 하지만 이미 그땐 많은 전함이 전복된 후 였고 그들은 다시 정비한 후에 내 륙으로 접근하는 중이었다.
‘이미 늦었네.’
연우는 그들 몰래 먼저 들어왔 다.
그리고 그곳을 잠깐 둘러본 연우 는 충격을 받았다.
뭐랄까.
그건 책임감이었다.
진짜 사람이 죽는 일이다. 바로 죽기 전 사람의 얼굴을 봤을 때, 그리고 죽어 가는 사람을 봤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엔 연우의 마음은 너무나 평범하고 나 약한 인간이었다.
“헤맨, 네가 이것 좀 뿌리고.”
연우가 나눠 준 건 반영구 대단 위 실드. 학교나 방공호 같은 곳에 숨은 이들을 지켜 주기 위한 장치 다. 이외에도 물과 음식이 담긴 아 공간도 정리해 넘겼다.
이 정도면 된다.
사실 많은 고민을 했다.
그들을 구해 주는 건 도리다. 하 지만 그들을 위해 모든 오크를 쓸 어버리는 건 뭘까. 그건 멍청한 짓 이다. 연우를 위해서라도 그들을 위해서라도.
희생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 또한 그들의 예방접종이 될 것이다.
“ 나와라.”
연우는 헤맨을 보내고 므깃도를 열었다.
푸르르르.
네 발 달린 도마뱀이었다. 덩치 는 드레고니아보다 작았는데 요르 문간드의 종속 중 마물로 취급되는 ‘이터 스네이크(Eater snake)’에 신 력이 깃든 천인종의 깃털을 심었다.
뭐 생긴 건 비늘만 있을 때보다 낫지만, 징그러운 외모는 거기서 거기 였다.
“좋은 건, 먹이를 삼키고 그걸 분해해 보관한다는 거지.”
게다가 먹는 양에 한계가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원래 요르문간드가 수면에 들 때 부족한 영양을 공급 하는 역할이라고 한다.
영양으로 흡수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누는데, 마력석은 녹 여 흡수할 수 없기에 나중에 따로 배출할 수 있다.
꾸역꾸역 나오기 시작한 이터 스 네이크들이 연우 주변으로 가득 찼 다.
푸르르르르.
굳게 닫혔지만 축 늘어진 입 사 이에서 침이 질질 흘렀다. 연우는 그게 예쁜 건지 머리를 쓰다듬었다.
“슬슬 을 때가 됐는데.”
사람들의 안전은 하나씩 확보해 가고 있다.
중요한 건 그들에게 이 위기를 극복할 기회를 주는 거다. 언제까 지 연우가 직접 나서 줄 순 없으니 까.
연우는 저 멀리 도착하기 시작한 항공모함과 작은 전함들에 손을 흔 들었다.
“여기요! 여기 있어요!”
셰이크는 찰튼의 항공모함으로 몸을 피했다. 미하옐과 버크셔는 회의를 하기 위해 셰이크가 있는 곳으로 온 거고 말이다.
어쩌다 해밀튼까지 다섯 명이 다 시 모였다.
“셰이크 님. 어떻게 하실 겁니 까.”
“가야지. 아직 반이나 넘게 남았 으니까.”
항공모함과 병력을 말하는 거다. 셰이크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항공 모함을 잃었음에도 아까워하는 기 색이 전혀 없었다.
“미하옐, 버크셔. 도와주겠습니 까?”
셰이크가 둘에게 정중하게 물었 다. 그 태도에 당황한 건 다른 이 가 아니라 미하옐과 버크셔였다.
“크?홈. 당연히 그래야죠.”
“그럼요. 이대로 물러날 거였으 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저 오크에게서도 약하지만, 그 힘이 발견됐고요.”
만족스러운 대답에 셰이크는 온 화한 얼굴로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고 찰튼과 해밀튼은 그런 둘의 모습에 기분이 좋은 건지 당황한 건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
이 다섯은 참 애매한 관계였고 셰이크는 그 중간에서 조율하는 걸 참 잘했다.
“찰튼 님…… 아니, 셰이크 님. 밖에 누군가가 있습니다.”
“밖에?”
함장의 말에 앉아 있던 다섯이 벌떡 일어나 창밖을 내다봤다.
그곳엔 수십 마리의 괴물에게 포 위된 남자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저, 저거 뭐야? 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잠깐! 아닌데? 저, 저 사람 은…… 아니, 저분은.”
“신연우. 그 사람이군요.”
셰이크의 말에 넷의 입은 움직일 줄을 몰랐다.
하지만 셰이크는 신경 쓰지 않고 밖으로 이동했다. 원래 안전이 확 보돼 전진기지를 세우지 않는 한 셰이크는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있다는 것 때문인지 안심한 표정으로 헬기에 올랐다. 뒤이어 따라온 넷은 반쯤 걱정스러 운 얼굴을 하고 따랐다.
“정말 그 사람이 맞습니까?”
“맞습니다. 아마 저 몬스터도 저 사람의 소유겠군요.”
헬기가 조심스럽게 착륙했고 신 연우라고 추정되는 사람이 헬기 앞 까지 다가왔다. 프로펠러 소리 때 문에 잘 들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마법이라도 사용한 것처럼 그의 말 이 선명히 들렸다.
“반가워요. 이쪽이 쉐이크? 셰이 크였던가. 그분일 거고. 이분들은 처음 보네요.”
연우가 손을 내밀었고 셰이크가 미소를 지으며 받았다.
“아, 전 신연우라고 해요. 많이 들었죠?”
“그럴 줄 알았습니다. 먼저 들어 와 계셨군요.”
“그렇게 빨리 온 건 아니고요. 아까 가장 큰 항공모함 침몰할 때 들어왔어요. 생각보다 좀 늦게 와 서 미처 도움을 주지 못했네요.”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 았으니까요.”
쿠르르르.
그때, 저 멀리서 오크들이 몰려 오기 시작했다. 수면에서도 깊숙이 숨어 있던 오크들이 기어 올라왔는 데 어쩌다 포위돼 버린 형국이 됐 다.
하지만 이곳엔 연우가 있다.
“가서 먹어라. 이터 스네이크.”
그 한마디였다. 수십 마리. 이제 는 수백 마리로 불어난 이터 스네 이크들이 사방으로 달려 나갔다.
푸르르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