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0편_ 오크의 습격(1)
“그래서 전화한 거야?”
-그래, 지금 어디야?
“나 악의의 대륙이지. 연지랑 연 호랑 같이 사냥 중이야. 벌써 던전 세 개를 클리어했어!”
“오빠? 오빠예요? 오빠아아!”
“좀 닥쳐! 귀 아파!”
-어후, 난 끊을게. 하여튼 부탁 좀 할게! 내가 지원도 빵빵하게 해 줄 테니까!
“알았어. 일단, 애들한테도 물어 보고!”
-그래! 끊는다!
뚜, 뚜. 연우는 끊겨 버린 전화를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연지는 전화를 받지 못해 아쉬워 보였고 연호는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해했다.
-무슨 일인 거지? 알려 줘요!
-알려 줘요! 혜영 누님!
-연지 느님이 저렇게 애타게 부 르는 오빠라니! 도대체! 전생에 나 라를 구했단 말인가!
-혜영 누님하고 친구인 것 같은 데? 어떤 사람이기에 저러는 거지?
채팅방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혜영도 이미 적응한 후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연우가 길드 만들어 볼 생각 없 냐는데‘?”
“길드? 왜요?”
“한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봐. 5대 길드를 넘을 때까지 팍팍 지원 해 준다고. 너희랑 만들어 보래.”
“으음.”
연지가 웬일로 진지하게 고민하 는 듯하자 연호가 째려봤다.
“또 이상한 생각하지!”
“아니거든! 진짜 진지하게 생각 하는 거거든!”
“무슨 생각했는데?”
“어떻게 하면 더 뜯어낼 수 있 을…… 아, 아니!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이것도 아닌데.”
“역시 그럼 그렇지. 네가 뭘.”
? 그긔그거긔그그긔킈그 역시! 연 지 누님.
-언제나 솔직한 게 누님의 매력 입니다!
-저 연호 표정 봐. 진심으로 벌 레 보는 표정인데?
-근데 무슨 길드에 지원이야?
-5대 길드를 넘으라고? 그게 말 이 되나.
-사실 안 될 것도 있나? 연지연 호는 이미 8단계고 혜영 누님은 원 클래스 마스터인데?
-그래도 그건 힘들걸? 5대 길드 가 왜 5대 길든데.
-요즘 협회장하고 최민아 님 없 다고 머셔너리 길드가 난리라던데, 그거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
-에이, 무슨 연지연호랑 혜영 님 이 국제구호기구냐? 그런 일을 하 게.
다시 한 번 채팅 창은 뜨거웠지 만, 셋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의견을 묻기까지 했다.
“여러분 어때요. 한번 해 볼까 요?”
-뭘 한다는 건지 알려 줘요!
-길드 만들면 저희도 들어갈 수 있나요?
-저 3단계 탱커인데 가능할까 요?
-저는 4단계 힐러요!
“홈. 그건 고민해 볼게요. 일단 관리하기가 힘드니까 소수 정예로 가고 싶은데. 하여튼, 혜영 언니 간 단하게 설명 부탁해요.”
“그래, 알았어.”
혜영은 자연스럽게 드론 카메라 를 끌고 가더니 얼굴 전체가 나오 게 맞췄다. 채팅 창에 예쁘다는 말 로 도배가 됐지만, 이미 익숙하게 할 말을 했다.
“일단, 연우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크흐흐흐. 크흠. 아 웃겨라. 레이드 나갔다가 사기도 당하고 팀원이 배신해서 죽을 뻔하 고. 머셔너리? 그 길드가 필드 점 령하는 것 때문에 화가 났나 봐요.”
“진짜요? 오빠가?”
“우리 형. 고생했네.”
“그러게. 하여튼 그래서 우리한 테 5대 길드를 넘을 때까지 지원해 준다네요. 돈 엄청 많거든요. 장비 들도 많고.”
그 말에 채팅방이 폭발했다.
-아니, 지금 내가 들은 거 소설 아니지?
-돈이 얼마나 많으면 5대 길드 를? 장비도 많다고? 혜영 누님! 너 무 순진하신 거 아닙니까! 그거 사 기예요. 사기!
- 제대로 넘어갔네! 패가망신의 지름길입니다!
-그 돈 많은 사람이 뭐하러 레이 드를 뛰어요.
-말도 안 돼.
-아니, 그분 아니야? 연지 누님 친오빠! 그때 미치게 예쁜 직원하 고 농장하던 분!
-부자 같긴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던데?
“뭐, 그런 거예요. 연지랑 연호가 결정하면 난 찬성. 어차피 그런 거 하나 만들 생각이었거든.”
“그런 거요? 길드요?”
“그렇지? 사실 5대 길드는 생각 못했고. 녹튼이나 협회에 맞먹는
그런 단체?”
“에이, 누나 농담도.”
“진짠데? 돈도 꾸준히 모으고 있 었는데, 연우가 도와준다면 땡큐지! 협회는 금방 따라가고도 남을걸?”
“우리 오빠가 그 정도였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못 미더운 데.”
연지랑 연호도 그 말까지는 믿지 못하고 있었다. 연우가 협회장이랑 친하다는 건 알지만, 녹튼이나 협 회라는 게 보통 단체던가.
초국가적인 단체다. 그 어떤 나 라도 그 두 개의 단체 위에 있지 못한다. 새로운 사용자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전 세계적으로 퍼진 영향력, 만 단위가 넘는 고위급 사용자들, 상 상도 되지 않는 엄청난 자금력까 지! 게다가 그것만으로 만들 수 있 는 것도 아니다.
견고한 그들의 세력은 오랜 기간 공들여 쌓아 온 하나의 성과 같은 거다.
“왜, 이제 못 믿겠어? 나랑 연우 를?”
혜영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물었다.
연지와 연호는 침을 꿀꺽 삼켰 다.
“뭐부터 하면 되죠?”
연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연우는 혜영에게 전화를 걸고 편 의점에서 도시락을 하나 샀다. 고 기 반찬이 세 개나 있는 푸짐한 도 시락이었는데 가격이 4,500원이었 다.
“엄청 싸구나.”
예전엔 이것도 싸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1분 30초.”
많이 돌리면 1분 50초까지 돌려 도 된다. 하지만 연우는 이게 딱 좋았다.
띠.
전자레인지에서 소리가 나자 연 우는 도시락을 꺼내 편의점 안에 구비된 의자에 앉았다.
이것도 오랜만이다. 아니, 생각해 보니 지난여름이다. 이제 겨우 반 년 정도 지났다는 거다.
“뭔가 엄청 오래된 것 같았는 데.”
연우는 가장 먼저 간장 양념이 된 불고기를 조금 입에 넣었다. 짭 짤하면서도 달달한 맛이다. 필리아 나 쇼타가 해 준 요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것도 꽤 괜찮다.
그다음은 매운 양념인 제육. 이 건 흰밥에 살짝 올려서 먹어 본다. 살짝 짜서 밥을 조금 더 넣었더니, 이제 밥이 많다. 연우는 허겁지겁 볶음 김치를 입에 넣는다.
역시 이래야 균형이 딱 맞다.
이걸 먹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조합과 균형. 그리고 밥이나 반찬 둘 중에 하나가 먼저 떨어지지 않 게 하는 거다.
‘이젠 이 정도는 쉽지.’
처음엔 둘 중 하나를 남기는 어 처구니없는 실수하기도 했다.
그때, 섬뜩한 감각이 연우의 뒷 덜미를 간질였다.
“뭐……
연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부드럽 고 긴 손가락이 뒷목을 부여잡았다.
“잡았다!”
“이자젤!‘?”
“흐흐. 이렇게 숨으면 내가 못 찾을 줄 알았어?”
말에서 살기가 뚝뚝 떨어진다.
“어, 어떻게……
연우는 기척을 완전히 감췄다. 웬만한. 아니, 연우보다 강한 사람 이 온다고 해도 절대로 들키지 않 을 자신이 있었다.
“기척은 완벽하게 감췄지만, 이 냄새는 지우지 않았더군.”
“아차!”
실수였다.
설마 엘프가 냄새로 찾아다닐 줄 은 몰랐으니까.
화륵!
파괴의 기운이 퍼진다. 이자젤은 진짜 화가 난 거다. 잡힌 뒷목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뜨끈한 기운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한다.
“자, 잠깐 이자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사, 살려 줘……!”
“잘 들었다. 그럼 이만.”
화륵!
붉은 기운이 연우를 감쌌다. 하 지만 결국 연우의 약한 신격은 뚫 지 못하고 허무하게 스러졌다.
“쳇. 이건 너무 사기잖아!”
“너 진짜 공격한 거야?”
“그, 그건 아니지만.”
이건 100% 진짜 공격한 거다.
“하여트은! 여기서 뭐했어! 나 심심하게. 그것도 아예 몰래 버리 고 갔더라?”
“버리다니. 그냥 조용히 나온 거
지!”
“그것도 야밤에?”
“밤에 산책하다가 갑자기 생각나 서?”
“내가 말을 말지.”
“밥 먹을래?”
연우는 웃으면서 물었다.
“한번 맛이나 보지.”
연우가 먹는 건 다 맛있다는 걸 아는 이자젤이다. 이런 곳은 처음 이니 궁금하기도 했다.
연우는 명란마요 삼각김밥이랑 대게장 삼각김밥. 거기에 실온이 아닌 냉동고에 있는 제육볶음을 하 나 꺼냈다. 그리고 마지막은…… 고기만두다.
연우는 능숙하게 삼각김밥 두 개 를 30초만 돌리고 만두를 넣었다.
“이것부터 먼저 먹어 봐.”
연우는 명란마요를 줬다. 이건 정말 신세계다. 편의점 음식은 이 명란마요 삼각김밥을 기점으로 전 과 후가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 닌 거다.
이자젤이 삼각김밥을 반으로 가 르자 안에 있던 마요네즈에 섞인 핑크빛 명란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자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한 입 크게 물었다.
“으음. 맛있네.”
그때, 만두가 다 돌아갔고 제육 을 넣었다. 완성은 금방이었고 제 육과 만두는 바로 이자젤 앞으로 갔다.
“이게 바로 환상 궁합이지.”
연우는 만두를 한 입 물었다. 역 시 이 향과 촉촉함은 절대 편의점 냉동식품이라 생각하지 못할 거다. 다음은 반쯤 먹은 만두에 제육 하 나를 올려 먹는다.
고소함과 매콤함의 조합은 언제 나 그렇듯 정답이다.
“그 삼각김밥이랑 제육이랑도 맛 있지.”
연우는 편의점 음식 고수다. 대 학 생활을 하면서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편의점 음식을 먹었 다.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좀 놀고 있었지. 레이드도 좀 뛰어 보고.”
“쓸데없는 짓 한다.”
“사실 길드나 만들어 보려고.”
“길드? 너 아스가르드에서도 길
드는 안 만들었잖아.”
“그랬지. 그땐 힘으로 밀어붙이 면 됐었으니까.”
“하긴 혼자 무쌍 찍는데 무슨 길 드야. 걸리적거리기만 했지.”
하지만 이곳에서 그럴 수 없다는 건 이자젤도 잘 안다. 이제 반년이 나 지냈고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했 으니까.
“그것보다 그거 봤어?”
“뭐?”
“호주가 격리됐다는데? 슬쩍 보 니까 엄청난 마력의 흐름이 느껴지 기도 했고. 게다가 안에 뭐가 있는 지도 안 모여. 꽉 막혔어.”
“그래?”
연우는 느끼지 못했다. 기척을 숨기느라 힘의 대부분을 비활성화 했기 때문이다.
화악.
아무도 느끼지 못했지만, 연우는 비활성화를 풀었고 섬세한 마력의 감각이 쭉쭉 퍼져 나갔다.
“이상하네. 이거 그거잖아? 신 력.”
“신력 맞지? 그럴 거 같더라니.”
“한번 가 봐야겠는데.”
이상해도 상당히 이상했다. 연우 가 알던 보통 신력이라면 이 정도 묵직함이 불가능했다. 마치…….
“그라니아에서 봤던 은발 놈들이 가진 신력 업그레이드판이랄까?”
“그 정도야?”
그놈들도 강했다. 그러니까 연우 가 제대로 잡지 못하고 놓친 거고 말이다.
연우는 이자젤과 함께 편의점 음 식을 꾸역꾸역 다 먹은 후에야 움 직였다.
호주에 거주하던 사용자 이한영 은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는 걸 체 감하고 있었다.
첫 징조는 이상하게 꾸리한 냄새 가 풍기기 시작했다는 거다.
두 번째 징조는 외부에서 들어오 는 모든 전파가 끊기고 온도가 내 려갔다는 거다.
세 번째 징조부터 심각함이 느껴 졌다. 모든 비행기가 뜨지 못하고 추락했으며 배도 일정 거리 이상 나가지 못하기 시작한 거다.
“이거 심각해. 이대로 두면 안 돼.”
이한영은 길드원을 소집했다. 10 명 정도의 소규모 길드지만 모두 한실력 하는 소수 정예 길드였다. 10년이 넘는 활동 기간 동안 이름 도 꽤 알려진 유명 길드.
하지만 그들이 모이기도 전.
호주 곳곳엔 거대한 게이트가 생 성됐다.
우아아아아!
크르르르!
싸워라! 죽여라! 먹어라!
엄청난 수의. 그러니까 제대로 셀 수도 없을 정도의 강력한 오크 들이 호주 일대를 휩쓸기 시작했다.
군대는 일순간 분해됐고 거대 길 드는 사용자를 소집해 일반인을 보 호하고 안전지대를 구축하기 시작 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밀려 사 라진다는 건 시간문제였다.
오크의 강함도 있었지만, 그 무 엇보다 끝없이 쏟아지는 저 수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밖에 지원 요청은!”
“연락되지 않습니다! 배도 비행 기도. 아무것도 나갈 수도 없고. 들 어올 수도 없습니다.”
“호주 전역이 이런 거야? 이 넓 은 땅이?”
“그나마 이곳은 양호한 편입니 다. 중앙에 도시가 없는 곳은 오크 들의 소굴이 됐고 도심도 하나씩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한영은 10명의 길드원을 이끌 고 학교 하나를 지키고 있었다. 안 에 일반인 500명 정도를 보호하고 있었기에 식량과 물이 턱없이 부족 했다.
게다가 [인지 방해], [실드], [하 이드] 등의 마법을 쓰는 것도 한계 가 있다. 마력도, 정신력도 모두 끝 을 향해 달려갔다.
제1기편_ 오크의 습격(2)
은발의 사내 둘이 사무실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대화 중이었다. 얼핏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전혀 다른 최상위 차원의 아리움들 이었다.
“제대로 확인한 거지?”
“네, 제 신력으로 확실하게 마무 리했습니다. 그 연우라는 인간이 얼마나 강한지 몰라도 최상위 차원 의 신력을 어찌할 순 없을 겁니다.”
차원이 높낮이.
하위, 중위, 상위 차원이라는 건 수만 년 전, ‘대경합의 시대’에 정 립됐던 순위였다. 그러다 최상위 세 종족이 힘을 합해 하나의 규칙 을 만들면서 변하지 않는 힘에 얽 매여 차원이 고정돼 버린 것이다.
변하지 않는 이유? 바로 신력이 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신력은 차 원과 차원 간에 존재하는 규칙의 힘이고. 아무리 강하다 한들 하위 차원의 존재가 상위 차원의 존재에 게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절대적인 한계가 돼 버렸다.
“그렇지. 사자야 그 차원에 맞춰 진 신력일 뿐이었으니 죽을 수도 있었던 거지.”
그래서 사자는 연우에게 죽었던 거고. 하위 차원에 파견되는 감사 팀 또한 그 차원에서 강한 신력일 뿐이었다. 그래도 그 덕에 감사팀 은 연우에게 도망칠 수 있었던 거 였다.
“아무리 그 차원에서 강력한 신 력을 얻었더라도. 그 차원의 신력 일 뿐이니까요. 그 인간이 갖는 신 력도 마찬가지고요.”
아리움 같은 최상위 차원의 존재 가 하위 차원에 간섭해서 안 되는 이유도 이거다.
그런 짓을 하다간 연우라는 인간 이 존재하는 32번 차원에 상위 차 원의 신력이 흘러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나마 안전한 50번대 오크르트를 이용한 것이다.
“그 차원관리국 32번 차원에 들 어갔던 놈은?”
“…… 관리국장과 해루스의 등장 으로 밀려났습니다. 한껏 밀어 넣 은 수고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네 요.”
“흥, 어차피 해루스는 말단 공무 원일 뿐. 국장이 전면에 나섰다는 건 그만큼 위기감이 느껴졌다는 거 겠지.”
“괜찮습니다. 어차피 이번 사건 에 해루스와 국장이 참견할 권리도 없고 기회도 없을 겁니다.”
감사국 국장과 감시 제1팀장 렌 싱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계획을 생각하며 웃었다.
그러다 감사국장이 멈칫했다.
“만약 실패하면?”
“그럴 일은 없습니다.”
“진짜. 정말. 아주 만약에.”
“…… 그렇게 되면 32번 차원의 존재인 연우라는 인간은 50번대 신 력을 가지게 되겠죠?”
“…… 50번대면 그래도 괜찮은 거 겠지?”
“그게…… 그 정도면 그렇습니 다. 게다가 한 번의 접촉. 게다가 직접 그 차원에 간 것도 아니고 몬 스터만 접촉한 거지 않습니까.”
둘의 얼굴은 근심으로 물들었다.
계산상 아무 일 없어야 맞고 성 공해야 맞지만, 그 인간은 끊임없 이 한계를 뛰어넘어 왔다.
“그럴 일은 없겠지.”
“그럴 겁니다.”
“근데 왜 내 이름은 안 부르는 거지?”
“네‘?”
“이름! 원래 이름이 있어야 오 래…… 읍읍!”
렌싱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 굴로 국장의 얼굴을 빤히 볼 뿐이 었다.
연우가 호주 상공에 도착했을 땐, 이미 오크가 가득 찬 상태였다. 곳곳에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는 게 보였는데 최소 5단계에서 평균 원 클래스 마스터. 높은 건 쓰리 클래 스 마스터도 보였다.
확실히 강한 놈들이다.
게다가 호주 전체를 감싸고 있는 이 벽은 분명 신력이었다.
“이거 장난 아닌데?”
“왜 너도 안 되겠어?"
“너무 달라. 그냥 아예 다른 공 간 같은데?”
연우가 느끼는 감각이 딱 그거였 다. 이 뒤로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마치 차원 자체가 다른 공간 처럼. 차라리 공간이면 연우가 어 떻게 해 보겠는데, 이건 무리였다.
“흐음. 연우야. 그거 어때?”
“뭐?”
“그라니아로 갈 때 사용했던 차 원 게이트.”
“오, 그걸 이용하면 될 수도.”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할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시간이 꽤 걸린다.
“최소 일주일?”
“일단 시작하자.”
결정은 빨랐다. 당장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이자젤과 함께 분석하고 연구하는 수밖에.
금세 농장으로 이동한 연우는 헤 맨을 부르고 필리아까지 불렀다. 그래도 드래곤이니 마법에 있어선 최고의 실력자. 거기에 연우와 이 자젤이 합세해 분석하기 시작하니 속도는 빨라졌다.
그 와중에 연우는 잠깐 짬을 냈 다.
“ 오크라
결계를 통해 들어가는 건 이제 시간문제다.
중요한 건 들어갔을 때 저 많은 오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생존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안 전하게 오크만 처리해야 한다.
안쪽으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 지만, 육안으로 보이는 것만 해도 꽤 강해 보였고 다른 사용자와 싸 울 때나 어떤 물건에 부딪힐 때 강 한 저항감도 느껴졌다.
‘분명 약하지만 모두 신력 같은 걸 가지고 있어.’
“오랜만에 이종교배를 해 볼까.”
아무래도 이렇게 많은 수의 몬스 터를 상대할 땐, 그에 맞는 천적을 이용하는 게 최고였다.
연우는 뭐가 가장 좋을까 고민하 다 므깃도를 열었다.
“요르문간드가 좋아하겠군.”
아무래도 그 많은 수를 감당하려 면 요르문간드의 종속들 정도는 돼 야 했다. 뱀의 일족인 그들은 수십 년을 버틸 양분을 한 번에 저장할 수도 있으니까.
거기에 오크가 신력을 가졌다고 상정하고 이종교배를 거치려는 거 다.
연우는 쭉 날았다.
요르문간드는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건지 연우가 지척에 갈 때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대신 요르문간드의 수족이자 가 디언인 뱀의 일족 한 마리가 연우 에게 다가왔다.
“누구지?”
“세이지입니다.”
“아아, 그때 주방장 뽑는 면접에 요르문간드 대신 왔던 놈이지?”
“네? 아, 네. 맞습니다.”
요르문간드 좀 깨울 테니까 대비 하고.
“네! 잠시만요!”
세이지는 급하게 날아갔다.
요르문간드의 크기도 크기지만, 잠에 빠질 때와 일어날 때 그녀로 선 살짝 꿈틀대는 것뿐이지만, 대 륙과 바다가 흔들릴 정도로 어마어 마한 충격이 가해진다.
그러니 전 대륙에 알려 대비를 해야 하는 거다.
연우가 오지 않았던 예전이었다 면 같은 뱀의 일족에게만 알렸을 테지만, 지금은 연우가 직접 지배 하는 평화의 시대다. 당연히 모든 대륙에 알려야 한다.
w O O O O
멀리 마력이 잔뜩 담긴 고동 소 리가 대륙 곳곳으로 울려 퍼졌다.
“전엔 그냥 깨웠었는데 민폐였 나.”
가만 생각해 보니 그랬다. 뭐, 어 차피 지난 일이니까.
조금 지나자 연우 바로 앞에 거 대한 절벽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웅.
올라가는 게 멈춰지고 절벽에 세 로로 쭉 갈라지더니 노란색 동공이 드러났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눈동 자였다.
-주인님. 드디어 오셨군요.
“잠 깨워서 미안. 잘 잤지?”
-아닙니다. 저야말로 불러 주셔 서 감사합니다.
“확인해 볼 게 있어서.”
요르문간드는 설정상 세계를 삼 킨 뱀이자 신이었다. 물론, 무력은 포 클래스 마스터에서 파이브 클래 스 마스터 중간쯤이었지만 말이다.
이래서 연우는 진짜 전지전능한 ‘신’。] 있다고 믿지 않는다. 지금까 지 봐 왔던 신들은 그저 신의 이름 을 가진 보스급 몬스터일 뿐이었으 니까.
“이게 뭔지 알겠어?”
연우는 몸속에 신력을 끌어올렸 다.
-차원의 힘. 신력이군요.
“오, 알고 있어?”
-그럼요. 당연합니다.
이건 예상 밖이다. 연우는 요르 문간드가 같은 수준의 다른 몬스터 보다 강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그 건 설정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리곤 문득 이 아스가르드라는 게임 자체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 했다. 귀농하고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기묘한 감각이었다.
“신력이라는 게 어떤 거지?”
-신력이라는 건, 지상계와 신들 의 경계. 신이 지상계에 내린 저주 의 결과물이죠.
“천인종이 가진 신력도 마찬가지 고?”
-네, 맞습니다. 그들도 천공 탑 의 종족이니까요.
연우는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야 사용자들을 만드는 시스템이 아스가르드에 존재하는 정보를 현실화하는 정도로만 생각 했다.
그게 아니라면 신들의 장난 정 도. 뭘 해도 연우가 알 수 없는 미 지의 것이라 생각했기에 궁금해 하 지도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에라, 알아서 뭐하겠어.”
연우는 역시 단순했다.
그냥 눈앞의 일을 해결하고 먹고 놀고 즐기면 된다. 위험이 오면 이 겨 낸다. 이겨 내지 못할 위험이 오면 어쩌냐고? 어쩔 수 없지 않은 가.
그걸 안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 다.
그 전까지 즐기고 대비하는 수밖 에.
“하여튼 내가 묻고 싶은 건 너의 종속들이 이 신력을 지닌 놈들을 상대할 수 있느냐지.”
-그건 연우 님이 가장 잘 알지 않으십니까?
“내가? 난 모르는데?”
-예전에 절 잡았을 때처럼. 무식 하게 때려잡으면 됩니다. 아무리 신력이 있어도 압도적인 힘은 어쩔 수 없는 법이니까요.
“…… 욕인지 칭찬인지.”
-물론, 칭찬입니다만.
“어쭈 까분다?”
-요즘 너무 안 불러 주셨습니다. 한번 날뛰고 싶은데, 이제 잠도 잘 안 옵니다.
“내가 악의의 대륙에서 불러줬잖 아!”
-그건 머리가 잠깐 내밀고 있었 던 거 아닙니까. 지루하게.
“…… 하여튼, 적은 너무 많고 인질도 있어서 오크 한 마리 한 마 리 잡아야 해.”
-그래서 저희를 고르셨군요.
“그렇지.”
-그럼 답이 있습니다.
바로 답을 말하지 않는 걸 보니 조건이 있는 모양이었다. 한동안 부르지 않은 연우 잘못도 있으니 이 정도는 들어 주기로 했다.
그새 호주 근처엔 항공모함과 유 조선들이 모이고 있었다.
그 중앙. 가장 크고 압도적인 위 용을 보이는 항공모함엔 책임자들 이 모여 있었다.
“빌어먹을, 녹튼의 해서웨이가 사라지니까 블랙로즈의 버크셔 해 서웨이가 등장해?”
하얀 수염을 기른 대머리의 사내 는 백호 가죽으로 만들어진 두툼한 자켓을 껴입고 있었다. 그는 러시 아 최고 PMC(민간군사기업) ‘시바 휴즈’의 회장인 ‘블라디미르 미하 옐’이었다.
“흐흐. 내 딸한테 당한 걸 자랑 이라고 떠들고 다니냐? 어휴. 쪽팔 려서 원.”
그의 대답은 받은 이는 미국 최 대 PMC인 블랙로즈의 회장 버크 셔 해서웨이다. 미하옐이 단단할 것같이 굳게 닫힌 입으로 투덜거렸 지만, 그는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 을 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미국에서 너무 소 극적인 거 아니야? 여기 그 유명한 셰이크 빈 지이드 알나하인 님이 오셨는데!”
미하옐은 애꿎은 셰이크를 들먹 이며 미국에서 온 두 명의 인물을 쏘아붙였다.
“정부에선 이게 한계입니다. 블 랙로즈도 엄연히……
“난 빼 주라고. 요즘 정부에서 압박할 때는 언제고 지금 편들어 달라는 거야?”
미국 정부에선 현 CIA 국장인 윌리엄 찰튼. NSA 현 부국장인 에 서 해밀튼이 와 있었다.
“그건 그렇고 왜 중앙정보부인 CIA와 국가안전보장국인 NSA가 직접 온 거야? 해군만 있어도 되는 거 아닌가? 해군에도 사용자 부대 가 창설된 지 꽤 됐고 말이야.”
이번엔 블랙로즈의 버크셔 해서 웨이가 찰튼과 해밀튼을 보며 물었 다. 하지만 그들이 쉽게 대답할 리 없었다.
“뭐, 뻔한 걸 숨기고 그래. 쉽게 쉽게 가자고.”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만.”
“계속 그런 식으로 할 거야? 힘 을 다 합해도 모자랄 판에!”
“그만. 그만하고 사람 구하는 것 부터 얘기하고 싶습니다만.”
셰이크가 나섰다.
블랙로즈의 버크셔 해서웨이나, 시바휴즈의 블라디미르 미하옐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셰이크에 겐 한 수 접어 줄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온 찰튼과 해밀튼도 마 찬가지고 말이다.
“크홈. 그래야죠. 어차피 저걸 뚫 고 지나가려면 실드를 연구하는 건 필수일 테고.”
그들이 모인 가장 큰 이유는 거 실드다.
정확히 실드인지 결계인지도 알 수 없는 저 힘은 지금까지 발견됐 던 그 어떤 힘보다 강력하고 특별 했다. 그래서 이들이 다 모인 거고 말이다.
“협회는 뭘 하는 거지?”
“그라니아 대륙을 선점하겠다고 그쪽에 온 힘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한동안 이쪽은 눈도 돌리지 못할 겁니다.”
CIA 국장 찰튼이 조심스럽게 말 했다.
하지만 미하옐과 버크셔는 다 안 다는 듯 껄껄 웃었다.
“괜히 요점 흐리지 말라니까. 그 차원 이동에서 얻어지는 이 미지의 힘이 주목적 아닌가? 흐흐흐. 하긴 배 아프겠지. 그렇게 엄청난 자원 을 퍼부어 가며 얻고 있는 미지의 힘보다 몇 단계는 상위의 힘이 지 구에 떡하니 나타났으니까.”
버크셔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굳 었다.
다 맞는 말이다.
김상철 박사가 차원 이동을 연구 하면서 발견했던 건 이 미지의 힘. 그 어떤 물리학적 법칙도 영향을 줄 수 없고 마력이나 악의마저도 큰 영향을 줄 수 없는 이 힘!
아직 이름조차 정해지지 않은 이 힘은 협회 주도하로 진행되는 김상 철 박사의 차원 이동 연구를 통해 조금씩 모이고 있었다.
그걸 모르는 이는 없었지만, 미 국 정부와 협회. 그리고 셰이크의 일정 지분이 들어갔기에 미하옐이 나 버크셔는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어떤 힘으로도 저게 요지부동이라는 거지.”
말도 안 될 정도다. 어떻게 설명 해야 할지 답답할 정도로 모든 영 향과 충격을 무시한다.
최근 김상철 박사가 모은 아주 소량의 이 힘을 8단계 사용자에게 적응시킨 것만으로 원 클래스 마스 터와 맞먹는 힘을 지니게 됐을 정 도였다.
그러니 힘을 가진 누구라도 눈독 을 들일 수밖에.
회의는 시원하게 진행되는 것 없 이 끝났고 모두 각자의 함선으로 돌아갔다. 결국, 각자의 힘으로 실 드를 연구 분석하며 뚫을 방법을 구상하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