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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편_ 마계 나들이(4) (151/207)

제166편_ 마계 나들이(4)

막 전투를 시작한 헤르메스 진영 과 마신의 진영은 순간 숨이 멎을 듯한 감각에 몸이 굳어 버렸다.

어마어마한 힘이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마신도, 헤르메스도, 그 미친 이 자젤도.

이런 일은 절대로 불가능했다.

꿀꺽.

누군가 침을 삼켰다. 그 소리가 생생하게 들릴 정도로 침묵이 흐르 는 거다.

그때, 연우가 돌아왔다.

“아, 미안. 내가 힘 조절을 못해 서 건물들이 날아갔네. 아아, 걱정 하지 마. 적당한 자원만 주면 내가 금방 만들어 줄 거니까. 자자, 어서 하던 거 마저 하고.”

연우가 그렇게 말하며 마신의 어 깨를 툭툭 쳤지만, 전투 의욕이 생 길 리 만무했다.

“졌습니다.”

“아, 왜? 더 하지?”

연우는 이자젤의 눈치를 봤다.

분명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끝난 걸 알면 연우를 가만두지 않을 거 다.

“이기지 못할 싸움을 지속할 만 큼 바보가 아니니까요.”

“안 되는데. 헤르메스도 복수해 야 하는데.”

“그런 겁니까? 그건 저의 죽음으 로 끝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연우는 그런 마신의 모습에 한숨 을 내쉬었다.

이렇게 되면 사자의 신분증을 구 하는 것에도 문제가 생긴다.

“끄 ≫ O ?

연우는 이자젤의 강렬한 눈빛에

고개를 피해야 했다.

마계에서의 전쟁은 그렇게 허무 하게 끝났다.

문제는 연우가 원하는 사자의 신 분증. 하지만 마신을 몇 대 때리면 서 느낀 건, 신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 이자젤을 감당하는 것이었는데 주변에 발록 몇 마리를 보더니 금방 웃음으로 가득해졌다.

남은 건 헤르메스.

“어떻게 할 거니, 헤르메스.”

“…… 모르겠습니다.”

헤르메스는 멀리 황폐화된 중앙 성을 바라봤다.

복수를 한 건가? 모르겠다.

힘을 보여 줬고 헤르메스와 그의 휘하에게 마왕 몇 명이 죽었다. 마 신과 막상막하의 무력을 보여 주기 도 했으니 마계에서도 헤르메스를 인정할 거다.

게다가 마신이 목숨을 내놓는다 며 용서를 빌었다.

마신의 그런 모습은 수천 년을 살아도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 만, 연우의 힘은 그걸 가능하게 했 다.

의욕이 사라졌다.

원래 복수심은 예전에, 가문에서 나와 홀로 변방에 살아가면서 버렸 다. 하지만 최근 아이린과 바르니 덕분에 복수심이 살아난 거다.

강한 힘과 장비를 얻었고 왕의 눈이 완벽하게 눈을 떴다는 게 큰 역할을 했다.

‘완벽한 건 아니지만.’

10단계를 찍었으니 완벽은 완벽 이다. 하지만 이 이상의 경지가 있 다면 이게 완벽일까? 직접 그 광경 을 봤다는 마신의 말로는 11단계와 비슷했다고 해도, 그건 모두 장비 의 성능 덕분이었다.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으면, 일단 지구로 와야 지.”

연우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농장 일. 아직 다 안 배웠잖아. 봄도 겪어야 하고 시작되는 여름도 겪어야 하니까. 최소 사계절을 두 번은 겪어야 어느 정도 배웠다고 할 수 있지.”

“그렇습니까.”

헤르메스는 웃음이 났다. 의도한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이제 알았다. 헤르메스가 원한 건 농장이었다.

이런 칙칙하고 썩을 대로 썩어 버린 마계가 아닌, 평화롭고 여유 로운 농장 말이다.

“감사합니다.”

그냥 말하고 싶었다.

꿰에에에엑!

멀리서 분위기를 깨는 돼지 멱따 는 소리가 들렸다. 슬쩍 보니 이자 젤이 수십 마리 발록을 상대로 전 투 연습을 하는 소리였다.

“쯧쯧, 불쌍해라. 왜 발록으로 태 어나서.”

연우는 진심으로 동정했다.

마법사가 마법도 안 쓰고 슈퍼맨 처럼 초고속으로 이동하며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은 가히 블록버스터 영화를 방불케 했다.

저건 분명 훈련이 아닌 화풀이였 다.

“에휴, 일단 마계에서 며칠만 있 다가 가자.”

할 일이 조금 있었다.

마계까지 왔으니 이곳의 특산물 을 수집해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 가 마신을 몇 대 때리면서 사자인 지도 거듭 확인해야 한다.

“그럼 밥부터 먹을까?”

물론, 밥만이 아니라 술도 함께 다.

“야, 마신.”

“네? 아, 네! 여기 있습니다!”

“너 먹는 거 좋아하냐?”

“아, 아닙. 아니, 좋아합니다!”

“흐음, 일로 와 봐.”

마신은 섬뜩한 눈빛에 본능적으 로 머리 위의 뿔을 가렸다. 연우는 씩 웃으면서 어깨동무를 했다.

“참 탐스럽네?”

“네?”

마신은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무 슨 말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진철 협회장은 이상한 기류를 포착했다.

갑작스럽게 마기가 줄어들기 시 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곧 천족 의 신성력도 줄어들었다.

“무슨 일이지?”

“…… 전쟁이 끝나 가는 건가?”

최민아도 중얼거렸다.

뭔지는 모르겠다. 절망의 도시에 서 원래의 전진기지가 있는 곳까지 돌파하는 도중이었다. 몇 번 마족 과 천족을 만났고 인간과 몬스터도 만났다.

다행히 인간은 호의적이었고 나 머지와는 모두 싸워야 했다. 전과 는 다르게 어렵지 않게 이겼으며 그들은 얼마 가지 않아 게이트가 있던 장소에 도달할 수 있었다.

“게이트 좌표 수신기는 멀쩡했 군.”

그래서 연우와 이자젤. 헤르메스 까지 쉽게 올 수 있었던 모양이다. 나머지 고장이 난 부분은 기술자들 이 쉽게 손 볼 수 있을 거다.

“후, 다시 시작인가.”

지구와 그라니아 대륙을 잇는 첫 번째 발걸음부터 위기의 연속이었 지만, 이젠 전진하기만 하면 된다.

지이이잉.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좋은 타이밍에 게이트가 열리기 시 작했다.

하지만 게이트에서 나온 건 예상 했던 인원이 아니었다.

새하얀 피부에 조각 같은 얼굴, 은발이 찰랑거리는 남성이었다. 그 는 게이트를 짜증 나는 얼굴로 넘 어오더니 머리를 뒤로 넘기며 입을 열었다.

“신연우. 그는 어디 있나.”

이상한 언어였지만, 한국어로 직 역돼 들렸다.

이진철은 움찔거리며 완드에 손 을 올렸다. 하지만 그의 뒤에서 세 명의 남성과 여성이 걸어 나왔다. 생긴 것만 달랐지, 하얀 피부와 은 색의 머리칼은 모두 같았다.

“빌어먹을, 지구에 있을 거랬잖 아? 우리가 여기까지 와야 해?”

“그럼 어쩔 건데. 지구에서 기다

리든지.”

“미친. 여기도 없는 거 같은데?”

“뭐? 이리 줘 봐.”

처음 왔던 남성이 여성이 들고 있는 무언가를 뺏어 들었다. 추적 기인가, 레이더와 같은 물건이었고 검은색으로 깜빡거리는 곳에 빨간 빛이 찍힌 게 보였다.

“아 놔, 마계는 또 왜 갔어?”

“마계야? 후, 우리 상위 차원 감 사팀이 여기까지 와야 해? 이런 하 위 차원까지?”

“시끄러워. 빨리 끝내고 돌아간 다.”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사라졌 다.

그 모습을 보던 이진철, 최민아, 해서웨이, 데이비드, 스미스, 시누 자키 아이. 모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야, 이진철! 가만히 있을 거야?”

해서웨이가 이진철에게 소리쳤 다.

이진철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라는 거지?

연우 님이 위험한 건가? 그분이? 그럴 리가 없다.

당연한 거다. 방금 그들이 어디 서 왔고 어떤 놈들인지 몰라도. 말 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졌 다 해도! 그를 이길 순 없다.

하지만 강력한 위기감이 본능을 마구 자극했다.

그들은 그렇게 5분 동안 아무것 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서웨이 는 계속 따라가야 한다고 소리쳤지 만, 연우 님을 도와주기는커녕 마 계로 갈 수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때 였다.

“으아아아!”

“개 쎄! 이건 아니야! 저게 인간 이야!?”

“우리 X됐어!”

“꼬아아아! 빨리 문 열어! 돌아 간다!”

멀리서 빛살처럼 날아온 은발의 인물들은 알아서 게이트를 생성해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 뭐, 뭐지?”

이진철이 꺼져 버린 게이트를 어 처구니없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다 른 사용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연우가 저 멀리서 날아와 착지했다.

“도주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네. 어? 왜 다들 여기 있어요?”

아주 멀쩡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웃음기가 가득한 게 한참 재미있었 다는 표정이었다.

“여기가 저희 전진기지입니

다……

“…… 연우 님! 괜찮으세요? 도 대체 저것들은 뭐죠?”

해서웨이가 연우에게 달라붙으며 물었다.

“괜찮아요. 무슨 상위 차원 감사 팀이라고 폼은 잔뜩 잡더니 손맛도 안 살게 약하네요.”

분명 강하긴 했다.

모두 식스 클래스 마스터에 신력 까지 가졌으니까. 거기에 무슨 특 수 스킬인 건가? 단단하고 두꺼운 저항감도 느껴졌다.

그런데 연우는 에잇 클래스 마스 터다. 거기에 각종 스킬 보정에 어 느 정도 신력까지 가지고 있었고 헤르메스에게 ‘왕의 눈’이라는 스킬 도 복사해 배워 버렸다.

처음엔 조금 긴장했다.

실력이나, 상위 차원, 신력 등등 의 요소를 봐선 분명히 연우의 무 력을 알고 더 강한 놈들을 보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비록 어마어마하게 단단한 몸과 연우 수준을 상회하는 도주 실력 때문에 놓쳐 버린 것이다.

“아쉽네. 잡으면 뭐가 나올까 궁 금했었는데.”

저것들은 도대체 정체가 뭘까?

판도라 대륙의 차원 상인과 관련 이 된 건가? 예전에 잡았던 사자들 과 연관이 된 건가. 한참 고민하던 연우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다. 밥부터 먹어야지.”

마침 마신의 뿔을 하나 잘라 식 칼을 만들다가 나온 참이다. 어서 들어가 식칼을 완성하고 요리를 해 야 했다.

“그럼 잘 준비하고 나중에 봐 요!”

연우는 그들에게 인사하고 사라 졌다. 하나의 빛줄기로 보일 정도 로 빠른 속도였다.

“…… 우리 도대체 뭘 한 거지?”

이진철은 연우를 걱정했다는 것 만으로도 미안할 지경이었다.

“그럼 그렇지! 우리 연우 님!”

“네가 제일 걱정했거든!”

“아, 아니거든! 당연히 이길 줄 알았거든!”

어쩜 세계에서 손꼽는 두 강자가 맞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유 치하게 싸우는 이진철과 해서웨이 였다.

그러는 사이 선발대의 전진기지 는 서서히 완성되고 있었다.

그 시각.

차원 관리 종족 아리움의 차원 관리 본부.

“뭐!? 감사팀이 개처럼 맞고 쫓 겨났다고?”

“그, 개처럼은 아니지만, 뭐, 비 슷하긴 합니다.”

“그게 말이 돼? 32번 차위 차원 에서? 그냥 식스 클래스 마스터도 아니고, 감사팀이라는 신분증을 가 진 놈들이?”

감사팀 신분증은 웬만한 상위 차 원에서도 절대적인 위엄을 지니게 해 주는 능력이 있었다.

그것에 저항하는 능력은 별로 없 는데, 설마 그 인간이 ‘세상의 왕’, ‘절대자’, ‘지배자’, ‘중재자’, ‘왕의 눈’, ‘정령사’와 같은 사기 스킬을 모두 가지고 있는 걸까?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신입 팀장은 절대 그럴 일 없다 며, 상상도 하지 못했다.

“…… 네, 그 차원에 모든 사자 가 죽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빛을 내린 적 없다며!”

“규정은 그렇습니다만……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 보안 서 약을 했고 그 대답을 할 수 있는 건 구속된 해루스 전 팀장뿐이지 않습니까.”

신입 팀장은 팀원들을 갈궈 봤지 만, 나오는 게 없었다.

그런 말은 들었다. 32번 차원에 사자를 죽일 정도의 강력한 개체가 태어났고 리셋마저 불가능하도록 여명을 탈취했다고. 처음엔 그 말 을 믿지 않았다.

아니, 그저 해루스의 대처 능력 이 떨어졌던 것으로 생각했다. 게 다가 해루스는 수많은 법을 어기고 감사팀에 적발돼 구속되지 않았는 가.

“…… 끝까지 입을 열지 않은 이 유가 뭐지?”

해루스는 이 사건에 대해서 한마 디도 하지 않았다. 묵비권을 행사 했으며 그저 보안 규약을 어기고 차원 간섭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아주 약간의 징역을 받았을 뿐이다.

‘후, 도대체 속을 모르겠군.’

32번 차원에 사용된 빛과 사자들 의 정보는 해루스 전 팀장의 권한 으로 완벽하게 파기됐고 간접적인 증거뿐이 남아 있질 않았다.

사자를 투입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고 합법적인 절차대로 감사 팀에 요청한 거다. 당연히 하위 차 원에 알맞은 무력 수준의 무력팀이 움직였고 간단하게 끝이 날 줄 알 았다.

“도대체 이 지구라는 곳은 어떤 곳이지?”

그것보다 그 주요 인물이라는 ‘신연우’라는 인간에 대해 더 궁금 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 왔다.

“해루스?”

“아아, 너였군. 네가 새 팀장인 건가?”

“네가 어떻게 여길…… 국장님?”

해루스 뒤에서 등장한 이는 바로 차원 관리국 국장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미안하네. 자네 이름이……

“제 이름이요? 제 이름은……

“아아, 어차피 상관없겠지. 32D - 4114번 구역은 다시 해루스가 맡는다. 자네는 다시 돌아가 줘야 겠어.”

“네? 그럴 순 없습니다! 아니, 그렇다면 제 이름이라도……

“아니야. 돌아가면 돼.”

“아닙니다. 제 이름은! 아…… 웁 숩!”

경호원이 빠르게 다가와 신입 팀 장의 입을 막고 데려가 버렸다.

“쯧, 원래 엑스트라에게 이름은 사치인 법이지.”

“맞습니다. 국장님…… 근데 그 거 아십니까?”

“뭐‘?”

“국장님도 이름을 밝힌 적이 없 으십니다.”

“…… 홉!”

국장은 입을 벌리며 했지만, 해 루스의 웃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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