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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편_ 마계 나들이(3) (150/207)

제165편_ 마계 나들이(3)

연우가 대륙을 돌아다니며 갖가 지 진미를 수집할 때쯤, 헤르메스 와 그의 휘하 뱀파이어들이 도착했 다.

“잘 왔다. 오, 듣긴 했지만, 제대 로 각성했는데?”

“네, 운이 좋았습니다. 연우 님.”

헤르메스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연우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엔 조금 멍청해 보이 기도 했고 건방지기도 했다. 하지 만 지금은 품위 같은 게 생겼다.

‘역시 여자가 생겨서 그런 건가.’

연우는 그렇게 오해했다.

“그건 그렇고 이쪽은……?”

“네, 여긴 제 반려가 될 아이린 진 네이라 폴헴이라고 합니다. 아 이린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바, 반갑습니다……

“신연우. 연우라고 해요. 우리 헤 르메스 잘 부탁합니다.”

“네? 네, 아, 알겠습니다.”

“이야, 헤르메스 성공했는데? 이 런 어여쁜 반려에 저런 휘하까지?”

신이 나는 건 연우, 이자젤, 헤르 메스뿐이었다.

아이린은 물론이고 헤르메스가 데려온 300명의 기사는 어안이 벙 벙했다.

헤르메스는 자신들의 왕이다. 뱀 파이어계에서는 물론이고 지구 전 체 언더 월드의 주인! 단, 며칠 만 에 전 세계 언더 월드를 제패했고 진정한 진혈을 지녔으며 그 역사에 서나 들었던 ‘왕의 눈’을 개안한 절 대적인 왕!

게다가 이곳까지 온 이유가 무엇 인가.

뱀파이어를 멸시하고 몰아세웠던 마족들에게 왕의 힘을 보여 주려고 온 것이 아닌가. 그런데 지금 왕이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이린 씨. 그거 먹었다더 니…… 원랜 평범한 뱀파이어였 죠?”

“네? 아, 네.”

“이렇게 변하는군요. 거의 마왕 하고 비슷해졌어요. 몸속에 마왕과 같은 마력 기관이 생기고 뿔도 곧 게 돋고. 피의 영향력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희미해졌네요.”

연우는 신기했다.

그때 만든 건 할 게 없어서였지 만, 하지만 직접 사용해서 변한 걸 보니 몇 개 더 만들어도 될 것 같 았다.

“어때, 장비는 괜찮았고?”

“네, 괜찮았습니다. 덕분에 그 블 랙 그레이트 울프를 이길 수 있었 습니다.”

“…… 걔랑 싸웠냐?”

“네, 아주 대단했습니다. 역시 그 라니아 대륙에서 가장 강하다는 그 레이트 울프……? 혹시 아시는 ......?”

“아, 아니야. 헤맨이 설명을 빼먹 은 모양이군. 괜찮아. 어차피 그냥 데려온 놈■이니까.”

헤르메스는 연우가 준 장비를 제 대로 착용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왕의 눈’이라는 스킬과 절묘하게 맞아 들어가 웬만한 포 클래스 마 스터와 맞먹을 정도의 힘을 갖게 됐다.

연우는 깊게 물어보진 않았지만, 심안으로 가늠은 하고 있었다.

“자자, 그럼 마계부터 한 바퀴 돌아볼까?”

연우의 말에 이자젤이 번쩍 뛰며 좋아했고 헤르메스는 웃었다. 아이 린은 헤르메스에게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 었다.

하지만 그들은 일사천리로 움직 였다.

* * *

마계엔 때아닌 비상 상황이 벌어 졌다.

전방에선 천족과, 후방에선 다른 종족까지 합세한 전쟁의 양상. 마 계에서만큼은 다른 어떤 곳보다 강 한 힘을 내는 마족인 만큼 방어선 은 밀리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백의 뱀파이어 와 마왕의 기운을 가진 한 명. 그 리고 한때 마족의 위에 섰던 황금 빛 ‘왕의 눈’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새로운 마신은 별거 아니 라고 생각했다.

“저것들 솔렌 가문의 뱀파이어 맞지?”

“네, 맞는 것 같습니다.”

“한 번 멸문했다고 보이는 게 없 는 모양이군.”

신참 마신은 중앙 성 정면의 ‘마 신의 신전’에 모인 마왕들과 회의 하는 중이었다.

“무력 수준은?”

“쓰리 클래스 마스터에 고대급 장비를 몇 개 착용한 모양입니다.”

“솔렌 가문의 ‘왕의 눈’은?”

“완벽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 래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그럼 포 클래스 마스터 정도 되 는 수준이겠군.”

마신이 씨익 웃었다.

솔렌 가문은 한때 마계의 정점이 었다. 수천 년 전 솔렌 가문을 오 른팔에 뒀던 마신이 위기감을 느끼 고 직접 솔렌 가문을 멸문한 것도 그 이유였다.

왕의 눈?이라는 권능은 그냥 힘의 흐름을 보고 조종할 수 있는, 그런 정도가 아니다. 완벽하게 눈을 뜬 왕의 눈? 마신은 그 광경을 봤을 때가 아직도 생생했다.

“내가 말이야 3,500년 전이었나? 그땐 인간과 천족의 연합이었는데 말이야……

마신의 ‘투 머치 토커’가 발동하 자 마왕은 표정이 굳었다. 이번 마 신은 다 좋은데 말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도 이번 이야긴 흥미가 돌았 는지 끊는 마왕은 없었다.

“내가 그때 말단 마왕이었기에 마신 근처 호위를 했었는데, 인간 과 천족 연합. 거기에 신계의 신력 까지 동원됐으니 우리는 당연히 밀 렸지……. 그러다 다 죽고 마신하 고 몇몇 마왕. 나까지 100여 명인 가? 남았을 때, 그가 나서더라고. 아, 그거 알아? 왕의 눈은 10단계 를 뛰어넘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킬 중 하나거든.”

투 머치 토커의 가장 큰 단점은 결론이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 이 걸린다는 것이다. 쓸모없는 말 도 너무 많았다.

“…… 하여튼 그래서 그때 그 뱀 파이어가 나서서 마신 앞을 딱 막 아서며 천신의 일격을 막았을 때였 어. 아닌가? 천왕이 신계 장비를 썼었나? 하여튼 마신이 죽을 수도 있는 일격이었거든……

마왕들은 고개를 돌려 한숨을 쉬 었다.

슬슬 나올 거 같은데 나오질 않 는다.

지금 이 순간에 끊을 담을 가진 마왕은 없었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지! 황금빛 이 확! 퍼지면서 일대를 환하게 밝 히는데! 그 천신의 일격이 완전히 무력화돼 버린 거지. 그때, 인간 연 합에서 살아남은 용사. 그 이름이 뭐였더라? 아아, 맞아. 걔가 드래곤 이었을 거야. 하여튼 그가 뒤통수 를 후려치려고 딱! 뛰었는데! 또 황금빛 기류가 확! 하면서……

이렇게 무슨 소린지 모를 화법을 구사하기도 한다.

그렇게 십 분이 지났을까.

조는 마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여튼 그래서 대지가 진동하고 천족과 인간 연합을 한 번에 쓸어 버렸다는 거 아니야. 근데 그 일격 으로 마신의 뿔 하나와 팔 한쪽까 지 날아간 거야! 그 황금빛에! 천 신의 공격도 아니고 그 왕의 눈의 여파만으로! 그때 느낀 거지. 아, 이놈을 살려 둬선 안 되겠구나. 그 래서 그 뱀파이어가 11단계에 발을 내딛기 직전 뒤에서 손을 확! 해서 심장을 꺼내 버린 거지.”

드디어 끝났다!

졸던 마왕은 벌떡 일어나고 침을 흘리던 마왕도 슥 닦았다.

“하여튼, 그랬었지. 하긴, 그때 그 마신의 결단이 아니었으면 우린 다 뱀파이어 아래 있었어야 했을 걸?”

“정말입니까? 그 뱀파이어가 그 렇게 강했습니까?”

“그렇다니까! 그 황금빛이 얼마 나 강력하고 화려했냐면, 저기! 저 기 보이는 황금빛 버섯구름 있지? 딱 그랬…… 자, 잠깐?”

마신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모든 마왕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저 먼 곳. 뱀파이어들을 막으라고 보냈던 병력들의 도착 지점이었다.

쏴아아아아!

황금빛 파동이 그들을 홅고 지나 갔다.

저릿저릿한 감각. 저 먼 곳에서 느껴지는 간접 파동일 뿐인데, 단 단하게 뭉친 마기가 풀릴 듯 요동 쳤다.

“젠장 할! 다 비상사태 선포해!”

저 멀리, 수천 년 전에 봤던 황 금빛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왕의 눈’의 힘이 생생히 느껴졌다.

연우와 이자젤은 뒤에서 지켜보 는 중이었다.

일단, 헤르메스와 아이린. 그의 휘하 300명의 기사가 날뛸 시간은 줘야 했으니까.

“생각보다 잘 싸우는데?”

“그러게, 저 힘이 꽤 괜찮다.”

“상당히. 내가 저걸 배우면 어떨 까?”

“......저걸?”

“그래, 헤르메스에게 들어 보니 11단계에 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킬 중 하나라며.”

“하긴, 도움이 되긴 하겠다.”

왕의 눈이라는 건 정말 대단했 다. 수백, 수천의 마족과 마물이 달 려들 때, 손을 저어 왕의 눈을 발 동시키면 그 모든 병력의 힘이 홑 어진다.

강하면 생명이 꺼지고 보통은 몸 이 굳는다. 약해도 스킬이 꺼지는 정도까지는 된다. 이거야말로 사기 적인 힘이지 않은가?

“신력에도 효과가 있으면 좋겠는 데.”

연우는 정령, 보이지 않는 손, 염 력, 마력 등의 힘을 사용한다. 모두 마스터급이며 그 모든 걸 컨트롤할 때 필요한 중재자, 지배자, 절대자 등의 스킬도 최상급이다.

문제는 그걸로도, 에잇 클래스 마스터가 돼 약간의 신력을 얻었으 면서도 사자에게 느껴졌던 저항력 을 쉽게 파훼할 수가 없었다는 거 다.

“저걸 얻으면 가능할지도.”

게다가 11단계라고 하지 않은가.

오염된 신선의 능력을 봤을 때, 저 힘이 11단계가 되면 어마어마한 능력을 발휘할 거다.

“오! 저기 뒤에 마신하고 마왕들 이 보인다!”

이자젤이 신이 난 듯 말했다.

연우는 마신을 눈여겨봤다. 운이 좋다면 저게 사자일 거고. 그렇다 면 신분증을 얻을 수도 있다.

“파이브 클래스 마스터라……

마신은 예전에 들었던 마신과 다 를 바가 없었다. 주변 마왕들이 생 각보다 강했는데, 100여 명 되는 마왕이 모두 쓰리 클래스 마스터에 서 포 클래스 마스터까지 다양했다.

“저 정도면 내가 날뛰어도 되겠 지?”

“그래, 가 봐.”

“예아아아쓰! 나와라 트리니티!”

이자젤은 소리를 지르며 바로 트 리니티를 소환했다.

푸확!

그녀의 몸에서 붉은빛이 뿜어지 며 주변을 쓸었다. 그 힘이 ‘파괴’ 라는 것과 웬만한 쓰리 클래스 마 스터는 찜 쩌 먹을 정도의 수준이 라는 걸 느낀 헤르메스와 그의 휘 하 뱀파이어들은 몸을 움찔움찔 떨 었다.

“꺄하하하하하!”

이자젤의 웃음소리가 퍼지자, 전 과 비교될 정도로 몸이 떨려 왔다. 아군뿐만 아니라 적군까지도.

저건 분명 힘 때문이 아니라 광 기(狂氣)를 느꼈기 때문일 거다.

헤르메스는 왕의 눈을 번뜩이며 정면의 마신을 막았고 아이린은 휘 하 마왕과 맞붙었다. 나머지 뱀파 이어는 2명이나 3명이서 마왕 한 명과 붙어야 했다.

역시 메인은 이자젤과 트리니티. 그 둘은 마신과 마왕을 지나쳐 그 들이 끌고 온 수만의 마족과 마물 에게 날아갔다.

“꺄하하하하! 다 죽어라! 다 죽 어! 모두 파괴하겠다!”

구오오오!

트리니티도 이자젤과 함께 소리 쳤다.

둘은 붉은 파괴의 힘과 강력한 육체의 힘으로 마물과 마족을 처절 하게 짓밟았다. 그 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 마신과 마왕들의 사기가 떨 어질 정도로 말이다.

그때, 아이린과 300의 기사들은 느꼈다.

‘헤르메스 님이 저러는 이유가 있었구나.’

단순히 무력이면 모르겠지만, 저 런 광기라면 공손하게 대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러면서도 슬쩍 뒤를 봤다.

도대체 저 남자는 어떤 사람이기 에 헤르메스 님이 꼼짝도 못하는 걸까?

하지만 궁금증은 뒤로 미뤄 뒀 다.

앞에서 적들이 달려들었기 때문 이다.

쿠아아아앙!

전장은 한순간에 지옥이 돼 버렸 다.

그때 였다.

으아아아아!

신의 이름으로!

저 멀리, 그라니아 대륙과 반대 되는 곳에서 하얀빛을 뿌리며 등장 한 천족들이 마계를 침입한 것이었 다.

“쯧쯧, 이런 페어플레이도 모르 는 것들.”

연우는 슥 이동했다.

천천히 마신과 싸우는 헤르메스 옆으로 가서 말했다.

쿠아앙! 콰과과과!

엄청난 격돌음이 사방에 난무했 지만, 연우는 그 어떤 공격도 맞지 않았으며 난리 속에서도 태연했다.

“조금 싸우고 있어 봐. 저것들 좀 해결하고 올게.”

“허억, 허억. 네, 알겠습니다.”

마신은 그 모습을 어이없게 바라 봤다.

“아, 너 마신은 쉽게 죽으면 안 된다? 만약 사자면 빨리 각성하

고.”

연우는 그 말을 남기고 천족이 들어온 진영으로 날아갔다.

그 순간.

피잉. 구우우우웅!

쏴아아아아!

천족이 들어왔던 곳에서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났고 거대한 힘의 파동이 마계 전체를 몇 번이나 쓸 어버렸다.

그리고 연기가 사라졌을 때.

그 안엔 어떤 천족도, 그리고 어 떤 건축물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 계 권력의 중심인 중앙 성과 마신 의 거처인 마신의 신전도 마찬가지 였다.

“앗, 실수.”

물론, 연우의 그 한마디는 누구 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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