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64편_ 마계 나들이(2) (149/207)

제164편_ 마계 나들이(2)

연우가 밥부터 먹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당연히 첫 번째는 배가 고프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고민할 게 있 었다는 거다.

이 그라니아 대륙의 전쟁을 어떻 게 해야 할까. 절망의 도시라는 나 무를 심은 건 ‘파괴’를 하}려는 게 아니라 조종하려는 의지다.

절망의 도시를 중심으로 천족, 마족, 인간, 몬스터, 이종족들을 ‘균 형감 있게’ 분배하면 전쟁은 치열 해지지만, 한쪽이 쉽게 무너지는 일은 없을 거다.

‘그게 맞는 일일까?’

마음 편하게 마음에 안 드는 천 족이랑 마족을 몰살해도 된다.

그럼 어떻게 될까?

연우는 자신보다 이쪽에 전문가 인 이진철에게 물었다.

“하하, 뻔하죠. 이 절망의 도시를 독점하고 주변 몬스터와 이종족을 정리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정말 힘이 강해지고 그게 천족과 마족을 넘볼 수준이 된다면 침공해 들어갈 겁니다. 인간이라는 게 그런 종족 이니까요.”

그런 이진철을 보던 최민아가 손 을 살짝 들면서 말했다.

“그 말엔 동의합니다. 차라리 천 족하고 마족을 몰아내고 절망의 도 시…… 라는 저 나무를 없애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예 힘을 키우지 못하게요.”

하지만 해서웨이의 의견은 달랐 다.

“그런다고 전쟁이 멈출까? 인간 은 멈추지 않는다. 그건 몬스터도 마찬가지고 마족이나 천족도 마찬 가지야. 난 차라리 연우 님이 이 전쟁을 조율하는 게 낫다고 생각 해.”

스미스와 시누자키 아이는 침묵 했다.

뭐가 맞는지 선택하는 건 힘들었 다.

“연우 님이 조절한다면 최소 한 쪽이 멸망하는 일은 없을 거니까?”

“그래도 계속 죽어 나가겠지. 인 간이든 다른 종족이든.”

“아예 전쟁을 멈추는 방법은?”

“그런 게 존재할 거라 생각해? 만약 있다고 해도 연우 님이 이곳 에 있어야 가능할 거고. 당연히 말 이 안 되는 거지.”

그건 맞는 말이다.

차라리 전쟁의 모든 포커스를 이 곳에 맞추고 이 산맥 안에 전장을 한정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게 연우에게 가장 큰 이득이 되 기도 하고 말이다.

절망의 도시라는 나무는 전장에 서 전쟁의 감정들을 먹고 자라며, 점점 강하고 많은 경험치를 주는 몬스터를 뱉어 낸다.

그 나무의 주인은?

바로 연우다.

“알겠어요. 일단, 밥부터 먹죠.”

그때, 해서웨이가 웃으며 노래를 틀었다. 뭔가 했더니 마법과 핸드 폰을 이용해 소리를 크게 증폭시킨 것이었다.

신나는 팝이 들리고 사방에 사용 자들은 갑자기 찾아온 평화를 술에 적시고 있었다. 밖에선 붉은빛이 쏟아지고 폭발음이 들렸지만, 안에 선 그게 마치 축제의 폭죽처럼 보 였다.

그러다 레드문과 전진기지의 일 반인들이 도착했다.

와아아아!

생존자들은 그제야 환호를 질렀 고 연우는 음식을 100인분을 더해 야했다.

안주로는 튀김을 선택했는데, 새 우, 치킨, 오징어, 크라켄 등으로 대량생산하듯 찍어 내 버렸다.

어쩌다 보니, 전쟁터 한가운데에 서 신나는 파티가 벌어졌다.

[그라니아 대륙 서쪽 산맥, 마족 과 천족의 경계]

크와아아!

거대한 뿔을 가진 근육질의 발록 이 빠르게 달려가 주먹을 뻗었다. 하얀 신성력을 흩뿌리는 천족의 검 과 부딪혔다.

쿠아앙!

땅이 흔들리며 힘의 파동이 주변 을 휩쓸었다.

천족은 신성력을 사용하고 신계 의 비호를 받는다. 하지만 지상계 에선 아니다.

후웅. 콰직!

끄아아아!

발록의 다음 주먹은 피하지 못하 면서 천족의 하체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 발록도 더 강한 천족에 의해 머리가 잘렸다.

죽고 죽이는 전쟁.

마족과 천족은 서로를 혐오한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이들이 기 때문이다.

후아아아!

세찬 바람이 그들을 쓸고 갔다.

정말 별거 아니었다. 그냥 바람 일 뿐이었는데 전투하던 마족과 천 족은 우뚝 멈춰 섰다.

“뭐, 뭐지?”

누군가 정적이 흐르는 전장에서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아무도 반응 하지 않았다.

방금 그 감각은 마치 ‘신’이 가진 힘과 같았으니까.

원 클래스 마스터인 천족? 투 클 래스 마스터인 발록? 쓰리 클래스 마스터인 군단장급 무력 수준? 그 들은 고개도 들 수 없는 기세가 뿌 려진 거다.

“아 연우! 그냥 끝내자며!”

“안 된다고 했지. 필요한 것만 가지고 가자.”

“에잇, 좀 싸우고 싶었는데.”

“무슨 중독자냐? 적당히 하고 먹 고 놀다 가면 되지.”

연우는 자연스럽게 죽은 발록 옆 으로 와서 손톱 몇 개를 잘랐다.

“이걸 잘 말려서 갈면 후추가 되 는데, 아주 진미지.”

“엇, 저기 천족의 날개! 저것도 좀 달라고 하자.”

이자젤은 물을 것처럼 말하곤 빠 르게 이동해 그냥 몇 개 떼어 왔 다.

“이걸로 술 담가야지.”

“어? 케로베로스다. 아직 새끼 같은데 벌써 원 클래스 마스터네?”

“대박, 좀 괜찮은데? 거기에 눈 도 푸른색이야.”

“오호. 지옥 불이 아니라 명계의 불인가?”

“그런 것 같은데.”

연우는 슬쩍 발을 뗐다. 아무도 보지 못한 찰나의 순간, 연우는 케 로베로스를 안아 들고 몸 곳곳을 살폈다.

“원 클래스 마스터라 댕댕이랑 검둥이한테 괴롭힘당하진 않겠지?”

“삼미호도 잘 지내는데 그럴 리 가.”

연우와 이자젤은 전장을 휘젓고 다니며 필요한 걸 구했다.

그걸 보는 마족과 천족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육체를 보며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하 지만 이내, 방금 느꼈던 ‘신’에 비

견되는 힘이 저 남자에게서 온다는 걸 깨닫곤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 었다.

“자, 여긴 끝났고……

“진짜 얘네들 내버려 둘 거야?”

“그래, 괜히 우리가 나서서 뭐해. 전쟁은 계속하는 게 우리한테 좋은 데.”

“그렇긴 해도……

“괜찮아. 어차피 마계도 갈 거잖 아. 거긴 한 번 쓸어야 하니……

연우는 말을 하다 멈췄다. 너무 조용해서 마족과 천족이 보고 있다 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거다.

“큼큼. 그럼 모두 하던 일 하고.”

연우는 그 말을 남기고 이자젤과 함께 이동했다.

“?????? 뭐지?”

어떤 마족이 중얼거렸다

천족과 마족은 육체를 옥죄는 거 대한 기세가 사라졌음에도 섣불리 서로를 공격하지 못했다. 타오르던 전의도 사라졌고 서로 쳐다보고만 있으면 싸울 맛이 날 리 만무했다.

연우와 이자젤은 전장인 산맥 주 변을 쭉 돌았다.

이참에 마족과 천족에게 필요했 던 것도 구하고 그라니아 대륙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나쁘지 않아.”

“그러게. 므깃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긴 하지만, 상태는 꽤 좋 네.”

끼잉. 낑.

연우에게 안긴 케로베로스가 앓 는 소리를 냈다. 몸에서 푸른 불꽃 을 뿜어 봐도, 강력한 힘으로 벗어 나려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 문이다.

“씁! 가만히 있어. 옳지, 그런 곳 에 있어도 좋을 거 없잖아. 매일 싸우는 거나 시키고. 우리 농장에 강아지 두 마리 있으니까 같이 놀 고.”

마왕 두 마리이긴 하다. 그래도 삼미호처럼 적응을 잘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힝, 발록도 잡아가고 싶었는데.”

연우는 케로베로스처럼 강아지 같은 걸, 이자젤은 아주 튼튼하고 찰진 샌드백으로 쓸 발록을 찾고 있었다.

“너무 잔인하지 않냐?”

“뭐가! 걔들은 원래 그런 거 즐 기는 애들이라고.”

하루라도 전투를 못 하면 정신병 에 걸릴 수 있다는 ‘루머’가 있다. 물론, 그건 어느 정도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이자젤의 주장은 터무니없었다.

“전투라면 몰라도 너랑 싸우면 일방적으로 맞는 거지!”

“아니야. 걔도 좋을 거야!”

이럴 때 보면 이자젤이 섬뜩하기 도 하다.

“하여튼 정리하고 돌아가자. 슬 슬 헤르메스가 올 때도 됐고.”

“아자! 헤르메스 오면 마계 가서 싸워야지!”

연우는 그런 이자젤을 버려두고 멀리 우뚝 솟은 절망의 도시를 바 라봤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연우가 마력석 몇 개를 양분으로 주면서 급속도로 자라고 있었다.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50m가 넘 어갔고 거무죽죽한 나무 안쪽에선 몬스터가 잉태되고 있었다.

착륙한 나무 밑엔 100여 명이 넘어가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 이고 있었다. 다음 게이트가 열리 기 전에 전진기지를 되찾기 위해서 출정 준비를 하는 거다.

“오셨네요.”

이진철과 해서웨이가 빠르게 다 가왔다.

해서웨이야 여자이기도 하고 성 격이 좀 이상하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남자인 이진철이 이렇게 호 감을 주는 건 절대로 이해할 수 없 었다.

“준비는 잘돼 가는 거죠?”

“네, 완벽합니다. 또 외상으로 주 신 몬스터랑 장비도 잘 받았습니 다.”

“흥, 이번엔 내가 더 많이 샀지!”

“무리하는 건 아니고? 그러다 외 상값 못 갚으면 너 팔려 간다.”

이진철이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말 이지만, 해서웨이는 그 말에 잠시 고민하다 연우를 슬쩍 쳐다보고는 볼이 붉어졌다.

“그, 그런가? 아! 맞아. 나, 더, 사야 할,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런 발연기가 나오냐?”

“다, 닥쳐! 연기라니! 진심이거 든!”

연우는 항상 다투는 둘을 보며 한숨을 쉬곤 푸드 적당한 의자에 앉았다.

슬슬 심심하다. 전쟁이야 앞으로 연우가 절망의 도시를 성장시켜 적 절하게 조율하기로 했고, 이진철이 이끄는 선발대가 안정적으로 세를 넓혀 갈 수 있게 [절대 결계]를 하 나 팔았다.

“흐으음.”

헤르메스는 곧 온다고 했지만, 지저 세계에 관련된 일이 늦어지면 그만큼 늦게 올 거다. 이자젤은 틈 이 나는 대로 이곳과 지구를 잇는 안정적인 게이트를 만들기 시작했 다.

할 일이 없는 건 연우뿐이었다.

“왕국에 놀러나 다녀올까.”

생각해 보니 이곳에도 이곳만의 진미가 있을 것 같았다.

연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황금빛 눈동자. 세로로 길게 찢 어져 징그러울 수도 있는 모양이었 지만, 한없이 아름답게 빛나는 표 면은 마치 태양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그 눈의 주인인 헤르메스 의 몸은 추악할 정도로 끔찍했다. 전신엔 굳어 버린 검은 피딱지, 줄 줄 흐르는 뇌수와 살점은 그로테스 크해 보이기까지 했다.

“헤르메스 님.”

“그래, 아이린.”

옆으로 다가온 아이린도 마찬가 지였다. 다른 게 있다면 그런 몰골 이면서도 매혹적일 정도로 아름답 다는 것일까.

이미 뱀파이어가 아니게 된 아이 린은 한 명의 마왕과 같았다. 헤르 메스엔 미치지 못했지만, 그 어떤 언더 월드의 존재도 아이린에게 고 개를 들 수 없을 정도였다.

“러시아…… 여기도 끝이군요. 이제 유럽하고 미국 남부 쪽만 가 면 될 겁니다.”

헤르메스는 하늘을 바라봤다.

눈이 덮인 평야엔 뜨거운 피의 강이 흐르고 시체의 산이 쌓여 있 다. 뱀파이어의 시체는 재로 사라 지기 시작했고 늑대 인간의 시체는 한 마리의 늑대로 변한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헤르메스는 왕의 눈을 가지고, 옛 영광을 들이밀면서 인정을 받고 싶었다. 왜냐고? 그러지 않으면 이 렇게 다 죽여야 하니까.

아이린이 이끄는 서울 아래의 뱀 파이어야, 아이린에게 진심 어린 충성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다 른 곳은 그게 아니었다.

진혈의 권능?

뱀파이어는 강제로 복종시킬 순 있다. 하지만 그걸론 부족했다. 억 지로 복종해 봐야 권능이 닿지 않 는 곳에서 작당할 테니까.

헤르메스는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그곳엔 헤르메스가 창단한 ‘솔렌 의 검’이라는 왕의 힘을 받은 뱀파 이어 기사단이 한쪽 무릎을 꿇고 대기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단단하 고 날카로운 기세를 지닌 정예 중 의 정예였다.

“가자.”

헤르메스의 말에 300명의 기사단 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고 아이린 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헤르메스 옆 에 서서 걸었다.

헤르메스는 며칠이 지나지 않았 을 때,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언더 월드의 왕이 될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