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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편_ 마계 나들이(1) (148/207)

제163편_ 마계 나들이(1)

이진철과 최민아도 팀원들을 지 키기 위해 악을 썼다. 육체는 물론 이고 정신력도 한계였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하더라도 현실적인 벽 이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때.

허공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동시에 그들 빼곤 모든 게 멈췄 다.

“하아, 넘어오자마자 힘들게 타

임 스톱이라니.”

“별로 힘들지도 않으면서.”

둘은 연우와 이자젤이었다. 원래 그들의 막사가 있던 곳으로 진입했 는데, 이미 마물들과 천족의 전장 이 돼 있었고 희미하게 느껴지는 이진철을 느끼고 바로 이동한 것이 다.

“심각하네.”

심하게 심각했다.

어둠이 드리워진 하늘 곳곳에 붉 은 물이 물들고 굉음과 비명이 섞 여 하나의 폭풍을 만들어 냈다. 거 대한 산맥으로 둘러싸인 이 숲은 이미 죽음의 땅이었다.

시체와 피는 끊임없이 쌓여만 갔 고 분노, 적의, 살기, 악의, 분노, 슬픔, 절망의 기운들이 산맥에 차 오르고 있었다.

“끔찍한데.”

“…… 그러게, 아스가르드와는 좀 다르네.”

이자젤은 조금. 아주 약간 충격 을 받은 표정이었다.

하긴, 게임에서의 전쟁과 실제 전쟁과는 비교할 수 없다. 플레이 어들이야 다시 태어난다는 걸 알고 있으니 화가 나는 정도였고 NPC들 도 지금 이 장면처럼 처절하진 않 았다.

하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하여튼 어떻게 할 거야? 저거부 터 쓸어버릴까?”

“일단 이 근처만.”

연우의 말에 이자젤의 눈이 붉게 타오르며 붉은 숲의 일족이라는 스 킬이 발동됐다. 파괴라는 속성은 지상에서 협회 사용자들과 싸우는 마물과 마족을 재로 만들었다.

“끝. 깔끔하네.”

“그리고 타임 스톱 풀고.”

“오케이.”

이자젤이 손가락을 튕기자 멈춰 있던 세상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콰아앙!

끄아아악……?

“어어? 뭐지?”

“다 모여! 방어 진형……

혼란스러운 상황에 느껴진 연우 의 강렬한 기세에 사용자들이 순식 간에 고개를 쳐들었고 연우와 이자 젤은 손을 흔들어 보였다.

털썩

몇몇은 쓰러지고 몇몇은 주저앉 았다.

이진철과 최민아만이 두 발로 서 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 협회장님, 연우 님이 지금 농사짓고 있는 거 맞죠?”

“…… 밭갈이라고 해야 하나?”

둘도 이해할 수 없는데 다른 사 용자들은 어떨까.

그래도 연우가 이곳의 모든 사람 을 치료해 주고 안전지대를 구축해 쉬게 해 줬으니 가만히 보고 있는 거다.

“역시 우리 연우 님. 어디서든 본업을 잊지 않는 저 프로 정신이 란.”

“…… 너 뭔가 점점 이상해진다 고 생각하지 않냐?”

해서웨이의 간절한 눈빛에 이진 철이 썩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해서웨이야 원래 이상했지.”

“이진철도 원래 이상했는데.”

이건 스미스와 시누자키 아이의 대화였다.

모두 여유를 찾고 쉬는 중이다.

그들은 방금까지만 해도 죽음을 각오하며 전쟁을 치른 사람들이라 곤 전혀 생각되지 않을 만큼 평화 로운 표정으로 연우를 바라보고 있 었다.

“역시 사람은 땀을 흘려야 해.”

검붉은 하늘은 연우의 기분은 산 뜻하게 해 줬다.

퍽. 퍽. 퍽.

무언가 때리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건 연우가 곡괭이질을 하는 소리였다.

퍽. 퍽. 퍽.

연우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는 정갈하게 선이 그어진 땅을 봤 다. 하나의 원과 오망성. 그사이에 수십 가지의 마법진까지.

얼티밋급 곡괭이로 바닥에 마법 진을 만든 거다. 이렇게 바닥에 직 접 파헤쳐 만들면 이곳에서 자랄 농작물은 뿌리 깊게 박혀 튼튼해진 다.

“이 정도면 되겠지?”

“뭐, 충분은 하겠네. 근데 꼭 이 걸 해야겠어?”

“이만한 양분이 있는 곳을 어떻 게 찾겠어. 이참에 여기도 농장 분 점을 만들어도 될 것 같고.”

연우가 이곳에 심으려는 건 [절 망의 도시]라는 씨앗이다.

[절망의 도시(얼티밋)]

설명 : 지독한 전쟁터에서만 핀 다는 절망의 나무. 온갖 시커먼 감 정들과 땅에 스며든 피를 받아 성 장한다. 모두 성장한 절망의 도시 는 하늘에 닿으며 수만 가지의 몬

스터가 살아간다.

(경험치 이벤트 캐시 아이템)

“이곳은 최고의 장소고 지금은 최고의 타이밍이지.”

“그건 맞긴 하지만…… 시간 아 깝잖아. 빨리 다 쓸어버려야 하는 데!”

이자젤도 더 말하지 않았다. 웬 일로 이자젤이 다른 사람 눈치를 보나 했더니, 그게 아니라 빨리 전 쟁을 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조금만 기다려 봐. 이걸 하면 전쟁도 더 재미있겠지.”

연우는 오망성 중앙에 주먹만 한 보랏빛 씨앗을 심었다. 발로 툭툭 덮어 준 후에 뒤로 물러나 마력을 주입했다.

구우웅.

구우웅.

땅이 진동하며 오망성이 밝게 빛 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땅으로 뿌 리를 뻗으며 이 전장에서 죽은 이 들의 피와 마력을 흡수했다.

콰직.

씨앗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며 새싹이 돋았다. 검은색 나무줄기로 만 보이는 절망의 도시의 싹은 하 늘에 가득한 마기와 붉은 비명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10m가량 커진 나무는 성장을 멈췄다.

“아직은 이 정도구나.”

“뭐야, 한참 남았는데?”

시간이 꽤 필요하긴 하겠다. 그 래도 연우와 이자젤이 살짝 활동한 다면 금방 자랄 거다.

“나쁘지 않지. 나중엔 이 전쟁을 유지하거나 멈추게 할 수도 있을 거고.”

연우가 심은 절망의 도시니 연우 가 컨트롤할 수 있다.

마족, 천족, 인간, 이종족, 몬스 터. 온갖 종족이 뒤섞인 대종족 전 쟁의 중심에 이 나무를 심은 건 이 유가 있어서다.

아스가르드 안에서 캐시를 사용 하면 쉽게 구하겠지만, 그 캐시템 을 게임 머니로 살 때는 어마어마 하게 비싸다. 왜냐고? 이게 바로 대량의 경험치를 주는 이벤트 몬스 터를 뱉어내기 때문이다.

만약 이 나무를 성장시켜 개방한 다면?

수많은 몬스터가 쏟아져 나가며 인간, 이종족, 타 몬스터, 마족, 천 족 할 것 없이 순식간에 강해질 거 다.

‘게임에서의 시스템이 그대로 적 용될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적용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방법이나 시스 템은 조금 다르더라도 결국 설정상 의 효과가 적용된다.

“어차피 우리는 헤르메스를 데려 와서 마계를 점령할 예정이었잖 아?”

“어? 점령? 다 부수는 게 아니 고?”

이자젤은 아쉽다는 듯 말했다.

“당연히 아니지! 헤르메스보고 마계를 지배하라고 하는 게 낫겠지. 마계에도 농장 분점 하나 내고

연우는 기분 좋게 웃었다.

원래 농장이라는 게 그렇다. 작 은 세계 하나는 지배할 정도가 돼 야 운영할 최소 자격을 얻는 거다. 농장을 지킬 수가 없으면 어떻게 운영까지 한단 말인가.

“쳇, 아직 헤르메스한테 물어본 것도 아니면서.”

“…… 헤르메스가 받지 않아도 어차피 마계를 한 번 밟을 거니까 이곳에서 전쟁할 여력은 안 될 거 야.”

마족이 후퇴하면 이곳의 전쟁은 유지가 될까? 천족의 의사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연우가 봤을 때, 천족은 절대 물 러나지 않을 거고 이 기회에 마계 의 뒷길인 그라니아 대륙을 점령하 려고 할 거다. 인간하고 몬스터가 연합할 일도 없는데 그 어떤 종족 이 천족을 막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겠지.’

연우는 그 밸런스를 맞춰 인간과 몬스터가 무너지지 않게 만들고 싶 었다. 이 절망의 도시가 기반이 될 거고. 향후 만들어진 연우의 농장 분점의 중심이 될 거다.

“역시 밸런스는 중요하지.”

“그럼 당연하지. 그런 의미로 너 부터 너프해 볼까?”

“널 버프하는 게 빠르지 않을 까?”

아무리 이자젤이라도 연우에겐 역부족이었다.

“저, 연우 님‘?”

이진철이 연우에게 다가와 불렀 다.

“네, 협회장님. 잘 쉬었어요?”

“네, 덕분에요.”

이진철은 기지에서 워프해 보낸 레드문과 일반인들에 대해 말했다. 인간 쪽 진영으로 멀리 보내긴 했 지만, 그곳엔 또 어떤 위험이 있을 지 모르니까.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연우는 가볍게 헤맨을 불러 분신 하나를 보내라고 했다. 헤맨의 분 신이라지만 포 클래스 마스터다. 당연히 이 대륙에선 그를 막을 존 재는 없었다.

“빨리 가자!”

이자젤이 재촉했다

하지만 연우는 그럴 수 없었다.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 그거라면 인정.”

“흐흐, 오늘은 내가 솜씨를 발휘 해 보지.”

연우가 이진철에게 인원을 물었 더니 대략 50명 정도라고 했다. 연 우는 넉넉하게 150인분을 만들기로 했다.

“오랜만에 대량으로 찍어 내 보 겠네.”

연우가 먼저 한 건 푸드 수레를 만드는 거다. 이미 몇 번 만들기도 했기에 재료만 수급하면 수레는 자 동으로 만들어지고 마법을 가미하 면 공간 확장은 쉽다.

금방 만들어진 수레에 올라간 연 우는 재료를 확인했다.

“역시 전쟁터에선 부대찌개지.”

이 많은 인원의 음식을 하기에 적당하고 맛과 영양을 갖춘 건 부 대찌개가 최고였다.

“아, 먼저 밥부터.”

쌀을 씻어 올린다. 마법이 가미 된 압력 밥솥이라 맛이 좋고 빠르 게 완성되기도 한다.

그리고 육수를 준비했다. 멸치와 다시다. 그리고 무를 넣어 끓이면 좋지만, 연우는 예전에 수이니가 만들었던 곰국을 꺼내 녹였다.

“양념이 중요하지.”

어떤 음식이나. 아니, 대부분의 음식은 양념이 맛을 좌우한다.

연우는 고춧가루, 맛술, 멸치액 젓, 간장, 다진 마늘, 고추장, 된장, 소금, 생강을 꺼냈다. 이번에도 특 별히 제임스가 만든 특제 간장과 신들의 정원에서 몰래 캐 온 마늘 과 고추였다.

‘마력도 가득 찰 거고.’

몇몇은 각성할 수도 있을 거다.

양념을 완성한 연우는 녹은 곰국 을 끓이기 시작했다. 150인분 되니 양이 엄청 많아졌는데, 그만큼 안 에 들어갈 재료도 늘어났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베이크빈과 햄이랄까. 거기에 스팸도 빠질 수 없다. 곁가지로 청양고추, 두부, 떡 사리, 쑥갓, 유부, 김치, 양파, 대파, 호박, 라면까지 딱 넣어 주면 최고 다.

물론 라면은 가장 나중이다.

“라면은 1인 1개씩 줘야겠어.”

알아서 넣어 먹으라는 배려였다.

30분 정도 걸렸을까. 요리가 완 성되려 하자 냄새가 사방에 퍼졌는 지 사용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밖에선 이자젤을 필두로 이진철, 최민아, 해서웨이, 시누자키 아이, 스미스가 테이블을 준비하고 있었 다. 그 밑 팀원들이 나서려 했지만, 연우 눈치를 봐서 그런 건지 직접 움직였다.

연우는 큼지막한 냄비를 들고 밖 으로 나갔다.

“와! 맛있겠다. 이게 얼마 만이 야.”

이자젤이랑도 예전 전장에서 꽤 먹었던 음식이다.

“자자, 알아서 퍼 드세요. 한 150인분 만들었으니까 넉넉하게 먹 어도 됩니다.”

흰밥도 있고 몇 가지 반찬도 있 다.

연우와 이자젤이 가장 먼저 퍼서 한쪽 테이블에 앉았다. 괜히 눈치 를 보면서 불편할까 봐 한 배려였 다. 차례로 이진철, 최민아, 해서웨 시, 시누자키 아이, 스미스까지 연 우 근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이자젤이 크게 소리쳤고 해서웨 이와 이진철이 다음으로 소리쳤다. 그러자 주변에 자리 잡은 모든 사 용자가 크게 인사했다.

연우는 웃으며 김이 올라오는 뜨 끈한 국물을 입에 넣었다.

깊은 뜨거움이랄까. 그런 걸 얼 큰함이라고 한다. 쓰지도 않고 너 무 맵지도 않으며 한없이 깊은 듯 느껴지는 뜨끈함.

또, 김이 올라오는 하얀 밥.

씹을 때마다 밥알이 그대로 느껴 지는 쫀득함.

이런 밥과 부대찌개는 환상적인 조합이다.

거기에 스팸을 살짝 올리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아, 소주 먹어야 하는데.”

연우가 입맛을 다셨다. 연우야 먹어도 상관없지만, 아직 부상자들 이 많다. 괜히 그들을 괴롭히고 싶 진 않았다.

“오늘은 밥만 먹자.”

하지만.

까드득.

“연우 님, 한 잔 드세요.”

눈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해 서웨이가 옆으로 와 소주를 깐 것 이었다. 연우는 못 이기는 척하면 서 한 잔 받았다.

이렇게 이미 깐 걸 버릴 수는 없 지 않은가.

“안 먹으려고 했는데…… 고맙네 요.”

“ 나도!”

이자젤을 시작으로 모든 테이블 에 소주가 퍼지기 시작했다. 당연 히 외국인이 대부분이었기에 소주 를 잘 모르는 이들이 있었지만, 부 대찌개에 소주를 한 번이라도 맛본 다면 절대로 멈출 수 없을 거다.

“아, 몰라! 다 먹어요. 내가 대단 위 힐링 써 줄 테니까!”

연우가 그렇게 소리치고 부대찌 개를 한가득 펐다. 두부, 유부, 스 팸, 비엔나까지 올라간 수저를 입 에 넣고 빠르게 움직여 밥까지 욱 여넣었다.

이건 도저히 멈줄 수 없는 마약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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