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62편_ 그라니아 대륙으로(3) (147/207)

제162편_ 그라니아 대륙으로(3)

그날 연우는 주변을 정리하고 마 족을 농장으로 데려와 대화를 나눴 다. 물론, 아주 평화로운 대화로 많 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라니아에서의 대전쟁이라.”

마족과 천족의 전투는 점점 커졌 고 천족은 마족이 예전에 만들어 준 차원 게이트를 차지하며 그라니 아 대륙으로 침투했다. 그건 마족 의 뒤통수를 치기 위한 작전이었는 데, 각 이종족과 인간. 몬스터가 참 여하면서 대전쟁으로 치달았다.

그런 중에 마족은 앞뒤에서 엄청 난 기세로 밀어붙이는 천족과 인간 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지구를 이 용하기로 한 거였다.

“이거 안 되겠는데?”

“그렇지? 우리가 가서 쓸어 줘야 겠지?”

연우의 중얼거림에 이자젤이 옆 으로 와 귓속말을 했다.

“왜 귓속말이야?”

“다른 애들이 들으면 어떡해! 우 리만 가자. 둘이 가도 싸울 게 별 로 없을 거 같은데, 쟤네들까지 가 면 안 돼!”

“하, 참. 하긴, 그것도 그렇다.”

연우는 이자젤의 보챔에 어쩔 수 없이 빠르게 준비하기로 했다.

‘간 김에 이진철 협회장도 보고, 나중에 올 헤르메스도 좀 돕고……. 완벽하네.’

가장 먼저 김상철 박사를 찾았 다.

이진철 협회장이 왔을 때, 어디 였는지 알아 놨기에 어려울 건 없 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거대한 돔형 연구소였다. 몇 겹 의 보안을 지나 마지막 현관까지 왔을 때도 신분증 검사를 했다. 이 곳에선 블랙 카드도 큰 힘을 발휘 하지 못하는 듯했다. 아니, 블랙 카 드니까 이렇게 들어올 수 있는 거 라고 봐야 할 거다.

“여기요. 김상철 박사님 만나러 왔어요.”

“네, 잠시만요.”

하긴, 최초로 그라니아 대륙이라 는 곳과 연결한 게이트가 있는 곳 이다. 곳곳에 여러 인종의 사용자 들이 보였는데 하나같이 심상치 않 은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곧 문이 열리고 연우는 이자젤과 함께 탄 차를 몰았다.

연우와 이자젤 정도면 워프를 이 용해 갈 수도 있었지만, 이진철 협 회장의 입장을 생각해서 공식적으 로 방문한 거다.

“어서 오세요.”

“반갑네요. 김상철 박사님?”

“네, 맞네요. 저희 초면이죠?”

김상철 박사는 의외로 사교성이 있어 보였다.

“사실, 연우 님이 온다는 소식에 잔뜩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아, 오 해는 마세요. 감시하고 그런 게 아 니라…… 뭐, 아닌 건 아니군요. 하 하.”

연우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

“괜찮습니다. 대놓고 보고 있는 걸 감시라고 하진 않죠.”

김상철 박사 살짝 놀라는 듯했지 만, 이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 개를 흔들었다. 그러곤 연우와 이 자젤 한쪽에 서서 자연스럽게 안내 했다.

“이쪽에 찾아오셨다는 건 게이트 를 보고 싶다는 거겠죠?”

“그렇죠. 생각보다 막 막아서고 그러진 않네요? 이진철 협회장이 위원회? 그들과 친하지 않다고 알 고 있는데.”

“거기까지 아시는군요. 그럼 말 이 편해지겠네요. 그들의 힘이 아 무리 세다고 해도 블랙 카드 소지 자를 임의로 막을 수 없어요. 게다 가 연우 님이잖아요. 전 세계가 주 목하는.”

김상철 박사는 낯 뜨거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 그것보다, 여기 참 좋네 요.”

연우는 새삼스레 감탄했다.

복도를 지날 때마다 이 연구소의 기술력이 두 눈에 확 들어왔기 때 문이다. 오로지 과학만으로 이룬 게 아니다.

이자젤도 그게 훤히 보이는지 먼 저 말을 꺼냈다.

“대단하네요. 밖에서 무슨 이론 이니 무슨 발표니 해도 여기에 반

도 못 따르겠는데요?”

가장 눈에 띄는 건 벽 전체에 연 결된 마법진이었다. 원래 정통 마 법과는 상당히 달랐다.

“이건 뭐죠?”

연우가 물었다.

“마도공학이라는 겁니다. 과학과 마법의 조합이랄까요. 제 직업이 마도공학자라.”

“오, 그런 직업도 있었군요.”

“뭐, 그래도 아직 초보긴 하지만 요. 마법은 꽤 높고 과학도 어렵진 않은데 이건 너무 어려워서…… 아 직 6단계 정도에 불과합니다.”

6단계. 겨우 그 정도에 이 정도 성능을 내는 마법진들을 만들어 낸 게 신기했다. 물론, 그래 봐야 이자 젤이나 헤맨을 따를 순 없지만 말 이다.

“상당히 흥미가 도네요.”

이자젤은 다른 생각을 하는 모양 이다. 하긴, 이자젤의 특기는 마법, 마법진, 인챈트다. 마법에 있어선 정통한 실력자라는 것.

‘게임에서긴 했지만…… 그 설정 이 현실화가 된 건가?’

가끔 그런 의문이 들기도 한다.

신기한 건 연우가 스킬로 사용하 던 마법이 사용자의 힘과 결합되면 서 훨씬 자세하고 견고하게 기억된 다는 거다. 그래도 이자젤이나 헤 맨처럼 원래 게임 속 NPC를 따라 갈 순 없었다.

물론, 무력이야 연우가 훨씬 높 지만 말이다.

하여튼 이자젤과 마도공학이라는 게 결합하면 어마어마한 시너지가 나올 게 분명했다.

“이따가 스킬 한 번만 복사해도 될까요?”

“…… 네? 스킬이요? 그게 정말 가능한 거였나요? 듣긴 했는데

“뭐, 사실 잘될진 모르겠네요.”

마도공학이라는 게 그냥 스킬로 만 익히는 것보다는 과학에 대한 공부가 겸비돼야 하는 거니 말이다.

셋은 더 이동했다.

각종 기계장치, 마법진, 개조된 몬스터, 잡다한 실험실과 실험 기 구들. 모두 마법과 과학의 조합을 시도한 결과물이었다.

“여기 도착했습니다.”

김상철 박사가 거대한 문 앞에 서서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단단 하고 두꺼운 문이 부드럽게 열린다.

“이것도 마법이 가미됐네요.”

“네, 물리학으론 굉장히 힘든 걸 마법으로는 쉽게 되더라고요. 둘의 장점만 모아 만들어 봤습니다.”

이 정도 실력이 되니 게이트도 만들 수 있었을 거다.

그들 앞엔 높이 30m가 넘어가는 게이트가 보였다. 연우와 이자젤의 눈은 빠르게 돌아갔다. 굉장한 발 상의 전환도 보였고 부족한 점도 보였다.

역시 가장 아쉬운 건 에너지 효 율.

한 번 이동할 때 8단계 수십 개 는 소모해야 한다. 이 정도면 몇 개월에 한 번 켜기도 힘들어 보였 다.

“이것도 몇 번의 개량을 거친 겁 니다. 근데 내구 자체가 한 달에 한 번이 한계고, 무리하면 엄청난 손실로……

“잠시만요.”

이자젤이 손으로 김상철 박사의 말을 막았다.

“오호, 이런 방식이구나?”

“어떤 건지 알겠어?”

이자젤은 잠깐 보더니 손을 뻗었 다.

“자, 잠시만요. 그걸 그렇게 함부 로 움직이면……

김상철 박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 이었다. 이자젤의 작업은 끝나 있 었다.

“아, 만지면 안 되는 거였어요? 근데 괜찮을 거예요. 별로 크게 건 든 건 아니고 마법진 조합만 좀 바 꿨어요.”

김상철 박사는 심각한 얼굴로 홀 로그램을 켜 게이트의 상태를 확인 했다. 하나하나 수치를 보던 그의 얼굴은 점점 경악으로 물들었다.

“일단 에너지? 마력 효율을 억지 로 끌어올리면서 내구에 무리를 줬 던 걸 바꿨고 마력 효율도 세 배 정도 끌어올렸어요. 작은 충돌이 있던데 그걸로 작동을 멈추진 않지 만, 엄청난 부담을 주기도 하거든 요.”

“세, 세상에…… 이게 말이……

김상철 박사는 지금까지 자기보 다 뛰어난 천재를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최고였고 어딜 가도 대접을 받았다.

이 연구소의 기술력은 전 세계에 서도 최고다.

물론, 김상철 박사도 이들이 만 든 장비를 봤다. 그 섬세하고 뛰어 난 세공 기술, 말도 안 되는 인챈 트,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적 강화.

대단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렇게 놀라진 않았다. 세상엔 많은 능력자가 있고 그런 이들이 모여 힘을 합하면 이런 장 비가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인정하는 강 자.

‘그래, 거기까지는 이해한단 말이 야.’

사실 그것도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의 행적을 조사 했고 직접 영상을 보면서 몇 번이 고 확인했다.

그런데 이건 아예 상식을 뒤엎는 일이다.

이미 만들어 놓은. 그것도 전 세 계의 모든 기술력이 결집된 거고. 수십만 개의 마법진이 서로 얽히고 설켜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 낸 거다.

지금 이 마법진 수십만 개에서 선 하나만 잘못 그으면 게이트가 무용지물이 된다. 그럴 일은 없겠 지만, 선 하나로 자폭까지 시킬 수 있는 게 이 게이트 기술력이다.

그런데 이 앞에 여인은 손짓 하 나로 수년의 노력을 뛰어넘어 버렸 다.

“하, 하하…… 이거 절망은커녕 실감도 안 나는군요.”

원래 손에 잡힐 듯해야 질투도 하고 시기도 하는 거다. 저 높이 있는 별을 보면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우러러보는 것뿐.

“이 정도면 공짜로 이용해도 되 겠죠?”

“하하, 그럼요. 물론이죠. 마음 같아선 게이트 전체를 주고 싶네요. 근데 제 돈으로 만든 게 아니라.”

“그럴 필요까지 없고요.”

연우는 슬쩍 웃었다.

이자젤은 방금 업그레이드를 시 켜 주는 듯하면서 모든 마법진과 원리를 복사했다. 아마 며칠만 연 구하면 이것보다 수백 배는 작고 마력이 덜 드는 게이트를 만들 수 있을 거다.

“이제 가 볼까?”

“그러자.”

연우와 이자젤은 그렇게 그라니 아 대륙으로 떠날 수 있었다.

거친 숨소리가 적막이 내려앉은 숲에 울려 퍼진다. 150여 명의 인 원이었다. 남은 건 고작 50명. 숲을 돌파하기 시작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투 클래스 마스터인 이진철과 최 민아.

그에 떨어지지 않는 해서웨이, 스미스, 데이비드까지 있었지만, 겨 우 40km를 반도 채 돌파하지 못했 다.

“이대론 안 돼.”

실드와 결계를 몇 겹이나 치고 50여 명의 사용자가 모였다. 잠깐 의 휴식이다.

“몬스터는 다 사용했나?”

“탱커형 3마리, 비행형 2마리, 드 래곤형 1마리 남았어. 이건 최후의 수단이야.”

“ 소모품은?”

“우리 녹튼은 회복 스크롤 하나 씩이 전부야.”

“레드문도 그 정도가 답니다.”

“일본 지부도 마찬가지.”

“미국 지부도 없어, 우린 몬스터 도 다 썼고.”

말하는 것도 힘들다. 툭하면 몬 스터 떼를 만났고 툭하면 마족이나 천족까지 만났다. 다행히 투 클래 스 이상은 거의 없어서 정예는 살 아남았지만, 피해는 막을 수 없었 다.

“몇 킬로 남았지?”

“25km. 아직 반도 못 왔어요.”

이진철의 물음에 최민아가 작게 대답한다. 모두 들어서 좋을 건 없 다.

“다시 이동합시다.”

이진철은 온갖 상처를 억지로 다 잡으며 일어났다. 이렇게 쉴 시간 이 없다. 적들은 점점 많아지고 현 재 안전한 이곳은 위험지역으로 바 뀐다.

얼마나 이동했을까.

다시 수십 마리의 몬스터를 겪었 고 수십 마리의 마족도 만났다. 마 물은 물론이고 중간에 인간을 만나 긴 했지만, 마족에게 죽어 가는 광 경뿐이었다.

이진철의 마법은 지속되는 전투 에 극한까지 진화됐다. 찌르고 썰 어 죽인다. 폭발은 마력 낭비였고 그 낭비를 없애지 않으면 금세 탈 진해 버린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최민아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였다.

이펙트는 없다.

최소한의 마력 손실로 효율적이 고 빠르게 죽이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수십, 수백, 수만 번 반복되고 회 복하지 못하면 고갈되고 만다.

지금 그들이 그랬다.

마족이다. 사방에서 가시가 날아 들고 마법이 폭발한다. 몇몇은 아 군 진형에 파고들고 검은 기운을 풀풀 풍기는 주먹으로 사용자를 무 참하게 죽인다.

“몬스터 풀어!”

아직 반도 오지 못했다. 그런데 마물과 마족은 터무니없이 강하고 많았다.

“젠장 할! 이런 전쟁에 껴 있다 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지!”

“오우거 세 마리 풀었습니다!”

크와아아악!

차례로 가장 비싼 드래곤형이 풀 렸고 방어용이 아닌 비행형 몬스터 까지 풀었다. 그게 아니면 이마저 도 버틸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해서웨이가 튕겨 나가고 데이비 드가 팔을 꿰뚫린다. 스미스가 죽 어 가는 팀원을 보며 눈물을 흘렸 고, 시누자키 아이는 허벅지 근육 이 뭉텅이로 떼어져 무릎을 꿇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