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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편_ 그라니아 대륙으로(2) (146/207)

제161편_ 그라니아 대륙으로(2)

이자젤은 친구를 같이 보겠다는 건 장난이었는지 볼일을 본다고 어 딘가로 갔다.

연우가 도착한 곳은 이자카야다.

친구들에게 처음 이자카야의 맛 을 들인 건 연우였다. 특히, 연우가 가장 좋아하는 연어회와 생선 머리 구이는 항상 빠지지 않는 단골 메 뉴가 됐다.

“여어! 오랜만!”

덩치 큰 이철호와 마당발 성훈이 다. 그리고 조금은 어색한 혜림도 있었다.

“오랜만이네. 혜림이도 있고.”

“요즘 뭐가 그렇게 바쁘냐?”

몇 번 연락이 왔었다. 몬스터 웨 이브가 터지고 게이트 폭발 사건도 터지면서는 친구들이 여유가 없었 지만, 그 사건들이 정리되면서는 연우가 바빠진 거다.

그렇다고 지구를 구하느라 그랬 다고 말할 순 없었다.

“농장 일이 그렇지 뭐, 겨울을 날 준비도 해야 하고.”

“그렇지. 돈도 많이 벌면서 계속 농장이야? 아니, 돈이 많으니까 농 장을 할 수 있는 건가?”

금방 요리가 나왔다.

“오, 살몬테르네? 이거 진짜 비 싸잖아!”

연우가 놀랐다. 연우는 쉽게 먹 을 수 있어도 여기 친구들이…….

“내가 사는 거니까. 그날 이후로 소속 기업에서 나와서 로열 나이츠 들어갔거든. 그 기념으로 쏘는 거 지.”

“아, 그래? 잘됐네.”

사실 그게 뭔지 잘 모르지만, 이 런 걸 살 정도면 좋은 곳인가 했 다.

“대단하지 않냐? 전에 있던 대기 업도 좋은 곳이긴 하지만, 로열 나 이츠라니! 거긴 우리나라 5대 길드 중 하나잖아.”

“맞아. 기업이랑은 차원이 다르 지! 이번에 타 대륙 선발대? 그런 것도 간다고 준비하던데.”

“아쉽게도 그걸 불발됐어. 선발 대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중에 후발 대로 갈 것 같아.”

‘로열 나이츠. 어디서 들어 봤나

했더니 거기였구나.’

대충 농장에 왔던 것만 기억했 다. 누가 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 나지 않는다.

연우는 살몬테르 한 점을 짚어서 간장을 찍고 와사비를 살짝 올렸다.

“음, 역시 살몬테르. 여기가 요리 하나는 정말 잘한단 말이야.”

“그렇지? 여긴 뭘 먹어도 맛있 어.”

안주와 술을 먹기 시작했다.

철호와 성훈이 뭘 하고 사는지 들었다. 둘은 이번 게이트 사건 때 문에 회사 건물이 무너져서 몇 달 째 백수 놀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혜림은 로열 나이츠에서 팀을 하 나 맡고 게이트를 처리 중이었는데, 게이트를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 로 개발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거 위험한 거 아니야?”

“아닐 거야. 협회에서 뛰어난 마 법사에게 의뢰했다고 했는데, 99.9% 안전하다는데? 오히려 게이 트가 안에 다시 생길 리 없으니까 더 안전할 수도 있대. 기후도 괜찮 고.”

이런 이야기가 주였다.

연우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검은 땅에 실드를 쳤다 거나 악의의 대륙에 있던 사자를 죽였다거나, 아마존의 정령의 숲을 다녀왔다는 둥. 그런 얘기를 할 순 없으니까.

그때, 혜림이 자리에서 슬쩍 일 어났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셋은 별생각 없었다. 그런데 나 간 혜림이 보이는 자리에 있던 성 훈의 시선이 밖을 향했다.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직 장 상사를 만난 느낌이라?”

“누가? 혜림이?”

연우랑 철호도 돌아봤다.

“오, 그러네. 혜림이 저렇게 깍듯 한 모습이라니. 신기한데?”

“맞아. 그 로열 나이츠 길드원이 누군가에게 저렇게…… 어? 같은 로열 나이츠 상사인가?”

“그러게……

둘의 시선이 쏠리자 연우도 같이 바라봤다.

그러자 이자카야라는 글자가 붙 여진 유리 벽 넘어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에이, 보이지도 않네. 신경 끄고 술이나 먹자.”

몇 번의 잔이 오고 갔다. 그래도 친구는 친구인지 옛날이야기부터 사람 사는 일까지 말은 점점 많아 졌다. 술집은 시끄러웠고 덩달아 연우와 친구들의 말소리도 높아졌 다.

“ 연우야!”

“누구…… 이자젤?”

“나 왔지롱!”

“오오! 제수씨! 어딜 다녀오셨습 니까!”

철호와 성훈은 물론이고 연우까 지 놀랐다.

그뿐이 아니다. 술집의 모든 시 선이 꽂혔다. 환한 얼굴은 둘째치 고라도 한겨울이라 두꺼운 옷을 입 었음에도 드러나는 얇은 손목과 다 리. 그리고 볼륨은 주변 시선을 결 코 놓치지 않았다.

“좋네요. 합석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어쩌다 보니 이자젤까지 합석했 고 곧 돌아온 혜림은 떨떠름한 표 정이었다. 그래도 술내기를 하며 조금 친해진 건지 둘은 대화가 상 당히 잘 통했다.

“어디 갔다 온 거야‘?”

연우가 혜림에게 물은 거다. 이 자젤은 자기에게 물을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약간은 서운한 표정이었 다. 물론, 연우는 보지 못했다.

“나? 우리 로열 나이츠 사람들이 출동할 일이……. 아, 걱정할 건 없 어. 소규모 게이튼데 생성되자마자 공략하러 들어갈 거니까.”

혜림의 말에 성훈과 철호가 침을 꿀꺽 삼켰다.

“난 이렇게 늦게까지 술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소중한 줄 몰랐어!”

“나도. 게이트 사건이나 몬스터 웨이브 사건 때, 진짜 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

“야, 살아남은 게 다행이지. 술 못 먹는다고 난리야?”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우리가 이렇게 술을 먹을 수 있다는 걸 보 면 다른 사람들도 평화롭다는 거 아니야?”

맞는 말이다. 연우야 농장에만 있었으니 잘 몰랐는데, 밖의 상황 은 생각보다 심했던 모양이다.

연우는 문득 생각이 들었다.

힘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책임이 있는 것인가? 유명한 영화에서 나 온 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 다.’ 그게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 을 수도 있다.

“연우. 무슨 생각해!”

연우의 시야에 이자젤의 얼굴이 확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초록 머리에 초록 눈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초록 머리에 붉은 눈이다. 그리고 하얀 피부와 선명한 이목구비는 넋을 잡 아끄는 힘이 있었다.

“…… 어? 아,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연우가 정신을 차렸을 땐, 친구 셋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 다.

“뭐야 뭐야! 나 촉 되게 좋아!”

철호가 뭔가 따라 하는 것 같았 지만, 혜림이 구박했다.

“뭔 소리야. 애인인데 촉이고 뭐 고가 어디 있어?”

“아, 맞네.”

“하여튼, 무슨 얘기하다 말았 지?”

쿠우우웅.

“ 뭐야?”

성훈이 소리치기 전에 혜림이 벌 떡 일어났다.

스으으으

옅은 마력이 몸에 감싸는 게 보 였다. 연우나 이자젤은 가만히 앉 아 있었는데, 딱히 급하게 움직일 정도의 일은 아니어서다.

쿠우우웅.

“나 잠깐 나가 볼게. 어디 가지 말고 여기 있어. 알았지?”

“아, 알았어.”

혜림은 잠깐 연우와 이자젤을 보 다 밖으로 나갔다. 둘이 사용자인 걸 안다. 하지만 이런 출동을 강요 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아는 거다.

쿠우웅.

“무슨 일이지, 도대체?”

친구들뿐만 아니라 이자카야 안 에 모든 사람이 동요했다.

“별일 아닐 거야.”

연우가 진정시켰다.

진짜 별일 아니긴 했다. 5, 6단 계 정도 되는 게이트가 생길 조짐 일 뿐이다. 물론, 비정상적인 마력 의 흐름으로 보아 예상된 지점하고 다르고 하나가 아닌 수십 개의 ......?

“어어? 이거 뭔가……

연우가 눈을 크게 떴을 때였다.

이자카야 안에 급격한 마력의 흐 름이 발생했다. 공간을 뚫고 무언 가 등장했다.

꾸에에엑!

5단계 정도의 강한 오크.

물론, 이자젤의 손가락 튕김에 목이 사라졌다.

“무슨 일이지?”

“일단, 여기서 나가야겠어.”

연우와 이자젤이 벌떡 일어났다. 성훈과 철호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둘을 바라봤다.

“잘 따라붙어. 절대로 놓치면 안 돼.”

연우는 두 친구와 혜림 정도만 데리고 서울을 벗어나도 된다. 하 지만 다 구할 수도 있다. 사실 연 우에겐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닌 거 다.

“이자젤은 주변에 나타나는 몬스 터를 처리해 주고.”

사방에 임의적으로 생겨나는 마 력의 소용돌이가 적나라하게 느껴 진다. 어디서, 어떻게, 언제 생기는 지 알 순 없지만, 엄청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이자카야 밖으로 나가자 아비규 한이 된 거리가 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연우가 알기로 이렇게까지 무작 위하게 몬스터가 넘어오는 경우는 없었다. 50년 전을 제외하곤 말이 다.

꾸에에엑!

꼬아아아!

크르르륵. 콰아앙!

살려 줘! 괴물이다!

사방에서 몬스터의 울음과 사람 들의 비명이 터진다. 혜림과 로열 나이츠로 보이는 이들이 빠르게 정 리하고 있지만, 여덟 정도의 사용 자로 이 많은 몬스터를 막는 건 불 가능하다.

이자젤이 마법을 사용해 한 번에 수십 마리의 몬스터를 터뜨렸다. 연우도 마찬가지였다. 마스터에 이 른 염력은 생각만으로 웬만한 몬스 터를 압착해 죽일 수 있으니까.

문제는 범위가 너무 넓고 몬스터 는 너무 많다는 거다.

혜림은 나오면서 알코올을 모두 날려 버렸다.

예정된 건 6단계 정도의 작은 게 이트였다. 그래서 7명의 로열 나이 츠가 이곳으로 출동했던 거다.

그런데 진입 직전, 게이트의 형 태는 완전히 달라졌다.

푸욱. 스적.

꾸에에엑!

붉은 검을 소환해 오크의 목을 찌르고, 달려오는 오크의 목을 자 른다. 멀리 일반인에게 달려드는 오크에게 검을 던진다.

검에 오크가 꿰뚫리는 것과 동시 에 검이 돌아온다.

그녀의 직업은 ‘마검사’.

두 분야가 섞인 만큼 정통 검사 나 마법사보다 깊진 않지만, 다양 한 응용이 가능하다.

다행히 혜림의 수준보다 낮은 몬 스터들이라 빠르게 처리 가능했다. 문제는 수가 너무 많고 넓은 범위 에 계속 생성이 된다는 것.

“미친! 끝도 없네!”

혜림과 7명의 로열 나이츠.

그리고 어느새 합류한 몇 명의 사용자들까지.

차근차근 몬스터를 처리하고 있 지만, 희생자가 생기는 걸 막을 순 없었다. 거리에 몬스터 시체와 함 께 사람들의 시체도 쌓여 갔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 로 깨달았다.

그때 원래 게이트 생성 예정 지 점에 무언가 다른 기척이 느껴졌다.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로열 나이츠를 다 불러야 하나? 혼자 상대할 수 있을까? 부르면 그 들이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할 찰나, 이미 혜림 은 그곳에 도착해 있었다.

“젠장 할.”

그녀의 눈앞에 있는 건 다섯 마 리의 마족이었다.

어떤 결계로 보호돼 완전히 느낄 수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보는 순간 알았다.

‘이길 수 없다.’

척 봐도 혜림보다 몇 단계는 강 한 마족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이 사건의 주범이 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혜림아!”

그때 뒤에서 연우와 이자젤. 그 리고 두 친구가 따라왔다.

혜림은 기함하며 그들을 바라봤 다.

“미친! 여길 왜 왔어!”

“일로 와.”

연우는 여유롭게 혜림을 불렀다.

어차피 이기지 못할 적이다. 미 련하게도 이곳까지 온 친구들을 보 호하며 빠져나가는 게 현명했다.

하지만 혜림이 뒤로 빠질 때, 연 우는 앞으로 나아갔다.

“안 돼!”

하지만 연우는 보지도 않고 마족 들에게 다가갔다. 결계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고 다섯 마리의 마족은 어이가 없다는 듯 연우를 바라봤다.

이내 그 눈빛은 살기로 차올랐 다.

“아이고. 살기를 내비치면 어쩔 건데?”

연우는 슥 다가가 뒤통수를 내려 쳤다.

꾸엑!

“조용히 안 해?”

퍽, 퍽, 퍽, 퍽, 퍽.

정확히 한 마리에 한 대씩. 아, 처음에 맞았던 놈은 한 대 더 맞았 다.

“당장 몬스터 소환 멈춘다. 실 시.”

“이, 이게?”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한 마족들 은 연우에게 공격을 시도했다. 하 지만 연우가 그런 걸 그대로 두고 볼 리 없었다.

퍽.

한 대에 마족 하나의 머리가 사 라졌다.

두 대에 마족 하나가 더 사라진 다.

“자, 잠깐만요! 人}, 살려 주세 요!”

“멈추고 말한다. 실……

연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은 세 마족은 몬스터 소환 마법진으로 보이는 수십 가지의 마력을 흐트러 뜨렸다. 동시에 사방에서 소환되던 몬스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소환을 멈추자 이미 소환된 몬스 터까지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래, 그래야지. 자, 이제 대화 를 해 볼까?”

연우는 세 마족을 한쪽에 앉혔 다.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 하는 친구 셋은 이자젤을 바라봤다. 설명을 바라는 무언의 눈빛이다.

“…… 뭐, 연우가 원래 마족을 싫어하죠.”

당연히 이자젤의 대답은 이상했 다.

“…… 마족이 원래 약했나?”

혜림은 그런 착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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