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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편_ 농장은 언제나 평화롭 (142/207)

제157편_ 농장은 언제나 평화롭

다 (2)

연우는 덮밥을 다 먹고도 아쉬움 이 남았다.

“먹고 싶어요?”

연우는 필리아와 쇼타에게 물었 다.

둘은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 고 연우는 다시 재료를 준비했다. 아무래도 오늘 둘이 준비한 해물탕 은 반찬 국물의 포지션으로 바꾸고 덮밥을 메인으로 해야 할 것 같았 다.

“몇 명이나 오려나.”

항상 오는 이들은 연우, 이자젤, 수이니, 후름. 필리아와 쇼타까지 총 6명이었다. 가끔 삼미호가 오긴 하는데, 1인분으로 치기엔 양이 적 었다.

“아이델이나 천인종은?”

“아침은 항상 거릅니다. 요즘 사 냥에 맛들려서요.”

“식재료 사냥?”

“네, 오늘은 아마존으로 간다는 데……

지저 세계 1계층과 2계층을 오가 던 놈들이다. 둘이 위험할 일은 없 다.

치이이익.

연우는 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단순한 요리라 10분 만에 바로 끝났고 필리아와 쇼타가 식탁을 차 렸다. 어떻게 알았는지 때마침 아 침을 먹을 이들이 도착했고 연우가 만든 음식을 먹었다.

“와, 이거 진짜 맛있는데?”

“진짜 인스턴트 맛의 끝이다. 아 주 자극적이야! 몸 망치기엔 최고 인 것 같은데?”

“…… 그거 칭찬이지?”

“당연하지. 몸에 안 좋은 게 맛 있다니까.”

짜고 달다. 거기에 고줏가루를 넣었고 마요네즈까지. 일반 사람이 이걸 먹기 시작했다면 살이 찌는 건 순식간일 거다.

“연우, 오늘 뭐할 거야?”

“오늘? 뭐할까.”

딱히 할 일은 없다.

그럴 땐…….

“이종교배나 할까?”

이자젤은 가끔 오해할 소릴 하기 도 한다.

“하긴 드래고니아 대륙에도 가 봐야겠어.”

“드래고니아? 또 바퀴벌레랑 합 성하게?”

“아니거든! 용족과 몬스터들, 거 기 요즘 너무 평화로워서 안 되겠 어. 케루빔 녀석도 마음에 안 들 고.”

“왜?”

“그냥 싫은데?”

이유 없이 싫을 때가 있다. 처자 식이 많아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었

“그래, 이거 먹고 가자. 근데 이 거 진짜 맛있다.”

식구들이 두 그릇씩 먹었기에 연 우는 요리를 한 번 더 해야 했다. 식사를 마치고 해가 중앙을 향할 때, 연우와 이자젤은 드래고니아 대륙으로 향했다.

“역시 풍경 하나는 끝내준다니 까.”

높은 산과 넓은 평야. 중앙 산맥 엔 거대한 나무들이 가득했고 그보 다 더 큰 공룡 같은 용족과 몬스터 가 넘친다.

하늘엔 조룡족, 강엔 수룡족, 산 엔 양용족이나 포유룡족들이. 가끔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거대 하늘 고래인 브라키오 웨일이 보이 기도 했다.

평원에서 풀을 뜯던 초식 몬스터 는 육식 몬스터에게 쫓기는 모습도 보였다. 가끔 마족들이 용족과 몬 스터를 사냥하는 모습. 마왕성 앞 에서는 농사까지 짓고 있었다.

그건 천계에서 데려온 놈들도 마 찬가지 였다.

“이놈들 너무 평화로운 거 아니 야?”

싸우라고 던전에 용족과 몬스터 까지. 게다가 일부러 마족과 천족 은 한 대륙에 넣었는데 안빈낙도 (安貧樂道)를 즐기고 있다.

“이러다가 서로 교류까지 하는 거 아니야?”

“이야, 그거면 정말 역사적인 순 간이겠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마 족이랑 천족이랑?”

연우는 이자젤의 말에 섬뜩했다. 이대로면 정말 가능할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놈들을 어떻게 싸움을 붙일 까.”

지저 세계처럼 난폭하고 잔인한 녀석들을 채우고 위로 갈수록 좋은 자원을 주며, 최종 1계층에 올랐을 때 므깃도라는 곳으로 나갈 구멍을 만들 수도 없다.

당연하게도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정도면 이종교배 정도 로는 안 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이것만큼은 안 하려 했는데.”

연우는 손에 든 작은 공을 바라 봤다.

악의를 담은 속성 저장석이다. 각종 욕망, 질병, 쾌락 등이 담겨 있다. 용족과 몬스터의 정신, 육체 저항력이 좋아 멸종하는 일은 없을 거다.

하지만 지독한 종족의 탄생은 막 을 수도 없을 거다.

연우는 그 공을 산맥 중앙에 뿌 렸다. 산맥 북쪽에 자리 잡은 가장 강한 용족과 몬스터 ‘티라노 우르 노스’라는 지배자와 일부러 떨어뜨 려 놨다.

화악!

엄청난 양의 검은 연기가 사방으 로 퍼졌다. 대륙에서 가장 큰 산맥 에 비하면 아주 작은 면적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수천 이상의 몬스터 가 감염되기 시작했다.

나무는 물론이고 각종 생명체까 지 오염됐고 그 범위는 점차 커졌 다.

“와, 저 아름다운 걸 봐.”

이자젤인 악의가 퍼져 나가는 걸 보며 중얼거렸다.

“…… 이걸 뿌린 나도 못됐지만, 넌 진짜 장난 아니구나.”

“칫, 네가 뿌려 놓고.”

“나야 이 대륙이 이대로면 계속 유지될 수 없다는 걸 아니까 그런 거고.”

“나도 다 알거든. 이런 거 한두 번 보나.”

다른 이들이 보기엔 악마 같은 짓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거다. 하 지만 연우나 이자젤은 잘 안다. 이 런 평화는 결국 세계를 파괴한다는 걸.

자원은 한정돼 있고 순환하지 않 으면 고갈된다. 특히, 몬스터만 존 재하는 곳은 더하다.

인간이 긴 세월 지구라는 곳을 지배하고 멸망하지 않은 것도 인간 의 끝없는 욕망 덕분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그게 맞는지는 연우도 잘 모른다.

‘그 구슬을 보면 그게 맞는 말일 지도 모르지.’

몽글 사건에서. 그리고 케루빔이 소환된 곳에서 발견된 구슬의 마법 진을 떠올렸다. 어떻게 보면 악이 지만, 예방주사 정도라고 보면 필 요악이기도 한 것 같았다.

모르겠다.

아주 평범한 생활만 했던 연우는 그런 모든 걸 판단할 능력도, 자격 도 없었다.

이곳은 그저 연우의 땅이니 할 수 있는 것뿐이었다.

오전의 일은 까맣게 잊은 건지, 연우는 즐겁게 튀김옷을 입힌 새우 를 씹었다. 입에 기름이 끼고 약간 텁텁하다고 생각이 들 때 피그미온 라거를 들이킨다.

“캬아, 좋다.”

이자젤이 연우의 어깨를 툭툭 쳤 다.

“그렇지? 쓸데없는 고민하지 말 고 먹고 즐기기나 하셔.”

“하하. 하긴 나한테 그런 고민은 어울리지 않지.”

사실 고민 같은 것도 아니었다. 그 위에 신 같은 존재. 다른 차원. 지구를 위협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면 막으면 되고 안 오면 즐기면 된다.

그게 연우의 결론이었다.

“크하하. 그렇긴 하지.”

연우는 라거를 마시다 이자젤의 얼굴을 봤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 지만 엘프라는 건 참 대단하다. 후 름, 수이니, 이자젤.

특히 이자젤의 외모는 압도적이 다.

외국 모델 바바라 팔빈에서 한층 더 완벽한 외모라고 하면 감이 잡 힐까? 게다가 정말 완벽한 외모다. 얼굴, 피부, 몸매까지.

“꺄하하?. 진짜 개맛있다. 역시 술 이야 술!”

저렇게 입만 안 열면 참 좋다.

뭐, 저런 것도 나쁘진 않지만 말 이다.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빤히 보냐?”

“그냥 예뻐서?”

“…… 개소름. 이거 보여? 닭살? 끄아아아.”

“뭘 그래. 예쁜 걸 몰랐던 것도 아니고. 난 자기가 예쁜 거 잘 아 는 게 별로더라. 너처럼.”

“뭐야. 그 이상한 소린. 또 예전 헤어졌던 여자 친구 생각하는 거 아니야? 아 맞다! 너 그때 무지하 게 예쁜 여자 친구랑 헤어졌다고 전쟁하다가 막 울고불고…… 읍 읍!”

“야, 안 닥치냐? 제발 조용히 해 라!”

흑역사였다.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이랄까. 여자 친구랑 헤 어졌는데 대륙급 이벤트는 시작됐 고 술도 진탕 먹고 온 상태라 더 먹고 싶지도 않았다.

게임은 연우의 안식처였으니 마 왕들을 잔뜩 썰어 버리고 나면 괜 찮아질까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마왕하고 싸우다 말 고…….

“아니, 배경음악이 이상했어. 그 건 분명 운영자가 노린 걸 거야. 왜 그 상황에 ‘홀로’나 나와?”

“그 노래 제목이 그거였어? 아 아! 집에 오는 길을 홀로- 텅 빈 방 침대에 홀로-!”

“안 닥치냐 진짜? 내가 그날 이 후로 그 노래를 증오하게 됐어.”

“아유 불쌍해. 사랑이 뭐라고.”

“참나, 넌 사랑을 해 본 적이나 있냐? 없지?”

“당연하지. 엘프들 모르냐? 한평 생, 한 명, 절대적으로.”

“하긴.”

연우는 더 말을 잇지 않고 새우 튀김을 입에 넣고 잘근 씹었다.

이자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게임에서는 별다른 생각이 없던 것 같았다. 하지만 지구로 나오면서 조금 달라졌다. 혹시 오류라는 게 있는 건가? 1과 0으로 이뤄진 디지 털이 현실로 나오면서, 무언가 달 라진 건가?

연우는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했 다.

“이 새우튀김 진흙 맛이 나. 다 른 거 먹자.”

“역시 그러면 그렇지.”

이자젤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간혹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너무 튀겨 버리면 그런 향이 풍기긴 한 다. 새우는 신선한 걸 색이 변하는 순간까지만 익히는 게 최고다.

연우는 피식 웃으며 라거를 들이 켰다.

“뭐 해줄까. 치킨? 강정? 아니면 생선튀김도 좋고.”

“나 치킨! 양념치킨!”

“좋아. 매콤하게?”

“응! 좋아!”

연우는 기분 좋게 주방으로 들어 갔다.

요즘 유독 이자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 같다.

연우는 기름에 불을 올리고 140 도가 될 때까지 기다리며 생닭 하 나를 해체했다. 반죽을 만들고 치 킨 양념도 만들었다.

이것들도 모두 치킨집에서 배운 것들이다.

삼 개월 정도로 많이 한 건 아니 지만, 기본적인 걸 배울 정도론 충 분했다.

연우는 달아오른 기름에 반죽 옷 을 입힌 닭을 넣었다. 가장 먼저는 닭 다리다.

콰르르르.

가장 두껍고 익히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부터 넣는다.

다음은 가슴살이고 이후에 허벅 지 살과 날개로 이어진다. 튀김기 밑에 붙지 않게 계속 만져 줘야 하 며 다리와 가슴살은 작은 칼로 한 번씩 찔러 속까지 익혀 준다.

연우는 5분 정도가 지났을 때, 반쯤 해동한 감자튀김을 한 주먹 꺼내 튀김기에 올렸다. 닭은 15분, 감자튀김은 7분 정도로 익는 시간 이 다르다.

채로 건져 올려 기름을 털어 낸 다.

탁. 타닥!

“자, 됐다.”

연우는 보기 좋게 접시에 올린 후에 밖으로 가지고 나갔다.

“우와! 맛있겠다.”

“다리는 하나씩.”

연우는 다리를 가장 먼저 먹는 타입이고 이자젤은 가장 나중에 먹 는 타입이다. 서로 이걸로 싸운 적 이 있었다.

“넌 왜 자꾸 다리랑 날개를 뒤에 먹냐? 배고플 때, 가장 맛있게 먹 을 수 있을 때 먹어야지!”

“아니지. 원래 메인은 나중에 나 오는 거라고. 모든 걸 끝낼 때, 그 아쉬움을 간직하는 거야.”

“기름에 입이 질려서……

뭐, 이런 상황이었다.

당연히 치킨을 입에 넣은 순간 갈등은 끝이 났고 서로 기분이 좋 아 라거 잔을 부딪쳤다.

“근데 그건 어떻게 됐어? 웨어울 프랑 뱀파이어들.”

이자젤이 물었다.

“아, 맞다. 그거 식칼 만들다가 웨어울프 보낸다는 걸 까먹었네. 어떻게 됐으려나.”

“흐음. 헤르메스 장비는 줬고?”

“헤맨이 알아서 했겠지?”

“그래? 뭐, 알아서 하겠지.”

연우는 지금이라도 웨어울프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하곤 헤맨을 불 렀다. 헤맨의 분신이라면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다.

“앗, 장비도 까먹었네요. 지금이 라도 보내겠습니다.”

연우는 대충 일을 마치고 이자젤 과 건배했다.

오늘도…… 평화로운 날이었다.

헤르메스는 바르니와 마주하고 있었다.

바르니가 쓰리 클래스 마스터고 헤르메스가 투 클래스 마스터다. 게다가 같은 진혈. 누가 봐도 헤르 메스에게 승산은 없었다.

하지만 헤르메스의 생각은 달랐 다.

그곳에서 배운 농장 관리 스킬 들. 그리고 요섭과 친해지며 받은 몇 가지의 장비, 이자젤에게 선물 받은 마법 장신구. 게다가 불사조 를 다루면서 신성력에 대한 저항, 블랙 카우와 블랙 쿡의 배설물을 푸면서 독에 대한 내성이 증가했고 메리쉽을 키우면서 전기 내성도 잔 뜩 올랐다.

그것뿐인가.

연우라는 주인과 각 종족 최강의 전사들과 함께 생활하며 배운 게 많았다.

그래서 한 클래스의 차이였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 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바르 니도 충분히 경험이 많았고 수많은 기연을 얻고 성장한 것이었다.

“크윽, 대단하구나.”

“흐흐, 헤르메스. 네가 변방에 나 가 수백 년을 게으르게 살았을 때, 난 중앙 성에서 수백 번의 목숨을 걸고 싸웠다. 네가 나한테 안 되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바르니는 생각보다 강했다.

하지만 헤르메스의 현질은 더 강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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